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32)
마존현세강림기-1434화(1431/2125)
마존현세강림기 58권 (16화)
4장 견학하다 (1)
“도착했습니다.”
문이 열리고 녹초가 된 강진호와 최연하가 차에서 내렸다.
“즐거우셨습니까?”
최연하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호 씨.”
“ 네?”
“저 사람 죽빵 한 대만 갈겨주면 안 돼요? 내가 때리면 아프지도 않 을 것 같아서.”
“……그러면 죽습니다.”
통역을 통해 최연하의 말을 전해 들은 윌리 리스가 기겁하여 뒤로 물 러났다.
평소라면 농담으로 넘길 말이지 만, 주먹을 날릴 사람이 사람이다 보니 전혀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강진호가 손가락으로만 때려도 윌리 는 내일 뜨는 해를 보지 못할 것이 다.
“끄웅, 진짜 내가……
최연하가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 는다는 얼굴로 바라보자, 윌리 리스 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즐겁지 않으셨습니까?”
즐거웠냐고?
사람들의 그 불만 어린 시선만 아니었어도 그리 대답할 수 있을지 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 인간들이 워낙 판을 벌여 버린 덕분에 물 한 잔 마시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했 다.
“아무래도 그쪽은 동양의 문화에
대해 조금 배울 필요가 있겠네요.”
“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윌리 리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다 감안하고 한일입니다.”
“이게요?”
윌리 리스가 빙그레 웃었다.
“죄송하지만, 최연하 씨께서는 여 행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여행이 여행이지 뭐예요. 트래 블!”
이 사람에게는 화법이라는 게 잘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윌리 리스 가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저는 여행이 추억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빤한 소리네요.”
“그럼 추억은 뭘까요?”
최연하가 고개를 갸웃했다.
윌리 리스가 이런 말을 하는 의 도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는 추억을 그렇게 정의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떠오르는 것, 생각하 면 괜히 웃게 되는 것.”
윌리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맺혔다.
“꽤 요란스럽기는 했지만, 아마
두 분은 오늘의 기억을 평생 가져가 지 않겠습니까?”
최연하가 멍한 얼굴로 윌리를 바 라보았다.
‘아니, 생각해 보면 그렇기는 하 지.’
이걸 어떻게 잊겠는가.
아마 10년이 아니라 100년이 지 나도 오늘의 이 난장판은 기억에 남 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생각할 때 마다…….
‘황당해서 웃음이 나오겠지.’
억지스럽지만 말은 된다.
“평범하게 관광을 하고 즐겁게 돌
아간다. 괜찮은 선택이지요. 하지만 오늘처럼 즐겁게 기억에 남지는 않 을 겁니다. 저희는 두 분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서 최선 을 다했습니다.”
그 눈이 진중하다.
물론 ‘좋은’이라든가, ‘즐거운’이라 든가 사람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 는 단어들이 겹쳐 있는 것도 사실이 지만, 확실히 오늘은 두 사람의 기 억에 남을 것이다.
“……변호사 하시면 잘하시겠네 요.”
“제가 생각보다는 양심이 있는 사
람이라 그쪽 직업은 그리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울리실 것 같은데.”
“끄응, 동양인들은 속내를 잘 내 보이지 않는다고 하던데, 최연하 씨 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군요.”
“그거 인종차별이에요.”
“……실수입니다. 정중하게 사과 드립니다.”
“사과는 됐어요. 실수니까.”
최연하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 의 입가에 그래도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걸 보면, 오늘 나름 즐겁기는 한 모양이었다.
강진호가 최연하를 돌아보며 말했 다.
“먼저 올라가세요. 이야기 좀 하 고 갈게요.”
“네. 그럴게요.”
몸을 돌리려던 최연하가 강진호를 힐끔 보고는 입을 열었다.
“아, 진호 씨.”
“네?”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
“선택은 진호 씨가 하는 거지만. 그럼.”
