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27)
마존현세강림기-1429화(1426/2125)
마존현세강림기 58권 (11화)
3장 회담하다 ⑴
강진호는 윌리 리스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파견이라니.
무인계를 살아온 강진호에게 있어 서는 너무도 낯선 말이다.
그런 강진호의 상황을 눈치챘는 지, 이현수가 선수를 치고 나섰다.
“의뭉스럽게 말할 게 아니라, 정 확한 말씀을 해주십시오. 그래야 이 쪽에서도 대응이 쉬울 테니 말입니 다.”
윌리 리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 였다.
“그리 어렵지 않은 말입니다. 미 국은 지금 한국에 군을 주둔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방위 부담금에 대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 비용은 대부분 미국 쪽 에서 치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려 는 것은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한
국의 특정 지역을 내주면 그곳에 미 국의 무인들을 주둔시키고 싶은 겁 니다.”
그러니까…….
무인계판 주한미군을 만들겠다?
이현수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볼 을 긁었다.
‘단순히 친분을 나눠보자는 이야 기는 아닌 것 같고……
접촉을 해올 거라고는 예상했지 만, 설마 제대로 된 안건을 들고 나 올 줄은 몰랐다. 처음 만나는 자리 이기도 하고, 총회와 미국은 아직 뭔가를 나눌 정도의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건 조금 성급해 보입니다만.”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윌리 리스가 진지한 얼굴로 이현 수와 강진호를 돌아봤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절차보다 효율 과 이득의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안 타깝게도 저희는 느긋하게 친교를 다질 시간이 없습니다. 결국은 거래 가 될 수밖에 없겠죠.”
친교를 쌓는다고 해서 거래가 달 라지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이현수도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끈하긴 하군.’
이게 원래 저들의 방식인지, 아니 면 자신감의 발현인지는 모르겠지 만.
그리고 아마 이런 방식이…….
이현수가 고개를 슬쩍 돌려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가 미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게 보였다.
‘먹힌다니까, 또.’
저 미소는 기분이 좋을 때의 미 소다.
강진호는 이리저리 빙빙 돌리지 않고 일단 돌직구부터 냅다 꽂아버
리는 화법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하기야 타국과 뭔가를 해야 할 때마다 3만 광년쯤은 돌아오느라 진 저리를 치던 강진호가 아닌가.
강진호가 길게 담배 연기를 빨아 들이고는 천천히 내뿜었다.
“왜?”
간명한 질문.
윌리 리스가 진지한 얼굴로 설명 을 시작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무엇보다도 동아시아의 상황이 저희 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급박해져 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
다.”
“으…”
M…•
이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이 동아시아의 상황까지 신경을 쓸 필 요가 있습니까?”
“음, 듣던 대로인 분이시군요, 이 현수 씨.”
“네?”
“의뭉스러운 분이라는 말을 들었 습니다. 다 아시면서 괜히 떠보시는 군요.”
윌리 리스가 빙그레 웃었다.
“그래도 설명을 드립니까?”
이 새끼, 예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이현수는 떤뻔해지기로 했다.
“잘 모르겠으니 설명을 부탁드립 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저희는 동아시 아의 혼란을 우려하는 게 아닙니다. 그 혼란의 결과로 특정 계파가 동아 시아를 일통하는 게 껄끄러운 겁니 다.”
“와!”
이현수가 혀를 내둘렀다.
“그걸 대놓고 말해도 됩니까?” 속으로야 당연히 그리 생각했겠지
만, 그걸 강진호와 이현수의 앞에서 입에 올린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 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곳은 비공식적인 자리라고 말입니다. 제 가 무슨 말을 지껄이든 그게 미국의 입장이 되지는 않습니다.”
“책임은 안 지겠다는 뜻이군요.”
“그렇습니다.”
윌리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 도 사람을 가려가며 해야 하는 일이 지요. 저는 동양의 마왕과 그의 심
복 앞에서 제 뜻을 숨길 재주 같은 건 없습니다.”
이현수가 피식 웃었다.
