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48)
마존현세강림기-1450화(1447/2125)
마존현세강림기 59권 (7화)
2장 시험하다 (2)
“저 새끼가 성희롱을 했다니까!”
최연하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얼굴로 삿대질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앞에 선 경찰은 그런 최연하 의 고함에도 별다른 반웅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깔끔하게 최연하를 무시하고
한은솔에게 차분한 얼굴로 상황을 물을 뿐이었다.
한은솔이 최대한 자세하게 그들이 겪은 일을 설명했다.
무덤덤한 얼굴로 그의 말을 들은 경찰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돌려 택시 기사에게로 걸어갔 다.
그러고는 한참 동안 뭔가 손짓을 하며 대화를 나눈다.
최연하가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이를 갈았다.
“범인 데리고 태도가 왜 저래?”
“……일단 아직은 범인이 아니라
그런 것 아닐까요?”
“넌 지금 저게 취조하는 걸로 보
이냐?”
한은솔이 보기에도 경찰과 택시 기사가 무척이나 살갑게 대화를 나 누는 걸로 보였다. 중간중간 농담 따먹기라도 하는지 웃음소리마저 섞 여 있다.
“저것들이……
최연하가 이를 갈았다.
그녀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낯선 타지에서 성희롱을 당했는데 출동한 경찰이 범인을 부드럽게 대한다면
세상 누구라도 화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경찰에게 화를 낼 수는 없으니, 이를 갈며 참을 수밖에.
“후우!”
최연하가 심호흡을 하며 열을 식 히는 동안 대화를 끝냈는지 경찰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한은솔을 향해 뭔가 말 을 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하는 말을 들은 한은솔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뭐래?”
“자기는 그런 적이 없고, 이쪽에
서 택시비가 비싸다고 욕을 하며 난 동을 부렸대요. 발로 격벽 걷어차면 서 폭행 시도를 했다고……
“그런 적이 없긴, 개뿔이! 블랙박 스 까보라고 해!”
“……차에 블랙박스가 없던데요.”
“뭔 미국 차에 블랙박스도 없어! 여기 선진국 아냐?”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라
한은솔의 얼굴이 굳어졌다. 목격자도 없고, 증거도 없다.
‘어쩐지 차를 좀 멀리 세우더라 니.’
한은솔이 화가 난 얼굴로 택시 기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택시 기 사는 경찰이 보지 않는 곳에서 피식 피식 웃고 있을 뿐이다.
한은솔이 다시 경찰에게 항변했지 만, 경찰은 한은솔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격벽에 발로 찬 자국이 남아 있 어서 보상을 해야 한대요. 원래는 체포까지 갈 수 있는 사안이지만, 저쪽에서 합의를 원한다고……. 200 달러만 주면 그냥 넘어가 주겠대요. 그렇게 하는 게 어떠……
“200달러?”
“예.”
“저 새끼, 지금 우리 가지고 노는 거지?”
한은솔이 입을 닫았다.
그 200달러가 어떻게 나온 말인 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렇 게 생각할 것이다.
최연하가 무시무시한 눈으로 택시 기사를 노려보았다.
“이거, 인종차별 아냐?”
“그렇게까지는……
“그럼 왜 이 경찰은 우리 말은 싹 무시하고 저 새끼 말만 듣는 건데?”
최연하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못 준다고 해.”
“예.”
한은솔이 다시 경찰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원만하게 해결 안 되면 일단 연 행할 수밖에 없대요. 저쪽에서 성희 롱을 했다는 증거는 없고, 우리가 기물을 파손하고 난동을 피웠다는 증거는 있어서 이게 당연한 거라네 요.”
“당연해?”
“……예.”
“세상 어디서 이런 게 당연할 수 가 있어?”
최연하가 경찰과 택시 기사를 노 려보았다.
증거?
그럴 수 있다.
증거가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 그건 얼마든지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절대 그 런 게 아니다. 최연하가 보기에 저 경찰은 애초부터 공정하게 일을 처 리할 생각이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성추행으로 신고를 받고 온 경찰이 용의자와 농담 따먹기를 할 리가 있
는가.
게다가 최연하는 저 경찰 놈이 택시 기사와 대화를 하는 와중에 미 묘한 눈빛으로 최연하를 몇 번이나 돌아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합의 안 하면 지금 연행할 거라 고, 당장 합의하라네요.”
최연하가 헛옷음을 짓고 말았다.
‘이게 미국이라는 거구나.’
세상 어디든 명암은 있는 법이다.
