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4)
마존현세강림기-144화(144/2125)
마존현세강림기 6권 (19화)
4장 움켜쥐다 (4)
포대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초상 집이었다.
포대장은 멘탈이 나가 버린 듯 장 병들에게 딱히 뭔가를 지시하지 않 았고, 간부들도 연이어 터지는 사고 에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한 달 정도 사이에 자살 사건이
연이어 두 건이나 터졌다. 부대가 공중분해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김학철 건은 오늘 터졌기에 아직 정식 대응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당 장 내일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두가 짐작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포대는 고요한 침묵으로 물들어을 씨년스러운 느낌마저 났다.
모든 생활관이 다 조용했지만, 1 생활관은 말 그대로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그 1생활관에서 노수봉은 구석에 앉아 생각에 빠져 있었다.
돌이켜 보면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정말 단순히 김학철이 미친 걸까?’
노수봉의 머리를 꽉 채우고 있는 것은 어쩌면 이것이 단순히 김학철의 정신병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의심이었다.
만약 김학철이 그런 기미가 약간 이라도 보이던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김 학철은 완벽한 정상인이었다. 그렇 다면 김학철이 죄책감에 이기지 못 해 저 꼴이 되었다는 결론이 나야
하는데…….
‘그럴 놈이 아냐.’
그런 것에 죄책감을 느낄 놈이었 다면 주영기를 거기까지 몰아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럼 정말 뭔가 있다는 말인가?’ 노수봉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그렇다면…….
‘환청이 아니라는 건가?’
“이제 네 차례야.”
그 목소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전신에 소름이 듣는 기분이었다.
“노수봉 병장님?”
“ 으응?”
자신을 부르는 이상엽의 목소리에 노수봉이 고개를 들었다.
“점호 준비하셔야 하는데 말입니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
창밖은 이미 어둠으로 완전히 물 들어 있었다.
그리고 노수봉의 안색은 어두운 바깥과는 다르게 조금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애들 청소시키고, 오늘은 따로 뭐 안 할 거니까 점호 끝나면 그냥
자.”
“예.”
“그리고 학철이 소식 들어온 거 있냐?”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큰 문제가 생겼으면 벌써 소식이 들 리지 않았겠습니까?”
“……살아는 있다는 거네. 알았 어.”
노수봉은 담배를 챙겨 밖으로 나 왔다.
차가운 공기를 맡으니 한결 진정 이 되는 기분이었다. 노수봉은 담배를 물고는 머릿속을 정리했다.
“아무리 생각해 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만약 김학철이 겪은 것이 사실이 고, 자신의 귀에 들린 그 환청이 거 짓이 아니라면 오늘 밤 뭔가가 일어 날 것이다.
노수봉은 나직하게 이를 갈았다.
“나를 김학철처럼 만만하게 봤다 면 오산이지.”
노수봉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생활관 안으로 들어갔다.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잠이 오는 것이 되
레 이상했다.
결국 노수봉은 뜬 눈으로 새벽을 지새우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아무 일도.
하지만 안심이 되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함이 더 커져 갈 뿐이 었다.
‘제길.’
차라리 빨리 무슨 일이라도 벌어 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머릿속을가득 채우는 불안함이 그를 괴롭히고 있
었다.
‘나가서 담배라도 한 대 피우고 올까?’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노수봉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은 바로 그 때였다.
‘ 어두워?’
불을 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취 침 등은 켜두기 마련이다. 그런데 감은 눈 위로 붉은빛이 전혀 느껴지 지 않고 있었다.
노수봉이 천천히 눈을 떴다.
‘ 누구?’
자신의 머리맡에 서 있는 사람의
형태가 흐릿하게 눈에 들어온다.
막 입을 열려는 그 순간, 노수봉의의식이 일순가라앉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잉.
깊숙이가라앉아 있던 그의의식을 잡아끈 것은 다름 아닌 커다란 기계가 진동하는 소음이었다.
노수봉은 천천히 눈을 떴다.
어둠.