“미국도 재미있는 나라네요. 보통 아무런 권한이 없는 사람을 전면에 내세워서 이러지는 않을 텐데 말이 죠.”
미묘한 비꼼이 들어간 말이었다.
윌리 리스 역시 그 비꼼을 모를 리는 없겠지만, 불쾌한 기색을 보이 는 대신 어깨를 으쓱했다.
“별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마왕 과 마주 앉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 으니까요.”
“네?”
“말실수 한 번으로 목이 날아갈 수 있을 텐데, 누가 지원하겠습니까. 의욕을 가진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 만, 공백이 생길 경우 문제가 발생 할 만한 자리에 있는 분들뿐이 라……
이현수가 슬그머니 강진호를 돌아 보았다.
강진호가 대놓고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거, 전에도 들은 이야기 같은 데?’
한국 정부 쪽이었나?
“대체 외부에 내 소문이 어떻게 퍼지고 있는지 모르겠군.”
윌리 리스가 눈치 없이 물어왔다.
“들려 드립니까?”
“……넣어두지.”
굳이 그걸 본인의 귀로 확인하고 싶지는 않은 강진호였다.
“뭐, 솔직히 그동안 해온 일을 생 각하면, 저런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죠.”
“내가 뭘?”
“일본이랑 원탁을 잊으셨어요?”
할 말이 없어진 강진호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이현수가 피식 웃고는 말 을 이어간다.
“이런 말이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 겠지만, 저희 회주님이 알고 보면 꽤 부드러운 남자십니다. 적아의 구 분이 워낙 칼같이 확실한 분이라 그 렇죠.”
윌리 리스가 겸연쩍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 나와 있는 거지.’
강진호에 대한 상부의 판단은 단 하나다.
위험성이야 더없이 높지만, 친구 가 되었을 때는 안전한 사람. 반면 에 적이 되었을 때는 더없이 껄끄러 운 존재.
그런 이와 척을 질 이유가 없다.
미국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적을 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강진호까지 적으로 돌려서야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원래 우리의 동맹이 되어야 할 곳은 이자가 풍비박산을 내버렸 고……
사실 미국의 계획에 한국 파견은 없던 일이다. 거리가 조금 멀기는
하지만, 일본에 적당히 기지를 건설 하는 것만으로도 웬만큼 효과를 볼 수 있으니까.
어차피 한국이든 일본이든 일이 터졌을 경우에 배나 비행기를 통해 중국으로 넘어가야 하는 건 동일하 니까.
하지만 그 일본의 무인계는 지금 총회에 완전히 잠식당해 버렸다.
총회에서 파견된 장민이라는 중국 인은 말도 안 되는 수완을 발휘해 불과 몇 달 사이에 일본의 무인계를 완전히 해체해 버리고 있는 중이다. 아마 한 달 내로 일본에는 무인계의
무 자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완벽하게 해체되어 버린 일본의 무인계에 총회의 지부가 생 겨나겠지.
그럼 결국 그곳도 총회의 영역이 되어버린다.
파견할 곳이 일본이든 한국이든 어차피 총회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면, 굳이 일본을 택할 이유가 없잖 은가.
이제는 선택권이 없다.
중국과 인접한 국가가 한국밖에 없는 건 아니지만, 가장 확실하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주둔해야 한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는……
이현수가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 다.
“한국에 당신들 병력이 주둔하는 것을 허가해 달라?”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우리가 왜 그래야 합니까?”
이현수가 뚱한 얼굴로 물었다.
단번에 전향적으로 협상에 나선 것은 평가해 줄 만하지만, 들고 나 온 안건이 영 실속이 없는 느낌이 다.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이유는 미
군이 주둔하는 게 한국에 도움이 되 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한국은 방위 금을 분담하면서까지 주한미군을 유 지하려는 겁니다. 하지만 무인계는 다르죠. 그쪽 무인들이 한국에 와 있다고 우리가 얻을 만한 메리트는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만?”
