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24)
마존현세강림기-1426화(1423/2125)
마존현세강림기 58권 (8화)
2장 접촉하다 (3)
“……미국 정부를 조심하라고?”
“네.”
강진호는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이현수를 보며 황당한 얼굴을 했다.
“미국은 또 왜?”
“다시 설명드립니까?”
“아니. 설명은 충분히 들었어.”
강진호가 소파에 등을 기대고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요즘은 내가 유치원생이 된 느낌 이야. 세상에 조심해야 할 게 너무 많아진 것 같은데.”
“그만큼 회주님의 영향력이 예전 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커졌다는 뜻입니다.”
“……보통은 거꾸로 아닌가?”
과거 강진호가 중원에서 살아갈 당시에는 힘이 커지고 권력이 늘어 갈수록 조심할 게 줄어들었다.
어설픈 흑도로 강호를 살아갈 때 나, 마교의 마두로 살아갈 때야 조
심해야 할 일이 천지에 널려 있었지 만, 마교의 교주가 되고 적천마존이 라는 별호를 손에 넣었을 즈음에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도 문제될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반대다.
그가 대학생 강진호로 살아갈 때 는 딱히 세상에 조심할 게 없었지 만, 총회의 회주가 되고, MK의 회 장이 되면서 역으로 남의 눈치를 보 며 살게 됐다.
“세상사람 다 그런 겁니다. 한국 지배한다는 대기업 총수가 돈 한 번 잘못 굴렸다가 징역 사는 것 못 보
셨습니까? 그 이후로는 허리가 아주 낭창낭창해 졌던데.”
“세상이 그런 겁니다.”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지은 죄도 없는데 일단 조심하라 는 건가.”
“죄는 지으셨죠. 일단 돈이 많고, 권력이 있고, 힘이 세시죠. 그 정도 면 충분한 죄입니다.”
이현수가 씨익 웃었다.
“세상이 그렇다니까요.”
위긴스가 고소를 머금으며 부연했 다.
“무척이나 제멋대로인 말 같지만, 그리 틀린 것도 아닙니다. 저들이 보는 것은 로드라는 인간이 아니라 로드가 가진 힘이니까요.”
“흐음.”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차라리 그냥 덤비면 속이 편한 데.’
적이 얼마나 강대한가는 강진호에 게 있어서는 고려의 요소가 아니다. 설사 상대하는 것이 불가능한 거대 한 적이라고 해도 먼저 덤벼오면 맞 서 싸운다.
그게 강진호의 법칙이고, 강진호
의 방식이다.
하지만 이건 경우가 조금 다르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저쪽에서는 우호적으로 나올 확 률이 높다. 그런데 미국이라는 나라 의 특성상 상대를 깔보거나 도발해 보려고 할 확률이 높다. 그러니 괜 히 흥분하지 말고 좋게 넘겨라?”
“……무척 과격하게 정리된 것 같 은 느낌은 있지만, 비슷합니다.”
“홈.”
강진호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는 얼굴을 했다.
‘미국이라……
왜 위긴스와 이현수가 굳이 이 밤에 그를 찾아와 이런 말을 하는지 는 알 것 같았다.
지금의 동아시아는 더없이 위험한 상태다.
삼왕계는 지금까지의 빤한 대치를 더는 유지하지 않겠다는 듯이 곳곳 에서 소요를 벌이고 있다. 특히나 홍왕계와 창왕계가 심상치 않다.
아마도 곧 둘 사이의 전면전이 벌어질 확률이 높다.
중국을 지배하는 두 세력 간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 여파는 반드
시 한국에도 날아들 것이다.
이런 민감한 상황에 미국이라는 초강대국과 대립하는 상황이 벌어지 면?
‘골치가 아프긴 하겠지.’
거리가 있어 중국만큼 한국에 확 고한 영향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어 쨌거나 달갑지 않은 일이다.
“회주님의 입장에서 그리 기분 좋 게 들릴 말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 습니다. 하지만 이건……
“기분 나쁠 것도 없어.”