깊은의식의 심연 속에서 겨우 부 상한 그가 처음 직면한 것은 짙은 어둠이었다.
‘여긴?’
익숙한 곳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예상한 곳이 기도 했다.
보일러실.
그리고 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 노수봉의 발끝에서부터 지릿한 전율 이 일기 시작했다.
김학철이 지껄이던 그 헛소리가 모두 사실이었다.
단순히 김학철이 정신이 나가서 그런 소리를 해 댄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김학철의 말대로라면 이제 곧 누 군가가 나타날 것이다.
누군가가.
노수봉의 심장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침착해야 한다고 되뇌었지만, 한번 뛰기 시작한 그의 심장은의지를 무시한 채 제멋대로 뛰어 댔다.
“후욱, 후욱……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김학철의 말은 한 치의 거짓도 없 었다. 모든 상황이 김학철이 해준 말과 동일하다.
그렇다면…….
노수봉은 두 눈을 부릅뜨고 이제 곧 나타날 누군가를 기다렸다.
김학철은 그걸 ‘그림자’라고 불렀
다.
이제 곧 그림자가 그의 앞에 나타 날 것이다.
이제…….
‘왜 나타나지 않지?’
하지만 그림자는 그 모습을 드러 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보일러실을가 득 채운 어둠뿐이고, 들리는 것이라 고는 웅웅대는 보일러 소음과가끔 들리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뿐이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와 얼굴을 덮치는 보일러의 열기.
그 이상한 감각가운데서 노수봉은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누가 모습을 보이기라도 하면 나을텐데, 이 기묘한 공간에 서 이렇게 방치되고 있다 보니 긴장 감이가면 갈수록 더해지는 느낌이 었다.
‘차라리!’
그 순간이었다.
“익숙해 보이는군.”
귓가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낮고, 묵직하고, 그리고…….
낮에 들었던 목소리다.
그가 들은 것은 환청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목소리가 아마 김학철이 말하던 바로 ‘그’의 목소리일 것이다.
노수봉의 육체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무서워서?
두려워서?
아니다.
노수봉은 알 수 있었다.
김학철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노 수봉은 알 수 있다. 김학철은 단 한번도 그러한 위치에 서보지 않았기 에 몰랐겠지만, 노수봉은 달랐다.
“후욱! 후욱!”
노수봉의 숨이 거칠어졌다.
“그렇지 않나?”
노수봉이 부르르 전율했다.
이 목소리.
어디선가 많이 들은 목소리다.
조금의 나른함과 장난기가 한데 섞여 있는 목소리.
포식자가 마음껏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을 손에 넣고 조롱하는 목 소리였다.
불과 얼마 전 보일러실에서 주영 기를 앞에 앉혀두고 노수봉이 내던 목소리이기도 했다.
‘그럼 이 내가 지금 먹히는 입장
이라는 건가?’
고양이 앞의 쥐?
어린아이 손에 잡힌 벌레처럼?
노수봉의 눈이 흔들렸다.
그럴 수는 없다.
그는 단 한번도 피식자의 위치에 서보지 않은 사람이다. 본능적인 반 발심이 들고 눈에 힘이 들어갔다.
스스슷.
기묘한 음향과 함께 그의 눈앞에 시커먼 그림자 같은 것이 모습을 드 러 냈다.
그제야 노수봉은 왜 김학철이 그를 그림자라 불렀는지 알 것 같았
다.
알 수밖에 없다.
그의 눈앞에 모습을 보인 것은 검은 어둠이 뭉쳐서 형태를 만들어낸 것 같은, 기묘한 무언가였으니까.
“아아……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온다.
‘말을 할 수 있다?’
노수봉이 입가를 떨었다. 육체는 여전히 조금도 움직이지 않지만, 입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 이지만, 어차피 조금 전부터 상식은 그와 함께하지 않고 있었다.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이 꼴인데, 상 식을 찾는 것이 더 이상하다.
