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3)
마존현세강림기-143화(143/2125)
마존현세강림기 6권 (18화)
4장 움켜쥐다 (3)
“이 새끼 어디 갔어?”
잠에서 깬 노수봉은 옆을 돌아보 고는 기겁을 했다. 김학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노수봉은 이불을 개고 있는 김도 형 일병에게 소리쳤다.
“야, 이 새끼 어디 갔냐고?”
“……일어나 보니 안 보이셨는데 말입니다.”
“안 보여?”
노수봉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정신도 온전치 않은 애가 아침부 터 안 보이는데, 그냥 그러려니 하 고 있었단 말이야?”
노수봉이 역정을 내기 시작하자 분대원들이 눈치를 살피며 슬쩍 고 개를 돌렸다.
‘알게 뭐야, 그런 새끼.’
평소 정이라도 좀 있었다면 혹시 나 일이 있나 싶어 찾아보기라도 했을 테지만, 김학철 같은 놈을 좋아
하는 이들이 있을 리 없었다. 그저 같은 분대원이라는 인식뿐.
다만, 노수봉이 워낙에 김학철을 챙기니 대놓고 말을 할 수 없을 뿐 이었다.
“찾아! 이 새끼들아!”
노수봉이 고함을 지르자 분대원들 이 우르르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 진짜. 속 시끄러워서 못 살 겠네!”
이상엽 상병이 신경질적으로 소리 쳤다.
“에이, 조심하셔야지 말입니다. 노
수봉 병장님이 듣기라도 하면 난리 나지 말입니다.”
김도형 일병이 주변 눈치를 살피 며 이상엽을 말렸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왜 우리가 그 새끼 찾으러 다녀야 하냐고.”
“까라면 까는게 군대 아닙니까.”
“씨발.”
이상엽은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들도 눈이 있어 노수봉과 김학 철이 주영기에게 한 짓을 모르지는 않았다. 때때로 보일러실로 끌고가는 것 역시 모두 목격했다.
다만, 입을 열 수 없었을 뿐이다.
그들의 분대에서는 김학철과 노수 봉이 포식자고, 주영기는 피식자였다.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있으면 그 관계는 변하지 않을 테지만, 괜스레 입을 열고 말리려 든다면 피식자가 바뀔지도 몰랐다.
‘엿 같은 군대.’
대한민국 사회의 축소판이라더니, 딱 그 짝이었다.
특히나 내부 고발자가 되레 불이 익을 당한다는 것은 철저하게 지켜 지고 있지 않은가.
‘다 변명일 뿐이지만.’
묵인에 대한 이유는 천 개라도 찾
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변 명을 한다고 해도 그들이 주영기 사 태에 대한 책임에서 일정 이상 지분을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이미 몇 번의 기회가 그들에게 주 어 졌다.
주영기에 대한 괴롭힘이도를 넘 었을 시점.
주영기가 눈에 띄게 힘겨워 하던 시점.
그리고 수사가 시작되었을 때.
그중 단 한번이라도 사태를 알리 고 막으려 들었다면 상황이 이 지경
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이상 그들도 그저 잠재 적인 동조자일 뿐이다.
“탈영이라도 한 건 아니겠지 말입니다?”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자살 시도에 탈영까지 겹치면 진짜 부대 초토화된다.”
“근처에 갈데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게. 다른 애들도 못 찾았 대?”
“예. 소식 없습니다.”
이상엽은 떨떠름한 얼굴로 시계를 보았다. 아침점호 시간이 다 됐는데,
이러다가 점호 시간까지 김학철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건 정말 큰일이 될 수도 있었다.
“아, 오늘 입실한다던데, 오늘까지 만 얌전히 있으면 될 일을 진짜.”
“오늘 입실한다고 했습니까?”
“그래, 오늘.”
이상엽이 영 마뜩찮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병 병력으로는 웬만해서 입실 이 되지 않기 마련이지만, 김학철의 상태는 그가 보기에도 너무 심각했다.
“근데 진짜 신기하지 않냐?”
“뭐가 말입니까?”
“그, 뭐, 악몽 꾸고 하다 보면 사람이 정신적으로 몰릴 수는 있겠지. 그거까지는 이해한단 말이야. 그런데 사람이 아무리 정신적으로 몰린 다고 해서 몰골이 그렇게 되는게 말이나 되냐?”