최연하가 종종걸음으로 호텔 안으
로 들어가자 강진호가 미묘한 시선 으로 윌리 리스를 돌아보았다. 그러 자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자, 그럼 어디서 말씀을?” 강진호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꼭 이런 데가 아니어도 괜찮 습니다만.”
“여기가 편하다.”
“그러시다면 저는 불만 없습니 다.”
금세 말을 바꿔 대는 윌리를 보 며 강진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이 앉은 곳은 호텔 뒤편
에 있는 벤치였다. 딱히 홉연 구역 이라고 표시가 된 것은 없지만, 재 떨이가 있는 것을 보면 담배를 피워 도 별문제가 없는 곳 같았다.
내부에도 흡연이 가능한 카페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많 으니까.
강진호가 담배를 꺼내 물자, 윌리 가 자신도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 다.
“후우.”
짧게 담배 연기를 내뿜은 강진호 가 미묘한 시선으로 윌리를 바라봤 다. 그 시선을 받으며 윌리가 겸연
쩍은 얼굴을 했다.
“마음에 드실 거라 생각했는데, 별로였습니까?”
“그런 건 딱히 중요하지 않아.”
호의는 고마워할 일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런 호의만으로 총회의 운명을 결정하지 않는다. 그에게 베 푼 호의가 총회에 베푼 호의가 될 수는 없으니까.
“마음에 들었느냐, 아니냐로 묻는 다면…… 들었다고 해야겠지. 꽤 감 사하는 마음이야. 덕분에 재미있었 으니까.”
“별말씀을요.”
“하지만 그건 이것과는 상관이 없 어. 중요한 건 따로 있으니까.”
윌리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강진 호를 바라봤다. 그 호기심을 충족시 켜 주려는 듯 강진호가 바로 입을 열었다.
“내가 자리를 박차고 나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윌리의 대답이 빠르게 나왔다.
“저희가 무리한 요구를 했기 때문 입니다. 하지만 회주님, 그때 저희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저희 느…”
“아니야.”
“••••••예?”
“그런 건 상관없어.”
강진호의 대답에 윌리의 고개가 살짝 갸웃거렸다.
‘그게 아니라고?’
그럼 왜?
“거래라는 건 기본적으로 최소한 의 조건을 갖춰야 이뤄지는 법이지. 그렇지 않나?”
“물론입니다.”
“그럼 조건부터 갖춰야지.”
“……저희가 갖추지 못한 조건이 있다는 말입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가벼운 대답에 조금 더 미궁 으로 빠지는 윌리 리스였다.
“회주님, 무척 죄송합니다만…… 저는 회주님이 말씀하시는 조건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설명을 해 주신다면 이해해 보도록 하겠습니 다.”
“어려울 것 없지. 난 너희를 몰 라.”
“……저희라 하시면?”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너희가 얼마나 강한지 모른다.”
“상대의 힘을 알지 못하는데, 거
래를 할 수는 없지.”
윌리가 멍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 라본다.
“어, 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주 기본적인 것을 놓쳤다는 생각 과 동시에 이게 과연 설명해야 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왜냐면 그는 미국인.
단 한 번도 자국의 강함을 상대 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던 사람이니 까.
결국 할 말은 하나뿐이다.
“회주님, 저희의 힘은 강대합니
다.”
하지만 강진호의 반응은 시큰둥했 다.
“ 알아.”
“ 한데••••••
“하지만 그건 바깥세상의 일이 지.”
강진호가 태연한 얼굴로 윌리를 보며 말했다.
“미군이 강하다는 건 세 살짜리 아이도 아는 일이지.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지? 중국과 한국의 무인 계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면 F-22 라도 보내줄 셈인가?”
이 말에는 윌리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럴 일이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인계는 무인계, 바깥세상은 바 깥세상.
둘의 구분은 확연히 지켜져야 한 다. 그게 이 세계를 지탱하는 법칙 이다.
