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11)
마존현세강림기-1413화(1410/2125)
마존현세강림기 57권 (20화)
4장 수습하다 (5)
세상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김명찬의 일로 나라가 뒤집힌 일 도, 최연하의 스캔들로 떠들썩했던 일도 시간이 흐르면 그저 지난 이야 기일 뿐이다.
세상은 그 많은 일들을 뭉개며 그저 흘러갔다.
MK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이번 일로 MK는 가장 큰 피해를 입었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피해가 적었다. 자금 흐름이 막혀 일을 전 혀 할 수 없는 지경에 빠졌지만
– 괜찮습니다. 어차피 하는 일도 없었거든요.
서글픈 평가지만, 엄연한 사실이 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단 일주일 동안 은행 거래가 정지된 것만으로
회사가 휘청할 타격을 입었겠지만, MK는 거래가 없고, 하는 일이 없 으며, 돈이 나갈 일이 없는 회사였 다.
페이퍼 컴퍼니도 MK보단 거래량 이 많을 것이다.
이현수는 이 사태를 아주 간명한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그 평가에 강진호도 격하 게 동의했다.
고마운 것은 거래 정지가 닥친 기간 동안 월급날이 와 월급이 제때
지급이 되지 못했음에도 누구 하나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일에 대해서는 황민수도 황당 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야 뭐…….
지금 MK에 출근하는 직원치고 돈이 궁한 사람은 없으니까. 그리고 MK의 직원들은 태생이 총회의 무 인이다 보니 만약 일이 정말 잘못되 어도 총회가 어떻게든 해준다는 믿 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건 꼭 강진호에 대한 충성심이 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만.
강진호의 주변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아버지는 닫아놓은 카페의 문을 다시 열었다. 강진호가 처음 구치소 에 끌려갔을 때는 어떻게든 흔들리 지 않기 위해 가게를 연 모양이지 만, 구치소에 있는 기간이 늘어나면 서 결국 문을 닫아버렸다.
어머니의 말대로라면 십 년 넘게 피우지 않은 담배에도 손을 댄 모양 이다.
‘아버지 건강도 한 번 더 챙겨야 겠어.’
이번 일로 강진호는 많은 것을
느꼈다.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
그를 지지해 주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
그가 딛고 있는 발판에 대한 취 약함.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무능해 빠져서는……
이현수와 위긴스의 눈가가 꿈틀꿈 틀 경련한다.
쪼오오오오옥.
강진호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쭉 쭉 빨아 당기며 한심하다는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현수와 위긴스가 무척이나 억울 하다는 눈을 했지만, 강진호는 이번 만은 그들의 엄살을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
“회주님…… 이번 일은 불가항력 으로, 저희도 노력했지만 어찌할 수 가 없었습니다.”
“맞습니다. 나라가 법원 붙들고 저 지랄을 하는데, 저희가 뭘 어떻 게 합니까?”
“그럼 나는?”
아…….
왜 그걸 니가 해결을 해 가지고 는.
강진호가 뚱한 눈으로 말했다.
“그러고도 잘도 월급은 받아 가는 군.”
“그 쥐꼬리만 한 거……
“쥐꼬리?”
“……아닙니다. 용 꼬리 정도로 해두죠.”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해결을 했어야 하는
이건 신뢰의 문제다.
이현수와 위긴스는 그동안 강진호 가 주문한 어떠한 일이라도 해결해 냈다. 하지만 한 번 금이 간 신뢰는 앞으로의 일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 련이다.
‘아니, 신뢰라기보다는 능력의 문 제지.’
이게 더 크다.
신뢰할 수 없는 놈 취급은 받아 들일 수 있지만, 능력 없는 놈 취급 은 버틸 수 없다. 특히나 이현수에 게 이건 도저히 참아낼 수 없는 문 제였다.
인성은 더러워도 능력은 뛰어나
다.
수도 없이 들어온 말이고, 어느새 이현수의 자부심이 되어버린 말이었 다. 여기에서 ‘능력이 뛰어나다’를 빼버리면 ‘인성이 더럽다’밖에 안 남잖아! 빌어먹을!
“이번에는 좀 아쉬웠지만, 이번뿐 입니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글쎄요.”
그때, 이현수의 귀에 낯선 음성이 들렸다.
