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40)
마존현세강림기-1442화(1439/2125)
마존현세강림기 58권 (24화)
5장 입증하다 (4)
‘확실히 재미있군.’
무인들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차라리 완전한 복종을 바칠지언정 상대에게 자신을 완전히 맞추지는 않는다.
‘무인은 아니로군.’
하지만 상관없다.
이제 강진호도 무인들만의 세상에 서 살아갈 수는 없게 되었으니까. 과거처럼 오로지 자격 있는 자만이 그와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 하려면 총회의 회주 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
강진호도 그 정도는 이해하고 있 다.
“우리가 원하는 것?”
“ 예.”
“이야기가 잘못됐군.”
“ 예?”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우리가 원하는 걸 논하기 전에,
그쪽에서 요구한 것부터 어떻게 해 야 하지 않나? 상황이 바뀌었는데?”
“아•…”
윌리가 한숨을 내쉰다.
“일전에도 말씀을 드리려고 했습 니다만, 저희가 중국과의 동맹 파기 를 원한다는 건 그런 의미가 아니었 습니다.”
“그럼?”
“저희가 생각하기에 총회는 중국 정부와의 항구적인 동맹을 맺을 의 사가 없습니다. 이건 그저 일시적인 면피일 뿐이잖습니까?”
강진호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으로도 대답은 충 분히 됐을 것이다.
“하지만 저희가 원하는 것은 지속 적인 동맹 관계의 유지입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모양 이지?”
“예. 가능합니다.”
윌리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회주님께서 저희를 믿지 못하는 이유도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패권 국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시죠. 언 젠가는 세계를 모두 먹어 치우려 할 거다. 적당히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관계를 정리하려 들 거다. 그렇지
않습니까?”
“딱히 부정하고 싶지는 않군.”
“그건 틀린 말입니다. 왜냐면 무 슨 수를 쓰더라도 타국의 무인계를 모조리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 이기 때문이죠. 무인계에 비해서 압 도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정규군으로도 중동 하나 어쩌지 못 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흠.”
이 말에는 조금 관심이 갔다.
슬쩍 고개를 돌려 위긴스를 바라 보니, 위긴스 역시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서?”
윌리가 목이 탄다는 듯 앞에 놓 인 커피를 쭉 들이켰다.
이만한 대화가 햄버거 가게에서 오간다는 게 황당하기는 하지만, 황 당함은 황당함이고 그는 어떻게든 이 대화를 성공시켜야 한다.
“솔직히 저희로서는 동아시아에 개입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그 곳이 터져 나가면 세계가 흔들립니 다.”
“파멸보다는 안정이라는 건가?”
“저희가 소국에 불과한 북한에 포 인트를 두는 이유와 비슷합니다. 사
실 미국이라는 국가는 세계가 혼란 에 빠지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혼 란은 흔들림을 부를 뿐이죠.”
안정적으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서는 세계가 안정되어 있는 쪽이 좋 다는 뜻이었다.
“그럼 차라리 삼왕 중 하나를 지 원하는 게 낫지 않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삼왕들은 자신의 국가를 일통하는 순간, 바로 해외로 눈을 돌릴 이들이기 때문이죠.”
“으..”
M..•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중국이라는 나라의 기본적 인 습성 때문입니다. 그들은 패권을 얻기 원하고, 그 패권을 확실한 영 역으로 확정하기를 원합니다. 딱히 국경이 나뉘어 있지 않은 무인계라 면 거침없이 침공하고, 거침없이 먹 어 치우려 들겠죠.”
이해가 갔다.
‘확실히.’
그 홍왕이 삼왕계를 일통하고 한 국을 내버려 둘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이건 홍왕 개인의 욕심이나 성향 과는 관계가 없다. 홍왕이 한국이나
총회, 혹은 강진호를 어떻게 생각하 든 중국을 집어삼킨다면 당연하게 한국으로 마수를 뻗어올 것이다.
“하지만 회주님은 다르시죠.”
“저희가 파악한 회주님은 누군가 선공을 하지 않는 이상은 타국을 건 드린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한국 내에서도 딱히 타인들에게 먼저 공 격을 한 적이 없으시더군요. 회주님 이 원하는 것은 안정과 평화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럴지도 모르지.”
