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42)
마존현세강림기-1444화(1441/2125)
마존현세강림기 59권 (1화)
1장 복귀하다 (1)
최연하는 창 너머로 보이는 야경 에 시선을 고정했다.
‘힐 링이라……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휴식을 취 하고 재충전을 한다고들 하지만, 아 무래도 최연하는 그런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며칠째 일을 안 하고 놀기만 했 더니, 몸이 근질거리는 느낌이다.
‘이래서 노는 것도 아무나 못한다 고 하는구나.’
입으로는 매번 휴식과 바캉스를 달고 살았건만, 막상 정말 다른 것 에 신경 쓰지 않고 쉴 수 있는 기 회가 오자 일이 하고 싶어진다.
꽤 고약한 성격이라는 생각이 절 로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최연 하라는 사람이 생겨 먹은 게 그런 것을.
“달라붙는 것들이 많아서 데이트 도 제대로 못하고……
저 사람은 왜 저리 인기가 좋은 걸까?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으면 이해라 도 한다. 솔직히 강진호 정도의 얼 굴이면 인기가 없는 게 더 이상하니 까.
하지만 문제는 강진호는 여자보다 남자들에게 과도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점이다. 대체 저 성격의 어 느 부분이 그리 남자들을 끌어당기 는지 여자인 최연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인기남이랑 사는 건 힘들다니 까.”
“아직 사는 것 아닙니다.”
최연하가 뚱한 얼굴로 고개를 돌 렸다.
소파에 앉은 한은솔이 살짝 한심 하다는 얼굴로 최연하를 보고 있었 다.
‘저놈은 나중에 내가 결혼해도 우 리 집 거실에서 저러고 있지 않을 까?’
상상하니 끔찍하다.
하지만 한은솔의 유용성(?)은 최 연하도 인정하는 바였다. 한은솔이 그녀의 매니저를 맡으면서 그녀의 입지가 전보다 두 배는 상숭했으니
까. 이제는 나름 국제적으로 놀기도 하고.
“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한 번씩은 니가 내 동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 가족 같은 느낌?”
“아니, 동생이면 뒈지게 패버려도 되잖아.”
이 순간만큼은 최연하와 피가 섞 이지 않았다는 걸 하늘에 감사하는 한은솔이 었다.
“그래서…… 오디션은 알아봤어?”
“제가 누굽니까.”
한은솔이 손을 들어 앞머리를 촤 라락 쓸어 넘겼다. 재수 없다는 소 리가 입술까지 튀어나온 최연하지 만, 인내심을 발휘해 입술을 꾹 다 물었다.
“ 언제야?”
“내일요.”
“ 언제?”
“내일.”
최연하의 눈꼬리가 슬며시 올라갔 다.
“야, 이 미친놈아! 뭔 오디션이
호떡 장사도 아니고! 배역도 모르고 대본도 안 봤는데 하루 만에 오디션 을 어떻게 봐!”
버럭질을 해 대는 최연하지만, 이 번만큼은 한은솔도 할 말이 있었다.
“그게 제 잘못이에요? 여행 온 김에 오디션 보고 가겠다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 그 촉박한 시간 안에 오디션까지 잡아왔으면 잘했다고 칭 찬은 못해줄망정! 칭찬은 고래도 춤 추게 한다는 것 모르세요?”
“고래가 춤춰서 뭐 할 건데!”
“••••••어?”
그게 그렇게 되나?
“마치 너 같지.”
“그건 무슨 말씀이신데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예전에는 뭐랄까…….
화를 내고 발악을 하는 거로 사 람을 괴롭혔는데, 요즘은 딜을 넣는 방식이 꽤 다양해진 최연하였다.
“그래서 대본은?”
“여기요.”
한은솔이 A4 용지 몇 장을 최연 하에게 넘겼다.
“이게 다야?”
“네. 아마 그거 말고 즉흥 몇 신
볼 거예요. 여기는 대본 리딩 쪽보 다는 캐릭터에 어울리는가 하고 임 기응변을 중요시하는 것 같더라구 요.”
“그래?”
최연하가 대본을 받아 들고는 진 지한 얼굴로 읽기 시작했다.
“음, 이거……
최연하가 어깨를 으쓱했다.
“영어잖아.”
한은송의 눈이 흔들렸다.
“……미국이니까요.”
“나영어할줄 모르는데?”
끓어오른다.
뱃속에서부터 뭔가 참을 수 없는 것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한은솔이 었다.
“아니! 영어도 못하는 사람이 뭔 놈의 오디션을 본다고!”
“그런 배역 없나? 영어 못하는 한국인 배역이라든가.”
“그런 배역이 어디 있어요!”
