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23)
마존현세강림기-1425화(1422/2125)
마존현세강림기 58권 (7화)
2장 접촉하다 (2)
“흐음.”
위긴스가 미묘한 시선으로 창밖을 바라본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이현수의 물음에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적당한 곳에 포탈을 설치해야 할 텐데, 그런 곳을 물색하는 일이 쉽 지 않아서 그러네. 원탁에 정보를 요청했는데, 마스터께서 최근 미국 과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아서 돕기가 어렵다고 하시는군.”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다구요?”
“원래 미국과 영국의 관계는 미묘 한 편이니까. 둘도 없는 동맹이기도 하지만, 둘도 없는 앙숙이기도 하지. 사안과 시기에 따라서 대응이 확 달 라지는 게 둘의 관계지.”
위긴스가 살짝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지금은 관계가 저점을 찍
는 상황 같더군.”
“저점이요? 딱히 별일은 없던 것 같은데요?”
“미국은 원탁이 총회와 손을 잡은 걸 탐탁찮게 여기네.”
“설마…… 인종차별?”
“미국이라는 사회에 인종차별이 완전히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 하지만 이건 그것과는 다른 문제네. 미국은 무인계의 패권마저도 자신들 이 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라니 까. 그저 원탁이 자신들이 아닌 총 회의 손을 잡는 게 마음에 들지 않 았겠지. 예전부터 구애해 왔거든.”
“미국이요?”
“당연한 것 아닌가. 아무리 미국 이라고 해도 자신들의 힘으로 모든 걸 할 수는 없는 법이지. 그러니 동 맹을 만드는 거고.”
“아뇨. 그 부분이 아니라……
이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미국이 구애를 하는데, 원탁에서 는 미국의 손을 잡지 않았다는 뜻 아닙니까. 굳이 거절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그건 또 미묘한 이야기지.”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 다.
“일단 자네는 이해하기 힘든 말일 지도 모르지만, 유럽인들은 미국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네. 지금의 미국은 인정하지만, 그 미국 이 유럽에서 나왔다는 우월감과, 지 금 당장은 미국에게 확연하게 밀린 다는 좌절감을 동시에 느낀다고나 할까?”
“……저, 그거 이해하겠는데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데, 그 거?
“그렇다면 이야기가 쉽지. 게다가 특히나 원탁은 유럽의 전통을 고수 하는 면이 있네. 좋게 말하면 전통
을 지켜 나가는 거고, 나쁘게 말하 자면……
“꼰대겠죠.”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는 않지만, 그 이상의 표현을 찾기 도 어렵겠군. 여하튼 그렇다네. 그래 서 미국과 동등하게 손을 잡는 걸 그리 반기지 않아.”
“흐음.”
이현수가 그래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원탁이 그런 경향을 가질 수 있 다는 건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마스 터께서는 실리주의자 아니십니까.
명분보다 이득을 우선시하시는 그분 이 그런 사소한 감정적 요소 때문에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와 손을 잡 지 않는 건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만‘?”
“미국의 시스템이 문제인 거지.” 위긴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역사가 없 어.”
“그것도 어디서 많이 들은……
“아니, 아니야. 비하하는 게 아니 라 상황을 설명하는 걸세. 자네, 무 인계의 기본적 요소가 뭐라고 생각 하는가?”
“무학이요?”
“그렇지. 하지만 좀 더 디테일하 게 말하자면, 아직 과학이 발전하기 전에 무학이 퍼져야 한다는 거지. 무학을 모르는 이에게 무학과 총,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뭘 고르겠나?”
“저는 총이요.”
“그렇지. 대부분은 그렇단 말일세. 초심자가 무학을 익혀 총을 이기기 위해서는 최소 십 년 이상의 고련이 필요하지. 그것도 개활지가 아니고, 거리가 가깝다는 전제가 있어야 겨 우 붙어볼 만해진단 말이야.”
위긴스가 작게 ‘마법은 다르지만’ 이라 중얼거렸지만, 이현수는 깔끔 하게 그 말을 무시했다.
“그런데 미국은 총이 생겨난 이후 세워진 국가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서……
“다른 국가들처럼 무인계의 체계 가 생겨날 수가 없었다?”
“정확하네.”
위긴스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 다.
“화려하지. 더없이 화려하게 꽃핀 국가네. 자꾸 내가 이런 식으로 말 을 하니 열등감에 사로잡혀 미국을
비하하는 것 같은데……
“무인계 같은 거 없어도 미국의 대단함은 전혀 변함이 없죠.”
“……그렇지.”
위긴스가 턱을 쓰다듬었다.
“문제는 그 대단함일세. 미국인들 은 스스로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아. 그리고 대단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알지. 탐욕이지. 좋은 의미로 탐욕이야. 더 강해지고, 더 위대해지고, 더 큰 영 향력을 원하지. 그게 드러난 세계든 드러나지 않은 세계든 말이야.”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한다.
“냉전 시대에 소련과 정보 전쟁을 치르던 미국 아닌가. 그런 이들이 무인계에 대한 정보를 모으지 않았 을 리가 없지. 그나마 그들이 전쟁 을 한 상대가 똑같이 무인계의 영향 력이 미미한 소련이기에 망정이지, 중국이었다면 세계는 지금쯤 지금과 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걸세.”
“그 말은……
이현수가 미묘한 표정으로 말했 다.
“국가 차원에서 무인들을 키운다 는 겁니까? 중국 놈들이 그런 것처 럼?”
“거꾸로지. 미국이 중국을 배운 게 아니라 중국이 미국을 벤치마킹 한 거지. 미궁에 있어서 무인은 군 인에 지나지 않아. 국가에서 직접 육성하고,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지. 우리처럼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 지 못했단 뜻이네.”
이현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 다.
군인과 같은 무인.
