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25)
마존현세강림기-1427화(1424/2125)
마존현세강림기 58권 (9화)
2장 접촉하다 (4)
‘레스토랑이라……
강진호가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았 다.
아직 해가 떨어지지도 않은 시간 인데 레스토랑에는 그들 말고 다른 사람이 없었다. 아마도 이야기를 나 누기 위해 통째로 전세를 낸 모양이
다.
으쓱한 밀실이나 사무실로 안내될 줄 알았는데, 고급 레스토랑으로 오 니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
“고 ~ 오급이네요.”
“뭔 소리야?”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곳으로 와 당황한 건 그도 마 찬가지 였다.
번화가 중심에 있는 레스토랑까진 아니고, 한적한 교외에 있는 레스토 랑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만한 곳을 통째로 빌린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
었다.
중국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 이, 미국에서는 특별한 일이 된다고 해야 할까.
은은하게 홀러나오는 노랫소리에 이현수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데이트라도 하는 기분이군요.”
“••••••사양이야.”
이런 데이트를 원한 건 아니었는 데.
앉아서 얼마 기다리지 않았는데, 금세 음식이 날라져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음식이 나옴과 동시에 자신 을 존 팩터라 소개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아아, 죄송합니다. 처리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
강진호나 이현수나 딱히 그의 무 례를 지적하지 않았다.
사실 두 사람도 남에게 그다지 예의를 차리는 타입은 아니라 타인 의 무례에도 꽤 둔감한 편이었다.
존 팩터가 의자를 빼고 강진호의 건너편에 앉았다.
“나름 괜찮은 곳입니다. 음식이 입에 맞으면 좋겠군요.”
강진호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 다.
“음식은 가리지 않는 편이라.”
“오, 그것도 꽤나 신기한 일이네 요. 보통은 안 그럴 텐데.”
“ 보통?”
존 팩터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의전이 필요한 권력자들은 특이 한 식성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아서 말입니다. 해외에 와서도 꼭 자국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특정한 식재료를 요구하는 이들도 있고, 물 하나까지 브랜드를 따지는 사람도 있죠.”
“신기하군.”
“하하, 권력이란 그런 게 아니겠
습니까? 사람은 권력을 얻은 동안만 큼이라도 남들과는 다른 대접을 받 기를 원하죠. 그렇게라도 꾸준히 자 신의 권력을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 한 것처럼 말입니다.”
존 팩터가 가만히 강진호를 바라 봤다.
“그런 의미에서 회주님은 조금 다 르신 것 같군요. 생각한 것 이상으 로 소박합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사실은 걱정을 좀 했습니다. 한 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작으니까요. 소국의 왕이나 권력자일수록 오히려
과도한 의전이나 예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말이죠. 하하하!”
강진호가 손에 쥔 포크를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존 팩터를 빤히 바라봤 다.
“무슨 문제라도?”
“잠시 일어나지.”
“예? 어째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와야 할 것 같아서.”
“아, 이 식당은 흡연이 가능합니 다. 한 대 드릴까요?”
“ 괜찮아.”
강진호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 다.
“그거까지 얻을 정도로 궁색하지 는 않으니까.”
강진호의 말에 존 팩터가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강진호는 존 팩터의 반응을 무시 하고는 천천히 담배를 피웠다. 폐 속으로 빨려 들어간 담배 연기가 천 천히 밖으로 홀러나온다.
“식사 전에 담배를 피우는 건 그 리 권해 드리지 않습니다만?”
존 팩터가 빙그레 웃으며 말하자, 강진호 대신 이현수가 입을 열었다.
“그건 이쪽에서 판단할 문제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쪽이 이현수 씨군요. 말씀 은 많이 들었습니다.”
“이거, 영광이네요. 동양의 소국에 사는 일개 무인을 대단하신 미국의 정보국 요원께서 아시다니. 집에 가 면 이 사실을 적어두고 대대로 알려 야겠군요.”
존 팩터의 눈이 가늘어졌다.
