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29)
마존현세강림기-1431화(1428/2125)
마존현세강림기 58권 (13화)
3장 회담하다 ⑶
콧노래 소리가 방을 울리고 있었 다.
한은솔은 팔짱을 낀 채 최연하가 화장을 하는 모습을 멀거니 지켜보 았다.
기초부터 시작해서 벌써 한 시간 째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최연하를
보니 뭔가 서글픔이 느껴졌다.
화장을 뭐 그렇게 과하게 하냐 고?
메이크업에 한 시간이 걸렸으면 말도 안 하지. 중간중간 마음에 안 든다고 세수하고 다시 화장하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촬영장에서 메이크업을 할 때, 30 분만 넘어가면 눈꼬리가 미친 듯이 승천하는 최연하가 자발적으로 한 시간째 화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 니, 미묘하게 현타가 왔다.
“흐으으음, 마음에 안 드는데?”
최연하가 거울을 보며 인상을 쓴
다.
“뭐,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겠지. 원판이 워낙 예쁘니까.”
“••••••누나.”
“응?”
“그렇게 좋아요?”
“왜? 또 무슨 시비를 걸려고?”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은솔아.”
“ 네?”
최연하가 한은솔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람에게는 사생활이라는 게 있 는 거거든?”
“그렇죠.”
“네가 아무리 매니저라지만, 배우 사생활을 이렇게 간섭하는 거 아 냐.”
한은솔이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 다.
“제가 언제 누나 사생활에 간섭했 어요? 저만큼 사생활 터치 안 하는 매니저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그래서 미국까지 따라왔니?”
“꼭두새벽부터 여배우 방에 쳐들 어와서 잔소리하고?”
“너, 좀 병이 있는 거 아닐까?” 한은솔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렸 다.
“저도 누나 아니라 다른 배우 맡 았으면 이렇게 안 살아요! 눈만 떼 면 사고를 치니까 제가 이러고 있는 거잖아요!”
“내가 무슨 사고를 쳤어!”
“하나하나 다 말씀드려요? 네? 시작해 볼까요? 오늘 내가 누나가 몇 년동 안 저지른 한 편의 대서사 시를 한 번 읊어봐요? 네?”
“됐어. 나 바빠.”
최연하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리자, 한은솔이 한숨을 푹 내쉬었 다.
‘양심도 없지, 양심도.’
여기가 미국이 아니라 저기 어디 동남아의 섬이었다면 한은솔도 굳이 따라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사 따 라왔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관광을 다니지, 이렇게 최연하의 옆에 찰싹 붙어 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기는 미국.
길을 가다 보면 한국인이 발에 채이는 곳이다.
한은솔이 불안해하는 건 들뜬 최 연하가 주변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
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잔소 리해야겠다고 쳐들어온 참…….
순간, 최연하가 뚱하게 한은솔을 바라보았다.
“너도 생각해 보니까 좀 심하긴 하지?”
“반성합니다.”
“사람이 상식이 있어야 하는 거란 다.”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그래도 한은솔이 사심 없이 좋은 마음으로 자신을 위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화를 내지 않는 것이다.
최연하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한은 솔을 바라보았다.
“……또 무슨 구박을 하시려구 요?”
“그런 생각이 들어서.”
“어떤 생각요?”
“그냥, 네가 없었으면 내가 과연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 각?”
“헐……
한은솔은 두 가지 부분에서 굉장 히 놀라는 중이었다.
하나는 ‘그’ 최연하가 저런 생각
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저런 생각을 이제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침 잘못 드셨어요?”
“안 먹었어!”
“아…… 답변 감사합니다.”
한은솔이 당황하자 최연하가 웃으 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네가 있어서 내가 이 험 난한 세상에서 버텼지.”
“아, 아뇨. 누나, 저는……
“내 얼굴이 90 정도 했고, 내 연 기력이 5 정도 했네. 그럼 네가 한 5프로? 그 정도 했을까?”
그냥 욕을 해라, 그냥.
왜 안 하던 짓을 하나 싶었다.
하기야 저 최연하가 한은솔의 공 을 5프로나 인정해 주는 것조차 천 지가 개벽할 일이기는 했다.
“이제는 내리막이긴 하지만.”
“……아니, 갑자기 왜 우울 모드 르 ”
“사실이 그렇지.”
