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5)
마존현세강림기-145화(145/2125)
마존현세강림기 6권 (20화)
4장 움켜쥐다 (5)
검은 손.
시커멓게 일렁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로 이루어진 손이 그의 목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노수봉은 그 손을 본 적이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손이 아니
라 그 손의 흔적을 본 적이 있었다.
길게 자라나 있는 손톱. 하지만 여자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크던 손자국.
김학철의 목에 나 있던 그 손자국의 주인이 누구인지, 이제 노수봉은 알 수 있었다.
지이익.
그림자가 내민 손끝이 노수봉의 볼을 긁는다.
볼 끝에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오 며 무언가 뜨거운 것이 볼을 타고 흐르는 느낌이 난다.
그림자가 손을 떼 들어 올리자 검
은 손끝에 맺힌 검붉은 핏방울이 바 닥으로 떨어졌다.
“인간이란 재미있는 존재지.”
“지옥을 본 적도 없으면서 지옥이 라는 말을 쉽게 입에 올린단 말이야.”
그림자의 입가가 미묘하게 움직였다.
노수봉은 그 입가에서 보이는 감 정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조롱이었다.
그는 언제나 조롱을 하는 이였지, 조롱을 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타인
에게서 보여지는 조롱과 비웃음이 그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가슴속에서 울컥하고 솟아오르는 뜨거운 감정을 참지 못한 노수봉이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정의의 사도의 홍내라도 내고 싶은 건가! 그딴 몰골을 하고 히어로 인 척이라도 하고 싶나! 웃기는 소 리 하지 마! 내가 범죄자면 너도 범 죄자고, 내가 잘못을 했다면 너도 잘못을 하고 있는 거야!”
순간, 그림자의 얼굴이 일렁였다.
노수봉은 그것을 동요라 받아들였다.
“결과는 과정을 정당화할 수 없다. 너는 지금 네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에! 넌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뻔했어. 아니, 죽을지도 모르지. 그러니 네가 살인 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정의로 운 살인마라는 말이 얼마나 어이없는 말인지 모르지는 않겠지?”
노수봉은 피를 토하듯 소리쳤다.
눈앞의 이 존재가 주영기에 대한 일로 자신을 옥죄고 있다면, 분명 정의심을 기반으로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부분을 뒤흔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노수봉만의 착각이 었다.
“정의감?”
낮은 웃음.
목이 아니라 몸을 울려 웃는 것 같은, 낮고 묵직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림자의 입가가 말려 올라갔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게 정의감 이라든가, 단죄라든가……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아니라고?”
“큭큭큭큭.”
그림자의 웃음은 불길하기 짝이
없었다.
“재미있는 말을 하는군.”
그림자가 갑자기 손을 뻗어 노수 봉의 목을 움켜잡았다.
“끄윽……
순간적으로 숨이 막혀온다. 그림 자는 노수봉의 목을 움켜잡고 자신의 얼굴 쪽으로 끌어당겼다.
붉은 눈.
눈동자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붉게 물든 눈이 노수봉의 심혼을 짓누 르는 것만 같았다.
가만히 눈을 바라보던 그림자가 노수봉을 좀 더 끌어당기더니, 그의
귓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그림자의 목소리는 더없이 불길하 고, 더없이 요사스러웠다. 마치 악마가 그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듯이 말이다.
“이건 그저 단순한 분풀이일 뿐이야.”
“끄, 끄으윽……
그림자의 눈이 둥글게 휘었다.
“너희가 무슨 짓을 했든, 어떤 인간이든 그건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세상을 뒤져 보면 너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악한 인간들
이 널려 있겠지.”
“끄읍……
“그들과 너희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고 있나?”
노수봉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가 없었다.
목이 조여져서 숨을 쉴 수가 없다. 폐가 타오르고, 속이 제멋대로 뒤틀리는 것 같은 끔찍한 고통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3 초.