한국도 좋은 점이 있고, 나쁜 점 이 있듯이 미국이라고 해서 모든 것 이 합리적일 수는 없다.
최연하가 만약 백인 여성이었다면
절대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 이다. 경찰의 대응을 떠나서 저 택 시 기사부터 그런 성희롱을 하지 않 았겠지.
경찰이 최연하를 힐끔 보더니, 씨 익 웃으면서 말을 덧붙였다.
그가 하는 말을 들은 한은솔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뭐래?”
“은솔아, 니가 참는다고 해결될 상황 아냐. 그냥 있는 그대로 말 해.”
“……200달러면 적당한 가격 같
은데, 뭘 그리 빼냡니다. 그 정도면 해볼 만하다는데요.”
“하……
최연하가 경찰과 택시 기사를 번 갈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아주 지랄들을 하고 있네.”
이제 확실해졌다.
이 경찰은 절대 그들의 편이 아 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의 적이다.
“여행 왔으면 사고 치지 말고 적 당히 놀다가 돌아가랍니다.”
“그래?”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사고가 뭔지 모르는 모양인데.
내가 제대로 사고 쳐준다고 해.”
“누나.”
한은솔이 한숨을 내쉰다.
“경찰이랑 싸워서 좋을 것 없어 요. 미국은 공권력이 워낙 강해서 경찰하고 잘잘못을 따지기 힘들어 요. 더구나 저희는 미국인도 아니잖 아요. 아무도 우리 말 안 들어줄 거 예요.”
“그럼 꺼지라고 해.”
최연하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도움도 안 되는 게 뭐 하러 왔 대. 사람 짜증 나게 하지 말고, 가 라고 해. 내가 더러워서 이 나라 다
시 안 오면 그만이니까!”
외국에 나오면 나올수록 한국인은 결국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는 걸 실 감하는 최연하였다.
중국이고 미국이고, 어디 하나 사 고가 터지지 않는 곳이 없다.
경찰과 이야기를 나눈 한은솔이 굳은 얼굴로 지갑을 꺼냈다. 그 순 간, 최연하가 한은솔의 손목을 움켜 잡았다.
“너, 뭐 해?”
“……200달러 변상하래요. 아니면 연행한다고.”
“그거 무슨 돈인지 알고 줘?”
“그럼 어떻게 해요, 연행한다는데. 그렇다고 경찰서에 끌려갈 수는 없 잖아요.”
“그래도 그건 안 줘.”
“ 누나••••••
최연하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 다.
“이건 자존심 문제야. 내가 죄졌 어? 성희롱당하고 죄송하다고 돈까 지 바치라고? 웃기지 말라 그래. 내 발로 경찰서 걸어 들어가는 한이 있 어도 난 돈 못 내. 너도 그거 낼 생 각 하지 마. 내면 내가 니 머리채 다 뜯어버릴 거야.”
한은솔이 최연하의 눈을 바라보았 다. 그 단호한 눈을 보는 순간, 한 은솔이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이건 건드려서는 안 될 부분이다. 그리고 솔직히 한은솔도 저 새끼에 게 돈을 내며 풀려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돈 낼 생각 없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봐요. 이 일은 꼭 항의할 거 니까.”
한은솔이 윽박지르듯 말하자, 경 찰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고는 짧게 욕지기를 내뱉더니 허리춤에 찬 수갑을 꺼냈다.
“Put your hand out.”
경찰이 과격하게 한은솔의 몸을 잡아 돌리더니, 경찰차로 밀쳤다. 그 러고는 경찰차에 강제로 기대게 된 한은솔의 팔을 뒤로 잡아 뺐다.
찰칵.
손목에 수갑이 채워졌다.
한은솔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도 사라졌다. 이 놈은 정말 자신과 최연하를 연행할 생각이다.
한은솔에게 수갑을 채운 경찰이 몸을 돌려 성큼성큼 최연하를 향해 다가온다. 최연하는 허리를 쭉 편
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경찰을 똑 바로 노려봤다.
“손 내밀어.”
“손!”
경찰의 손이 최연하의 어깨를 움 켜잡는다. 그 강한 악력에 절로 눈 이 찌푸려졌다.
경찰이 최연하의 한 팔과 어깨를 잡고 그녀를 경찰차가 있는 쪽으로 잡아끌었다. 그 완력에 저항할 수 없는 최연하가 이를 악물고 끌려갔 다.
쿵!
