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47)
마존현세강림기-1449화(1446/2125)
마존현세강림기 59권 (6화)
2장 시험하다 (1)
“뭐 알아먹을 수가 있어야지!”
최연하의 얼굴에 심통이 솟아올랐 다.
“……잘하셨다니까요.”
“아, 몰라! 마음에 안 들어!”
준비된 연기는 문제없이 잘해냈
다. 발음이야 어떻게 됐는지 스스로 평가할 수 없지만, 연기의 디테일과 감정은 잘 잡아냈다고 자부할 수 있 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즉흥연기가 있다고 말씀드렸잖아 요.”
“말을 못 알아들으니까 뭘 요구하 는지를 모르잖아. 대충 하긴 했는데, 제대로 됐는지 모르겠어.”
최연하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오디션 보는데 매니저 대동이 안 된다는 게 말이나 되나?’
한국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다. 감히 최연하에게 매니저를 두고 오라고 말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 라야 하는 법.
이곳에서 최연하는 한국의 스타가 아니라, 일개 오디션 지원자일 뿐이 다. 최연하도 그걸 알기에 저들의 지시에 두말없이 따른 것이고.
“그래도 통역도 못 데리고 들어가 게 하는 건 심하지 않아?”
“의사소통이 되는지를 보려고 했 겠죠.”
“통역이 있으면 의사소통이 되잖 아!”
“그렇긴 한데……
한은솔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오디션을 마치고 온 최연하가 불 만을 늘어놓는 건 흔한 일이다. 정 확하게 말하면, 자신이 원하는 완벽 한 연기를 하지 못한 최연하는 온갖 것에 트집을 잡아댄다.
‘좋은 거지.’
최연하의 성격에는 학을 떼는 한 은솔이지만, 이 부분만은 다르다.
대충 대본에 있는 내용을 읊고 감독의 오케이 사인만 떨어지면 되 는 줄 아는 연기자들이 어디 한둘인 가. 그런 이들은 발전이 없다. 남보
다 나은 외모가 식상해지는 순간 바 로 밀려난다.
하지만 최연하는 한국의 톱 자리 를 확고히 하고 있는 지금도 자세를 낮춰 오디션을 보고, 자신의 연기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렇기에 최연하가 절대 연기로는 까이지 않는 것이다.
아니.
한은솔은 최연하가 연기력을 저평 가받는 배우의 대표 주자라고 생각 했다. 아무리 좋은 연기를 펼쳐도 얼굴이 연기를 먹어버린다. 최연하 가 지금의 반만 예뻤어도 연기파 배
우라는 말이 내내 따라다녔을 게 분 명했다.
그 연기력이 이런 향상심에서 나 온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부작용으 로 나오는 히스테리 정도는 얼마든 지 받아줄 수 있다.
한은솔도 얼굴만 예쁜 여배우의 매니저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아, 몰라. 망했어!”
최연하가 볼을 부풀렸다.
“뭘 하든 간에 준비를 철저히 했 어야 하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 한 게 문제야. 좀 더 프로페셔널 했 어야 하는데!”
최연하가 나직하게 이를 갈았다.
“은솔아.”
“예, 누나.”
“한국에 돌아가면 영어 과외 선생 님부터 좀 알아봐.”
“영어 배우시게요? 오디션 결과 아직 발표도 안 났는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떨어 진다고 미리 준비 안 해두면 다음에 기회가 와도 또 떨어질 거 아냐.”
“……그건 그렇죠.”
“언제 어떤 기회가 올지 모르는 데, 미리미리 대비를 해야지.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한은솔이 살짝 감탄한 얼굴로 최 연하를 바라보았다.
‘이럴 때는 사람이 달라 보인다니 까.’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인간 최연하 와 배우 최연하는 정말 별개의 사람 같다. 될 수 있으면 둘을 적당히 섞 어서 중도를 지켜줬으면 하는 마음 도 있지만 말이다.
‘아니, 그러면 배우 최연하가 좀 약해질 것 같고.’
도리가 없다.
“한 실장님.”
“네?”
“잡생각하지 마시고, 한국에 돌아 가면 영어 선생님이나 구해주세요.”
“어…… 음, 어…… 노력은 해보 겠습니다.”
“뭐야, 그 반응은? 영어 선생님 구하는 게 어려워?”
