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45)
마존현세강림기-1447화(1444/2125)
마존현세강림기 59권 (4화)
1장 복귀하다 (4)
위긴스가 다급하게 방에서 나섰 다.
‘이렇게 급격하게 방문을 할 줄이 야.’
미국인들을 상대할 때마다 한 번 씩 이런 일이 벌어진다. 저들은 자 신들에게 이득이 떨어지지 않는 일
에는 최대한으로 시간을 끌며 버티 는 걸 주저하지 않지만, 확실한 이 득이 보이는 일에는 과할 정도로 빠 른 속도감을 보이고는 한다.
다시 말해 저들은 지금 이 거래 를 좋은 거래라 생각하고 있다는 뜻 이었다.
‘그건 좋지만, 적어도 연락 정도 는 하고 오라고!’
방으로 뛰쳐간 위긴스가 문을 벌 컥 열었다. 그러자 방 안에 있던 이 들이 일제히 위긴스를 바라본다.
“조금 늦었습니다.”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안으로 들
어온 위긴스가 강진호의 옆자리에 앉는다.
“윌리, 잔 하나 더.”
“예, 차관님.”
윌리가 잔을 가져오자, 레이놀드 가 가볍게 옷으며 그의 잔에 와인을 따른다.
“아르망디 한 병 더 가져오라고 하지.”
“여분이 있습니다. 꺼내 오겠습니 다.”
“그러지.”
레이놀드가 위긴스를 보며 미소 지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나이트, 아 니, 미스터 위긴스.”
“레이놀드, 이제는 차관이라 불러 야겠군요.”
원탁에서 영국의 나이트로 활동하 는 동안 두어 번 본 적이 있는 얼 굴이다.
‘쉽지 않은 사내였지.’
부드러운 미소 속에 날카로움을 감춘 사내다. 하기야 이쪽에서 일하 는 이들은 대부분 그런 면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가벼운 인사가 오가는 분위기를
강진호가 끊어냈다.
“원하는 조건이라는 게 뭐지?”
레이놀드가 가볍게 잔을 들어 입 가로 가져간다. 와인을 한 모금 머 금은 레이놀드의 입가에 미소가 피 어났다.
“사실 총회에서 한 제안은 저희가 받을 이유가 없는 제안들입니다. 이 건 가치의 문제죠.”
“가치?”
“우리가 한국을 통해 병력을 주둔 시키는 것에 어떤 이득이 있는가 하 는 가치의 문제 말입니다.”
레이놀드가 잔을 내려놓고는 진지
한 어조로 말했다.
“이 일을 가치의 문제라고 말씀드 리는 이유는,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이득을 찾아내기 어려운 문제기 때 문입니다. 저희의 병력이 그곳에 주 둔한다고 해서 중국을 제대로 견제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습니다.”
“제안은 그쪽이 하지 않았나?”
“물론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여기 에 있는 것입니다. 제가 드리고 싶 은 말씀은, 총회의 요구는 그 불확 실한 문제를 현실적인 것과 교환하 자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주둔과 금전의 교환.
측량되지 않기에 적정가를 매길 수가 없다.
“상부에 보고를 해봤지만, 어떤 분은 싸게 먹힌다고 하시고, 어떤 분은 말도 안 되는 바가지라고 하시 더군요. 그리고 이 문제는 토론한다 고 해서 결론이 나오는 문제도 아닙 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러고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 다.
찰칵.
담배에 불을 붙인 강진호가 조금
은 심드렁해진 눈으로 레이놀드를 바라봤다.
“서론은 그 정도로 했으면 된 것 같은데. 이제 원하는 것을 말해봐. 그래야 우리도 입장을 정할 수 있으 니까.”
강진호의 말투가 조금 딱딱해졌다 는 것을 파악한 레이놀드가 미소를 지었다.
‘이건 기분이 나쁜 게 아니로군.’
예의를 걷어내고 제대로 협상을 해보겠다는 의미다.
‘응해줘야겠지.’