‘중국어?’
강진호의 둥 뒤 쪽 그림자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솟아올랐다.
‘ 애?’
아니다.
동안이긴 하지만 어린아이는 아니 었다. 앳되다는 느낌보다는 뭐라고 할까…….
보고만 있어도 사람을 기분 나쁘 게 하는 음험함이 느껴진다.
“정확하게는 못 알아들었지만, 능 력을 증명하겠다는 것 같은데…… 여러 번 기회를 줘야 능력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능인 거죠.”
빙그레 웃는 사내를 보며 이현수 의 눈가가 꿈틀했다.
강진호의 등 뒤에서 나타난 것을 보면 적은 아니…….
“너?”
이현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그러고 보면 낯이 익다. 일전에 중국에서 그들의 차를 뒤집어 버린 그놈의 얼굴이다.
“니가 왜 여기에 있어!”
“네? 무슨 말씀이신지?”
“못 알아듣는 척하지 말고, 이 새 끼야!”
나타난 사내.
혈마가 피식 웃고는 강진호의 등
뒤에 가 섰다.
“무능을 무능이라 말하는 게 뭐가 잘못되기라도 했습니까?”
“이……
“저는 그런 한심한 짓은 하지 않 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건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이죠.”
혈마가 거만하게 입을 털어 댄다.
이현수가 막 한 소리를 하려는 찰나, 강진호가 한 손을 옆으로 빼 손바닥을 펼쳤다.
“여기 있습니다.”
그러자 혈마가 공손하게 플라스틱 컵에 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강진
호의 손에 올려놓는다.
“흠.”
강진호가 흡족하다는 둣 고개를 끄덕였다.
“퀵 서비스 같은 걸로 전업해 볼 생각은 없나?”
“마존께 배송하는 것이라면 언제 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말씀만 해주십시오.”
뭐야, 저 딸랑이 새끼는?
나랑 이야기할 때와 반응이 너무 다르잖아.
혈마의 엉덩이에서 개 꼬리가 살 랑대는 것 같다.
“회, 회주님, 저 새끼…… 우리 공격했던 놈이잖습니까?”
“어. 너처럼.”
어. 그렇지.
내가 댁을 공격하긴 했지.
“그, 그런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저 새끼는 회주님한테 대전차미사일 을 쏴댄 놈이라구요! 미친놈이잖습 니까!”
“어. 너는 폭탄 터뜨려서 날 터널 안에 생매장시켰지.”
가만히 듣고 있던 위긴스가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이현수를 돌아보았
다.
“••••••진짜?”
아니, 옛날이야기를 왜 꺼내고 그 러시나.
그게 언제 적 일이오! 나는 개과 천선했소!
위긴스가 황당함을 어쩌지 못하고 강진호를 바라봤다.
“그런데도 살려두셨습니까?”
“나도 그게 의문이야. 내가 저걸 왜 살려뒀을까. 귀신에 홀린 것도 아니고…… 생각하니 짜증 나네.”
“하, 하하……
이현수가 어색하게 웃었다.
“구치소에 오래 계시더니, 농담이 느셨네요.”
“독방에 있었는데?”
“혼잣말이라도 하셨겠죠.”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 고.
“그건 그렇고, 저놈이 왜 여기에 있습니까?”
“총회에 합류할 거다. 직위는 장 로.”
“장로? 저 어린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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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
자, 이현수가 눈을 찌푸렸다.
“회, 회주님, 저놈이 장로가 되 면…… 아니, 그 이전에 저는 저놈 이 총회에 들어오는 것부터 반대지 만, 만약 그래도 들어와야 한다 해 도 장로 직은 주시면 안 됩니다. 그 건 너무 높습니다.”
“그게 왜 문제가 되지?”
“왜 문제가 되냐니요. 장로 직위 는 너무 높잖습니까. 물론 어리다고 높은 직위를 맡지 말라는 법은 없지 만, 제대로 능력을 중명한 적도 없 는 사람에게 회원들이 고개를 숙여 야 하잖습니까. 당장 저부터 기분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왜?”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한다.
“하……
이건 사고방식의 충돌인 모양이 다.
“제가 저놈에게 ‘장로님, 장로님’ 부르며 고개를 숙이는 걸 상상만 해 도……
“아니, 그러니까 고개를 왜 숙이 냐고. 장로가 왜 너보다 높아?”