그렇다면 무언가 말을 해야 한다. 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의미는 눈앞의 이놈이 자신에게 말을 해보 라는의사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네, 네가 김학철이 말하던 그놈 인가?”
그림자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진다. 그 동작 하나로 수많은 것을 전 달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노수봉이가장 확실하게 느낀 감정은 다른 아닌 비웃음이었
다.
“아니라면?”
목소리에서 웃음기가 묻어난다.
멍청한 질문이었다.
이놈이 아니라면 누구란 말인가.
평소라면 이런 멍청한 말을 입에 담지는 않았을 것이다.
태연한 듯, 침착한 듯 굴고는 있 지만, 노수봉 역시 지금 극한으로 몰리고 있다는 걸 반증하듯 그의 입 에서는 빤하고 멍청한 말이 튀어나 오고 있었다.
노수봉의 눈에 독기가 어렸다.
‘그래, 나는 무섭다.’
그래서 그게 어쨌단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 두려움에 떨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간 담이 큰 자라고 해도 지금의 노수봉 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오줌을 지 리고 말 것이다.
두려우면 두렵다고 솔직하게 인정을 해야 한다.
노수봉의 눈에서 힘이 빠진다. 노 수봉은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해서 떨 리는가슴을 진정시키고는 입을 열 었다.
“이러는 이유가 뭐냐?”
“이유?”
“그래! 이러는 이유가 있을 것 아 냐!”
노수봉이 악을 쓰듯 소리쳤다.
“워, 원하는게 뭐냐? 돈을 원한다면 돈을 주겠다. 다른 걸 원한다 고 해도 내가 이뤄줄 수 있어.”
그림자는 대답 없이가만히 노수 봉을 바라보았다.
“원하는게 뭐냐고!”
발작적인 노수봉의 외침에 그림자가가만히 입을 열었다.
“넌 뭘 원했지?”
노수봉의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막 다시 질문을 하려던 노수봉의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주영기.’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일이 벌어진 것은 주영기가 자 살을 시도한 직후부터 였으니까.
세상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기 마련이고, 눈앞의 그림자가 그 와 김학철을 노리기 시작한 이유는 이제 명확해졌다.
노수봉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목적이 없는 이는 상대하기가 힘
들다. 하지만 목적이 있는 상대라면 대처하기가 어렵지 않다.
“거, 거래를 하자.”
“거래?”
노수봉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놈은 불과 일주일 만에 김학철을 폐인으로 만들어 버린 놈이다. 물론 김학철과 자신은 다르겠지만, 될 수 있으면 어떻게든 이 상황을 빠져나가고 싶은 것이 노수봉의 심 경이었다.
“그래, 거래다.”
“ 말해봐.”
노수봉이 심호흡을 했다.
“주, 주영기 때문에 이러는 거지? 나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러니까 주영기의 치료 비와 그가족들에 대한 지원을 하겠다.”
노수봉은 필사적으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 나를 풀어줘. 약속하지. 이대로 물러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주겠다. 주영기뿐만 아니 라 너도 원하는 것이 있다면 들어주 지. 나는 그만한 힘이 있다. 하지
만!”
노수봉은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정말 끝까지가보겠다고 한다면 너도 무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할 거야. 나를 건드리고도 네가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어떤 놈인지 안다면 너는 절대 날 건드릴 수 없어. 너뿐만 아니라 네가족까지 지옥을 보게 될 거야. 내 말 똑똑히 듣고 잘 생각하는게 좋아.”
노수봉의 목소리는 마지막에가서는 거의 발작처럼 들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노수봉의 눈동자는 혼들림
없이 그림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회유와 협박을 적절히 섞었다. 웬만한 놈이라면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노수봉은 몰랐다.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이가 누구 인지를.
“큭큭큭큭.”
낮은 웃음소리가 울려 나왔다.
귀를 파고드는 그 무감각한 웃음을 듣는 순간, 노수봉의 얼굴이 하 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지옥을 본 적 있나?”
그림자의 손이 천천히 노수봉의
얼굴을 향해 뻗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