“진짜 장난 아니지 말입니다.”
김도형은 새삼 김학철의 모습이 떠올르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불과 일주일 만에 김학철은 다른 사람처럼 달라졌다.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던 몸은 해골이나 다름없게 삐쩍 말라 버렸고, 최근에는 머리카
락마저 뭉텅뭉텅 빠지고 있었다.
“사람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 면 그렇게 되냐?”
“솔직히 저는 좀 무섭지 말입니다.”
“무서워?”
김도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사람이 그렇게 변하는 걸 지켜보고 있으니, 제가 다 섬뜩한 기분이 듭니다.”
“그게 무섭냐?”
“예. 이상엽 상병님은 무섭지 않 으십니까?”
“나는 사람이 그 꼴이 되어가는데도 입실이 바로 안 되는 군대가 더 무섭다.”
“……듣고 보니 그거도 호러지 말 입니다.”
“쯧.”
김도형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엿 같은 군대.”
김학철이 그런 꼴을 당해도 싼 짓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병사가 정 신이상을 보이는데 즉각적인 대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아무리 처벌을 받는게 합당한 이 라 하더라도 아프면 고쳐 줘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근데 진짜 어디 갔지?”
그 몸으로 멀리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어젯밤의 김학철은 걷는 것조 차도 힘겨워했으니까.
“그 몸으로 탈영은 시도도 못했을 것이고, 이 좁아터진 포대에서 갈데가 어디 있다고.”
“아침부터 나간 것도 이상하지 말 입니다. 할 일도 없으실텐데, 뭐하 러 나가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할일이 없다고?”
그 순간, 이상엽이 입을 다물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야.”
“ 예?”
“화장실 뒤져 봤어?”
“……오전이라 애들 화장실에 부 리나케 드나들지 말입니다.”
“아니! 대변기 쪽 다 살펴봤냐 고!”
“거긴 안 봤습니다.”
“씨발.”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친다. 이 상엽은 두말할 것 없이 화장실로 달 리기 시작했다.
“같이가시지 말입니다!”
김도형도 이상엽을 따라 화장실로 달렸다.
‘아니겠지.’
화장실로 뛰어 들어간 이상엽이 닫혀 있는 대변기 문들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문 안에서 지체 없이 관등성명이 튀어나왔다. 사람이 대답하는 곳은 빠르게 지나치며 문을 두드리던 이 상엽이 어느 순간 멈춰 섰다.
쾅! 쾅!
대답이 들리지 않는다.
가장 안쪽에 있는 문은 굳게 닫혀
있지만, 아무리 두드려도 대답이 나 오지 않고 있었다.
“ 하아……
불길한 예감에 이상엽이 진저리를 치고는 화장실 문 위를 잡았다.
“야, 나 올라간다.”
“……예.”
김도형도 무언가를 예감했는지가 만히 이상엽의 다리 쪽을 잡았다.
짧은 기합성과 함께 이상엽이 화 장실 위쪽으로 매달렸다. 대변기 안 쪽으로 고개를 밀어 넣은 이상엽의 눈에 곧 구석에 서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다.
축 늘어져 있는 육체 위로 기다랗게 보이는 끈을 발견한 이상엽은 지 체하지 않고 비명과도 같은 고함을 질렀다.
“사람들데리고 와! 당장!”
“ 예‘?”
“빨리 사람데리고 오라고, 이 새 끼야!”
파랗게 질린 얼굴로 바닥에 내려 선 이상엽이 문을 몇 번이고 걷어찼다.
“으아아아아!”
사태를 직감한 김도엽도 어깨로 문을 들이받기 시작했다.
쾅! 쾅!
몇 번이나 어깨가 부서져라 들이 받고 나서야 겨우 문이 뒤틀리기 시 작한다. 이상엽이 거의 날듯이 문을 걷어차 부수고는 안으로 뛰어 들어 갔다.
“김학철 상병님!”
이상엽이 벽에 매달려 있는 김학 철의 몸을 잡고 들어 올렸다.
그 목에 매어져 있는 구두끈을 발 견한 김도형이 몸을 돌려 화장실 밖으로 달리며 목이 찢어져라 외치기 시작했다.
