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22)
마존현세강림기-1424화(1421/2125)
마존현세강림기 58권 (6화)
2장 접촉하다 (1)
“어, 언제 왔어?”
눈이 휘둥그레진 박유민이 강진호 들을 보며 얼떨떨해했다.
“오늘 왔지! 형, 오늘 진짜 멋있 었어!”
“오빠! 축하해!”
“아…… 아, 고마워!”
박유민이 그제야 더없이 환하게 웃는다. 메이크업을 한 얼굴이 땀으 로 범벅이 되어 있다. 하지만 저 미 소는 저런 얼굴이 아니면 나오지 않 을 것이다.
“유민 씨, 여기 손수건.”
“최, 최연하 씨도 오셨네요?”
“축하드립니다, 박유민 씨!”
“헐…… 실장님까지.”
박유민이 깜짝 놀라 모두를 돌아 보았다.
“아니, 이 먼 데까지 어떻게?”
“비행기만 타면 오는 세상인데, 뭐.”
“그래도……
박유민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먼 타지에서 한 고생이 눈 녹 듯 사라지는 느낌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때보 다 지금이 더 기쁜 것 같다.
“오올, 세계 챔피언.”
“오올, 세계 넘버원!”
“하, 하지 마.”
박유민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확 실히 놀리는 맛은 박유민을 능가하 는 이가 별로 없다.
박유민이 강진호를 보며 활짝 웃 었다.
“네가 데려왔구나.”
“그냥 보러 왔어. 딱히 할 일도 없고.”
이현수가 뒤에서 뭔가 중얼거렸 다.
“할 일도 없다는 말을 하시면 안 되는데. 할 일은 넘쳐 나는데……
“……넌 좀 가.”
왜 여기까지 따라와. 다른 총회 사람들은 벌써부터 호텔로 갔구만.
“어쨌든 축하한다. 정말 고생 많 았어.”
박유민이 씨익 웃는다.
평소라면 겸양을 떨 박유민이지
만, 이번에는 정말 고생이란 고생은 다한 것 같아 그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물이 안 맞아 탈이 나고,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제대로 먹지도 못하 고, 불안함에 잠도 잘 자지 못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마침 내 우승을 해냈다. 지금까지의 고생 을 한 번에 보답받는 이 심정은 겪 어보지 않은 이들은 모를 것이다.
“아아, 박유민 씨. 지금 심정이 어떠신가요?”
한진성이 장난스레 마이크를 들이 미는 시늉을 하자 박유민이 피식 웃
었다.
“김치찌개 먹고 싶다.”
“아, 최악의 답변이 나왔습니다. 무대 위에서 그 당당하던 박유민 씨 는어디로 갔나요.”
“오빠,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나 와.”
“……이상 중계를 마치겠습니다.” 모두가 건네는 축하를 받으며 박 유민이 활짝 옷었다.
“그래서, 언제 돌아가는 건데?”
“학교 가야 해서 애들은 내일쯤 바로 보내려고.”
“아…… 나는 뒤풀이 행사 있어서
시간이 안 나는데.”
“놀•러 온 거 아냐. 경기 봤으니 돌아가야지. 한국에서 보면 되잖아.”
박유민이 미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었다.
경기가 끝났다고 다가 아니다. 프 로들은 정해진 행사를 소화해야 한 다. 축하 파티와 쏟아지는 인텨뷰들 을 다 소화하려면 몸이 두 개여도 부족하다.
그걸 모두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 가야 진짜 휴식이 시작되는 법이다.
“자고 싶어 죽겠어.”
“푹 잘 수 있게 되는 것보다 나을
텐데?”
“그건 당연하지.”
강진호도 웃고 말았다.
박유민이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모 습은 강진호도 몇 번 본 적이 없다. 거꾸로 말하면 이번 우승이 그만큼 힘들었다는 뜻일 것이다.
“ 진호야.”
“응?”
“고마워.”
“•…”뭐가?”
박유민이 진지한 눈으로 강진호를 보며 말한다.
“너 아니었으면 절대 여기까지 못
왔을 거야.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졌 겠지. 바쁜데 시간 내서 연습해 주 고, 애들까지 데리고 와주고…… 정 말 고마워.”
“별소리를 다 한다.”
강진호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오길 잘했어.’