“아니요. 쉽습니다. 지금 한국이야 영어가 기본 스펙인 나라죠. 영어 과외 선생 하나 구하는 일이야 누워 서 떡 먹기보다 쉬운 일이죠.”
“그런데? 뭔 문제라도 있어?”
“거기에 배우는 사람이 최연하라 는 조건이 하나만 추가되면 미션 임 파서블이 되죠.”
최연하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물론 저 반응을 예상하기는 했지 만, 이건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일 이었다.
“내가 뭐?”
“일단 누나 성격을 버텨야 하는 게 1차 문제인데, 두 번째로는 성격 때문에 빡쳐서 그만두더라도 외부로 말을 나르지 않을 만한 사람을 골라 야죠. 거의 인적성 검사 시험까지 치러야 할 수준이거든요.”
“누나가 공적인 영역에서 확실하
다는 건 제가 아는데, 사실 이건 공 사가 섞인 문제라 제가 안심할 수가 없네요.”
최연하가 뭔가 반박을 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거렸다. 하지만 결국에 는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다 물어 버렸다.
자신의 성격이 유별나다는 걸 그 녀라고 왜 모르겠는가.
“돈 많이 주면 되지 않을까?”
“대부분이야 해결되겠죠.”
“그리고 내 생각인데, 굳이 입 무 거운 사람을 찾을 필요가 있나 싶거
든? 솔직히 이제는 내 성격 더러운 거, 전 국민이 다 알잖아.”
그렇긴 하다.
최연하가 기자들에게 버럭질을 하 면서 난리를 친 동영상이 퍼지면서 욕도 많이 먹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미지가 좋아졌다. 하지만 이미지 가 좋아진 건 좋아진 거고, 그 동영 상을 모두가 봐버린 이상 더 이상 착한 척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안티들은 그때도 최연하 착한 척 하더니 성격 드러났다고 까댔으니 까. 아, 물론 지금도 까고 있고.
“그러니까 굳이 비밀 지켜줄 사람 을 구할 필요는 없지 않나? 그냥 대놓고 까도 딱히 피해 없을 것 같 은데?”
“•…”누나.”
“왜?”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시겠어 요?”
“왜? 내 말이 틀렸어?”
한은솔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럴 때 정상적인 반응은…… 누 나가 성질을 안 부리겠다고 하는 거 죠. 성질 부려도 괜찮다가 아니
라
“아••••••
최연하조차 이번에는 약간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아, 아니, 꼭 성질을 부리겠다는 게 아니라……
“누나도 누나를 못 믿는데, 내가 어떻게 누나를 믿어요. 사람이 양심 이 있어야지.”
최연하가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 렸다.
“미국 간판들은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네.”
“끄으웅.”
한은솔이 한숨을 푹푹 내쉬고는 말했다.
“여하튼 한국 돌아가면 과외 선생 알아볼게요.”
“그래.”
한은솔이 슬쩍 최연하의 눈치를 살폈다.
‘붙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최연하는 자신이 즉흥연기를 망쳤 다고 하지만, 한은솔의 생각은 그렇 지 않았다. 최연하의 연기력이면 망 친 연기도 웬만한 이들의 눈은 충족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거면 된다.
최연하의 외모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무기다.
아무리 보는 눈이 없다고 해도 심사위원쯤 되는 이들이 최연하의 외모가 가지는 메리트를 놓칠 리가 없다.
‘사실 연기 못해도 별 상관없어.’
신인 여배우에게 대단한 연기력이 필요한 배역을 맡기려는 이는 없다. 그만한 배역은 맡을 이들이 이미 정 해져 있을 것이다.
시작이야 단순한 단역 정도일 텐 데, 그런 역할은 연기를 잘하는 배 우보다는 시선을 끌어줄 배우 쪽이
좀 더 돋보일 수 있다.
“너무 걱정 마시고, 한 번 기다려 보자구요.”
“경험 삼아 하는 거라 딱히 신경 안 써.”
엄청 쓰고 있는 것 같구만.
“얼마나 남았어? 여기 길은 다 비슷비슷한 것 같아서 어딘지 모르 겠어.”
“거의 다 온 것 같은데요?”
한은솔이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 렸다.
“도착했네요.”
“길었다, 길었어. 택시 타니까 더
피곤하네. 다름에는 렌트를 하든 해 야겠어.”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죠.”
“너한테 뭐라고 하는 건 아니고, 그냥 그렇게 해야겠다고. 피곤하니 까 오늘은 일찍 좀 쉬어야겠어.”
