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10)
마존현세강림기-1412화(1409/2125)
마존현세강림기 57권 (19화)
4장 수습하다 (4)
“그쪽을?”
“예.”
“왜?”
물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미 예전에 강진호는 이종 욱을 총회에서 받아주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그때의 이종욱은 강진호에게 호의 적인 사람이었지만, 지금의 이종욱 은 누가 봐도 강진호에게 적대감을 느끼고 있다.
그 적대감이 현실적인 이유에서 만들어진 것이든, 그게 아니면 이상 적인 부분에서 맞지 않는 것이든, 결과적으로 적대감이라는 점에는 변 함이 없다.
그런데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이 에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다?
이상하지 않은가.
“내 방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
이종욱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회주님 앞에서 거짓말은 의미가 없겠죠. 사실입니다. 저는 여전히 회 주님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굳이 내 밑으로 들어 오겠다는 거지?”
“……살아야 하니까요.”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살아?”
강진호가 이해하지 못한 둣하자 이종욱이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제 입으로 말하는 건 좀 이상하
지만, 저는 너무 많은 것을 봤고,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습니다. 다 른 건 그렇다치고, 지금 정권의 지 배자들이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동료를 지옥 끝까지 밀어넣는 것도 생생히 지켜봤습니다.”
듣고 있던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 다.
이 모든 일의 전말을 알고 있는 이는 사건에 관여한 정부와 총회, 그리고 이종욱뿐이다.
그리고…….
‘뒷배가 없군.’
이현수가 혀를 찼다.
정부는 총회를 건드릴 수 없고, 총회는 정부를 단죄할 수 없다. 하 지만 이종욱을 지켜줄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국정원?
국정원이 힘을 쓰는 것은 민간이 나 군이다. 정부의 앞에서 국정원은 일개 기관에 불과하다.
아니, 거기까지 갈 것도 없이 당 장 국정원장도 구속되어 김명찬처럼 독방 생활을 하는 판인데, 누가 누 굴 지키겠는가.
“토사구팽이라는 건가?”
“곧 삶기겠죠.”
사냥감을 잡고 나면 개를 삶는다.
지금 정부에서 이종욱을 우대하는 이유는 그가 강진호와 대화가 가능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장 껄끄럽 고 두려운 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매개체다.
하지만 이 협상이 끝나 버리면?
이종욱의 가치는 사라진다.
훗날 강진호와 다시 대화하기 위 해서 그의 삶을 보장하는 건 위험도 가 너무 높다. 이종욱이 입을 열었 을 때, 다칠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제가 자초한 면도 있습니다.”
“ 자초?”
“……몇 번이나 김명찬 총리를 만 나러 갔으니까요. 저들이 곱게 보지 않을 겁니다. 무슨 말을 듣지는 않 았을까 의심하겠죠.”
이현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마티즈 타겠는데?”
농담이 농담으로 안 들린다.
“정부의 손에서 살아남으려면 회 주님의 비호를 받는 수밖에 없습니 다. 부탁드립니다. 살려주십시오.”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이렇게 대놓고 말을 해버리면 거 절하기도 힘들어진다.
“그럼••••••
“전 반대요.”
이현수가 단호하게 강진호의 말을 끊었다.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 어.”
“어차피 알았다고 받아주실 거 아 닙니까. 그러니까 미리 말하는 겁니 다. 전 절대로 반대입니다.”
강진호가 뚱한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봤다.
“왜?”
“왜는 왭니까. 저 새끼 마음에 안 드니까 그렇죠.”
그거 너무 사소하지 않나?
아니, 뭐, 사소한 게 중요한 이유 가 되기도 하는 법이지만, 그래 도…….
“말이야 바른말이지, 저 새…… 아니, 이종욱 씨가 언제 중재를 했 습니까? 정부 쪽 등에 업고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요구만 해 댔 지. 그렇게 정부 잇속은 다 빼 먹고 이제 와 그쪽에서 죽이려 드니까 우 리가 받아달라? 사람이 양심이 있어 야지.”