경동맥을 조여서 사람의의식을 끊어놓는 것은 단 3초면 충분한 일
이다. 하지만 이 악마 같은 놈은 그의 목을 조이되 결코 경동맥을 조이 지는 않았다.
생생하고 선명하게 살아 있는 뇌 로 그 고통을 온전히 감내해야 했다.
“알고 있어?”
노수봉은 핏발이 선 눈으로 그림 자를 바라보았다.
그림자는 그 눈빛을 즐기며 나직 하게 입을 열었다.
“나를 만난 거야.”
“끄……
킥킥대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 상황이 너무도 재미있어 어찌 할 수가 없다는 듯이 그림자는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너무도 소름이 돋는다.
‘ 달라.’
이놈은 다르다.
이놈은 정말 지옥에서 튀어나온 악마 같은 놈이다.
어떤 논리도, 어떤 예측도 통하지 않는다.
사회적인 권력과 재력으로 애초부 터 상대의 우위에 서 있는 삶을 즐 기던 노수봉에게 눈앞의 그림자는
미지의 생물과도 같았다.
“재미있었나?”
노수봉은 그림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재미있었냐고 묻고 있잖아.” 그림자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다른 사람을 잡아서 장난감처럼가지고 놀 때, 재미있었을까? 그렇 지 않고서야 딱히 득도 되지 않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잖아. 그렇지 않 아?”
그림자는 큭큭대며 말을 이었다.
“타인을 짓밟고, 조롱하고, 농락하 고, 폭력으로 억압하면서 재미를 느 끼는 족속들이 있지. 아니, 대부분은 그런 마음을가지고 있을 거야. 다른 존재를 파괴하면서 흥미나 재미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아이가 벌레를 짓밟고 다리를 하 나씩 떼며 즐길 때에도 악의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악의 없이도 다른 존재를 짓밟을 수 있는 존재였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간은 자신의 충동을 억제할 줄 알게 되지. 본
능과 충동만으로 다른 존재를 파괴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게 되는 거야. 하지만가끔씩 너 같은 것들이 나타나지. 브레이크가 고장 나 있는 것들.”
그림자는 노수봉의 목을 움켜쥔 손에서 천천히 힘을 뺐다.
“커억! 허억! 허억!”
노수봉이 급격하게 숨을 들이켰다.
산소 부족으로 노랗게 변했던 시야가 다시 천천히 정상으로 돌아오 고 있었다.
“다른 이들과 공감을 하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쾌락만을 추구하는 존재들이 있지. 반성? 사실은 하지 않을 거야. 그렇지? 그저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다면 좋겠지.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그림자의 키득대는 소리가 보일러 실을 천천히 울렸다.
“어떻게 아는 줄 알아?”
노수봉이 두려움과의문으로 흔들 리는 눈으로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그림자의 입가가 천천히 벌어졌다.
검은…….
그저 검기만 한 그림자의가운데
가 벌어지며 새하얀 이가 드러났다.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존재에게서 발견한 인간적인 부분이지만, 되레 그런 것이 더 섬뜩하게만 느껴졌다.
노수봉은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고 싶었다.
이제야 실감할 수 있었다, 김학철 이 미쳐 버린 이유를.
눈앞의 이것이 괴물 같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놈은 정말로 지금 즐기 고 있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단죄한다면, 내가 저 지른 죗값을 치른다면… 다시 자
유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
리 고통스럽더라도 그 끝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상대가 나를 괴롭히는 것을 그저 즐기고 있다면…….
상대의 흥미가 떨어지지 않을 때 까지는 끝난다는 보장이 없다. 영원 히 이 일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정신을 갉아먹어가는 것이다.
어떻게 아냐고?
노수봉은 그 대답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차마 그 말을 자신의 입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그가 꺼낸 대답이 현실이 되어버
릴까 너무도 두려웠기 때문이다.
“너와 나는 동류니까.”
결코 듣고 싶지 않던 대답이 그림 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알고 있었지?”