조금 다를 수도 있고.
“설사 사소한 차이가 있다고 해 도, 저희는 동아시아를 손에 넣는 사람이 회주님이기를 원합니다. 삼 왕은 아니어야 합니다.”
“흐음, 그건……
위긴스가 끼어들었다.
“그 말은 확실히 납득이 가는군. 내가 원탁에 있었어도 비슷한 생각 을 했을 거야.”
“역시 이해해 주시는군요.”
“하지만 그건 서로가 도움이 될 때의 이야기가 아닌가. 지금 확인한 바로는 그쪽은 우리에게 도움이 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말문이 막힌 윌리가 침음을 홀렸 다.
원래대로라면 H27의 막강한 전력 을 바탕으로 협상을 쉽게 풀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전력들이 실질적으 로는 크게 활약할 수 없다는 게 확 인되어 버린 이상, 판돈 없이 도박 을 하는 꼴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 렸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희 가 어떤 식으로 도움을 드려야 하 며, 어떻게 해야 귀 회 측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허허.”
위긴스가 난감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이거야 원, 협상이 아니로군.”
서로 패를 들이밀고 하는 협상이 아니라 사정이 되어버렸다.
‘한심한 게 아니야.’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보며 한심 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위 긴스는 오히려 이 모습 때문에 이들 이 조금 무서워졌다.
자신이었다면 이렇게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단 하나의 목적만 관철 하겠다고 나설 수 있었을까?
아니, 그럴 수 있을 리 없다.
자신들이 우위를 가진 곳에서는 철저하게 우위를 활용하고, 불리한 곳에서는 손을 내려놓고 어떻게든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이건 철저한 합리성의 결과일 뿐이다.
감정 따위는 끼어들 수 없는 합 리성.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나와 할 이야기가 아닌 것 같군. 이미 알고 있는 것 같겠지만, 그런 쪽으로는 전문가가 따로 있어 서.”
“그럼••••••
“내가 요구하는 건 하나야. 만약 저들을 이대로 한국에 주둔시키겠다 면……
“예.”
“명령권은 내가 갖지.”
“예? 하지만 그건……
윌리가 한 대 맞았다는 얼굴이 되어 강진호를 바라봤다. 이건 정말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명령권을 준다는 건 군권을 넘긴 다는 뜻이다. 자랑스러운 미국의 부 대가 강진호의 사병이 되어버린다. 그걸 누가 승인하겠는가.
“왜? 총회에 도움이 되려고 주둔
하는 거라 하지 않았나?”
“하지만 그건 조금 다르지 않습니 까? 지원군과 본군이 같을 수는 없 습니다.”
“그쪽에도 이득이 될 테니 괜찮 아.”
윌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득? 무슨 이득?
“이득이라 하시면?”
“나는 내가 쓸 이들은 저런 식으 로 내버려 두지 않아. 어차피 너희 의 방식으로는 저들을 단기간에 고 칠 수 없어. 내게 넘겨주면 무인으 로 만들어주지.”
“……아!”
이러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병권을 주는 대신 확실한 병력이 된다.’
거래의 가치가 있다.
“이건 제가 상부에 건의를 해보겠 습니다. 제가 감히 가타부타 말을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도록 해.”
“그럼••••••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전제네. 지금부터 하는 말 은 이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걸 전제 로 하지.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차피 서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까.”
“그러겠습니다.”
“내 쪽에서 요구하는 건 몇 가지 없네. 만약 동맹이 이루어진다면 미 국으로의 텔레포트진을 세 개 이상 유지해 주고, 유사시에는 미국 본토 의 병력을 한국으로 파견해 주게.”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내가 필요로 하는 재료가 몇 가지 있으니, 그걸 좀 넘겨주면 좋겠네. 이제는 원탁에서 수급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말이야.”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한 번 전제를 깔고 나자 일사천 리로 대화가 이루어졌다.
윌리의 기분이 급상승하기 시작했 다.
‘어쩌면 좋은 조건으로 대화가 끝 날 수도……
그때 였다.
“그럼 음……
위긴스가 머리를 긁고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화하기 힘들 테니, 자리를 비 켜주지. 잘해보게나.”
