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16)
마존현세강림기-1418화(1415/2125)
마존현세강림기 57권 (25화)
5장 재건하다 (5)
“미국에 간다고?”
“네.”
“미국에는 왜?”
“유민이가 이번에 결승전이라……
강진호는 설명을 하면서도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아니, 미국에 가는 게 이상한 일
인가?’
남들은 살면서 몇 번도 가는 미 국이건만, 강진호는 이 말을 거낼 때마다 변명을 하듯 같은 말을 반복 하는 중이었다.
대체 뭘 잘못하고 살아왔기에.
백현정이 미간을 좁혔다.
“꼭 가야 하는 일이니?”
“••••••예?”
백현정이 한숨을 푹 내쉰다.
“네가 외국 갔다 왔다가 체포됐잖 아. 내가 이제는 외국 소리만 들어 도 가슴이 떨린다.”
“그건 중국……
“미국이나 중국이나 비행기 타는 건 똑같지.”
이러다가는 제주도도 금지할 기세 다.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고는 말했 다.
“이번에는 괜찮을 거예요. 저만 가는 게 아니라 보육원 애들하고 회 사 사람들도 같이 가니까요.”
“••••••그래?”
“중국은 치안이 안 좋아서 문제가 생길 일이 있었지만, 미국에서 그런 일이 있을 리도 없고.”
“무슨 소리야? 미국 애들은 총
들고 다닌다잖아. 총 맞으면 어쩌려 고?”
중국 애들도 총은 들고 다녔어요. 심지어 미사일도 맞아봤는데.
……이건 이야기 안 하는 게 낫 겠지?
강진호가 겪고 있는 일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면 백현정은 강진 호를 쇠줄로 묶어서 방에 가둬 버릴 것이다. 백현정이 이상한 게 아니라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라도 똑 같이 반웅하겠지.
“다녀오거라.”
“ 여보!”
백현정이 눈에 쌍심지를 켜자 강 유환이 살짝 미간을 좁혔다.
“다른 일도 아니고 친구를 응원하 는 일인데, 당연히 가야지!”
“아니, 애가……
“내 말,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친구를 응원한다잖아, 친구를!”
“네?”
백현정이 강유환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당신도 당신 아들이 어떤 앤지를 알아야지.”
아……. 의리? 확실히 진호가 의 리가 있는 애긴 하지만…….
“저 얼굴로 저리 생겨서는 학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이십 년이 넘 도록 유민이 말고는 친구 하나 없는 애잖아!”
방금 누가 명치에 칼을 쑤셔 박 았다.
강진호는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신음했다.
“남자가 그래도 힘들 때 같이 술 먹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하나 는 있어야지.”
“회사 사람들 있잖아요. 만날 같 이 다니던데.”
“그거랑은 달라! 친구잖아, 친구! 회사는 나오면 그만이고, 여자 친구 는 헤어지면 그만이야. 하지만 친구 는 평생 가는 거라고. 요즘 보니까 이거저거 하고 다닌다고 유민이와도 소원한 것 같던데.”
“아, 아뇨. 소원하지는……
“그러다가 얘가 유민이랑 틀어져 서 친구 하나 없는 애 되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그, 그건 좀 그러네요.”
백현정과 강유환이 동시에 미묘한 시선으로 강진호를 바라봤다.
강진호는 그 시선이 너무도 불편
했다.
사람을 저런 눈으로 보면 안 된 다. 그것도 부모님이.
“잘 생각했다. 다녀오거라.”
“……저는 이런 분위기를 원한 게 아닌데요.”
“하기야 유민이가 어릴 적부터 우 리 진호를 많이 챙겨주기는 했지.”
박유민이?
나를?
뭔가 역사 왜곡의 현장에 있는 느낌이다.
억울함을 참지 못한 강진호가 하 지 않아도 될 소리를 하고 말았다.
“박유민이 저를 챙겨준 게 아니라 제가……
“그게 그거야.”
“예‘?”
강유환이 피식 웃었다.
“지금이야 네가 회사 사람들도 있 고, 최연하 씨도 있고 그러니까 네 마음대로 놀고 다니겠지만, 학교 다 닐 때 유민이가 없었으면 네가 뭘 했겠냐? 친구 하나도 없었잖아.”
너무 맞는 말이라 반박할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니 박유민이 무척
소중한 것도 같고…….