“그러세요.”
차가 호텔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앞쪽이 비어 있는데 굳 이 여기에 세울 필요가 있나 싶었지 만, 한국 택시도 아닌데 그런 걸 따 져 묻는 게 이상하다 싶었다.
한은솔이 지갑을 열었다.
“ 얼마예요?”
가격을 묻자, 택시 기사가 뭔가 조금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꾸를 한 다. 한은솔이 고개를 끄덕이고 돈을 내려는 순간, 택시 기사가 미묘한 말투로 몇 마디를 덧붙였다.
한은솔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졌 다.
“뭐래?”
“아, 아뇨. 그냥 별거 아니에요. 가시죠.”
“그래?”
그때, 택시 기사가 고개를 돌려 최연하를 바라본다. 최연하의 얼굴 이 살짝 굳어졌다.
말을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지만, 때로는 표정만으로도 상대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일이 있는 법이다. 택시 기사의 음흉한 눈빛이 최연하 의 심기를 사정없이 긁고 있었다.
하지만 영어가 약한 최연하는 택 시 기사가 하는 말 중 몇 마디만 겨우 알아들었을 뿐이다.
‘달러? 에스코트?’
최연하가 굳은 얼굴로 한은솔을 돌아봤다.
“저 사람, 뭐라고 한 거야?”
“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새끼가 뭐
라고 하는 건데?”
“아뇨, 누나. 진짜 별거 아니에요. 그냥 택시비로 바가지 씌우려는 거 예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일단 내리세요.”
“ 진짜야?”
“예. 진짜죠.”
최연하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한은 솔을 한 번 보고는 택시 문을 잡아 열었다. 그러고는 한 다리를 밖으로 걸쳤다.
“내린다‘?”
“네. 제가 계산할게요.”
최연하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한은
솔을 한 번 보고는 택시에서 내렸 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귓가로 선명한 영어가 들려왔다. 영어 실력 과는 상관없이 들릴 수밖에 없는 말.
“퍽?”
최연하의 고개가 획 돌아갔다.
“저 새끼, 지금 욕한 거지?”
“아, 아니, 그게……
“내가 아무리 영어가 짧아도 그 정도는 알아들어, 인마! 지금 욕한 거잖아!”
최연하가 다시 택시에 올라탔다.
“다, 다시 탈 필요까지는……
“이 새끼 뭐라고 하는지 이야기해 봐.”
한은솔이 당황하여 아무 말을 못 하는 와중에도 택시 기사는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최연하를 바라봤다. 한국 택시와는 다르게 아크릴로 막 혀 있는 운전석 너머에서 최연하를 바라보던 기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최연하가 귀를 활짝 열고 기사가 하는 말을 들었다.
“200? 한 번? 벅스? 벅스가 뭐 야‘?”
“벅스가 뭐냐니까? 검색해 보기 전에 그냥 니 입으로 말해!”
한은솔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달러요.”
“응?”
“200달러요.”
“200달러? 한 번?”
최연하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졌 다. 해석한 말과 저놈•의 표정이 합 쳐지니, 무슨 뜻인지가 금방 나온다.
최연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가 이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 고는 그녀의 눈꼬리가 확 치켜 올라 갔다.
“이••••••
부들부들 떨던 최연하의 눈에 불 꽃이 튀었다.
“이 개새끼가 지금 나랑 장난치 나!”
쾅!
최연하의 발이 운전석을 막아둔 아크릴을 걷어찼다.
“유 마더 퍼커! 아이 킬 유! 턴…… 테이크…… 에이, 씨바! 야, 너 내려! 안 내려? 머리털 다 뽑아 버린다, 이 새끼야!”
강렬하게 아크릴을 걷어차는 최연 하를 보며 택시 기사가 눈을 휘둥그
레 떴다.
“내려, 이 새끼야!”
쾅!
“누, 누나, 진정 좀!”
“선 오브 비치! 또…… 아, 씨, 짜 증 나! 야, 영어 욕 또 뭐 있어! 이 게 미쳐 가지고, 성희롱을 해? 뭐? 한 번? 이백 달러에 한 번? 오냐. 너 오늘 뒈진 줄 알아! 내려, 이 새 끼 야아아아아아아아 ! ”
놀란 호텔리어들이 달려오기 전까 지 최연하의 난동이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