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37)
마존현세강림기-1439화(1436/2125)
마존현세강림기 58권 (21화)
5장 입증하다 (1)
지미가 넋을 놓은 얼굴로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죽을 각오를 하라고?
제정신인가?
몇 번이고 눈을 질끈 감았다 떠 보지만, 상황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강진호는 도열해 있는 군인
들의 앞에 태연하게 서서 그들을 바 라보고 있었다.
‘혼자?’
그러니까, 혼자서 저들을 다 상대 하겠다고?
농담이겠지.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한참 동안 할 말을 찾던 지미가 결국은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뭔가 잘못 말한 거겠지.’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영어가 아무리 유창하다고 해도 저 사람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니 까. 잠깐의 실수로 의미가 잘못 전
달되는 경우는 허다하지 않은가.
지미가 고개를 돌려 위긴스를 바 라보았다. 보아하니 위긴스는 한국 어도 영어도 모두 유창해 보이니 무 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려줄 것이 다.
“지금 저분이 한 말을 다시 한 번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미스터 위 긴스?”
“다 덤비라지 않는가.”
아, 잘못된 게 아니구나. 잘못 들은 게 아니었어.
“제정신이십니까? 여기에 지금 전
투원만 천 명이 있습니다.”
위긴스가 턱을 긁었다.
“확실히 좀 문제긴 하지.”
그러자 이현수가 태연하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천 명이랑 싸우는 게 처음도 아 닌데요, 뭐.”
“그렇긴 하지.”
위긴스가 턱을 괴고는 앞을 바라 보았다.
도발을 당한 군인들이 금방이라도 강진호를 씹어먹을 듯 도끼눈을 뜨 고 있다. 몸이 움찔움찔하는 것을 보니, 당장에라도 달려들고 싶은 마
음을 억제하느라 힘겨운 모양이다.
‘알고나 있을까?’
저들의 앞에 선 이가 도망칠 곳 없는 망망대해에서 목숨을 걸고 달 려드는 천 명을 모조리 쓸어버린 사 람이라는 걸 말이다.
‘알고 있다면 저런 표정을 짓지 못하겠지.’
범이 걸어 나오는데 하룻강아지들 이 이를 가는 것 같다.
상대의 강함도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저들을 어린아이처럼 가지고 놀 수 있는 마염들이 같은 말을 들었다
면, 지금쯤 달아날 곳을 찾기 위해 필사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들에게는 강진호의 강함 이 보이지 않는다.
‘양식이야.’
때로는 양식이 자연산보다 우월할 때도 있다지만, 저들은 아니다. 저들 은 얌전히 도마 위에 올라가 숨이 끊어지길 기다리는 횟감이어서는 안 되니까.
살아서 상대를 쓰러뜨리고, 그 숨 을 끊어야 하는 전사들이다.
그런 이들은 이런 식으로 길러낸 다?
‘멍청한 짓을 저질렀군.’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이게 지금까지 미국이 가장 완벽 하게 해내오던 스타일이니까. 과학 적으로 분석하고, 가장 완벽한 효율 을 낼 수 있는 방식을 찾는다.
그리고 그 방식을 완벽하게 관리 되고 훈련된 육체로 관철한다.
하지만 이건 스포츠가 아니다.
아마 저들도 곧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강진호와 마주하는 그 순간부터 말이다.
“정말 하실 생각합니까?”
위긴스가 살짝 짜증이 난 얼굴로
지미를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강진 호에게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생각 하고 위긴스를 통해 중재를 해볼 생 각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위긴스는 그의 요청에 응 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까부터 자꾸 왜 병신 같은 짓 을 하는지 모르겠군.”
“벼, 병신이요?”
“이보게. 자네가 지금 무슨 기회 를 잡은 건지 모르겠는가?”
“••••••예?”
위긴스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로드일세. 총회의 회주이자 동아
시아의 마왕이라 불리는 분일세. 모 르겠는가? 자네들이 이만한 분을 상 대해 볼 기회가 평생 다시는 올 것 같은가?”
그 말에 지미의 눈■이 흔들렸다.