이건 이현수도 몇 번이나 생각해 본 문제다. 언젠가 무인계는 그런 식으로 세상에 편입되지 않을까 하 고 말이다.
카드를 거의 쓰지 않은 중국이 일반 화폐에서 카드를 건너뛰고 바 로 모바일 결제 시스템으로 전환하 고 있는 것처럼, 현존하는 무인계를 처리할 필요가 없는 미국은 다음 세 대의 무인계의 모습을 지금 이 순간 만들어내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그럼 그게, 음……
이현수가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회주님이 미국에 들어온 사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미국의 무인 계가 아니라 미국 정부, 그 자체가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지.”
“아니, 그건 좀 무서운데……
이현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미국의 무인계라는 말은 딱히 감 훙을 주지 못한다. 무인계로 한정하 자면 한국은 그래도 동아시아 삼국 의 말석이나마 차지하고 있는 국가 다.
실제 국력도 마찬가지지만, 동아 시아가 아니라 다른 곳에 붙어 있었 다면 지역의 깡패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딱히 알려지지도 않은 미국의 무 인계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상대가 미국의 무인계가
아니라 미국이라면 다르다.
확고부동한 전 세계 원톱 국가.
전 세계와 전쟁을 벌여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불리는 곳이 바로 미국이 아닌가.
그런 이들이 강진호를 주시한다?
‘나원, 살 떨려서.’
이현수가 상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럼 지금도 회주님이 감시를 받 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까?”
“입국 심사가 들어간 순간부터 감 시가 시작되었을 거네. 말하지 않았 는가, 그들이 로드의 입국을 막지
않은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말일세.”
“……그럼 위험한 것 아닙니까?”
“글쎄.”
위긴스가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위험이라……
미국이 강진호를 제거하려 들거 나, 위협을 가할 생각이 있다면 그 렇겠지. 하지만 위긴스는 그럴 가능 성은 전무하다고 생각했다.
우선 강진호는 건드려서 이득이 될 사람이 아니다. 지금 미국의 입 장에서 강진호를 공격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단 하나도 없다.
일본이 무너진 이상, 한국은 중국 의 옆에서 그들을 견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국가다. 물론 무인계의 세상에서 말이다.
현실에서 미국이 괜히 일본과 한 국에 주일미군, 주한미군을 두고 있 는 게 아니다. 모두가 중국과 러시 아를 견제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무인계에서는 한국의 무인계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 서는 오히려 강진호가 중국에 쉽게 당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지도 모 를 판인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합리적인 이
성으로 움직이는 나라라면……
“그럼 위험하겠네요.”
“말을 정정하지. 미국이라는 나라 가 국익에 민감하다면……
“그럼 안전하겠네요.”
너무 찰떡같이 알아들어서 조금 짜증 나는 것 같은데?
위긴스가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여하튼 내 생각은 그렇다네. 미 국의 입장에서는 로드께서 중국의 정부와 관계를 맺는다는 건 탐탁찮 게 여기겠지만, 그것 때문에 로드를 제거하려 들지는 않을 걸세.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제공하여 로드를 자신 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하겠지. 그 게 미국의 방식이니까.”
“으음.”
이현수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이거, 뭐라고 해야 하지? 외부 세계랑 상황이 비슷해져 가는 것 같 은데?’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초강대국.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 있는 한 국.
중국은 중국대로, 미국은 미국대 로 한국에게 어느 편에 설 건지 확 실하게 노선을 정하라고 으르렁대는
상황.
그나마 외부 세계보다 상황이 나 은 것은, 한국의 무인계가 그래도 미국이나 중국에게 경제적으로 휘둘 리지는 않는다는 점이겠지만…….
‘그것도 알 수 없지.’
미국이 제재를 가해 한국의 경제 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MK나 총회 도 무사할 수 없을 테니까.
여하튼 미국과 척을 진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
“그럼 사이좋게 잘 지내면 되겠 죠.”
“나도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만 말이네……
위긴스가 떨떠름한 얼굴을 턱수염 을 쓸어내렸다.
“돌이켜 보면 모든 일은 항상 그 렇게 시작했지. 서로 좋게좋게 대화 로 풀면 된다고 말이야. 그런데 결 과는 항상 어땠지?”
“전쟁이 났죠.”
“……이유는 뭐지?”
“회주님이 뒤집어엎으셨죠.”
위긴스가 더는 설명할 필요가 없 다는 듯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세상의 이치를 탐구하는 건 생각 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세. 하지만
회주님의 광기를 예측하는 건 너무 도 어려운 일이지.”
“극히 공감합니다.”
이건 총회의 간부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분명 저쪽에서 로드께 먼저 접촉 을 시도할 텐데, 로드가 그걸 어떻 게 받아들이느냐가 걱정이로군.”
“흐음.”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일단은 회주님께 사정을 설 명해야겠네요.”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크게 달라질 건 없겠지만, 하나
는 달라지겠죠.”
“뭐가?”
“……모르고 사고 치는 것보다는 알고 사고 치는 게 속은 편하지 않 겠습니까?”
“가시죠.”
위긴스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그래도 강진호와 따로 이야기 를 한 번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한 참 이었다.
“친구가 우승을 했으니, 오늘 밤 만은 감격에 빠지게 내버려 두고 싶
었건만, 상황이 영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군.”
“괜찮습니다.”
이현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회주님은 그런 감상에 오래 빠져 계시는 분이 아니니까요.”
“그건 그렇지.”
“그리고 이걸 알아두는 게 회주님 이 휴식을 하는 데도 훨씬 나을 겁 니다.”
“으음.”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장 서서 방을 나섰다.
‘일이 크게 번지지만 않으면 좋겠
는데 말이야.’
어차피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일 이지만, 지금은 당장은 아니길 바라 는 위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