“뭔가 불만이라도 있으십니까?” 빙글빙글 웃으며 말을 건네는 존 팩터를 보며 이현수가 마주 웃었다.
“불만이랄 게 있겠습니까? 거꾸로
묻죠. 무슨 불편하신 점이라도?”
“ 천만에요.”
존 팩터가 양손을 살짝 들어 항 복의 표시를 했다.
“혹여 불쾌한 점이 있으시다면 푸 시기 바랍니다. 문화의 차이라는 게 극복하기 참 어려운 것이죠. 미국에 서는 가벼운 농담이 되는 말이 타 문화권에서는 모욕이 되기도 하는 법이라.”
‘지랄하고 있네.’
이현수가 입꼬리를 뒤틀었다.
조금 전부터 말 하나하나가 다 거슬린다. 강진호에게 웬만하면 참
아보자고 제안한 이현수의 배알이 뒤집힐 정도였다.
CIA라고는 하지만, 정확한 신분 도 밝히지 않은 이와 이리 마주 앉 은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웬 만하면 전향적으로 나가고 싶어 받 아들이기는 했지만……•
“할 말이 있으면 빨리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이쪽은 나름 바빠서 말이죠.”
“이런이런, 여유가 없으시군요. 하 긴 그게 동양인들의 특징이기도 하 지요.”
이현수가 살짝 얼굴을 일그러뜨렸
지만, 존 팩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의자에 등을 붙이며 여유만만 한 얼굴을 했다.
“그리 서둘러서 좋은 결과를 낸 것도 아닌데 말이죠. 결국은 미국이 나 유럽이 앞서 나가지 않았습니까? 동양인들은 여유가 부족해요.”
“지금 그거, 인종차별 발언으로 들리는데 말이죠?”
“아아, 민감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사실 저는 명백히 보이는 사실을 있 는 그대로 이야기하는데 인종차별 운운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해 서……
존 팩터가 머리를 긁는다.
“이렇게 한 번씩 문제가 생기곤 하지요.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
이현수가 답도 없다는 얼굴로 의 자에 등을 기댔다.
‘이게 미국의 방식인가?’
상대를 일단 깔아뭉개고 들어간 다.
최소한 상대에 대한 존중이 있다 면 저런 식으로 지껄이지는 못할 것 이다.
순간적으로 이 인간이 정말 CIA 에서 나온 사람이 맞나 의심을 한
이현수지만…….
‘입구 쪽에 세 명, 그리고 건물을 둘러싼 사람이 여섯. 내가 느끼지 못하는 이들도 주변에 깔려 있겠 지.’
이만한 이들을 동원할 수 있는 이라면 굳이 의심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눈앞의 사내에게서는 확실히 그쪽의 냄새가 났다.
‘절망적이군.’
상대가 그쪽에서 나온 이가 확실 하다는 사실이 이현수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그럼 결국 총회는 이런 인간들을 상대로 협상을 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 자리에 위긴스라도 있었다면 상황이 조금 달랐겠지만, 설마 저들 이 이렇게 전격적으로 쳐들어올 줄 은 몰랐다.
지금이라도 위긴스를 부를 것인가 를 고민하는 이현수의 귓가에 나직 한 강진호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용건은?”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건 확실히 알겠군요.”
존 팩터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묘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용건이야 별게 있겠습니까. 그저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온 것 아니겠 습니까.”
“그게 단가?”
“강진호 씨.”
존 팩터가 나이프를 들고 자신의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썰었다.
“중국은 거래의 대상으로 그리 좋 은 상대는 아닐 겁니다.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아니겠습니 까? 하지만 그 나라는 신뢰가 없는 나라죠.”
“그래서?”
“배가 먼바다로 나가기 전에 빨리 갈아타야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법이
죠. 우리는 강진호 씨의, 그리고 한 국의 그…… 총? 어…… 총회? 발 음이 더럽게 어렵군요. 여하튼 그곳 도 지원해 드릴 수가 있습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존 팩터를 바라 보다가 피식 웃었다.
