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20)
마존현세강림기-1422화(1419/2125)
마존현세강림기 58권 (4화)
1장 미국 가다 (4)
[예. E스포츠의 레전드가 지금 입 장을 하고 있습니다. E스포츠에 조 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사람이죠? 갤럭시의 지배자였던 박유민, SS_Chaser가 지 금 입장합니다.] [환호가 장난이 아니네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캐스터께 서도 조던이 다시 돌아와 농구를 한 다면 어쩌시겠습니까?] [빤한 소리를 하시는군요. 바로 불스의 표를 구매해야죠.] [E스포츠 팬들에게는 SS_Chaser 가 바로 그런 존재죠. E스포츠의 조 던. 하지만 살짝 올드한 조던이죠. 많은 사람들을 SS_Chaser가 활약하 던 시대는 지금처럼 E스포츠가 활 성화된 시절이 아니었으니까요. 그 런데 그 레전드가 다시 돌아온 겁니 다. 인기가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하 겠죠.] [적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미국 에서조차 말이죠.] [레전드에 대한 예우는 국적을 가 리지 않는 법이죠. 이곳에 모인 미 국 팬들은 대부분은 북미팀이 이기 기를 바라고 있겠지만, 그렇다 해서 SS_Chaser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지 는 않을 겁니다.]아니나 다를까, 아나운서의 말과 함께 박유민의 아이디를 외치는 챈 트가 이어졌다.
그 함성이 얼마나 컸는지, 뒷사람 의 입장이 지연될 정도였다.
“와! 유민이 형 인기 많구나!”
“그러게. 진짜 인기가 많네…….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여기서 인기가 더 많은 것 같은데?”
“미국 애들은 화끈하네.”
보육원 아이들의 반응을 들으며 강진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 역시 한국보다 여기의 반응이 더 크게 느껴졌다. 문화의 차이인지, 아니면 예우의 차이인지 모르겠지 만.
“그냥 즐길 줄 아는 거야.”
최연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들 그러면서 노는 거지. 한국 도 콘서트장은 그렇잖아.”
“안 가봐서 잘 모르겠어요.”
“……언니가 미안하다. 꼭 데리고 갈게.”
강진호도 최연하의 말에 동의했 다. 한국은 승패가 무엇보다 중요한 곳이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승 패보다는 그저 이 결승을 즐기겠다 는 마음이 강해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문화가 한 국보다 뛰어나다는 건 아니지만, 그 런 차이는 확실해 보였다.
[하하하, 그렇죠. 제가 하나 의아 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왜 박유민의 아이디가 추적자라는 의미를 가지냐
는 겁니다. 박유민 정도 되는 레전 드라면 포식자나 사자 정도는 붙여 줘야 할 텐데 말이죠. 예전에는 SS 의 의미에 대해서도 많은 말이 있었 죠. ‘길드명이다’부터 시작해서. 하 지만 다 틀린 걸로 확인되지 않았습 니까?] [본인이 아직 말하지 않고 있으 니, 알 수 없는 일이죠. 혹시 압니 까, 오늘 우숭하게 되면 그 의미를 들을 수 있을지.]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박유민의 아이디 앞에 붙는 으으의 뜻은 별게 없다. 그냥 성심의 약자
다.
박유민이 프로로 입단하면서 보육 원 아이들과 함께 경기한다는 의미 로 앞쪽에 성심을 붙인 것이다.
그리고 추적자의 의미도 별게 없 다.
[너, 쫓아갈 거야.]‘바보 같기는.’
누가 누굴 쫓는단 말인가. 지금은 되레 강진호가 박유민을 쫓아야 할 판이다.
“유민이 형, 엄청 긴장한 것 같은 데‘?”
“……저 형, 얼굴 썩었어.”
“원래 썩어 있잖아.”
“방금 누구야? 자수해. 담가 버릴 테니까.”
“죄송.”
강진호가 박유민을 보며 미간을 살짝 좁혔다.
부산 때보다 컨디션이 더 안 좋 아 보인다.
아이들도 그걸 느꼈는지, 자리에 서 벌떡 일어나 박유민을 향해 세차 게 손을 혼들었다. 하지만 박유민은 이쪽의 아이들을 발견 못했는지 시 선을 주지 않았다.