박유민이 우승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까지 보 고 있으니 뭔가 개운해지는 느낌이 다. 한동안 강진호에게는 이리 소소 하게 기뻐할 일이 없었으니까.
이제야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실감 이 난다.
“형! 형! 이왕 이렇게 된 거, 형 이 진호 형한테 말 좀 잘해서 우리 하루만 더 놀다 가게…… 악! 아아 아악! 귀! 내 귀!”
조미혜가 한진성을 제압해 끌고 가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 다.
“……예전에는 쟤가 그래도 똑똑 했는데.”
“그러게.”
강진호와 박유민이 끌려 나가는 한진성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서 그럼 너도 내일 돌아가?”
“나는 조금 더 있어보려고.”
“웅? 같이 안 가고?”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오랜만에 외국에 왔는데 좀 쉬어 볼까 하고.”
“아•…”
박유민이 강진호의 어깨를 두드렸 다.
“잘 생각했어. 너는 좀 쉬어야 돼.”
“내가 해보니까 알겠는데, 이게 열심히 하고 노력한다고 다가 아니 더라. 적절하게 안 쉬어주면 머리가 잘 안 돌아가. 그냥 반복이 될 뿐이
야.”
삶도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쉴 새 없 이 무언가를 하고 노력하면 남들보 다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고장이 난다.
“넌 그동안 너무 열심히 달렸어. 이제는 좀 쉬어 가야지.”
“그럴려고.”
박유민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 안 해도 잘 알아서 하겠 지만 말이야.”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가 박유민
을 불렀다.
“유민이 형! 유민이 형! 어? 안녕 하세요?”
박유민의 팀 동료인 최정우가 강 진호를 보고 꾸벅 인사를 한다.
“저번에 한 번 뵈…… 헐, 최연 하…… 최연하 씨 맞죠?”
“네. 안녕하세요.”
“최연하 씨가 왜 여기에? 아, 아 니, 이게 아니지. 저 사인 좀! 사인 좀 부탁드릴게요! 사진 한 방 찍어 도 되나요?”
박유민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나 찾았잖아. 왜?”
“지금 그게 중요한…… 아, 아니 지. 중요하지. 형, 감독님이 빨리 오 시래요. 지금 주최사 인터뷰 있다 고.”
“응. 알았어. 먼저 가. 나도 바로 갈게.”
“저, 저는 사인……
“너는 인터뷰 안 해?”
“……해야죠.”
최정우가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간 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유민이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 가봐야겠다.”
“얼른 가봐.”
“미안하다, 진호야, 얘들아. 이렇 게 먼 곳까지 와줬는데, 내가 지금 스케줄이……
“아무도 섭섭해하지 않으니까, 그 냥 가. 대신에 한국 오면 한턱 크게 쏘고! 상금 엄청 받는다던데!”
“그건 내가 자신 있어!”
박유민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 한다.
“매번 진호만 쏴서 내가 미안했는 데, 이번에는 내가 화끈하게 쏠게!”
강진호가 웃으며 박유민의 등을 밀었다.
“알았으니까 얼른 가봐. 다 기다
리겠다.”
“그래, 한국에서 보자. 다들 진짜 고마워!”
박유민이 손을 흔들며 멀어지자 다들 미소를 지으며 배웅했다.
“형 엄청 바쁘네.”
“월드 챔피언이니까. 게임사에서 도 광고 영상 뽑아야 하고, 인터뷰 도 내야 하니까 할 일이 많겠지.”
“나는 우승만 하면 다 끝날 줄 알 았는데.”
“인생이라는 게 그렇지 않단다.” 강진호가 아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피식 웃었다.
애들이 하는 말치고는 너무 조숙 하다. 그게 이 보육원 아이들의 특 징이지만 말이다.
“그만 돌아가자.”
“예, 형!”
아이들이 우르르 돌아서자 강진호 가 뒤쪽을 한 번 힐끔 보고는 몸을 돌렸다.
“와! 방 진짜 좋다!”
“엄청 비싼 거 같은데, 이 방?”
“우리 집도 이랬으면 좋겠다.”
마지막 말을 들은 조미혜가 눈을 찌푸렸다.
“뭔 다 쓰러져 가는 보육원에서 온 것처럼 말하고 있어! 우리 보육 원 정도면 웬만한 가정집보다 배는 좋은 건데.”
“그래도 여기가 더 좋잖아, 누나.”
