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28)
마존현세강림기-1430화(1427/2125)
마존현세강림기 58권 (12화)
3장 회담하다 ⑵
어디선가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교육이 잘됐군.’
이현수가 주변을 쭉 둘러보았다. 총기로 무장한 병력이 밖에 대기하 고 있다. 그리고 이 안에 들어와 있 는 이들도 미국에서는 나름 실력파
라 불리는 이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강진호의 말에 불쾌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는 다.
아마 어떤 일이 있어도 강진호를 도발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을 받았 을 것이다.
무인을 통제하는 게 얼마나 어려 운 일인지 모를 이현수가 아니었다. 무인은 기본적으로 오만하고 호숭심 가득한 존재. 아무리 짓누르려고 해 도 짓눌리지 않는다.
‘무인이라기보다는 군인이라……. 그 말이 딱 맞군.’
저들의 반응은 확실히 군인의 그 것이다.
이현수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평소라면 강진호가 화가 난 시점 에서 입을 다물겠지만, 지금은 아니 다. 이런 상황을 중재하기 위해서 그가 존재하는 것 아닌가.
“원래 있던 동맹을 파기하고 이쪽 으로 붙으라는 건, 그들과 척을 지 라는 뜻 아닙니까?”
이현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 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감안했을 때, 저들이 어찌 나올지는 빤한 일.
거기에 주둔군까지 받아들인다면, 우리더러 중국을 막을 방파제 역할 을 하라는 건데…… 사람을 호구로 보는 것도 아니고, 잘도 그딴 소리 를 면전에서 지껄이는군요.”
이현수가 낮게 일갈했다.
“그 합리성이라는 건 당신들의 입 장에서만 발휘되는 것 같은데, 그런 이들과 친구가 되라니…… 그거 굉 장한 관계군요.”
윌리 리스가 손을 내저었다.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입니다만, 저는 그런 의도로 말씀을 드린 게 아닙니다.”
“이 현수.”
“예, 회주님.”
“가자.”
“예.”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윌리 리스를 바라보았다.
“의도가 뭐였든, 그렇게 말을 해 버린 이상은 돌이킬 수 없는 법이 죠. 그러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십시 오. 그리고 책임을 질 수 있는 당신 들의 상관을 불러오십시오. 아니, 굳 이 그럴 필요도 없나?”
이현수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이미 다 들었을 테니, 본인이 결
정하겠죠.”
“무슨 말씀이신지……
“너무 의식적으로 한곳에 시선을 주지 않는 것도 좋은 대처법은 아닙 니다. 우리는 당신들 생각 이상으로 그런 것에 민감한 법이죠. 딱히 숨 길 건 없어서 제지하지는 않았습니 다만……
이현수가 손가락을 혼들었다.
“다음에도 도청기를 가져오실 거 면 장착한 부분이 잘려 나갈 각오는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럼 이만.”
이현수가 해맑게 손을 흔들며 밖 으로 나갔다.
탁.
문이 닫히자 윌리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령님.”
“ 아아.”
부관이 다가오자 윌리가 손을 내 저었다.
“괜찮아.
이
정도까지는……
그의 미간이 조금 좁아졌다.
‘우선은 탐색 정도겠지.’
사람을 파악하는 방법은 두 가지
가 있다.
하나는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알아가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일단 사건을 던져 보는 것이다.
극단적인 반응이 나오는 일일수록 그 효과는 좋다.
“도청기에 대한 이야기만 나와서 다행이로군. 나는 카메라까지 다 들 킬 줄 알았는데 말이야.”
“눈치챘을까요?”
“상관없지.”
이미 데이터는 전송되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미 강진호와 이현수에 대한 분석이 시
작되고 있을 것이다. 윌리가 던진 말에 대해 그들이 어떤 감정을 가졌 는지, 어떤 타입이고 어떻게 상대해 야 하는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들을 낱 낱이 분석할 것이다.
“심장 떨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나만 하겠나.”
윌리가 의자에 한껏 등을 기대고 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죽는 줄 알았네.’
저 강진호와 마주 앉는다는 것은 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윌리의 입 장에서도 공포를 느낄 만한 일이었
다.
