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46)
마존현세강림기-1448화(1445/2125)
마존현세강림기 59권 (5화)
1장 복귀하다 (5)
너무 황당한 말을 들었다는 듯이 이현수가 얼이 빠진 얼굴을 했다.
미군?
미군을 상대로 싸우라고?
이게 무슨 한창 몬스터 잡으면서 레벨업하고 있는 데 눈앞에 마왕이 튀어나오는 소린가.
‘아, 회주님을 상대한 적들이 이 런 기분이었구나.’
이거, 말도 안 되게 불합리한 소 리가 아닌가.
“아니, 저기……
이현수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레이놀드를 바라봤다.
“회주님은 개인이시고 미군은 단 체인데, 단체를 상대로 개인의 힘을 중명하라는 게 말이나 됩니까?”
“진정해.”
“아, 아니요, 회주님. 이건 말이 안 됩니다. 그냥 협상을 안 하면 그 만이지, 사람 엿 먹이는 것도 아니
고…… 빌어먹을! 꿍쳐 놓은 로마네 꽁띠 돌려 드릴 테니까, 그거 가지 고 돌아가시죠.”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삼천만 원을 포기하다니.
“일단 진정해 주십시오.”
“진정?”
이현수가 눈을 부라리자, 위긴스 가 이현수의 어깨를 꾹 잡아 눌렀 다.
“여기다가 화를 내봐야 뭣 하겠 나.”
“이 사람이 책임자라면 당연히 자 기가 한 말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죠!”
“그건 틀린 말이 아니지만, 여하 튼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고.”
“하……
이현수가 표정을 바꿨다.
조금 전까지의 온화한 표정은 사 라지고, 칼날 같은 눈빛으로 레이놀 드를 쏘아보기 시작했다.
그 눈빛을 본 레이놀드는 이 협 상이 좌초될 경우, 어쩌면 최악의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것을 직 감했다.
‘쉽지 않군.’
워낙 민감한 문제이기에 최대한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방향으로 이 야기를 했다. 그럼에도 감정적인 반 응을 막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다.
지금 레이놀드가 건너편에 있었어 도 같은 반응이었을 테니까. 아니, 오히려 더하면 더했겠지.
황당한 이야기니까.
“계속해 봐.”
레이놀드의 시선이 강진호에게로 이동했다. 그는 조금 전과 전혀 다 르지 않은 심드렁한 얼굴로 레이놀 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원하는 게 뭐지?”
“말씀드렸다시피 증명……
“빙빙 돌릴 거면 돌아가.”
“내용은 바뀌지 않아. 좋게 말한 다고 해서 좋은 내용이 되는 것도 아니지. 그럴 거면 차라리 시간 낭 비하지 말자고.”
레이놀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의 타입에 맞추는 것도 협상 의 기술이니까.
“저들을 위협해야 합니다.”
“••••••위협?”
“예. 목숨의 위협. 최강의 무인이 마음만 먹는다면 저들의 목숨 따위
는 언제든지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겪게 해줘야 합니다. 머리로, 이론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 신의 목에 직접 칼이 들이밀어지는 경험을 해봐야 이해할 겁니다.”
레이놀드가 살짝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위협은 저들이 가장 믿고 있는 미군의 보호하에서 가해 져야 합니다. 무슨 수를 써서도 회 주님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아야 저들의 생각이 바뀔 테니까요.”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저쪽이 무인을 육성하
는 걸 탐탁잖아 하는 이유는 아무리 무인을 키워내 봤자 미군을 상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건가?”
“예. 그리고 그건 어떤 면에서는 맞는 말입니다. 아무리 무인들이 강 하다고 해도 미군의 화력을 감당할 수는 없죠.”
이건 강진호도 공감하는 일이다.
이미 북한에서 한 번 현대 화기 에 고생을 하지 않았던가.
무인이라고는 해도 결국은 사람.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한 계가 있고, 낼 수 있는 속도도 한계 가 있다. 10km가 넘는 거리에서 쏟
아지는 포격에 대항할 방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미군이라면 포격의 화력이 더 강한 건 물론이고, 사거리마저 몇 배는 길다. 포가 아니라 다연장 이나 폭격을 동원할 시에는 정말 반 격의 여지조차 없이 얻어맞아야 한 다.