강진호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예전이었다면 조금 달랐을지 모르
지만, 지금의 강진호는 정말 딱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세상 모두를 적으로 돌릴 수 없다는 걸 이미 오 래전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과거, 그가 중원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는 그의 적이 중원이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중원에서 마교가 가지는 비중과 지금 세상에서 총회가 가지 는 비중을 생각해 본다면, 과거의 마교처럼 전 중원을 상대로 싸움을 벌일 수는 없다.
굳이 미국을 끼워 넣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총회가 삼왕계
전체를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 거기에 원탁까지 적으로 돌린다면?
아마도 삼 일이 지나지 않아 총 회는 멸망하고 말 것이다.
‘내가 무작정 예전처럼 굴었다면 지금의 총회는 없겠지.’
이게 성장하는 건지, 그게 아니면 세상에 부딪혀 둥글어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어느 쪽이든 강진 호는 거부할 생각이 없었다.
“굳이 적을 만들지 말라는 말이겠 지.”
“예.”
“그렇게 하지. 다만……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얼마나 참을 수 있는지는 나도 장담하긴 힘들군.”
“……일단 그런 마음을 가져 주시 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먼 곳에 적을 만들 필요는 없지.’ 따져 보자면 미국은 유럽과 비슷 하다. 직접적으로 얽힐 일은 없다. 딱히 피해를 줄 일이 없는 이들을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
다만, 하나 걸리는 것은…….
“위긴스.”
“예, 로드.”
“들으면서 생각한 건데 말이야.”
“말씀하십시오.”
강진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설사 우리가 미국과 좋은 관계가 된다고 해도 그 관계가 계속 유지될 수 있나?”
위긴스가 침음을 홀렸다.
‘ 날카롭군.’
때때로 강진호의 이런 면 때문에 놀라는 위긴스였다.
핵심을 짚는다고 해야 하나.
강진호의 지적 능력을 의심한 적 은 없지만, 사실 이런 부분은 지능 과는 조금 다른 문제였다. 산적해
있는 수많은 문제 중 가장 중요한 핵심을 짚는다는 것은 거의 본능에 가까운 영역이니까.
“저도 예상하기가 어렵습니다.”
“흠.”
강진호가 침음을 흘리고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런가?”
“예.”
가만히 담배에 불을 붙이는 강진 호를 바라보며 위긴스가 낮게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의 우리, 그러니까 총회 는 타국의 무인계와 전쟁을 하거나
협상을 해왔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힘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동등한 입 장에서 거래를 했다는 뜻이죠. 하지 만 이번엔 다릅니다. 저들은 총회를 자신들과 동등한 객체라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가 우려하던 부분도 바로 이거 다.
미국은 말 그대로 초강대국이다. 그런 미국이 총회를 자신들의 동등 한 거래 대상으로 받아들일까?
당장은 그럴 수 있을지 모른다.
총회를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고 싶 은 건 저쪽이니까. 하지만 그들의 목적이 달성되는 순간, 총회는 더 이상 저들의 친구일 수 없을 것이 다.
특히나 자체적인 무인계를 가지지 않고, 무인계를 군의 일부라 생각하 는 미국이라면 말이다.
대한민국이 타국의 군, 그것도 군 의 일부와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에 임한다는 광경을 상상할 수 있는가.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 뿜었다.
“불편한 동거라는 건가?”
“일시적인 협력이라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로드, 다만 그게 그리 이상한 건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중국의 정부 쪽과 일시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있 지 않습니까?”
“그렇지.”
“오랜 뒤를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 다. 저희가 생각해야 하는 건 당장 의 관계겠죠.”
위긴스답지 않은 말이다.
거꾸로 말하자면, 그만큼 미국이
라는 국가와 날을 세우는 게 부담스 러운 일이라는 뜻이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무슨 말인지는 알았어. 걱정 안 해도 돼.”
“감사합니다, 로드.”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내가 그렇게 신뢰가 없는 사람인 가?’
적당히 한 번 고개를 숙여주라는 말을 이리 어렵게 돌려 말하다니.
강진호도 오늘 박유민을 보며 느 낀 게 있다. 사람이란 끊임없이 발
전해 나가야 하는 법이다. 지금까지 의 강진호는 참을성이 부족했을지 모르지만, 지금부터의 강진호는 또 다를 것이다.
