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19)
마존현세강림기-1421화(1418/2125)
마존현세강림기 58권 (3화)
1장 미국 가다 (3)
“형, 연습 좀 그만해요.”
“ 응‘?”
“그러다가 컨디션 다 망치겠어 요.”
“……괜찮아.”
“내가 보기에는 좀 심한 것 같은 데.”
박유민이 쓴웃음을 지었다.
‘좀 과하게 하긴 했나?’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모조리 연습에 쏟아붓고 있으니 저 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평소의 박 유민도 연습벌레지만, 지금의 박유 민은 자신의 기본적인 연습량을 깔 끔하게 넘어서 있었다.
“연습 안 하면 영 불안해서.”
“오늘이 대회 날인데, 컨디션 망 치면 어떻게 하려구요? 벌써 안색이 안 좋은데, 혹시 어디 아픈 건 아니 에요?”
“그냥 좀 속이 안 좋은 정도다.”
“이 형, 큰일 날 형이네!”
최정우가 불안한 눈으로 박유민을 바라본다. 이제 보니 피부도 거칠고, 눈가도 거뭇거뭇하다.
“형, 원래 긴장 잘 안 하잖아요?”
사실은 긴장을 안 하는게 아니라, 긴장은 죽어라고 하는데 남 앞에서 티를 안 내는 것뿐이다. 하지만 지 금은 그 티를 안 낼 수 없을 정도 로 몸이 좋지 않았다.
“내가 세계 대회는 처음이라서.”
“갤럭시 때 우숭 밥 먹듯이 했잖 아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때는 세계 대회가 그냥 이벤트
전 같았거든.”
“아, 그건 그런데……
당시에는 국제 대회보다 한국 대 회의 위상이 높던 시절이다. 국제 대회의 상금이 한국 대회의 상금보 다 낮았으니 말해 뭣 하겠는가.
그렇기에 대표로 선출된 프로게이 머들도 보너스나 받는다는 심정으로 출전하고는 했다. 웬만해서는 해외 의 게이머들과 붙어서 질 일도 없었 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제는 한국 대회의 우승보다 세 계 대회의 우숭이 몇 배는 더 가치
가 높은 시절이 되었다. 난이도도 훨씬 올라갔고 말이다. 그러니 긴장 을 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 다.
“여하튼 연습 그만하세요. 이제 갈 준비 해야 돼요.”
“응, 알았어.”
그때, 감독인 오진형이 방으로 들 어왔다.
“다들 준비됐…… 유, 유민아, 너 안색이 왜 그러냐? 컨디션 망쳤어?”
“아뇨……. 저 괜찮아요.”
“괜찮은 게 아닌데? 너 어제 잠 은 좀 잤냐?”
박유민이 대답하지 않자 누군가가 대신 입을 열었다.
“유민이 형 어제 한 숨도 안 잤어 요. 밤새도록 솔랭 돌렸어요.”
“야, 인마! 프로 생활 일, 이 년 하는 놈도 아니면서 컨디션 조절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몰라서 그래?”
“……누우면 자꾸 불안해서.”
“아••••••
오진형이 뭔가 말을 하려는 순간, 박유민이 고개를 번쩍 들고는 말했 다.
“걱정하지 마세요, 감독님. 제가
컨디션 관리 못하는 거 보셨어요? 시합 때는 잘할 거예요.”
“그렇긴 하지만……
오진형이 불안한 눈으로 박유민을 바라봤다.
박유민이 그를 실망시킨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왠지 어쩐지 불안하다. 박유민의 안색이 저렇게까지 나쁜 것도 본 적이 없으니까.
“저 잠시 화장실 좀……
“어, 그래. 빨리 갔다 와. 이제 곧 출발해야 돼.”
“예.”
박유민이 화장실로 향하자 오규민
이 눈을 찌푸렸다.
‘ 괜찮을까?’
불안함을 감출 수 없는 오진형이 었다.
“후우.”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변기에 걸 터앉은 박유민이 양손으로 얼굴을 비볐다.
‘정신 차리자.’
화장실이 급한 건 아니었다. 그저 잠시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했다. 방으로 간다고 해도 다들 따라올 게 빤하니까.
‘이것도 병이야.’