“그러니 자네가 아직 일개 지휘관 으로 있는 걸세. 상부에서 이 사실 을 알았다면, 자네의 목을 따려고 발악을 했겠지. 이 좋은 기회를 그 딴 식으로 날리려고 드는 이를 누가 신용하겠는가.”
윌리도 그제야 아차 하며 지미를 바라봤다.
맞는 말이다.
강진호는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 도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 는 강자다. 숨겨진 강자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계산으로도 절대 그 이 하로는 잡을 수가 없다.
그런 강자들은 상대해 보고 싶다 고 하여 상대할 수 있는 이가 아니 다. 미국의 무인들이 삼왕을 상대해 보고 싶다고 중국으로 쳐들어가는 상황이 상상이 가는가.
바로 전쟁이 벌어지고, 모조리 잡 혀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삼왕 중에는 홍왕처럼 상대의 도 전을 흔쾌히 받아주는 이도 있지만,
그 역시 무학에 평생을 바친 구도가 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미국처럼 군인으로 키워진 이들이 단체로 홍 왕을 상대해 보겠다고 중국으로 간 다?
홍왕의 근처로 접근하기도 전에 홍왕계의 손에 잡혀 온갖 고문을 다 당하고 죽을 게 빤하다.
하지만 지금 그 삼왕과 동급이라 평해지는 강진호가 아무런 조건 없 이 그들을 상대해 주겠다고 나서지 않았는가.
이건 수억만금을 주고도 얻을 수 없는 기회였다.
상황을 파악한 지미의 눈이 단호 해졌다.
“모두 들었겠지, 저분이 우리를 상대해 주신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가 강렬하게 울렸음에 도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저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강진호를 노려볼 뿐이다.
강진호가 그 눈빛을 받으며 담배 를 꺼내 물었다.
‘자존심은 있군.’
하지만…….
‘투쟁심은 없어.’
원래는 반대가 되어야 한다.
무학을 익히는 이에게 가장 필요 한 것은 투쟁심이다. 하지만 그 투 쟁심의 발로가 자존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시받는 것에 분노해서는 진짜 무인이 될 수 없다. 자신이 나 약하다는 것에 분노해야 한다.
하지만 저들이 그걸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지금 그의 앞에 있 는 것은 무인이 아니라 군인이니까.
‘군인은 자긍심이 필요했던가.’ 글쎄.
강진호가 군인일 때는 딱히 그런 게 필요한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 만 미국의 군인은 다를 수도 있겠
지.
아무래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상대에게서 투쟁심이 느껴지지 않으니, 강진호 역시 별다 른 기분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우.”
낮게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호 가 가만히 저들을 바라보았다.
“안 올 건가?”
자신들끼리 수군수군 대화를 나눈 다.
전투병이 이천에 달한다고 했지 만,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일 천가량. 그만한 이들이 동시에 속닥
대기 시작하자 그 소리도 무시 못할 크기였다.
그중 한 사내가 앞으로 슬그머니 걸어 나왔다.
“중사 크리스 글랜시.”
강진호가 심드렁한 눈으로 앞으로 걸어 나온 사내를 바라보았다.
쫙 벌어진 어깨와 단호한 눈매가 군인이라는 인상을 한층 더 강렬하 게 전해주는 남자다.
“동양의 마왕에게 한 수 배워보겠 습니다.”
강진호가 대답 없이 담배를 빨아 들였다.
그러자 크리스가 허벅지에 찬 대 검집에서 나이프를 뽑아 들고는 강 진호를 겨눴다.
‘못 이기겠지.’
바라지도 않는다.
이곳에서 수련을 하고 있다 해서 듣는 귀가 없는 건 아니다. 동양의 삼왕. 아니, 이제는 사왕이라 불리는 이들에 대해서는 귀가 따갑게 들었 다.
세상을 떠받치는 한 축.
무인계의 정점이라 불리는 이들.
그들이라고 해서 사왕의 무서움을 모르는 건 아니다. 아마 자신은 상
대도 되지 않을 것이다.
크리스가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 았다.
‘하지만 그러니 의미가 있지.’