“같은 논리로 중국의 도발에 대항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실력은 하나도 검증이 안 됐고, 동맹도 아니고, 무슨 목적을 가진 건지도 불분명한 이들 다수를 안방 에 들여놓으라?”
이현수가 눈을 가늘게 떴다.
“때로는 집 밖의 호랑이보다 집 안의 미친개가 더 무서울 때도 있는 법이죠.”
“미친개라……
윌리가 낮게 웃었다.
‘확실히 우리가 너무 편히 살았 군.’
지금까지 그들과 협상을 해온 이 들은 대부분이 유럽 쪽의 무인들이 다.
유럽의 무인들은 누구도 감히 자 신들을 저런 식으로 지칭하지 못했 다. 하지만 저 이현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미국을 미친개라고 칭하고 있
다.
실수?
아니겠지.
저건 자신감이다.
“미친개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군 견은 도움이 되면 되었지, 위협이 되지는 않습니다.”
“훈련받은 군견은 명령만 떨어지 면 사람의 목을 물어 숨통을 끊는 법 아닙니까?”
“재미있는 말씀이시군요.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총회 가 겨우 군견에 목을 물릴 곳이던가 요?”
이현수가 재미있다는 듯 윌리를 바라본다.
짧게 도발을 여러 번 해봤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럼 좀 더 흔들 어볼…….
“재미있었다면 좋겠……
“그만해.”
그 순간,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입 을 열었다.
“지겹다.”
이현수가 시무룩해져서 입을 다물 었다.
이게 외교의 묘미인데! 이게!
먼저 기선 제압을 하고 그걸로 이득을 보는 게 정석인데!
하지만 그 정석을 누구보다 싫어 하는 사람이 강진호다. 괜히 이득 조금 더 보려다가 강진호가 자리를 깨버리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걸 아 는 이현수는 두말없이 입을 닫았다.
“그래서……
그러자 강진호가 바통을 이어받았 다.
“그쪽의 조건은?”
“드릴 수 있는 건 모두 다 드리겠 습니다.”
윌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주둔에 대한 대가를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건 물론이고, 저희의 영향 력으로 총회의 활동을 좀 더 용이하 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강진호 씨 와 총회가 우리의 친구가 되어주신 다면 말이죠.”
“ 친구라……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친구가 아니라 동맹이겠지.”
“같은 말 아니겠습니까?”
윌리가 빙그레 웃었다.
“이득이라는 건 어디에서도 빠질 수 없는 일이죠. 이득을 배제한 친 분이라는 건 허울일 뿐입니다. 저는
저희가 이득을 공유하는 한에는 영 원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 다. 어떠십니까, 회주님. 저희와 손 을 잡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보시 지 않겠습니까?”
강진호가 새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조금 심드렁한 투로 말 한다.
“말귀를 못 알아먹은 모양인 데……
“••••••예?”
“대가를 말하라는 게 아니라 조건 을 말하라는 거야. 찔끔찔끔 짜증
나게 하지 말고, 한 번에 다 말해.” 윌리 리스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 다.
확실히 정보대로 상대하기 쉽지 않은 이다.
“조건이라……. 그렇죠, 조건. 저 희의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윌리가 검지손가락을 폈다.
“첫째는 지금 중국 정부와 맺은 동맹을 파기하고 이쪽의 동맹이 되 어주실 것.”
“거기까지.”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말할 이유가 없군.”
“자, 잠시만! 회주님!”
윌 리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 어났다.
이 타이밍에 이런 반응이 나온다 는 건 그의 머릿속에는 없던 일이 다. 당황하지 않은 도리가 없었다.
“회주님,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 어보십시오. 저는……
“개가 가고 사람이 온 줄 알았더 니, 같은 개가 왔군. 덜 짖는다고 개가 아닌 건 아니지.”
강진호가 으르렁대듯 말했다.
“한 번은 실수라 이해하며 돌려 보내주지. 다음에는 내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아. 죽고 싶지 않다면 말 이야.”
윌리 리스가 그 자리에 얼어붙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