노수봉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림자는 그런 노수봉은 보며 낄 낄대며 웃어 댔다. 한참을 웃던 그 림자가 슬쩍 손을 뻗어 노수봉의 손을 잡았다.
노수봉의 손이 경련을 일으킨다.
알 것 같았다.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지.
“그러니까, 아마 짐작할 수 있을
거야.”
그림자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럼에도 살짝 들떠 있었다. 그 안에 서 느껴지는 묘한 홍분감이 노수봉 에게는 더할 수 없는 절망으로 다가 오고 있었다.
상대를 철저하게 파괴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는 자에게 그는 지금 잡 혀 있는 것이다.
마치 날개가 뜯겨 버린 채 아이의 손에 잡힌 잠자리처럼.
다리를 먼저 떼어낼까, 아니면 머 리를 잡아 뜯어버릴까를 고민하는 그 손길이 지금 그의 몸에 닿아 있
었다.
“후욱! 후욱! 후욱!”
차라리 육체에가해지는 고통은 버틸 수 있었다.
노수봉을 정말로 참지 못하게 하는 것은 건너편에 존재하는 이 검은 그림자에게서 느껴지는 진득하고 끈 적거리는 악의(惡意)였다.
그림자의 손톱이 노수봉의 손가락을 파고든다.
그림자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짐 승처럼 웃었다.
“김학철은 일주일이었지.”
“그럼 너는 며칠이나 걸릴까? 열 흘? 보름?”
일주일…….
노수봉이 악몽을 꾸기 시작하고 자살을 시도할 때까지 걸린 시간이 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악마가 말하는 시간이 무엇을의미하는지는 빤했다.
“김학철은 내 예상을 벗어나지 못 했지. 그럼 너는 어떨까? 내 생각보 다 더 버틸 수 있을까?”
끈적한 악의가 밀려온다.
진짜 악의는 상대에 대한 분노에
서 시작하지 않는다.
그저 작은 호기심.
저항할 수 없는, 미약한 상대에 대한 작은 호기심이 진정으로 인간을 지옥으로 몰고 간다는 것을 노수 봉은 잘 알고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 그가 그 호기 심의 대상이라는 점이었다.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지금 그를 짓밟으려 하고 있었다.
“내기하지.”
악마가 마수를 뻗어왔다.
“김학철은 일주일을 버텼다. 그럼 너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자,
말해봐. 너는 며칠이나 버틸 수 있 다고 생각하지?”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그의 대답은 아무런의미가 없을 테니까.
하지만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수봉은 홀린 듯 입을 열었다.
“보, 보름?”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적어도 김학철보다는 노수봉이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이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 이었다.
하지만 그림자는 그런 노수봉의
생각을 부정했다.
“보름? 보름이라……
그림자는 낮게 웃었다.
“내기하지. 일주일. 단 일주일이다. 일주일만 버틸 수 있다면 널 풀 어주겠다.”
김학철과 같은 시간.
노수봉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아마 이 악마는 김학철에게도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일주 일이 되는 순간, 김학철은 목을 맸다.
모르고 당하는 것과 알고 당하는 것의 차이는 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김학철은 불과 일주일 만에 자신의 생명을 끊어서까지 이 악마에게서도망치려 했을까?
그 상상이 노수봉을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었다.
실제로 그림자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노수봉은 그가 자 신에게 저지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턱이 떨린다.
그의 턱이 스스로 살아 있는 생명 체처럼의지를 배반한 채 제 멋대로 딱딱대는 소리를 내며 떨리고 있었
다.
“자, 그럼……
악마가 웃는다.
먹이통에 든 벌레를 바라보듯 악 마는 그를 보며 웃고 있었다.
“시작할까?”
노수봉의 심장이 미칠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악마의 웃음소리와 노 수봉의 비명 소리가 보일러실을가 득 메우기 시작했다.
마치 이곳만이 다른 세상인 것처 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