“있을 수도 있지. 너는 왜 화를 내고 그래. 일단 화부터 내는 건 안 좋은 버릇이야. 릴렉스, 릴렉스.”
“:n 으•••••♦
한은솔이 끓어오르는 화를 억지로
꾹꾹 내리눌렀다.
한참을 씩씩대던 한은솔이 새삼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언제부터 누나 한테 화를 낼 수 있게 된 거지?’
불과 반년 전만 해도 꿈도 꿀 수 없던 일이다. 천하의 최연하에게 화 를 낸다니.
감독도, 피디도, 제작자는 물론이 고, 소속사 사장조차도 감히 생각조 차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사람이 바뀌긴 많이 바뀌었네.’
예전 같았으면 한은솔이 소리를 지르는 순간, 소속사를 뒤집어놓았
을..
‘아, 누나가 이사지.’
그러네. 자기가 자기 회사 뒤집을 수는 없지.
여하튼 예전에 비해서 최연하가 많이 유해진 것은 분명한 일이다.
“걱정하지 마!”
하지만 그런 한은솔의 속을 다시 한 번 긁어놓겠다는 듯이 최연하가 당당하게 말했다.
“내가 뭐 중국어 알아서 중국 배 역 땄나? 처음 중국으로 촬영갈 때 도 중국어 한 마디도 못했잖아. 그 래도 나름 드라마 잘 찍었고 흥행도
했어. 지금부터 배우면 되지!”
“내일인데요?”
“하룻밤이면 만리장성도 쌓는 거 야.”
“……그게 구라래요.”
“그래?”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걱정하지 마. 하루면 돼. 지들도 눈이 있으면 내가 아무리 더듬거려 도 나를 그냥 놓치지는 않을 거야. 안 그래?”
저 말도 안 되는 자신감이 얄밉 다.
더 짜증이 나는 이유는, 저 말에
시원하게 반박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다.
‘정말 그렇게 되는 것 아냐?’
에이, 설마.
“그래서 지금부터 영어를 배운다 구요?”
“중국에서 하는 식으로 하면 되잖 아. 어떤 대사인지, 어떤 뜻인지만 대충 알면 발음이랑 톤만 정확하게 따라 하면 되니까.”
“그런데 그건 우리가 중국어 되는 분을 고용해서 리딩을 부탁했으니까 가능한 거 아니에요? 여기 지금 그 정도로 영어 되는 사람이 없는데?”
“왜? 있더만.”
“네?”
“거, 외국인 아저씨 하나 있었잖 아.”
“……아!”
한은솔의 뇌리에 무척이나 잘생긴 미중년의 얼굴이 떠올랐다.
‘위긴스라고 했나?’
정확한 직책은 모르겠지만, 이현 수 실장이 굽신대는 걸로 봐서는 굉 장히 높은 사람 같았다. 그런데 그 런 사람에게 오디션 대본 리딩을 부 탁한다고?
“그,그러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왜?”
“차라리 이 실장님께……. 그분 영어는 나름 잘하시는 것 같은데.”
“외국인이 있는데 왜 한국인한테 부탁을 해? 이건 능력의 문제가 아 니지.”
“……부탁해도 될까요?”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런 걸 부 탁해도 되나? 그전에는 말도 제대로 섞어보지 못했는데?
“그래도 이건 예의가 아닌 것 같 은데……
“너, 이상한 소리 한다?”
“예‘?”
“그 사람도 진호 씨 밑에서 일하 는 거잖아.”
“그건 그런데……
아무리 최연하가 강진호의 여자 친구라고는 하지만, 그런 지위를 이 용해 아랫사람을 부려 먹는 건 갑질 중의 갑질이다. 이건 말리고 싶었다.
“누나, 그래도 그건……
“그 사람도 그럼 그 총회인지 뭔 지 소속이잖아.”
웅?
“그렇겠죠?”
“그러면 MK 식구라고 봐도 되
지.”
“그, 그렇죠?”
“그럼 도와야지. 내가 이거 잘 따 내서 미국 진출이라도 하면 우리 매 출이 얼마나 늘 텐데. 이거, 회사 일이잖아.”
와!
논리 쩐다.
순간 혹할 뻔했어.
최연하가 주섬주섬 대본을 챙기더 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자!”
“••••••네?”
“시간 없잖아. 빨리 가서 부탁해
야지.”
“누나, 저는 언제나 누나의 추진 력을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 만 추진력이라는 건 발휘될 곳을 잘 찾아야 의미가 있……
“시끄럽고, 빨리 따라와.”
종종걸음으로 문을 향해 가는 최 연하를 보며 한은솔이 얼굴을 감쌌 다.
‘이래도 되는 걸까?’
진짜로?