미국의 무인들 역시 군인의 신분 을 가지고 있지만, 그 신분으로 일 선에 투입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기껏해야 민간인 신분. 설사 타국에
서 그들이 잡힌다고 하더라도 미국 은 끝까지 그들이 미군이라는 사실 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미국의 무인계와 미군은 완전 별개의 존재라고 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너희의 군사력을 믿고 거 래를 하라?”
“……조금 오류가 있었다는 걸 인 정합니다.”
윌리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스스로가 군인이며 무인이라고 생 각하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여겼다. 하지
만 강진호의 말을 듣는 순간, 그가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를 깨닫게 된다.
“하지만 회주님, 제가 말씀드린 강함은 군사력을 말하는 게 아닙니 다. 군사력을 제외하고도 우리는 강 합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미 국의 무인계 역시 세계 어느 나라에 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윌리가 단호하게 부연했다.
“설사 그 상대가 저 중국이라 할 지라도 말입니다.”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
그러고는 천천히 담배 연기를 뿜 어냈다.
“중요한 건 증명하는 거겠지. 그 렇지 않나?”
“……그렇습니다.”
윌리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새삼스레 깨달아 버린 것이다.
전 세계의 상대로도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미국. 세계에서 단 하나뿐 인 초월적 강대국인 미국조차도 무 인계에서는 스스로의 강함을 증명해 야 하는 신생 국가일 뿐이다.
‘나도 개념을 제대로 잡지 못했 군.’
강진호를 우대하여 그의 비위를 맞추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포지션 을 정확하게 정하지 못했다. 이건 확실히 실착이다.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시면 감 사하겠습니다.”
“어떻게?”
“말씀하신 대로 증명하면 되지 않 겠습니까?”
지금까지 사람 좋은 미소를 거두 지 않던 윌리가 조금은 무감정해진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본다.
강진호는 그제야 이 사내의 얼굴 에서 가면이 벗겨졌다고 생각했다.
아마 이게 이 사내의 본래 모습이겠 지.
“방법은 하나뿐이지요. 저희의 강 함을 보여 드려 회주님께 저희가 충 분히 거래의 상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습니다. 기회를 주신 다면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네가?”
“에이, 설마요.”
윌리가 양손을 들어 올리며 뒤로 물러난다. 그와 동시에 그의 얼굴에 다시 가면이 씌워졌다.
“제 목숨은 두 개가 아닙니다. 아 니, 설사 제 목숨이 두 개더라도 도
전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한 열 개 정도 있다고 해도 생각을 백 번은 해볼 겁니다. 저희의 강함을 증명할 이들은 따로 있습니다.”
“홈……
“조금만 시간을 내주신다면 회주 님께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원 하신다면 직접 겪고 평가하실 수 있 게 해드리겠습니다. 거래는 그 뒤에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강진호가 가만히 윌리를 바라보았 다.
‘꽤나 자신이 있는 모양인데?’
시간을 뺐기는 건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지만, 저 자신만만한 태도 를 보고 있으니 회가 동한다.
‘여기의 무인들은 어떤 이들일 까?’
아마 한국의 무인들과는 전혀 다 를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나 유럽의 무인들과도 다를 게 분명했다.
가장 비슷한 타입을 찾으라면 중 국 정부군에 가깝겠지만, 이곳은 미 국. 같은 군인이라 해도 그 성향이 확연히 다를 것이다.
“재미 있겠군.”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을 정해봐. 한 번 가보지.”
“감사합니다, 회주님.”
윌리가 허리를 숙여 동양식으로 인사했다. 강진호가 그 모습을 지켜 보다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앞으로 도 한동안은 같이 행동해야 할 사이 니 이제 적당히 분위기를 풀 필요가 있다.
“그런데 설마 보여주고 싶은 무인 들이라는 게 히어로 같은 건 아니겠 지? 쫄쫄이 코스튬을 입고 나온다든 가.”
하지만 윌리는 그 말을 듣고 얼 굴을 일그러뜨리며 정색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보신 것 아닙
니까?”
농담을 모르는 놈이네. 농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