“그렇기에 무인의 방식을 증명해 야 하는 겁니다. 미군이 무인을 쓸 어버릴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 기 위해서 네 목숨은 내놔야 한다고 목에 칼을 들이밀고 말하지 않는 이 상은 답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비슷한 말을 전에 들은 것 같은데……
처음 김명찬이 강진호에게 암살을 의뢰했을 때, 강진호는 김명찬에게 화를 냈다.
하지만 지금은 딱히 화가 나지 않는다.
죽이는 게 아니라 위협이어서인 지, 조건이 달라져서인지, 아니면 강 진호가 이제는 이런 것에 익숙해져 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여하튼……
딱히 어렵게 생각할 게 없는 문
제였다.
“추가로 얹어주겠다는 건 내가 움 직이는 것에 대한 비용이로군.”
“사실은 그렇습니다.”
강진호가 낮게 웃었다.
증명이라…….
이제 와 새삼 증명이 필요할 것 이라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상대 가 미군이라면 말이 다르다.
미군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느냐 고?
‘절대 무리지.’
그건 강진호가 아니라 강진호 할 아버지가 와도 안 된다. 심지어 정
면 대결이라면 총회가 아니라 삼왕 계를 끌고 와도 모조리 몰살 당할 것이다.
막말로 미공군이 출동해서 공중에 서 폭격만 퍼부어도 전멸하는 데 얼 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미군과 싸우는 게 아니군.”
“예.”
“돌파하라는 거겠지.”
“그렇습니다.”
그럼 이야기가 다르다.
강진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딱히 어려울 것도 없군.”
“그럼?”
“가격이 맞으면 나쁘지 않은 일이 지.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는데.”
“……어떤 문제입니까?”
“내 가격을 정하는 게 내가 아니 라는 거야.”
“예?”
그 순간, 레이놀드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에서 얼음이라도 쏘아낼 것 같 은 표정의 이현수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저는 정말 궁금합니다.”
갑자기 뭔 소리야?
“차관님께서는 미군을 당연히 신 뢰하시겠죠. 세계 최강의 군대이자 세계의 보안관이니까요.”
별것 아닌 이현수의 말이 불안해 지기 시작하는 레이놀드였다.
“다, 당연히 신뢰는 합니다.”
“그럼!”
이현수가 으르렁대듯 말한다.
“그 세계 최강의 군대와 단독으로 맞서 싸우는 이가 대체 얼마를 받아 야 할지 정말 궁금합니다. 당연히 그 가격은 차관님이 미군을 신뢰하
는 만큼 높아지겠죠?”
어?
말이 그렇게 되나?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죠.”
이현수가 쐐기를 꽂는다.
“과연 차관님께서 미.군.을 얼마나 신뢰하시는지! 액수로 말이죠.”
당황하는 레이놀드를 보며 윌리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피해자가 또 한 명 증가하는 순 간이었다.
찰칵.
느긋하게 담배를 문 강진호가 라
이터를 켜 불을 붙였다. 매캐한 연 기가 폐 속으로 밀려 들어온다.
“기껏 차려놓은 음식은 제대로 먹 지도 못했군.”
“그러니 말입니다. 아깝군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위긴스는 전 혀 미련이 없는 얼굴이었다.
“한인 식당에나 가시죠.”
“……혹시 귀화는 생각해 본 적 없나?”
“이리저리 얽힌 게 많아서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당장 마스터부터 난 리를 치겠죠. 그 꼴을 겪느니, 그냥 영국인으로 살겠습니다. 어차피 살
기만 한국에서 살면 되는 것 아니겠 습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보다 저 양반들은 돌아가는 내 내 속이 좀 쓰리겠군요.”
“……동감이야.”
이현수는 하이에나와도 같았다.
그는 능수능란한 사냥꾼이자 게걸 스러운 포식자다. 남들은 입도 대지 않는 썩은 고기와 단단한 뼈조차도 이현수에게는 맛있는 한 끼 식사에 불과하다.
그 하이에나에게 물려 엉덩이 살 을 모조리 뜯긴 레이놀드가 영혼이
빠져나간 얼굴로 돌아갔다. 이현수 는 그러고도 협상의 내용을 다시 확 인하겠다고 다른 방으로 가버린 상 황이다.