“호텔은 원래 그런 거야. 우리 보 육원 정도면 웬만한 호텔에도 안 꿀 리니까, 그런 말 하지 마. 알았어?”
“넵!”
그제야 조미혜가 표정을 푼다. 그 러고는 슬쩍 강진호를 돌아보았다.
“오빠, 애들이 철이 없어서……
“됐네요.”
대답은 강진호가 아니라 한진성에 게서 나왔다.
“진호 형이 언제 그런 거 신경 쓰 는 것 봤어? 하지 마라. 괜히 말 길 어졌다고 보육원 새로 짓겠다고 할 까 봐 무섭다.”
살짝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강 진호가 헛기침을 했다.
“형, 쓸데없는 짓 하지 마. 그거 오버야.”
“난 아무 말도 안 했다.”
아이들이 침대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며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한 번씩 데리고 나올 걸 그랬네.’ 해외로 나왔다는 것, 그리고 호텔 에 왔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보 육원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놀러 왔 다는 사실이 이 아이들을 흥분시키 는 모양이다.
예전에 놀이공원에 가서 사고가 난 이후로는 아이들을 데리고 멀리 가본 적이 없다. 딱히 꺼려졌다기보 다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 에 가깝지만.
“내가 생각이 짧았네. 이제부터는 자주 놀러 다니자.”
“형.”
“웅?”
한진성이 빙그레 웃는다.
“사람은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함부 로 하지 않는 거야. 애들한테 괜한 기대감 심어주지 마.”
“아니, 진짜로.”
“저번에 스키장이 어쩌고 하지 않 았나?”
말문이 막혀 어버버대자 한진성이 빙그레 웃으며 강진호의 어깨에 손 을 올렸다.
“괜찮아, 괜찮아. 다들 이해해, 형. 형이 바쁜 거야 세상 사람들 다
아는 거 아니겠어? 다만, 사람은 말 을 할 때 조심해야 한다는 거지.”
“와, 진성이 오빠가 그런 말을 하 네?”
“내로남불도 이 정도면 병 아닌 가?”
“죄송합니다.”
한진성이 시무룩한 얼굴로 의자에 가 앉았다.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 고는 조미혜에게 말을 건넸다.
“저녁은?”
“호텔에 식당 있대. 나가서 먹는 것도 생각해 봤는데, 비행기 타고
오느라 피곤하기도 하고, 오늘은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호텔 식 당에서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싶거 든? 오빠는 어떻게 생각해?”
“그럼 그러자.”
“응. 그럼 애들 준비시킬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부지런히 애들을 단 속하고 다니는 조미혜를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대단한 애야.’
이 보육원에는 항상 저런 애들이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알아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는 아이들. 그리고 언제나 해야 할 것 이상을 하려고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는 아이들.
저런 아이들이 있어서 강진호도 언제나 보육원을 찾는 것이다.
강진호가 몸을 돌려 테라스로 나 갔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여긴 금연 구역이 거의 없네.’
문을 닫은 강진호가 주변을 둘러 보았다. 테라스 곳곳에 담배를 피우 러 나온 사람들이 보인다. 안심한 강진호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천천
히 연기를 빨아들였다.
“후우.”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지만, 오 늘은 다른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박유민이 말했듯이 강진호는 이곳에 쉬러 왔으니까. 복잡한 한국의 사정 같은 건 적당히 밀어둬도 될 것이 다.
의자에 앉은 강진호가 몸을 젖히 고 천천히 담배를 피웠다.
“확보했습니다.”
“흐음.”
모니터를 바라보는 검은 정장의
사내가 선글라스를 벗고는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이자가 그 강진호인가?”
“그렇습니다.”
“……그리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 데, 이자가 그 삼왕과 대등한 강자 라는 거로군. 동양인들은 확실히 이 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화면 안으로 보이는 강진호의 모 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사내가 숙였 던 몸을 일으키며 다시 선글라스를 꼈다.
“감시를 늦추지 마.”
“예.”
사내가 모니터를 빤히 보다가 고 개를 돌렸다.
‘강진호라……
얼마나 대단한 사내기에 그들까지 동원되어 감시해야 하는지는 모르겠 지만…….
‘세상도 곧 알게 되겠지.’
이미 무인계의 축도 이동하기 시 작했다는 것을 말이다.
저 태평양 너머가 아니라 바로 이곳.
미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