아니, 이게 아닌데.
백현정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 덕였다.
“그래, 다녀오거라. 유민이가 그동 안 우리 진호한테 해준 게 있는 데…… 가야지. 가서 응원해야지. 나 는 그런 걸 떠나서도 유민이가 꼭 성공해서 잘살았으면 좋겠다.”
훈훈하긴 한데, 훈훈함 속에 이상 한 게 끼어들어 있는 느낌이다.
어쨌든 허락은 받았으니까.
“나도 갈래! 미국!”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태클이 바로 뒤에서 강렬하게 들어 왔다.
강진호가 떨떠름한 눈으로 등 뒤 에서 난입한 강은영을 바라보았다.
“……너는 또 왜?”
“가고 싶으니까! 나도 데려가! 유 민이 오빠 웅원한다고 가는 거면 나 도 데려가도 되잖아.”
“회사 사람들도 간다니까.”
설사 회사 사람들이 가지 않는다 고 해도 강은영만은 데리고 가고 싶 지 않다.
어릴 때는 제가 나름 예쁘고 귀
여웠는데.
이제는 외모도 훨씬 나아져 밖에 내보내면 예쁘다는 소리를 수도 없 이 듣고 다니게 됐건만, 왜 날이 갈 수록 한심한가.
남매란 알 수 없는 관계다.
“오빠는 만날 중국이니, 미국이니 놀러 다니는데, 우리는 해외 한 번 도 못 가봤잖아. 돈 벌어서 성공하 면 뭐 해. 엄마랑 나랑 여행도 안 보내주고!”
“은영아, 아빠는?”
“아빠는 가게 열어야 하잖아요.”
딸자식은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을 제대로 실감하는 강유 환이었다.
“다음에, 다음에 데려갈게.”
“ 진짜?”
“……진짜.”
그 말을 백현정이 캐치했다.
“그래, 진호야. 우리도 가족 여행 한 번 가야지. 네 아빠는 평생을 살 면서 엄마 해외에도 한 번 안 데려 갔다. 아들 덕이라도 봐서 해외 한 번 가보는 게 엄마 소원이야.”
“제, 제주도는 갔잖아.”
“너나 많이 가세요.”
그렇게 강진호는 다음에는 꼭 가 족끼리 함께 여행을 간다고 약속하 고 나서야 허락을 구하고 방으로 돌 아올 수 있었다.
‘진이 빠지네.’
강진호가 고소를 머금었다.
그래도 허락을 해주셔서 다행이다 싶다. 예전이었다면 뭐 이런 일을 허락받느냐고 하겠지만, 지금 강유 환과 백현정은 강진호에게 벌어지는 이런저런 일에 모두 민감할 시기다.
구치소에서 나온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살면서 자식이 구치소를 들락거리 는 경험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 는가. 그래도 빨리 안정을 되찾아주 셔서 마음이 좀 놓인다.
침대에 걸터앉은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이번 한 번은 이해하지. 다만, 미리 말해두는데……
강진호가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부터 허락없이 내 집에 들락 거리면 머리를 부숴놓겠다.”
“용서하십시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혈마
가 머리를 숙였다. 강진호가 영 불 편한 기색으로 혈마를 바라보았다.
다른 곳은 상관없다.
하지만 이곳은 아니다.
강진호에게 있어서 이 집은 가족 들이 생활하는 곳이자, 무슨 일이 있어도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최후 의 저지선 같은 곳이었다.
그런 곳을 시커먼 놈이 흙발로 짓발고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살의 까지 생겨날 지경이었다.
혈마 역시 그런 강진호의 기분을 알았는지 더욱 깊이 머리를 조아렸 다.
“죄송합니다. 속하가 아직은 미진 하여.”
“됐다.”
강진호가 손을 털었다.
알고도 한 일이라면 가만두지 않 았겠지만, 이건 정말 몰라서 한 일 이니까.
“무슨 용무지?”
“중국 쪽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우선 회주님의 집 주위를 감시하던 이들은 모두 철수했습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CCTV를 통한 감시와 위성을 통한 감시도 모두 중지될 겁 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런데 진짜 위성까지 동원 해서 사람을 감시한 건가?”
“혼한 일입니다. 국제적 범죄자나 위험성이 높은 이들은 다들 위성 감 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 다.”