“저희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이
보이지 않는 가치를 실질적으로 보 이는 가치로 바꿔주신다면, 요구하 신 이상도 드릴 수 있습니다. 정보, 명령권, 금전…… 그뿐 아니라 장기 적인 지원도 해드릴 수 있죠.”
“그 가치라는 건?”
“말씀하신 교육입니다.”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이해가 좀 안 가는군.”
“이해를 위해서는 미국의 상황을 조금 아실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문제는 바로 그곳에서 출발하죠. 미 국과 타국 무인계의 가장 큰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대답은 이현수의 입에서 나왔다.
“무인들이 군사력으로 활용된다는 점 아닙니까? 병사로?”
“아닙니다.”
레이놀드가 고개를 저었다.
“저희는 근본적으로는 둘 간의 차 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타 국의 무인들도 국가의 군사력으로 활용되고 있는 건 마찬가지기 때문 이죠. 애초에 모두가 한 국가를 기 반으로 활동하고 있지 않습니까?”
“으..”
M..•
“그리고 유럽 같은 경우는 국가끼
리의 연맹 체제를 무인계 역시 답습 하고 있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 저냐의 문제가 걸리기는 하지만.”
“그건 내가 대답해 줄 수 있지. 원탁이 먼저네.”
“결론이 있는 문제라 다행이군 요.”
레이놀드가 빙그레 웃었다. 그러고는 설명을 이어 나갔다.
“미국과 타국 무인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운용하는 자, 즉 명령을 내리는 자가 누구냐는 겁니다.”
이현수가 도통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그 말 아닌가요?”
“아니요. 전혀 다릅니다. 좀 더 알기 쉽게 말해서, 타국의 무인계는 명령권을 잡고 있는 자가 무인이지 만……
“아!”
“음!”
이현수와 위긴스가 동시에 탄성을 터뜨렸다.
“미국은 무인이 아니로군.”
“그렇습니다.”
레이놀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발생 시킵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평
범한 사람인 권력자들은 무인들의 힘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저 강화된 군인이라는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과연.”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합리적이어서 오히려 비합리 적이 되어버린 SOB다. 왜 그들이 그런 식으로 훈련을 하고, 그런 형 태로 자리잡혔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곳은 무인이 생겨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히 무인계를 형성 하지만, 미국은 특정한 무인의 모습
을 상정해 두고 무인을 키워낸 거로 군.”
“정확합니다.”
“하지만 조악한 상상력의 한계가 그들을 가둬 버렸고?”
“그건 노코맨트하지요. 민감한 문 제라.”
레이놀드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가볍게 웃었다.
“그렇기에 윗분들은 지금의 상황 을 이해하지 못하십니다. 무인끼리 의 파워 밸런스를 논하는 건 그들의 입장에서는 일본 만화 캐릭터와 미 국 만화 캐릭터 중에 누가 더 강한
가 정도겠죠.”
“저는 슈퍼맨이 더 센 거 같은 데.”
이현수의 말에 레이놀드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농담을 모르네, 이 양반……
“저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여하 튼.”
레이놀드가 피식 웃고는 말을 이 었다.
“총회에서 요구한 그 모든 사안을 들어드리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 지만 그 협약서에 사인을 하기 위해 서는 일단 반대파들을 이해시킬 필
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한 SOB들이 낡은 방식으 로 수련한 동양의 무인들을 당해내 지 못한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합니 다.”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말이 조금 샌 것 같은데, 결국 포인트는 교육이라 하지 않았나?”
“예, 교육입니다. 회주님이 말씀하 신 대로 그들을 한국으로 보내는 것 이 단순히 중국에 대한 견제가 아니 라 파견의 형식으로 교육 연수를 받 는다는 느낌이라면, 그 정도 돈은 얼마든지 투자할 것입니다. 다
만……
레이놀드가 말하기가 조금 껄끄럽 다는 듯이 이마를 훔쳤다.
“교육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 우 수한 교사와……
“이해했다.”