‘뭘 더 뜯어내려고……
자신의 제자이기는 하지만, 이럴 때마다 이현수라는 인간이 섬뜩하기 짝이 없게 느껴지는 위긴스였다.
“로드.”
“웅?”
“진짜 하실 생각이십니까?”
“안 할 이유라도 있나?”
“미군을 상대하는 건 지금까지의 적을 상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를 겁
니다. 아무리 로드라고 하셔도……
“신경 쓸 것 없어.”
“하나••••••
“좀 이상한 말이 될지도 모르겠는 데, 이제는 군대를 상대해 본 경험 이 내가 위긴스보다 많을 거야, 아 마.”
이건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다.
물론 소규모의 교전이야 위긴스가 좀 더 치러봤다. 하지만 자신을 향 해 헬기가 날아들고 포탄이 쏟아지 는 경험이야 위긴스가 해볼 일이 있 었겠는가.
“비책이 있으십니까?”
“비책이니 뭐니 하는 거창한 이야 기는 아니야.”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냥 대충 요령을 알겠더군. 그 리 어려운 상대는 아니야.”
위긴스가 미간을 좁혔다.
미군이라는 이름이 주는 위압감이 너무 크다.
“로드께서 부상을 입기만 해도 총 회는 손해입니다. 그럴 바에는 협상 을 모두 물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낫습니다.”
“걱정 안 해도 되니, 그 마법진인
가 뭔가나 잘 설치해.”
“그건 어려울 게 없는 일입니다.”
위긴스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혹시 포격에 강진호가 죽어버리는 사태가 벌어지면 모든 것이 끝장이 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만은 차마 강진호에 게 할 수가 없다.
게다가 강진호도 그 사실을 모르 진 않을 것이다. 알고 있는 이에게 빤한 소리를 늘어놓는 건 잔소리 이 상이 되지 못한다.
“로드께서
생각이
있으시겠지
만……
위긴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로드, 한 가지는 알아주십시오/
“음?”
“로드는 날이 갈수록 위험한 일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강진호가 말없이 위긴스를 바라보 았다.
“총회는 로드를 지키기 위해 존재 합니다. 오로지 로드를 지키기 위해 서 그 힘을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 만 로드께서는 여전히 총회를 자신 이 지켜야만 하는 곳이라 생각하시 는 것 같습니다.”
“꼭 그렇지는 않아.”
“하지만 갈수록 무리하고 계시죠. 사실 이번 일도 로드께서 굳이 이렇 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 일입니다. 저들의 정보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로드께서 굳이 목숨을 걸 필요 는 없습니다. 이제 총회는 충분히 강합니다.”
“로드, 총회를 믿어주십시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러고는 담배를 깊게 빨고 입을 열었다.
“두 가지를 정정하지.”
위긴스가 고개를 들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첫 번째로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총회를 신뢰하고 있다. 바토르나 너뿐 아니야. 이사진들을 제외한 이들도 모두 이제는 충분히 강하다고 자부해도 될 정도야. 어쩌 면 지금 총회의 힘은 과거의 마교를 뛰어넘었을지도 모르지. 당연히 믿 고 있다.”
위긴스가 살짝 주먹을 쥐었다.
아마 강진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닐까?
뭔가 그동안 그들이 해온 노력을 인정받는 기분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
강진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는 목숨을 건 적이 없어.”
“••••••예?”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지. 그렇다고 내 입으로 말하 기도 뭣해서 그동안은 그러려니 했 는데……
강진호가 위긴스를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내가 총회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 너희가 나를 제대
로 보지 못하고 있는 거지.”
“착각하지 마, 위긴스.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배는 더 강하다. 아니, 몇 배는 더 강할지도 모르지. 네가 처음 나를 봤을 때의 나와 지 금의 나를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면 곤란해.”
위긴스의 눈가가 떨렸다.
“잊지 마. 너희가 강해지는 이상 으로 나도 강해지고 있다. 가끔은 내 스스로 놀랄 정도로 말이야.”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강진호 가 피식 웃었다.
“그러니 쓸데없는 걱정은 집어 치 우고, 이현수에게 값이나 제대로 받 으라고 해.”
말을 끝낸 강진호가 몸을 돌려 방을 빠져나갔다.
그 굳건한 등을 보며 위긴스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