강진호가 얼떨떨한 얼굴을 했다.
비슷한 말을 듣기는 했지만 허세 겠거니 생각했는데, 설마 진짜 사람 하나 감시하자고 위성을 동원할 줄 이야.
스케일이 너무 큰 건지, 아니면 작은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 일이 다.
“다만, 한 가지는 알아두셔야 합 니다.”
“ 뭘?”
“감시를 멈춘 건 중국뿐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차라리 삼왕계도 위성 하나 씩은 가지고 있다고 하지.”
“거기는 이상하게 보수적인 면이 있어서 과학기술에 대해서는 거부감 을 보입니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이
답답해 죽으려고 하는 편이죠.”
차이커창 같은 놈들이겠군.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중국이 감시를 멈췄다는 건은 희소식이다. 이것만은 강진호 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대기권 밖에서 촬영하는 카메라를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건 슈퍼맨쯤 되어야 어떻게 해 볼 수 있다. 강진호는 아직 그런 수 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것.”
혈마가 품 안에서 서류 더미를
꺼내 강진호에게 내밀었다.
“중국에서 CCTV를 통해 회주님 을 감시하는 데 도움을 준 이들의 명단입니다. 아마 정부와 협상을 하 는 데 유용하게 쓰실 수 있을 겁니 다.”
“이현수에게 줘.”
“……이 실장님에게 말입니까?” 혈마가 고개를 갸웃했다.
“회주님, 아니, 마존이시여.”
호칭이 바뀐다.
이전까지는 공식적인 일이지만, 지금부터는 개인적인 말이라는 뜻이 었다.
“저는 마존께서 그를 신뢰하고 곁 에 두시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가 능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만 한 능력자들은 무인 중에서도 얼마 든지 구할 수 있잖습니까. 원하신다 면 제가 사람을 추천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 괜찮아.”
“ 하나••••••
“ 혈마.”
강진호가 낮은 목소리로 혈마의 말을 끊었다.
“내 눈에 너와 이현수가 얼마나 달라 보일 거라 생각하지?”
혈마가 고개를 푹 숙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강진호의 입장에서 혈마와 이현수 의 무력은 별 차이가 없다. 사람은 개미와 하루살이의 전투력을 비교하 려 들지 않는다. 그저 손가락으로 눌러 죽여 버리면 그만이니까.
“네가 모르는 이현수의 능력이 있 다. 오지랖은 적당히 떨도록 해.”
“예. 다시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예.”
“사람 사이에 어울려 살고 싶다
면, 무력으로 모든 걸 판단하는 기 존의 방식은 버려라. 그러니 마교도, 혈교도 시대에 뒤떨어지는 거다.”
“명심하겠습니다.”
강진호가 혈마를 가만히 바라보았 다.
이상하게도 혈마를 보고 있으면 예전 처음 이 세상으로 돌아왔을 때 의 자신이 생각난다. 그때의 강진호 도 세상에 적응하는 걸 힘겨워했다.
물론 지금이라고 편한 건 아니다 만.
“노력해라. 사람은 세상에 맞출 줄도 알아야 한다. 아무리 너희가
교에 귀의했다지만, 스스로 변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결국은 도태될 것이다.”
“예, 마존이시여.”
“ 가봐.”
“혹시 몰라 집 주변에 교의 술법 을 설치해 두었습니다. 혹여나 침입 자가 있다면 제가 먼저 알게 될 것 입니다.”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수고했다.”
“별말씀을.”
혈마가 아이처럼 웃는다.
그러고는 천천히 어둠에 잠겨서
사라져 갔다.
‘애 하나 키우는 기분이군.’
능력은 있지만, 사회에 적응하기 에는 모난 구석이 너무 많다. 저 모 난 부분을 깎아내려면 한참이 걸릴 것이다.
그건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강진호가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 다.
‘미국이라……
새로운 곳에 가는 건 흥분되는 일이라지만, 강진호는 흥분보다 오 히려 걱정이 앞섰다.
‘이번만은 별일이 없겠지.’
그냥 관광이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외국에 가는 건 언제나 업무의 연장선상이었다. 하지만 이 번만은 정말 업무와는 관련이 없어 서인지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이번에 진짜 무슨 일이 있으면 다신 외국에 안 나간다.”
지켜질지 모를 다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