무대에 서본 경험이 많은 최연하
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조명을 저렇게 쏴대면 관객이 안 보여. 아마 지금 보이는 건 하얀 빛 뿐일걸? 아무리 손 흔들어도 안 보 여, 얘들아.”
“아, 그럼 미리 만났어야 하는 데……
“형, 유민이 형 잘 할 수 있을 까?”
아이들의 불안한 물음에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잘 못해도 돼.”
“웅?”
“꼭 이겨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이왕이면 이기면 좋 지.”
물론 그 말에는 강진호도 동의한 다. 패배한다고 해도 박유민을 보는 그들의 시선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 을 것이다.
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
그동안 한 노력을 생각해서도, 박 유민의 커리어를 생각해서도 여기까 지 왔으면 이기는 게 좋다.
강진호가 박유민을 빤히 바라보았 다.
‘이겨라.’
‘아무것도 안 보이네.’
박유민이 멍하게 앞쪽을 바라보았 다. 쏘아대는 조명 때문에 눈이 아 프다. 하지만 차라리 다행이었다. 얼 핏 보기에도 어마어마하게 사람이 온 것 같은데, 괜히 인파를 눈으로 보기라도 했다면 질려 버렸을 것이 다.
“집중하자.”
박유민이 막 눈을 감고 심호홉을 하려는 순간,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그러고는 뭐라고 질문
을 하기 시작했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통역이 재 빨리 동시통역을 시작했다.
“E 스포츠의 레전드로서 마침내 최고의 무대까지 올라오셨는데요. 감상이 어떤지, 그리고 이 결승에 임하는 각오를 부탁드립니다.”
박유민이 당황한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팀원들이 그를 빤히 바 라보고 있다.
살짝 눈을 감았다가 뜬 박유민이 조금 단호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제가 레전드라 불리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팬분
들께서 좋게 봐주셔서 가능했던 호 칭이죠.”
이건 솔직한 박유민의 심정이었 다.
“하지만……
박유민이 단호한 얼굴을 한다. 모두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의 친구들, 그리고 보육원의 아 이들. 아마도 지금쯤 다 TV 앞에 모여 앉아서 그를 웅원하고 있겠지. 그리고 그 사람들이 지금 그에게 하 고 있을 말도 알 것 같다.
– 당당하게.
그래, 당당하게.
“오늘 이 자리에서 이기고 진짜 레전드라는 호칭을 얻어 가겠습니 다. 살아 있는 레전드라는 호칭을 요.”
통역이 끝나자마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 말에 홍분한 건 보육 원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으아아아아! 유민이 혀어어어 엉!”
“저 형이 웬일로 멋진 소리를! ‘그냥 열심히 하겠습니다’나 할 줄
알았는데!”
“죽여! 죽여! 다 죽여 버려!”
“야, 저 새끼 말려라. 흥분했다.”
최연하가 휘파람을 불었다.
“유민 씨가 저런 말도 할 줄 아네 요?”
“사람은 계속 성장하니까요.”
강진호가 박유민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자신감이 없을 이유도 없지. 쌓아왔으니까.
강진호만 싸워온 게 아니다. 강진 호의 주변 사람들은 언제나 싸워왔 다. 박유민 역시 자신만의 전장에서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가 가진 재능이 유별났다지만, 한계 없이 스 스로를 몰아붙이고, 자존심을 세우 지 않고 배우려는 자세가 아니었다 면 절대 여기까지는 오지 못했을 것 이다.
그렇기에 강진호는 박유민이 자랑 스럽고 대견했다.
‘미리 만날 필요 같은 건 없지.’
강진호가 도와주지 않아도, 컨디 션을 완전하게 만들어주지 않아도, 이제 박유민은 스스로의 힘만으로도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의 숭리에 불순물을 끼얹을 필
요는 없다.
박유민이 말을 하고 나서 겸연쩍 은 표정을 짓자, 진행자가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오늘 이 자리에서 상대팀에 게 한 수 가르쳐 주시겠다는 건가 요?”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질문이 다. 박유민도 통역을 듣고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얼굴 을 굳혔다.
“가르친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하 지만 이 E스포츠계에서 아직은 제 가 최고라는 것을 중명하고 싶습니
다.”
보육원 아이들이 박수를 친다.