말과는 다르게 최연하가 굉장히 산뜻한 얼굴을 했다.
“열애설도 터졌고, 캐스팅도 안 되고.”
“CF는 엄청 들어오잖아요.”
“배우로 캐스팅이 잘 안 되면 끝 난 거지. 내가 뭐 CF 전문도 아니 고.”
최연하가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뭐, 그건 어쩔 수 없는 거 잖아. 할리우드도 아니고, 남자 친구 있는 배우를 누가 쓰고 싶어 하겠 어.”
“에이, 요즘 세상은 안 그래요.”
“됐어.”
최연하가 손을 내저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거지. 그거 억지로 아니라고 우겨봐
야 괜히 나만 추해지는 거야.” 한은솔은 덜컥 겁이 났다.
‘이 누나가 왜 이러지?’
자신감 하나로 먹고살던 최연하 다.
한은솔은 지금까지 최연하와 지내 면서 단 한 번도 이런 약한 소리를 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었다.
‘ 설마?’
그러고 보니 최근에 입버릇처럼 ‘망하면 강진호 씨가 먹여 살려주겠 지’라는 말을 달고 산 게 생각난다.
한은솔이 화들짝 놀라 말했다.
“누, 누나, 설마 은퇴를 생각하고
계신 건 아니죠?”
“응‘?”
“은퇴하고 강진호 씨랑 결혼해서 주부로 전직하려는 건 아니죠? 누 나, 잘 생각해 보세요. 그건 진짜 잘못된 거예요.”
“왜?”
“누나는 주부로 전직을 못해요. 밥도 못하는 사람이 뭔 놈의 주부 를…
“이 새끼가?”
최연하가 도끼눈을 떴다.
맞는 말이지만, 그래서 더 짜증 난다. 본디 팩폭이란 그런 게 아니
던가.
“전직은 얼어 죽을 전직이야! 게 임하냐, 인마?”
“아니, 누나가 말하는 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내가 지금까지 한 게 얼만데. 나는 결혼하는 일이 있어도 활동 계속할 거야!”
이제는 결혼 안 한다는 소리는 안 하네.
사람이 참…….
“그런데 내가 언제까지 톱스타일 수는 없잖아. 언젠가는 내려가는 날 도 오는 거지. 그렇다고 징징댈 수
는 없잖아. 스타에게는 스타의 배역 이 있고, 여배우에게는 여배우의 배 역이 있는 법이지. 나는 늙어 죽을 때까지 나이에 맞는 배역 찾아서 할 거야.”
참 좋은 말이었다.
스캔들 터뜨리고 미국으로 도망치 듯 놀러 와서 데이트를 준비하는 사 람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면 박수 라도 쳤겠지!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해 요?”
“무슨 말?”
“이제 내리막이라느니,. 뭐.”
“사실이잖아.”
최연하가 한은솔에게 뚜벅뚜벅 걸 어와 그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은솔아, 은솔아. 사람은 냉정할 줄 알아야 한다. 분위기 반전이니, 의리녀니 해봐야 그렇게 응원해 주 는 애들은 원래 내 팬이 아니야. 나 는 지금 팬 베이스가 훅 떨어진, 한 물간 배우일 뿐이야.”
자체 팩폭이었다.
너무 신랄한 말에 일순 한은솔이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최연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
“지금이야 이미지가 확 좋아졌으
니까 仁도고 뭐고 몰려들겠지. 그런 데 그 이미지가 얼마나 갈 것 같 아? 중요한 건 한때의 인기가 아니 라 지속적인 이미지야. 나는 그 지 속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줄 팬들을 많이 잃었단다. 이걸 내리막이라고 하지.”
한은솔이 마땅히 반박할 말을 찾 지 못해 머뭇거릴 때, 최연하가 한 은솔을 빤히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뭘 해야 할까?”
“그야…… 더 열심히?”
“쯧쯧.”
혀를 찬 최연하가 한심하다는 눈
으로 한은솔을 바라봤다.
“여기가 어디니?”
“미국이요.”
“저기 옆으로 가면 뭐가 있다?”
“그야…… 어? 지금 혹시? 할리 우드 말씀하시는 건 아니죠?”
“내가 이래서 너를 좋아하는 거 야. 애가 눈치가 빠삭하거든.”