기존의 정보로 분석한 강진호는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
행동 원리를 이해할 수 없고, 분 노하는 지점을 파악할 수 없다. 전 문가들이 하는 말이라고는 기껏해야 한 번 분노했을 때는 뒤도 보지 않 고 공격성을 드러낸다는 점, 하나뿐 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대체 어떤 포인트 에서 화를 낼지 모르는 이와 대화를 해야 하는데, 잘못 화나게 만들면 그 자리에서 목이 날아가도 이상하 지 않다는 것.
긴장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존 팩터는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기지로 돌려보내.” 윌리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끌려 나가느라 고생 좀 했을 텐 데, 도넛이라도 하나 사 주지. 돼지 가 좋아하겠지.”
“나름 연기를 잘하던데요.”
“그것만 몇 십 년을 하던 사람인 데, 당연히 잘해야지. 이왕이면 그 짓이 먹혔으면 좋았겠지만.”
윌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강압이 안 먹히는 상대라는 걸 파악했으니, 그걸로 된 거지. 아쉬운
일이야. 조금만 늦게 왔어도 연금 수령자가 되었을 텐데.”
“본인이요, 아니면 와이프가요?”
“당연히 와이프 아니겠나. 남 좋 은 일은 안 하는군. 애석해.”
그때 였다.
벌컥!
문이 확 열리더니 이현수가 안으 로 한 발 들어온다. 그러고는 심각 한 얼굴로 윌리를 바라보았다.
윌리가 얼굴을 굳히고 이현수를 마주 봤다.
‘설마 다 들었나? 아니, 그렇다면 보고가 왔을……
“거기.”
이현수가 윌리를 가리키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차 한 대 빌려주시죠.”
“이왕이면 네비게이션도. 아까 그 놈 차를 얻어타고 왔거든요.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놈들을 상대하는 건 생 각보다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생 각하는 윌리였다.
“접촉했다고?”
위긴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위긴스가 이현수의 양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아니, 애들 배웅하러 간다더니! 그새 무슨 짓을 저지른 건가!”
“지, 진정하십시오! 별일 없었습 니다.”
“별일이 없었다고? 그럴 리가 없 을 텐데? 저놈들의 방식이 로드의 마음에 들 리가 없어.”
“중간에 미친놈이 하나 끼어들어
서 그렇지, 나름 정중하던데요?”
“미친놈?”
위긴스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제대로 설명을 해보게, 제대로!”
“아, 아니, 그게 어떻게 된 거냐 면……
이현수가 자신이 겪은 일을 설명 하기 시작했다. 모든 설명을 다 들 은 위긴스가 한숨을 내쉬고는 소파 로 돌아가 앉았다.
“짜고 쳤군.”
“……그런 기미가 좀 보이기는 했 는데.”
“아마 이쪽에서 굽히고 들어갔으
면 두 번째 놈까지는 등장하지 않았 겠지.”
“역시나?”
위긴스가 쓴웃음을 짓는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확 률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그놈들 의 수작질이라 생각하는 게 나을 걸 세. 괜히 뒤통수 맞는 것보다는 말 이야.”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미국이 잘 쓰는 방식이지. 사실 미국은 외교에 있어서는 대책이 없 는 국가 중 하나일세. 무척 온건한 신사인 척 굴다가 갑자기 미치광이
처럼 돌변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여 대고, 다시 신사인 척을 반 복하지.”
“……역할 분담을 한 모양이네 요.”
“아마도.”
“그 새끼들이……
이현수가 이를 갈자 위긴스가 피 식 웃었다.
“기분 나빠 할 것 없네. 어쨌든 누구 하나 죽지 않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만든 것은 칭찬해 주지.”
“제가 한 게 아닙니다. 회주님이 덜 열 받은 것뿐이죠. 거기서 조금
더 나갔으면 곡소리 났을 겁니다.”
“흠.”
위긴스는 아무래도 그것보다는 다 른 곳에 더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 다.
“그보다, 미군을 주둔시키고 싶다 고?”
“예. 그렇게 말하더군요.”
“원탁에 요구하던 것과 다르지 않 군.”
위긴스가 턱을 쓸어내렸다.
‘대상은 달라지지만, 패턴은 달라 지지 않는군.’