새로운 뭔가가 있을 때마다 과도 하게 긴장하는 습관이 사라지지 않 는다. 다른 종목으로 첫 번째 우승 할 때는 친구들을 보고 안정했고, 이번 결승에서는…….
‘또 진호였네.’
박유민이 피식 웃었다.
돌이켜 보면 그의 인생에서 결정 적인 순간이 올 때마다 강진호가 있 었다.
‘졸업해야 할 텐데 말이야.’
친구의 도움을 받는다는 게 자존 심이 상한다든가 그런 게 아니다.
박유민은 강진호에게 있어서만큼은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는다. 어차피 그의 인생을 바꿔준 사람이 강진호 기도 하지만, 친구끼리 자존심을 내 세우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더 크다.
강진호 역시 그런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강진호의 도움이 없어도 잘 해낼 수 있는 박유민이 되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나 이만큼 강해졌다고, 이제는 나 도 누군가를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
이 되었다고 말이다.
“잘할 수 있다.”
박유민이 눈을 감고 몇 번이고 되뇌었다.
“잘할 수 있다.”
“표 여기 있습니다!”
이현수가 손에 든 표를 강렬하게 혼들었다. 손에 들린 표들이 마치 돈다발처럼 펄럭인다. 저 많은 표를 준비해 왔다는 걸 어떻게든 자랑하 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걸 다 산 거야?”
“예! 제가 해냈습니다, 회주님!”
강진호가 살짝 뚱한 얼굴로 말했 다.
“그런데 그거 구단에 전화하면 받 을 수 있지 않나?”
“……에이, 그거도 장수가 있는 거죠. 40장을 어떻게 받습니까. 그 게 돈이 얼만데?”
“그도 그러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설사 받을 수 있다고 해도 그쯤 되면 박유민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 이 일에 있어서만큼은 이현수를 칭 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다 연석인가?”
“후후후후, 물론이죠. 중간에 이가 하나 빠질 뻔했습니다. 죽어도 갈 거라고 절대 안 판다는 사람이 있더 라구요.”
“그래서?”
“기발하게 처리를 했죠. 더 좋은 자리를 사서 그거랑 바꿨습니다. 좋 아하던데요?”
천재다.
이 인간은 천재가 분명했다.
“그럼 이제 들어가면 되는 건가?”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인파가 생각보다 엄청 나다.
“……게임 결승에 사람이 이렇게 많이 찾아온다고?”
“무슨 아저씨 같은 말씀을 하십니 까? 이제는 게임도 당당한 문화의 한 종류죠.”
그건 강진호도 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인파는 강진 호가 생각하던 것에 비해 너무 많았 다. 이 큰 경기장을 게임을 보러 온 사람으로 가득 채운다고 생각하니 황당할 정도였다.
“그래도 사람이 너무 많은데.”
“미국이라 그런 겁니다. 여기는 한국이랑 다르죠. 내수 시장에서 특
이한 취향이 있는 사람만 모아도 한 국보다 파이가 큽니다. 그러니 온갖 문화가 다 발달할 수 있는 거죠.”
“그렇구나.”
“그리고 미국인들은 자기가 좋아 하는 것에 돈을 안 아낍니다. 그런 거에 돈 쓰는 게 아깝다는 소리를 안 듣거든요. 한국은 게임에 현질만 해도 한심하다 소리 하는 꼰대들이 있잖습니까?”
그 꼰대 중 하나인 강진호가 조 용히 입을 다물었다.
‘말을 할 때 조심해야겠다.’
요새는 뭔 말만 하면 꼰대 취급
을 받을 것 같으니까. 아니, 어쩌면 강진호가 나이를 먹은 건지도 모르 고.
“들어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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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호가 살짝 긴장한 얼굴을 했 다.
본인은 목숨을 건 싸움을 해도 긴장이라는 걸 모르는 강진호지만, 주변 사람들의 일에는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된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 서 숭패를 가르는 경기를 해야 한다 니, 박유민이 얼마나 긴장이 될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형, 유민이 형 괜찮을까? 그 형 소심해서……
한진성도 불안한지 자꾸 주변을 둘러본다.
환경이 낯선 탓도 있지만, 인파에 질려 버린 것도 있다. 한국에서 경 기장에 갔을 때는 딱히 이런 기분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보고 있으니 살 이 떨린다.
“우리도 이런데 유민이 형은 어떻 겠어? 공황장애 오는 거 아냐?”