물론 강진호는 이렇게 믿었다.
이 순간만은 말이다.
하지만 곧 강진호는 사람의 본성 이라는 게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는 것을 깨닫게 된다.
“조심해서 가.”
“형, 진짜 같이 안 가?”
“나는 할 일이 좀 남아서.”
한진성이 살짝 뚱한 눈으로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그냥 데이트하려는 것 같은데?”
“연하 누나도 안 온 거 보면, 이 거 너무 빤한데.”
“……회사 사람들도 남았잖아.”
“그 사람들이야 일하겠지. 하, 실 망이다. 형, 우리는 그래도 끝까지 같이 가는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데이트하겠다고 동생들을 버리고 이 먼 땅에 남겠다니. 얼마나 재밌…… °}이’이’으]’! 으!!”
조미혜가 한진성의 귀를 잡고 비 행기 안으로 밀어 넣었다.
“미안해, 오빠. 약 먹을 시간 지 났는데 내가 약을 안 챙겼네. 우리 는 신경 쓰지 말고 푹 쉬다 와.”
“그래. 같이 못 가서 미안하다.”
“별말을 다 해. 우리가 누구 때문 에 미국 구경도 와봤는데. 관광도 하고.”
그 없는 시간 와중에도 이현수가 고용한 가이드를 대동하고 관광까지 마친 보육원의 아이들이었다.
작정하고 여행을 온 것처럼 제대 로 즐기지는 못했지만, 목적 차제가
박유민의 결승을 보러 온 것이라 누 구도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되레 고마워했으면 했지.
“그럼 오빠, 이제 갈게.”
“그래. 가는 동안 애들 좀 부탁할 게.”
“응. 걱정하지 마.”
강진호가 조미혜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래도 미혜가 있어서 다행이네.’
조미혜가 없었다면 안심하고 아이 들만 돌려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총회의 회원 하나가 따라붙 고, 전세기라 딱히 다른 사람들과
얽힐 일이 없다고 해도 말이다.
조미혜가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고
문이 닫히자, 강진호가 몸을 돌렸다.
“호텔로 가십니까?”
그러고는 뚱한 얼굴로 이현수를 바라봤다.
“……너는 왜 안 가?”
“에이, 회주님이 안 가시는데 제 가 어떻게 먼저 갑니까.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실은 바늘을 따라다 니는 법이죠.”
강진호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휴식도 할 겸 오붓하게 데이트나
즐기려고 했는데, 이 눈치 없는 놈 이 사람을 내버려 두질 않는다.
“일단은 호텔로……
이현수가 말을 하다 말고 멈췄다.
천천히 움직여 활주로로 향하는 비행기 옆으로 검은 세단 한 대가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직감적으로 그 세단이 그들을 향 해 다가오고 있다는 걸 깨달은 이현 수가 표정을 굳혔다.
끼이이익.
조금은 날카로운 타이어 마찰음과 함께 세단이 그들의 앞에 멈춰 섰 다. 그러고는 이내 문이 열리고 검
은 정장을 차려입은 두 남자가 차에 서 내려 그들에게 다가왔다.
“강진호 씨?”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부 른 이를 바라봤다. 강진호보다 한 뼘은 더 클 것 같은 거구의 사내가 선글라스를 벗더니 악수를 청해왔 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존 팩 터라고 합니다.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런 말을 하려면 이름만으로는 부족하지.”
의외로 유창하게 나오는 영어에
존 팩터가 눈을 크게 떴다.
“영어를 꽤 잘하시는군요.”
“안 어울리나?”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동양 의 무인이 영어라니. 피자 위에 파 인애플이라도 올린 것 같은 느낌이 군요.”
나 그거 좋아하는데?
왠지 이놈이랑은 안 맞을 것 같 다.
존 팩터가 빙그레 웃는다.
“CIA에서 나왔습니다. 잠시 드리 고 싶은 말씀이 있으니, 시간을 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빤히 존 팩터를 바라보던 강진호 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는 못 내.”
데이트하러 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