한은솔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아니, 왜 이야기가 그렇게 흐르나 했다. 이거 하나 하려고 거기서부터 빌드업을 하나? 거기서부터?
“네가 매니저로 여기까지 따라왔 으니, 이제 일을 해야지. 가서 배역
좀 따봐. 원래 위기가 기회인 법 아 니겠어? 한국에서 끝빨 떨어져 가면 미국 진출이라도 해봐야지.”
“뭔 할리우드가 구멍가게도 아니 고, 대책 없이 찾아간다고 배역이 따집니까, 배역이! 그리고 중국 쪽 으로 계약해 놓은 드라마가 있잖아 요! 일정은 어떻게 맞추시게요?”
“원래 미국 애들은 느긋해서 촬영 일정이 그리 빡빡하지 않을 거야. 지금 캐스팅돼도 내년은 되어야 촬 영 들어갈걸? 거꾸로 중국 애들은 일정만 뜨면 촬영부터 끝내놔야 직 성이 풀리는 애들이고.”
그건 그렇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가 있다.
“누나, 여기는 우리처럼 그냥 대 본 날아와서 정하고 하는 데가 아니 에요. 신인이 캐스팅되려면 오디션 을 가야 한다구요.”
최연하가 뚱한 눈으로 한은솔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그거 알아봐.”
“••••••네?”
“오디션.”
“오, 오디션 보시게요?”
놀라 되묻는 한은솔을 보며 최연 하가 피식 웃었다.
“왜? 네가 말해놓고.”
“아, 아뇨. 저는 누나가 오디션까 지 봐가며 배역 딸 것 같지는 않아 서.”
“기왕 미국까지 왔는데, 그냥 돌 아가면 재미없잖아. 참가할 만한 오 디션 있으면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그리고 내가 한국에서나 배우 지, 여기서 뭔 인지도가 있다고 오 디션을 거부해?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거지.”
한은솔이 멍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너,영어 잘하지?”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닌데, 대화 정도는 되는 수준이죠.”
“그럼 대본도 볼 수 있겠네. 보고 나한테 잘 맞을 것 같은 배역으로 뽑아봐. 될 수 있으면 대사 적은 걸 로.”
최연하가 싱긋 웃으면서 한은솔의 어깨를 두드렸다.
“믿고 있을게요, 실장님.”
“그냥 해고하시죠?”
“에이, 무슨 말씀을. 평생 가야지, 평생.”
“그럴 거면 월급……
“늦었다. 있다 봐!”
최연하가 손을 흔들며 방 밖으로 나가자, 한은솔이 허탈한 듯 멍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 고 말았다.
‘의욕이 안 떨어져서 다행이네.’
사실 이건 불만을 털어놓을 만한 일은 아니다. 최연하는 이번 강진호 사태에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 팬 이 돌아서서 욕을 퍼붓고 욕하던 사 람들이 다시 치켜세워 주는 일련의 과정에서 연예계에 환멸을 느낀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다른 배우들이 이런 일을 겪었다 면 은퇴까지는 가지 않을지 몰라도 적어도 몇 달 정도는 의욕을 잃었을 것이다.
‘하기야 저러니까 지금 위치에 있 는 거겠지.’
성격이야 문제가 있을지 모르지 만, 일을 대하는 최연하의 자세는 정말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 을 정도다. 그렇기에 최연하의 성격 이 나쁘다는 것을 빤히 아는 후배들 도 함께 일하고 싶다고 소속사를 옮 기는 게 아니겠는가.
한은솔이 피식 웃으며 방을 나섰
다.
“하, 생각할수록 기분 나쁘네. 나 를 대체 뭘로 보고 하는 말이지?”
이미 알아보고 있었거든요?
그의 방에는 일정이 맞는 오디션 들에 대한 자료가 쌓여 있다. 그 모 든 자료들을 보고 최연하에게 적당 한 배역을 찾으려면 오늘 하루 종일 분석해도 모자랄 것이다.
최연하를 최고의 여배우로 만드는 게 목표인 한은솔이 이런 좋은 기회 를 놓칠 리가 없다. 오디션을 안 보 겠다고 하면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 어서라도 보게 할 작정이었건만, 본
인이 저렇게 나와주니 매니저로서 뿌듯하기 짝이 없었다.
다만 한 가지.
“……근데 누나가 영어 연기가 되 나?”
에이, 되겠지.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