“오빠는 그 입 좀 다물어! 제발 좀!”
조미혜가 타박하자 한진성이 입을
삐쭉 내밀었다.
“나는 그냥 걱정한 건데.”
“걱정도 하지 마! 말도 하지 마! 아니, 그냥 오빠는 아무것도 하지 마!”
세상에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을 갚는 사람도 있지만, 입만 열면 매를 부르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괜찮을 거야.”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생각보다 강하니까.”
“우와, 사람들 끝내준다.”
“그러게?”
거대한 원형 경기장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열기가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주최 측에서는 분위기 를 더 띄울 요량인지 조금 전부터 게임 아이템 코드가 담긴 인형을 사 방으로 쏘아대고 있었다.
인형이 떨어지는 곳마다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섰다가 다시 자리에 앉 기를 반복한다.
“나, 저 인형 가지고 싶은데.”
“너 게임도 안 하잖아.”
“그래도 인형이 귀엽잖아.”
“이따 나갈 때 사. 거기 팔더라.”
“그래야겠다.”
아이들의 말을 들으며 강진호가 슬쩍 주변을 둘러본다.
과연 이현수가 호언장담한 대로 자리는 정말 좋았다. 이보다 더 좋 은 자리도 있긴 하지만, 이 인원이 모두 앉을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하면 더 좋은 자리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요즘 나 유민 씨 대회 자주 보러 다니네.”
“그러게요.”
그러고 보면 지난 부산 대회도 최연하와 같이 갔던 것 같은데.
“심지어는 저 요즘 종종 TV로도
봐요. 계속 보다 보니까 재밌던데 요?”
“그래요?”
강진호가 뜻밖이라는 듯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그가 알기로 최연하는 게임 같은 건 그리 즐기지 않는다. 스스로 게 임을 하지 않는 사람이 게임 방송만 챙겨 본다는 것도 특이한 일이다.
“예. 애들끼리 모여서 서로 죽이 려고 악쓰는 것 보면 스트레스가 풀 리거든요.”
이건 성향의 문제인가, 아니면 인
성의 문제인가.
강진호는 굳이 그 답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모르는 게 낫지, 모르는 게.
“근데 진짜…… 와, 이거 내가 다 긴장되네. 아까부터 심장이 뛰어서 정신을 못 차리겠어요.”
요으…… ”
..•
강진호가 주변을 보며 고개를 끄 덕였다.
한국에서는 선수가 긴장하지 않도 록 스스로 자제하는 측면이 좀 있는 데, 미국은 문화가 다른 모양이다. 아직 선수들이 입장도 하지 않았는
데 벌써부터 사방에서 소리를 질러 대고 난리도 아니었다.
팀을 응원하는 챈트(Chant)들이 연이 어 터지고, 어디선가 휘슬도 불어 댄다.
“정신없겠는데, 여기서 경기가 될 까? 유민 씨 긴장하겠는데?”
“저 안으로는 소리가 안 들려요.”
“어? 그래요?”
“네. 무슨 기술인지는 모르겠는데, 소리를 막는다고 하더라구요.”
“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기다려 주 지 않네요. 만날 나만 놓고 가.”
그건 강진호도 동감이다.
‘경기 전에 한 번 봤으면 좋았을
텐데.’
응원을 하러 온 상황이다 보니 박유민을 미리 만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워낙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서 숙소로 찾아갈 시간도 나지 않았다.
지금 그들도 버스를 대절하여 숙 소로 짐을 미리 보낸 다음 몸만 경 기장으로 바로 온 상황이니까.
강진호가 살짝 긴장한 눈을 했다.
박유민은 저번 대회에서도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럼 이번 대회에 서도 그럴 확률이 높다. 결승전이라는 건 언제나 긴장이 되는 곳이니까.
그 순간, 선수들이 입장하기 시작 했다.
장내 아나운서의 큰 목소리와 함 께 한 명 스테이지로 걸어 나온다.
그러다 이윽고 박유민의 아이디가 호명되는 순간,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보육원 아이들이 다들 당 황하여 주위를 돌아봤다.
“뭐, 뭐야? 유민이 형 인기 왜 이 렇게 좋아?”
그것도 미국에서?
심지어 입장하던 박유민도 당황한 건지,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