이종욱은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 했다.
이현수의 말은 날카롭긴 하지만 정론에 가까웠다. 이종욱은 정부의 입장을 대변했을 뿐, 총회를 위해 뭔가를 한 적은 없었으니까.
“그전에는 도와줬잖아.”
“원래 배신자가 더 큰 벌 받는 겁 니다.”
이현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여하튼 저는 반대입니다. 우리가 뭐 패잔병 집합소도 아니고, 어디 온 동네 부적응자 다 끌어모습니까? 재활 병원 차리시게요?”
“그거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 데.”
“제가 왜요? 저는 그래도 영남회 에서 마지막까지 잘나갔습니다.”
“왕따였잖아.”
이현수가 정말 상처받았다는 얼굴 로 강진호를 바라본다.
“왕따 피해자 앞에서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됩니다. 사람 두 번 죽이 는 거예요.”
“……미안하다.”
강진호가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러고는 이종욱과 이현수를 번갈 아 보다가 한숨을 내쉰다.
“받아준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이현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아니, 회주님.”
“대신••••••
“••••••예?”
강진호가 턱짓으로 이현수를 가리 켰다.
“네 밑에 두고 써.”
“실무 하나는 끝내주는 똘똘한 신 입이잖아. 네가 제일 필요할 텐데?”
이현수의 미간이 좁아졌다.
사실 이종욱급이면 지금까지 그가
단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유능한 수하다. 심지어 지금 MK를 좌지우 지하는 이현주도 이종욱에 비하면 처지는 면이 있다.
‘게다가 얘는 일반인이란 말이지.’
이현주처럼 수틀리면 주먹 들어 올리는 사람이 아니다. 사실 말은 안 해서 그렇지, 이현주가 업무를 제대로 못해와 구박할 때마다 얼마 나 심장이 덜컥거렸는가.
일반인 반, 무인 반. 반반 무 같 은 이현수로서는 이현주의 무력도 부담이었다. 구박을 할 때마다 잘못 하면 턱주가리가 날아간다는 각오가
필요하지 않았던가.
그런 이현수에게 있어서 이종욱은 정말 최고의 부하가 될 수 있는 사 람이 었다.
일단 일 잘하고, 싸움 못하고, 지 은 죄가 있어서 개같이 부려 먹어도 일말의 죄책감도 들지 않는다.
단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너.”
이현수가 낮게 으르렁댄다.
“총회에 들어오면 총회만을 위해 서 일하겠다고 맹세할 수 있어?”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너, 얼마 전까지는 국가가 어쩌
고 지껄였잖아.”
이종욱이 자조적으로 웃는다.
“그 국가가 저를 버리는데, 제가 뭐라고 계속 충성하겠습니까?”
“흠.”
“그리고……
이종욱이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방법은 잘못되었을지 모르지만, 그리고 깨끗한 인간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김명찬은 정말 국가를 위해 일했습니다.”
“그런 사람을 저리 버리는 곳에
가치가 있을 리 없겠죠.”
이종욱이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똑바로 바라봤다.
“회주님은 적어도 자신의 사람을 버리거나 등에 칼을 꽂지는 않으니 까요. 저는 버림받지 않는 곳을 위 해 일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쉽게 가치관을 바꿔도 되 는 건가?”
“쉽게도 아니고, 바꾼 것도 아닙 니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정부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서 일한다구요.”
“그런데?”
“이번 중국 사건을 겪으면서 깨달 은 건데, 제 능력으로 회주님과 총 회를 지원하는 것도 국가를 위한 일 아니겠습니까?”
“ 응?”
이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삼왕계가 한반도를 지배하게 되 면 더없이 끔찍해질 테니까요. 그걸 막는 것도 국가에 대한 헌신이죠.”
이 새끼, 정신승리 쩌는데?
그런데 듣고 보면 맞는 말도 같 고.
“여하튼 그럼 총회를 위해서 개처 럼 일하겠다는 거지?”
“아니요. 회주님을 위해서 일하겠
습니다.”