“뭘 어떻게?”
“그야 차근차근 이야기를 하면 될 일 아니겠습니까? 강진호 씨, 지금 당신이 말하고 있는 상대는 미국입 니다. 우리는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 든 그 이상을 보여 드릴 수 있습니 다.”
“뜬구름을 잡는군.”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강진 호가 깊게 담배를 빨았다. 그러고는 존 팩터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게 그쪽의 제안인가?”
“예, 그렇습니다. 어떠십니까, 저 희와 손을 잡으시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시죠?”
“거절하지.”
“……지금 뭐라고?”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쓸데없이 시간 낭비만 했군. 돌 아간다.”
“예.”
이현수도 이번에는 강진호를 말리
지 않았다.
전향적인 자세로 나가는 건 상대 가 상식적으로 나왔을 때의 이야기 다. 굳이 적을 만들 필요는 없겠지 만, 총회가 굳이 굽히고 나갈 필요 도 없다.
애초에 거래라는 것은 조건 못지 않게 자세도 중요한 법이다.
상대에게 굽혀주면 상대는 이쪽을 우습게 보게 되고, 결국에는 더 많 은 것, 더 큰 것을 양보하라고 어깃 장을 놓기 마련이다.
그런 거래는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는 게 낫다.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흐}자, 존 팩터가 일그러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당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아는 건가?”
강진호의 고개가 존 팩터에게로 향했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동양의 소 국 따위는 언제든지 지워 버릴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식으로 나온다 는 건가?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 는군. 이봐, 지금 나는 그쪽에 기회 를 주고 있는 거야. 그것도 무척이 나 자비로운 기회를 말이지. 상황
파악을 똑바로 하는 게 좋아.”
강진호가 웃고 말았다.
그러고는 이현수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미국이 정보로는 최고라고 하지 않았나?”
“저도 그 평가는 다시 생각해 봐 야겠습니다. 제대로 아는 게 없는 수준인 것 같은데.”
“이……
존 팩터가 두 눈을 부라렸다.
“다시 경고하는데, 너희의 입장을 똑바로 아는 게 좋아. 이곳을 이렇 게 나가게 된다면 반드시 후회하게
해준다고 약속하지. 동아시아에서 힘 좀 쓴다고 보이는 게 없는 모양 인데. 그 힘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 라는 걸 알아야 할 거야.”
“그러지.”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 로 걸어 나갔다. 이현수도 두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존 팩터는 거기에서 멈추 지 못했다.
“이 동양인 놈들이! 내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누구 허락을 받고 제멋대로 나가는 거냐!”
강진호의 걸음이 멈췄다.
그러고는 의아하다는 눈으로 존 팩터를 바라보았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일단 여기에 와서 다시 앉도록. 이야기는 그다음이다.”
강진호가 피식 웃으며 존 팩터를 향해 걸어갔다.
“너는 대체 뭘 믿고 그렇게 함부 로 지껄이는 거지?”
“이곳은 미국이다. 그리고 나는 미국……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 진호가 손을 뻗어 존 팩터의 입 부 분을 움켜잡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그를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읍! 으읍!”
존 팩터가 당황한 눈으로 발버둥 을 친다. 그 모습을 보는 강진호의 눈이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미국이라…… 미국이라는 나라가 너를 지켜준다는 말이지?”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지만, 입 만은 미소를 짓는다. 그 표정을 본 순간, 존 팩터의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그럼 해보라고 해. 내 손에 있는 너를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지
켜낼지 나도 보고 싶으니까. 그게 아니면 넌 네가 믿은 게 얼마나 하 찮은 것이었는지 알게 될 거야.”
강진호가 틀어잡은 손에 힘을 주 었다.
그 순간, 레스토랑 정문이 부서질 듯 벌컥 열리더니, 무장한 일련의 병력이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총구 위의 레이저 포인터에서 뿜 어져 나온 레이저가 순식간에 강진 호의 몸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강진호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 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