경찰차 옆면에 몸이 반쯤 던져진 다. 그러고는 손목이 허리 쪽으로 꺾여 올려진다.
“너, 이 개새끼. 절대 후회한다. 두고 봐!”
“닥쳐!”
경찰이 최연하의 팔을 강하게 밀 어 올렸다.
“악!”
“그러게 고분고분 말을 들었어야 지. 멍청한 동양인 년 같으니. 까불 상대를 보고 까부는 게 좋아. 유치 장에 들어가면 네년을 이뻐해 줄 사 람들이 많을 거다.”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야! 한 국어로 씨부려!”
“완전 미친 여자군.”
경찰이 피식 웃으면서 최연하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려는 순간이었 다.
오싹!
갑자기 몸을 파고드는 한기에 경 찰이 화들짝 뒤로 물러났다.
‘뭐지?’
딱히 몸에 뭐가 닿은 건 아니다.
그런데도 그는 순간 믿을 수 없 을 정도의 공포를 느꼈다. 그가 자 신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던 그때.
저벅, 저벅, 저벅!
귓가로 거칠고 빠른 발소리가 들 려왔다. 경찰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동양인?’
그의 눈에 그를 향해 빠른 속도 로 걸어오는 한 동양인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뒤로 다른 동양인 한 명과 군복을 차려입은 미군이 헐레 벌떡 달려오고 있었다.
‘군인‘?’
갑자기 웬 군인…….
그때 였다.
그를 향해 일직선으로 걸어온 동
양인이 바로 앞까지 다가와 그와 시 선을 맞췄다.
동양인의 눈을 보는 순간, 그는 그저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다리에서 힘이 풀렸다.
알 수 없는 일이다.
딱히 감정이 실리지도 않은 눈이 다. 그런데도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지금 뭐 하는 건가! 경관!” 과격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동양인들을 따
라온 군복의 사내였다. 그 사내의 표정과 군복 가슴에 달려 있는 약장 을 보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하는 경찰이었다.
가장 앞장서 온 동양인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간다.
여전히 경찰차에 기대 있는 최연 하를 발견한 동양인이 한숨을 쉬고 는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고는 그녀의 한쪽 손목에 채워져 있는 수 갑을 잡아 뜯어냈다.
‘ 뭐?’
경찰이 눈을 끔뻑거렸다.
지금 분명 저자가 맨손으로 수갑
을 뜯어냈다.
‘불량품인가?’
그럴 리가.
저건 그가 직접 관리한…….
“괜찮아요?”
손목을 두어 번 어루만진 최연하 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5초만 기다려요.”
“네‘?”
“내가 지금 감정이 좀 올라와서 고개 돌려 당신 얼굴 보면 눈물 찔 끔 날 것 같아서 그러니까, 내가 진 정하게 5초만 기다리라구요.”
“알았어요.”
최연하가 두어 번 깊게 숨을 내 쉬고는 제자리에서 두어 번 뛰었다. 그러고는 몸을 빙글 돌려 강진호를 바라본다.
“아, 씨. 그래도 그러네.”
고개를 옆으로 돌린 최연하가 살 짝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뭐 해요? 은솔이 수갑도 풀어줘 요.”
“네.”
강진호가 한은솔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잡아 뜯었다.
“감사합니다.”
이으 »
“S’.
강진호가 주변 상황을 한 번 보 고는 한은솔과 최연하를 향해 물었 다.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좀 들 어봐야 할 것 같은데.”
한은솔이 목을 가다듬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자도 안 빼 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한은솔의 눈이 불타올랐다.
열성적으로 모든 상황을 깔끔하게 설명하는 데 성공한 한은솔이 최연 하에게 시선을 돌렸다. 혹시 빼먹은 건 없느냐는 뜻이다.
최연하마저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은솔이 마 침표를 찍었다.
“여기까집니다.”
강진호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 였다.
무표정한 그의 얼굴은 지금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도 하 지 못하게 만들었다.
강진호가 천천히 몸을 돌려 윌리 를 바라봤다. 그의 가라앉은 눈을 본 윌리가 몸을 움찔했다.
강진호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담 배를 빼낸다. 그러고는 라이터도 찾
지 않고 손가락을 튕겨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우우.”
깊게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호 가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 다.
“한 번 들어나 보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건지 말이야.”
“회, 회주님……
“미리 경고하는데……
강진호가 으득, 이를 갈았다. 입 에 물린 담배가 찢겨져 바닥으로 떨
어졌다.
“적당히 넘어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처음으로 강진호의 분노를 마주한 윌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