“예?”
장로니까.
그거 높은 직위…….
뭔가 깨달아 버린 이현수가 눈을 크게 뜨고 떨리는 목소리로 강진호 에게 물었다.
“회, 회주님, 혹시 교의 장로를 총회로 치환하면 어느 정도의 직위 라고 생각하시죠?”
“팀장?”
“아니면 과장?”
아, 그 말이었구나. 이제 이해가 갔……. 아니, 이해가 안 가는데?
“마교의 장로쯤 되면 적어도 이사 급으로는 생각을 해야……
“ 이사?”
강진호의 고개가 모로 비틀어진 다.
“그놈들이 한 게 뭐 있다고 이사 야?”
“한 거라고는 다 망해 자빠져 가 는 마교 붙들고 꼰대짓한 것밖에 없 는데, 나이가 많다고 이사 시켜주라 고?”
이현수가 흐뭇하게 웃었다.
‘어쩐지, 마교 장로들은 회의에 한 번도 참석 안 시키더라.’
총회와 마교를 분리하는 줄 알았 지. 하기야 그러면 장민은 꼬박꼬박
참석했던 게 말이 안 되지.
이게 합리적인 건지, 아니면 이상 한 건지 도무지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그래도 거기서 맡은 경력이 있는 데……
“그런 건 의미 없어.”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혈마를 바 라보았다.
“너도 마찬가지다. 혈교의 교도들 을 생각해 네게 장로라는 직책을 주 기는 하겠지만, 대접받을 생각은 하 지 않는 게 좋아.”
“그런 건 바라지 않습니다. 마존
이시여, 저는 마존께 우대받으러 온 게 아닙니다. 제 능력으로 마존을 모시기 위해 이곳에 온 것입니다. 직위 따위는 제 능력으로 얼마든지 따낼 수 있습니다.”
혈마가 삐딱한 시선으로 이현수를 돌아보았다.
“누구랑은 다르게 말이죠.”
“아니, 아 새끼가 진짜?”
혈마가 이현수의 말을 무시하고는 주위를 둘러본다.
“좋은 곳이군요. 정말 좋은 곳이 에요. 이곳은 힘이 있는 자와 없는 자가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군요. 제
가 있던 곳에 저런 자가 있었다면 이틀을 버티지 못하고 목이 잘렸을 텐데.”
“네가 한국에 있었으면 벌써 내 손에 뒈졌어, 새끼야! 회주님이 좋 게 봐준 걸 다행으로 알아.”
“아, 그러신가?”
혈마의 두 눈에 혈광이 어렸다.
“그 말을 책임……
덥썩.
강진호가 혈마의 머리를 잡아 바 닥으로 내려쳤다.
콰아아앙!
너무 어마어마한 소리가 터지자
위긴스는 물론이고, 혈마와 다투던 이현수마저 기겁을 하여 바라볼 정 도였다.
혈마가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해를 못한 모양인데, 지금 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네 상급자다.”
“이해했습니다, 마존이시여. 다만, 이곳에서 상급자에게 갖춰야 할 예 의의 수준을 가늠하지 못했을 뿐입 니다. 용서하소서.”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 일어나라.”
혈마가 빙그레 웃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짜고짜 사람을 바닥에 처박아 버리는 강진호가 이상한 건지, 아니 면 그만한 충격을 받고도 아무렇지 도 않게 일어나는 저놈이 이상한 건 지.
이현수는 생각하기를 그만뒀다.
“어찌 됐든 오늘부터 같이 일하게 될 거다. 빨리 친해지도록.”
“저런 놈이랑 말입니까?”
“음, 명이라면 따르겠지만…… 쉽 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영 마음에 안 드는 상급자라……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으르렁대 기 시작하자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 었다.
“알아서 해.”
쪼오오옥.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강진호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모든 상황을 지켜본 위긴스가 빙 그레 웃으면서 결론을 내놨다.
‘또 이상한 놈이 하나 들어왔구 만.’
제발 마음 편히 대화할 수 있는 정상인이 한 명만 있었으면 좋겠다 고 생각하는 위긴스지만, 그 꿈이
이뤄질 리 없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아는 위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