“예?”
강진호도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견학이나 마저 할까?”
“그러시죠, 로드.”
“네? 지금 갑자기 왜……
윌리가 어정쩡하게 자리에서 일어 나는 순간,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 왔다.
“앉으시죠.”
윌리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간다.
그곳에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사무직의 얼굴을 한 이현수가 있었 다.
‘악덕 변호사.’
얼굴을 보는 순간, 딱 그 말이 머
리에 감돌았다.
이현수가 빙그레 웃으며 자리를 가리켰다.
“이제부터는 저와 대화를 하시면 됩니다.”
“무슨 대화를……
“이제 본론이지 않습니까? 부차적 인 것들은 대충 해결된 것 같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한 번 대화를 나눠 봐야죠.”
“아니,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무슨 대화를?”
“하, 왜 이러실까?”
이현수가 얼굴을 찌푸리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러고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을 한 채 고압적 으로 말한다.
“뭐, 사소한 거 몇 개 이야기했다 고 다 끝난 것처럼 구십니까. 이제 진짜 조건을 만들어야 할 시간인 데.”
“예?”
이현수가 자세를 고쳐 잡았다.
“고래로부터 모든 거래의 기본은 따로 있는 법이죠.”
이현수가 윙크를 하며 한 손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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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는 보았다.
이현수의 얼굴에 더없이 화사한 미소가 피어나는 것을 말이다.
“저는 지금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 습니다. 과연 세계 최강 대국. 그 경제력 하나로 세계를 움직인다는 대국의 스케일이 얼마나 클지 말입 니다. 자, 그러니 이제 돈 문제를 이야기해 보죠.”
그와 함께 말도 안 되는 돌직구 가 다이렉트로 윌리의 명치에 꽂혔 다.
“얼마 내실래요?”
“싸게 드립니다, 싸게. 선제시해 보세요.”
아무래도 뭔가 잘못 걸린 것 같 다.
“왜 저래?”
“팬티까지 털린 모양입니다만.”
강진호가 휘파람을 부는 이현수와 넋이 나간 윌리를 번갈아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적당히 하지그랬나.”
“저는 정말 적당히 했습니다. 다 만, 저분이 워낙 스케일이 작으셔서 현실을 인식시켜 드리는 데 시간이 좀 걸렸을 뿐입니다.”
“……수고했어.”
“별말씀을.”
이현수의 얼굴이 무척 개운해 보 인다. 나름 타지 생활을 한다고 피 로가 쌓였는데, 윌리에게서 돈뿐 아 니라 정기까지 빨아들인 모양이다.
그게 아니면 남의 고통이 이현수 의 즐거움이든가.
‘아무래도 후자 쪽이겠지?’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는데, 뭐 저리 심각한지……
“그러게 말입니다. 아직 털어먹을 게 많은데.”
……그 뜻이 아니잖아.
강진호는 이현수와의 대화를 포기 했다. 이런 쪽으로는 이현수를 말릴 방도가 없다는 걸 애저녁에 체감한 강진호다.
“가지.”
“예.”
활주로에 서 있는 비행기에 오르 려는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뛰어오
는 모습이 보였다.
“음?”
“자, 잠시만!”
지미가 다급한 얼굴로 뛰어와 숨 을 헐떡인다. 그러고는 강진호를 보 며 말했다.
“회주님.”
“말해봐.”
“저희가 강해지려면, 반푼이 무인 이 아니라 진짜 무인이 되려면 어떻 게 해야 합니까?”
강진호가 탄히 지미를 바라보았 다.
‘재미있군.’
완전히 군인이었던 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굳이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군인은 군인의 본분이 있는 법이 지.”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더 나아가고 싶은 이가 있으면 한국으로 오라고 해.”
“••••••예?”
“내가 만들어주지.”
원하는 대로 말•이야.
강진호가 지미에게 한 번 웃어주 고는 비행기에 올랐다. 그 뒤로 위 긴스와 이현수가 따르고, 마지막으
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윌리가 탄다.
그리고 지미는 강진호를 태운 비 행기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멍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한국이라……
어쩌면 먼 땅으로의 여행을 준비 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