“의무벼어어어어어엉!”
인간의 재미있는 점 중 하나는 타 인의 불행이나 사고를 외면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노수봉은 인간의 그러한 점을 확 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앰뷸런스 멀었냐고!”
“지, 지금 오고 있답니다.”
“빨리 오라고 해! 사람 뒈지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횐 거품을 입에 물고 누워 있는 김학철과 그 위에서 땀을 뻘뻘 홀리 며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있는의 무병, 그리고 아무런도움이 되지
않으면서도 그 주변을 떠나지 못하 고 있는 사람들.
그 광경을 노수봉은 마치 영화라도 보는 것처럼 감상하고 있었다.
냉정해서?
아니다.
현실감이 전혀 들지 않은 탓이었다.
왜 김학철이 저기 누워 있는가.
목을 맸다고?
왜?
노수봉의 등이 축축이 젖어들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주영기가 목을 맸을 때도 당황하 기는 했지만 겁을 먹지는 않았다. 상황이 그의 통제 아래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상황은 그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았다. 수사가 시 작됐지만,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수 사망을 벗어나 유유자적할 수 있었 으니까.
이상 징후가 발견된 것은 김학철 이 기이한 꿈을 꾸기 시작한 이후였다. 그리고 지금 사태는 그의 통제를 벗어나 폭주한 기관차처럼 내달 리고 있었다.
“비켜!”
앰뷸런스에서 뛰어내린 군의관들 이 들것을 들고 안으로 달려 들어온다.
김학철을 들것에 올리고 다급하게 앰뷸런스로 싣고가는 장면이 그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사병들이 우르르 앰뷸런스로 따라 나선다.
노수봉도 그 인파 속에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현실감이 없다.
마치 이 모든 것이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앰뷸런스가 사이렌을 울리며 과격 하게 출발을 할 때까지도 노수봉은 조금은 멍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현실감 없이 멀어지는 앰뷸런스를 바라보고 있던 노수봉을 현실로 되 돌린 것은 귓가에 들려온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이제 네 차례야.”
그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
너무나도 낮아서 처음에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 목소리가의미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기까지는 아주 잠깐의 시간이 필요했다.
전신에 소름이 돋은 노수봉이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누, 누구야!”
장병들이의문 어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느 새끼냐고! 씨바아아아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바, 방금 나한테 말 건 새끼 누 구냐고.”
“……아무도 말 안 했지 말입니다.”
“모, 못 들었어? 분명히 말했잖
아. 너희, 지금 나가지고 장난치는 거야? 어? 이 새끼들아! 내가 우스 워 보여?”
노수봉의 목소리에는 광기가 묻어 있었다. 노수봉이 하는 짓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이들이 다들 눈을 찌 푸리고는 그 자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누구냐고 묻잖아, 이 새끼들아!”
홀로 현관 앞에 남은 노수봉이 하 얗게 질린 얼굴로 떨리는 손을 들어 얼굴을 주물렀다.
‘아, 아닐 거야.’
단지 김학철이 자살까지 시도한
상황이 너무도 당황스러워 들은 환 청 같은 것이리라. 자신이 아니고는 아무도 들은 사람이 없다지 않는가.
그래야 했다.
노수봉은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납 득시키려 애썼다.
‘누군가가 자신을 끌고가서 고문 한다고 했지.’
미쳐 버린 김학철이 끊임없이 하 던 말이다.
밤이 오면, 잠에 들면…….
‘그’가 온다고.
“씨발!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김학철은 그저 주영기의 일에 과도한 죄책감을 느낀 것이고, 덕분에 환상을 보게 된 것이다.
결국은 그 압박을 이기지 못해 정 신이 이상해지고, 결국 목을 맨 것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명쾌 하다.
그런데…….
이 숨길 수 없는 불안함은 대체 뭐란 말인가.
노수봉은 떨리는 손으로 담뱃갑에 서 담배 한 대를 꺼내 들었다. 하지
만 덜덜 떨리는 손 때문인지 제대로 쥐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 았다.
노수봉은 아무 말 없이 바닥에 떨 어진 담배를가만히 바라보았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노수봉은 바닥에 떨어진 담배를 거칠게 발로 비볐다.
“대가를 치르게 해주지.”
노수봉이 굳은 얼굴로 생활관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