다른 이들과 함께 마왕을 상대해 보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홀로 마왕을 상대해 봐야 한다. 그 경험 은 크리스가 다른 이들에 비해 앞서 나갈 수 있는 자산이 될 테니까.
“그럼••••••
크리스가 앞으로 치고 나가려는 순간, 지미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누가 단독 행동을 하라고 했나! 크리스, 제대로 팀으로 상대하지 못
해!”
크리스가 움찔하여 지미를 바라본 다.
‘제길.’
지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분대 단위로 움직인다. 특히나 강대한 적을 상대 할 때는 분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서 상대를 옭아매는 훈련을 받아왔다.
지금 그의 앞에 있는 이는 더없 이 강대한 적.
그러니 당연히 그의 분대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크리스
는 자신이 홀로 마왕을 상대해 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가 어려웠다.
“당장 분대로……
그 순간, 윌리가 손을 들어 지미 를 막았다.
“……대령님?”
“놔둬 보지.”
“하나 저희는……
“소령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건 경험이 아 닌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 우리의 병사가 마왕을 단독으로 상대해 볼 수 있겠는가.”
그 뒤에는 ‘그리고 그만한 데이터
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겠나’라 는 말이 숨겨져 있었다.
지금 이곳은 주변에 배치된 카메 라로 완벽하게 촬영되고 있다. 윌리 는 가능하다면 분대 단위 전투뿐 아 니라 개인전의 강진호에 대한 정보 도 얻고 싶었다.
“ 으음••••••
지미가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 러고는 크리스를 향해 가볍게 고개 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크리스가 크게 목소리를 높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라보
았다.
분대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건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기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하 지만 잘하면 한 방은 먹일 수 있겠 지.’
그들이 사용하는 나이프는 더없이 예리하다. 스치기만 해도 뼈와 살이 갈라진다. 오늘은 미리 연습용이 아 닌 실전용 나이프를 차고 나오지 않 았는가.
한 번 스치기만 해도 마왕의 몸 에 상처를 냈다는 전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그건 크리스의 인생에
다시없는 업적이 될 수도 있을 것이 다.
‘손해 볼 것 없어.’
크리스는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동시에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렇게 자꾸만 긴장으로 굳어가는 몸을 풀어낸 크리스가 단숨에 강진 호를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스스로 생각해도 깜짝 놀랄 스피 드.
평소의 반 배, 아니, 그 이상.
흥분으로 아드레날린이 폭발해서 인지, 그게 아니면 그의 잠재 능력 이 지금 이 순간 터지기 시작한 건
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크리스는 평생 다시없을 속도로 강진호를 향 해 달려들었다.
모든 것이 생생하다.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먼지까지 똑똑히 보이고, 강진호의 몸에 난 솜털 한 올, 한 올의 움직임마저 놓 치지 않는다. 완벽하게 각성한 뇌를 바탕으로 크리스가 벼락같은 속도로 나이프를 그어냈다.
‘완벽하다!’
이건 피할 수 없다.
아무리 마왕이라고 해도 이 공격 에 상처를 입지 않을 수는 없을
그 순간, 크리스의 의식에 어둠이 찾아왔다.
쾅
콰앙!
두 번의 폭음.
첫 번째 폭음은 강진호가 가볍게 휘두른 주먹에 얻어맞은 크리스의 몸에서 난 소리였고, 두 번째 폭음 은 크리스가 바닥에 처박히면서 난 소리였다.
강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바닥에 거미줄처럼 금이 갔다.
그리고 그 가운데 쓰러진 크리스
는 미동조차 하지 못한 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후……
강진호가 짧게 담배 연기를 뿜어 냈다.
바닥에 쓰러진 크리스를 한 번 일별한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들 어 얼어붙은 군인들을 바라보았다.
“ 다음.”
그 누구도 나서지 못했다.
그러자 강진호가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다 몸을 세웠다.
“못 오겠으면 내가 가지.”
저벅저벅.
강진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도열해 있는 군인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 고 다가오는 강진호를 보는 이들의 얼굴이 점점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 다.
그제야 자신들이 누구를 상대하는 건지를 실감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