강진호가 웃고 말았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저들은 강 진호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무 리 설명하고 동영상을 들이밀어도 자기 눈으로 직접 보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멍청한 사람은 아닐 텐데 말이 야.”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보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닙 니다. 공자님이 4대 성인으로 불린 다지만, 그분께 현대 과학에서 밝혀 낸 우주의 원리를 설명드리면 사문 난적이라며 목을 치려고 하실지도 모르니까요. 결국 현명함이란 자신 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의 경계 안에 서 발휘되는 법이죠. 그들에게 있어 서 무인들의 세계는 점성술과 그리 다를 게 없는 이야기일 겁니다. 오 컬트죠.”
“정확합니다.”
레이놀드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이현수의 설명이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무용론도 나오고 있을 테 고 말이지.”
“맞습니다, 위긴스. 사실 그쪽이 더 강하기는 합니다.”
“그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 는 미국이다. 웬만한 것은 그 군사 력의 힘으로 모두 해결해 버릴 수가 있다. 그런데 굳이 자신들의 전공 분야가 아닌 곳에 뛰어들어 효과도 확실치 않은 교육을 받겠다고 굽실
거릴 필요가 있을까?
‘딴지를 거는 게 아니라 나름은 합리적이라는 거로군.’
이제는 레이놀드가 하는 말이 무 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 았다.
결국 미국의 방식은 다자간 합의.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제 마 음대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는 없 다.
결국 총회에게 비용을 지불하며 굽히고 들어가는 걸 지지하는 쪽과 그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들이 충 돌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마 소수겠지.’
비밀을 공유하는 건 소수일 때 의미가 있으니까. 이만한 사안을 모 두에게 알리지는 않을 것이다.
“인원은?”
“둘입니다. 하지만 둘 모두일 필 요는 없습니다. 단 한 명만 마음을 돌려도 추진이 가능하니까요.”
“모두 넷인가?”
“그건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흐음.”
위긴스가 턱수염을 쓸어내리며 고 개를 끄덕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위긴스의 시선이 강진호에게로 향 했다.
“반대를 하고 있는 이들의 마음을 돌릴 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뜻 이로군. 그 한 사람의 마음을 돌리 기 위해서 우리가 뭔가를 해야 한다 는 뜻이고.”
“그렇습니다.”
“그 대가로 협상안 이상의 것을 안겨주겠다는 말은, 그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겠지?”
“예.”
위긴스가 한숨을 내쉬고는 강진호 를 바라봤다.
“어쩌시겠습니까, 로드?”
강진호의 입에서 새하얀 담배 연 기가 흘러나왔다. 조금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고개를 내려 레이놀드를 바라봤다.
“바쁜 척하더니, 변죽만 울리는 군.”
“빙빙 돌리지 말고 결론만 이야기 해. 내가 뭘 해야 한다는 거지?”
“증명입니다.”
“증명?”
“예. 강자의 증명입니다.”
“이미 충분히 한 것 같은데?”
레이놀드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말씀드린 겁니 다. 무인들에게 명령하는 이가 일반 인이라고 말입니다. 그들은 자신들 이 지휘하는 무인들의 효용을 딱히 신뢰하지 않습니다. 신뢰하지 않는 이들이 패했다는 걸 이상하게 여길 이유가 없죠.”
“어…… 잠시만요.”
이현수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럼 그들이 신뢰한다는 게 설 마?”
“예.”
레이놀드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
다.
이현수는 지금 나올 대답이 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대답만은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레이놀드의 입 에서 나온 대답은 이현수의 예상에 서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미군입니다.”
공기가 차갑게 식어간다.
그 분위기를 느꼈는지, 레이놀드 가 두어 번 헛기침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회주님께 정식으로 제안드리겠습
니다. 저들은 회주님이 미군을 상대 로 자신의 힘을 증명해야 무인계의 가치를 인정할 것입니다.”
“……미군을 상대로 싸우라구요?” 농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