“대본이라……
위긴스가 슬쩍 고개를 돌려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는 먼 창밖을 바라보는 중 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이 대본을 읽는 데 영 어가 안 돼서 제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말씀 낮추세요. 제가 한참 어리니까요.”
“그럴…… 수는 없지요.”
위긴스는 나름 처세를 아는 사람 이었다.
지금 최연하에게 말을 낮춘다고
딱히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건 모르는 법. 최대한 최연하와는 서로가 서로 를 공경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고 싶은 위긴스였다.
‘위험해.’
이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고래로 수많은 독재자들이 여자 때문에 벌인 일들을 생각한다면, 최 연하는 어쩌면 총회의 경계 인물 1 호로 지정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 람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런 이와 대화 를 나눈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일 수
밖에 없다.
“도와드리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유념해 두셔야 하 는 게……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 어는 차이가 조금 있습니다. 제가 알려 드릴 수 있는 건 영국식뿐이군 요.”
“문제가 될까요?”
“……홈, 영국 배우들도 할리우드 에서 잘 활동하고 있으니, 별문제는 없을 것 같군요. 그래서…… 이걸 언제까지 끝내면 될까요?”
“내일 아침이요.”
위긴스의 시선이 다시 한 번 강 진호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강진호 는 창밖에 꿀이라도 발라놨는지 절 대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저……
강진호를 향해 뭔가 말을 하려던 위긴스가 체념한 듯 다시 고개를 돌 렸다.
“내일 아침……. 허허, 내일 아침 이라……
나름 위기이기는 하지만, 애초에 위긴스는 수많은 위기를 이겨내고 이곳까지 오지 않았던가. 이 정도 위기를 이겨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시간이 조금 촉박하군요. 그래, 그럼 영어는 어느 정도로……
“정규 교육은 받았어요.”
“오, 그나마 희소식이군요. 한국의 정규 교육은 워낙 수준이 높으니 까.”
“그런데 배우 활동 한다고 거의 수업을 못 들었어요.”
뭔가 아득해지는 느낌이지만, 위 긴스는 최후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럼 아는 영어는 어느 정도?”
“헬로우?”
“파인 땡큐. 앤드……
“거기까지.”
위긴스가 빙그레 웃으며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쳤다.
‘땀이라……
세상에 대화를 하면서 땀을 흘릴 줄이야. H27에 가서도 땀 한 방울 홀리지 않은 위긴스였건만.
“매우 어렵고 곤란한 미션이지 만……
위긴스가 고개를 돌려 강진호의 뒤통수를 보며 말했다.
“도움을 요청하시는 분을 외면할 수는 없죠. 제가 최선을 다해……
“아, 오해는 말아주세요.”
“예?”
최연하가 당당하게 말했다.
“이건 사적인 부탁이 아니라 업무 협조 요청이에요. 제가 올리는 매출 이 MK엔터테인먼트의 매출이니까 요. 회사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협 조를 요청하는 거죠.”
“호‘?”
말이 된다.
위긴스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최연 하를 바라보았다.
‘프라이드가 있군.’
‘자존심이 강하다’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이건 자존심이라기보다는 자부심.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확 신라고 하는 게 맞다.
“그렇다면 이 사람도 최선을 다해 회사의 매출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 다. 안 그래도 최근에는 영 밥만 축 내는 느낌이었으니, 이렇게라도 기 여해야겠죠.”
“네, 감사합니다. 그럼 시작하시 죠.”
“네.”
위긴스가 빙그레 웃고는 대본을 들었다.
‘자, 그럼 어디……
대본을 찬찬히 읽던 위긴스의 눈 가가 살짝 경련했다.
그러고는 대본과 최연하, 대본과 한은솔을 번갈아 바라봤다.
“이, 이 역할이 그러니까……
“네.”
한은솔이 살짝 민망한 얼굴로 입 을 열었다.
“사랑에 빠진 십 대 소녀 역할입 니다. 동양인은 얼굴이 어려 보여서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사랑에 빠진 소녀의 애틋함을 잘 살리는게 포인 트……라고.”
그러니까…….
지금부터 위긴스가 사랑에 빠진 십 대 소녀의 대사를…… 어, 그러 니까…….
위긴스의 눈가가 경련을 일으켰 다.
그의 고개가 덜컥거리며 강진호에 게로 돌아갔다.
“크흠.”
강진호가 헛기침을 하고는 자리에 서 일어났다.
“그럼 나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로드.”
“내일 보지.”
“로드!”
하지만 강진호는 바람처럼 방을 빠져나갔다.
“시작해 주세요. 이건 일이니까 요.”
결국은 체념해 버린 위긴스가 눈 을 질끈 감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