총회에 충성하는 것과 강진호 개 인에게 충성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이현수가 이종욱을 써먹기 위 해서는 그 충성의 대상이 총회인 쪽 이 좋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이 대답이 더 마 음에 든단 말이야.’
마지막 저항선까지 무너진 이현수 가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으로 이종욱을 노 려보던 이현수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출근해.”
“감사합니다.”
“대신 너는 내일부터 뒈졌다고 복 창해라. 내가 꼭 너 총회에 온 거 후회하게 해준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이종욱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강진호는 그런 이종욱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뭘 모르네.’
다들 그렇게 말하고, 다들 그렇게
자신한다.
그리고 딱 삼 일이 지나기도 전 에 바닥을 잡고 토하게 되지.
뭐, 그건 본인이 겪어야 하는 일 이니까.
“끝났으면 돌아가. 일주일 시간을 주지.”
“헐, 회주님. 제가 내일부터 출근 하라고 했는데……
강진호가 슬쩍 돌아보자, 이현수 가 깨갱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요즘 슬슬 다시 기어오른단 말이 지.
이현수를 눈빛으로 제압한 강진호
가 다시 이종욱에게 고개를 돌렸다.
“일주일 동안 다 정리하고 와. 정 리 못하겠으면 감추기라도 해. 사람 은 그렇게 사는 거야.”
“……말씀 감사합니다.”
이종욱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 게 인사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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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이 몸을 돌려 방을 빠져나 가자, 강진호가 이현수를 보며 말했 다.
“저쪽에 연락해서 건드리지 말라 고 해.”
“지금요?”
“당장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안전 하지는 않을 거야. 결론이야 들으려 하겠지만.”
“알겠습니다.”
하기야 저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어쩌면 이미 이종욱의 차에 폭탄 이 설치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확인해 볼 걸 그랬나?
“그럼 저도 얼른 가서 연락을 하 겠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현 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 다.
찰칵.
홀로 방에 남은 강진호가 새 담 배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뿜어져 나온 담배 연기가 천천히 방 안으로 퍼져 나간다.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대충 정리는 끝났다. 남은 것들은 시간과 함께 천천히 정리되어 갈 것 이다.
후련하기도 하고, 조금 찝찝하기 도 하다.
상황이 정리된 것은 후련하지만, 그를 노린 이들을 모두 단죄하지는 못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강진호가 살짝 눈을 감았다 떴다.
하지만 이 찝찝함은 안고 가야 한다.
그게 김명찬이 선택한 길에 대한 존중이니까.
‘나는 그럴 수 있었을까?’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신념을 위 해서 기회를 걷어찰 수 있었을까?
어쩐지 김명찬이라면 그럴 것 같 았다. 그가 선인인가 악인인가는 중 요하지 않다.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 이 살아온 길을 관철했다.
이미 두 번의 죽음을 겪은 강진 호도 그럴 수 있다는 자신이 없다.
그렇기에 존중받을 만하다.
물론 존중과 용서는 별개의 문제 지만 말이다.
그의 신념은 그를 높은 곳까지 이끌었고, 또한 세상에서 가장 낮은 구렁텅이로 자신을 밀어 넣었다.
그럼 김명찬은 과연 자신이 가진 신념을 마지막까지 관철할 수 있을 까?
‘그걸 지켜보는 것도 재미겠지.’ 언젠가는…….
먼 훗날 언젠가 강진호는 김명찬 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 과연 김명찬이 어떤 말을 할지가 벌써부
터 궁금해졌다.
다만…….
‘먼 미래의 일이지.’
지금은 그저 끝나 버린 일이다.
담배 연기를 깊게 뿜어낸 강진호 가 창가로 걸어가 창문을 활짝 열었 다. 어느새 따뜻해진 공기가 방 안 으로 훅 밀려 들어온다.
“겨울이……
새파랗게 물든 산들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조용히 뇌까렸다.
“……끝났구나.”
이제는 봄도 지나가는 시점에서 나온 한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