“미쳤다. 유민이 형 오늘 미쳤 어!”
“저 사람이 만날 카레만 하는 사 람이라니!”
“그게 여기서 왜 나와?”
“여하튼 멋있잖아!”
“그건 인정합니다.”
강진호조차 뭔가 흥분되어 엉덩이 를 들썩거렸다. 살면서 박유민의 입 에서 저런 말이 나올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오늘 유민 씨 건방 좀 떠네? 너
무 좋은데?”
박유민에게 항상 부족하던 게 자 신감이다. 그런데 그 자신감이 지금 이 순간 폭발하고 있었다.
진행자도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추임새를 넣었다.
“와우, 정말 자신감 넘치는 대답 이었습니다. 그럼 이어서……
인터뷰가 뒤로 넘어가자 박유민이 얼굴이 화끈거린다는 듯 얼굴을 주 물러 댄다. 하지만 역으로 그의 안 색은 입장할 때에 비해서 훨씬 풀려 있었다.
강진호의 뒤쪽에 앉은 이현수가
작게 속삭였다.
“이런 데는 처음 와보는데, 이거 뭔 투기장 같은 느낌이 드네요. 분 위기도 엄청 살벌하고.”
“나도 처음에는 그 생각 했어.”
“……이거 재밌을 것 같은데, 총 회에도 도입할까요? 투기장 만들어 서 애들끼리 싸우게 하고, 내기도 걸게 만들면 부수입이……
“너는 게임 끝날 때까지 입 열지 마.”
이현수의 난을 간단히 제압한 강 진호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눈으로
앞쪽을 바라보았다.
“유민 씨 엄청 부럽네요.”
“네?”
“이 많은 사람들이 유민 씨가 경 기하는 걸 보러 여기에 온 거잖아 요. 미국인데도. 나는 명함도 못 내 밀겠어.”
강진호가 그 말에 새삼스러운 눈 으로 박유민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면 박유민은 이미 스타 다.
예전부터도 스타였지만, 지금은 정말 위상이 말도 못할 정도로 올랐 다.
“다시 해보려고. 내가 잘하는 게 게임이니까, 종목이 바뀌어도 나는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죽 을 각오로 노력해 보려고, 쉽지는 않겠지만.”
강진호의 입꼬리가 자꾸 말려 올 라간다.
이상한 기분이다.
친구들이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항 상 생각했지만, 친구의 일에 이렇게 까지 기분이 좋아진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승패가 어찌 되든 박유민을 업어 들고 ‘이 사람이 내 친구다!’라고 사 방에 소리치고 싶다.
자랑스러운 친구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
“경기 시작하는 모양인데?”
“유민이 형 잘 봐! 헤드폰 거꾸로 쓴 거 아닌지!”
“아니! 아까부터 어떤 새끼가 중 간에 자꾸 악담 넣어! 자수해!”
“형이다! 인마!”
“……진성이 형, 형이 자꾸 그러 면 안 되지.”
“내가 뭘 어쨌…… 아아아악! 아
악!”
조미혜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진성 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응원 하는 마음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 다.
심지어 강진호조차 그 광경을 보 며 고개를 끄덕였다.
‘쟤는 좀 맞아야 돼.’
여하튼 한진성이 정리되자 모두가 손을 덜덜 떨며 무대를 바라봤다. 중앙에 있는 거대한 화면에 선수들 의 얼굴이 하나씩 잡힌다.
채 긴장이 풀리기도 전에 경기가 시작되자, 강진호가 의자 손잡이를
꽉 잡았다.
혼자의 힘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박유민이다. 그리고 이 결승은 박유 민의 노력을 평가받는 자리다.
그저 응원하고 박수를 치는 것 외에 할 게 없는 강진호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 긴장돼요?”
최연하의 물음에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다른 사람들이 강진호 씨를 볼 때 느끼는 감정이에요.”
뜬금없이 날아온 돌직구에 강진호
가 움찔했다.
“오늘 벌 좀 받아야 돼. 경기 엄
청 오래갔으면 좋겠다.”
할 말이 없어진 강진호가 최연하 의 시선을 외면하며 화면을 바라봤 다.
다른 사람들이 정말 이 기분으로 강진호를 보고 있다면, 앞으로는 조 금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