결국 미국이라는 국가가 원하는
것은 전 세계에 대한 영향력의 강화 다. 그들의 자금력이, 그들의 무력 이, 그리고 그들의 권력이 미치는 곳을 넓혀가는 것. 그게 미국의 목 적이고 행동 원리였다.
다만, 원탁과 협상을 할 때보다 몇 배는 조심스럽다는 것 역시 사실 이었다.
위긴스는 이 부분에서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총회의 위상을 실감 했다. 물론 지정학적인 위치라든가, 여러 가지 조건 때문에 나온 결과겠 지만, 그 모든 조건도 총회가 힘이 없었다면 애초에 고려되지 않았을
것이다.
“흐음.”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나쁘지 않은 생각 같습니다 만.”
“그래?”
“예.”
이현수가 살짝 생각을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헤어지는 모양새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제안 자체는 받아 들일 만해 보입니다. 어쨌든 지금 총회도 삼왕계의 존재를 큰 부담으로 받아 들이고 있잖습니까?”
“그냥 까놓고 말하게.”
“삼왕계가 무서워 죽을 것 같습니 다.”
“……너무 깠군.”
정도를 모르네, 정도를.
이현수가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이야 저놈들이 지들끼리 처 싸운다고 이쪽으로 시선을 못 돌리 고 있는 것뿐이지, 막상 저놈들이 생각이 바뀌어서 일단 한국부터 정 리하자고 해버리면 우리만 박살 나 는 것 아닙니까.”
“벌어지기 힘든 일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죠.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원탁과도 동맹을 맺은 거구요.”
유 O.휴
..•
위긴스가 침음을 흘렸다.
“무인계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은 바깥세상에서 미국이 가지는 영향력 을 능가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영향 력은 그렇다 치고, 가진 힘이라면 정말 미국보다 강할지 모릅니다. 삼 왕계가 연합한다면 전 세계의 무인 들이 모두 달려들어도 승리를 장담 할 수 없잖습니까?”
“듣고 보니 그도 그렇군.”
“그럼 편을 늘려야죠. 혹여 그런 일이 벌어져도 대항할 수 있도록 말 입니다.”
위긴스가 심드렁한 눈으로 이현수 를 바라봤다.
“자네의 생각은 잘 알았네만, 이 만큼 큰 일에 있어서 자네의 생각은 딱히 의미가 없다는 게 문제군.”
“로드께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시 든가?”
“글쎄요.”
이현수가 머리를 긁었다.
“영 마음에 안 들었으면 다 잡아 죽이셨을 거고, 마음에 드셨으면 어 쨌든 대화는 계속하셨을 것 같은데, 그냥 박차고 나와 버리신 거라 저도 딱히 뭐라 평을 하기가……
“미묘하신 모양이군.”
위긴스가 슬쩍 위쪽을 바라보았 다. 위층에서는 아마 강진호가 쉬고 있을 것이다.
‘그만한 일을 그 자리에서 결정할 수는 없었겠지.’
저들의 권한도 애매하고 말이다.
“어떻게 합니까? 제가 한 번 설 득을……
“아무것도 하지 말게.”
“••••••예?”
“자네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너무 몰라. 저들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네.”
“그럼 위험한 거 아닙니까?”
“위험?”
위긴스가 낮게 웃었다. 그러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저들이 해야 할 일은 로드께 좋 은 인상을 심어주어 좋은 협의를 이 끌어내는 걸세. 그런데 위협이라니.”
“아••••••
이현수가 이해했다는 둣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내일부터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겠지.”
거기까지 말한 위긴스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다만, 그것도 로드께서 회가 동 했을 때의 이야기겠지.’
미국이라는 나라는 위긴스에게도 아직 미지의 국가다. 무인계에서 이 들이 가진 힘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 하게 아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 여행에서 그걸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나쁜 쪽은 아니 어야 할 텐데.’
위긴스가 한숨을 쉬고는 이현수를 돌아보았다.
“그래서 로드께서는 내일 다시 회 담을 하시려는 건가?”
“아뇨. 데이트 간다는데요.”
“……응? 뭐?”
“디즈니랜드라나, 유니버셜 뭐라 나. 여하튼 여기저기 가보신다던데.”
동아시아의 운명보다 데이트 라…….
‘이래도 되는 걸까?’
도무지 불안함이 가시지 않는 위 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