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51)
마존현세강림기-1453화(1450/2125)
마존현세강림기 59권 (10화)
2장 시험하다 (5)
“별 시덥잖은 일을 다 겪네요.” 이현수가 슬며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게.”
강진호도 슬그머니 최연하의 눈치 를 봤다. 성희롱을 당해본 적 없는 그들은 지금 최연하가 어떤 기분일
지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니 조 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저쪽에서도 나 름 성의는 보이지 않았습니까? 냉정 하게 보면 벌금 나오고 끝날 일 정 도 같은데, 청장까지 직접 온 걸 보 면……
최연하의 입꼬리가 살짝 꿈틀댄 다.
이현수가 재빨리 입을 닫았다.
지금 최연하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느냐에 따라 한동안 이곳의 분 위기가 결정…….
“뭐,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는
거고, 저런 일도 있는 거지.”
크…….
최연하가 이리 천사 같아 보이는 날이 올 줄이야.
이현수가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렸 다.
“그런데 좀 정이 떨어지긴 했어 요.”
최연하가 영 마뜩잖다는 얼굴로 턱을 괴었다.
“이게 좀 이상한 말이긴 한데, 나 는 내가 성희롱을 당한 건지, 인종 차별을 당한 건지 좀 애매하거든 요.”
최연하가 소파에 등을 기대며 한 숨을 푹 내쉬었다.
“헬조선이니 뭐니 해도 한국인은 한국에서 살아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내가 괜히 외국에 나와서 이 런 꼴을 당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위긴스가 슬그머니 최연하의 말을 거들었다.
“각국은 다들 엄하게 인종차별을 단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거 꾸로 생각하면, 그만큼이나 인종차 별이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뜻이지 요. 도둑질을 하는 사람이 없으면,
굳이 도둑질을 법으로 금지할 필요 가 없는 것처럼요.”
“그렇더라구요.”
미국 같은 곳은 인종차별에 굉장 히 민감하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 다. 최연하는 그 말이 그 사회가 그 만큼 발전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 였다.
하지만 막상 이 일을 겪어보니 뭐랄까…….
‘인종차별이 심심찮게 벌어지니까 거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거구나.’
살짝 현자 타임이 온다.
“굳이 미국에 대한 변명을 해주고
싶지는 않지만, 미국 정도면 그래도 인종차별이 그리 심하지 않은 국가 입니다. 이만한 다인종이 섞여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니, 오히려 그 래서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실제로는 유럽 쪽이 인종차별은 훨씬 더 심합니다. 이제는 혹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대놓고 표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동양인에 대 한 인종차별은 심심치 않게 벌어지 죠.”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유럽에서 뛰는 축구 선수
들이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을 받기도 하니까요.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인종차별을 하는데, 밖에서야 뭘 못 하겠습니까.”
“그렇지.”
위긴스가 피식 웃었다.
“사실 인종차별이라는 건 소인배 의 오기지. 자랑할 것이 인종밖에 없는 이들이나 그런 짓을 해 대는 것 아닌가. 진짜 자존감이 높은 이 들은 인종 같은 걸로 사람을 무시하 지 않는 법이야.”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종차별뿐 아니라 자존감이 높은
이들은 애초에 타인에게 그리 신경 을 쓰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생활 과 자신의 일에 집중할 뿐이다.
“그렇게 따지면 사실 한국도 인종 차별 청정국은 아니잖습니까.”
“그도 그렇지.”
최연하가 어깨를 으쓱한다.
“뭐, 어쨌든 간에 감정적인 거니 까요. 실제로 정이 좀 떨어져서 그 런데……
최연하가 강진호를 돌아보며 물었 다.
“언제 돌아갈 거예요?”
“한국이요?”
“네.”
강진호가 살짝 고민하는 얼굴을 했다. 그러고 보면 미국에도 예상 이상으로 오래 체류했다. 이제 슬슬 한국으로 복귀를 해야 하는데…….
“저쪽과 하고 있는 일이 아직 끝 나지 않아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 다. 아마 내일 아침에 직접 만나봐 야 결정이 날 것 같아요.”
“저는 이제 슬슬 돌아가야 돼요. 미뤄둔 촬영도 해야 돼서.”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오전에 아까 왔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보면 저도 일정이 나올 겁
니다. 그때 같이 상의하시죠.”
“네.”
최연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가서 좀 쉴게요. 스트 레스가 심해서 빨리 자야 돼요. 아 니면 피부 트러블 나요.”
뭔가 남자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유였지만, 다들 알아서 납득 할 수밖에 없었다.
“쉬세요.”
“네. 고생하셨어요.”
최연하가 밖으로 나가자 한은솔도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꾸벅 숙이
고는 최연하를 따라 나섰다.
그러자 이현수가 한숨을 푹 내쉬 었다.
‘폭풍이 지나간 느낌이네.’
그러면서도 이현수는 강진호의 눈 치를 슬쩍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 다.
강진호 전문가의 눈으로 보기에 지금 강진호는 영 심기가 불편한 상 태였다. 대충 마무리가 되기는 했지 만, 제 손으로 뭔가를 후드려 팬 것 이 아니라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라 고 할까?
‘난리 났구만.’
이러고 나서 미국을 바로 떠나 버린다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강진 호는 지금 미국을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심지어는 빠른 시일 내에 힘 을 써야 하는 상황마저 온다.
아마도 저들은 이 일이 잘 봉합 되었다고 생각하고 돌아갔겠지 만…….
‘그럴 리가 있나.’
누구보다 강진호를 잘 아는 이현 수이기에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때때로 강진호가 무척이 나 대범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고는 한다.
일견은 맞는 말이겠지.
하지만 그건 일부분일 뿐이다. 강 진호는 어떨 때는 무척이나 대범한 사람이지만, 어떨 때는 이렇게까지 쪼잔할 수 있나 싶은 사람이기도 하 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이번 일에서 주변인들이 보이게 될 반옹은 명백 하게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찰칵.
강진호가 담배를 물고는 소파에 몸을 기댔다.
“이 실장.”
“예, 회주님.”
“조건은 확실하게 받아뒀겠지?”
거 봐.
벌써부터 더 뜯어먹을 것이 없는 지 쿡쿡 찔러보기 시작한다.
“물론입니다.”
“그래. 그럼……
강진호가 천천히 연기를 내뿜었 다.
“이제 한 번 붙기만 하면 되는 군.”
강진호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 라갔다.
“정말 진행할 생각인가?”
미 국방부 차관 필 버튼이 건너 편에 앉은 이를 보며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이보게, 레이놀드.”
“예, 차관님.”
“이건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가 아 니라고 보는데. 상식과 비상식의 문 제가 아닌가.”
그의 입가에 비웃음이 어렸다.
“물론 그쪽이 하고 있는 일을 무 시할 생각은 없네. 하지만 세상 모 든 건 제 쓰임새가 있는 법 아닌가.
SWAT가 군대와 붙어서 전멸한다고 SWAT가 쓸모 없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걸세. 문제는 SWAT를 군대와 붙인 지휘관이겠지. 애초에 경찰특 공대가 그런 일을 하라고 있는 게 아니잖은가.”
“……그렇습니다.”
“그대들도 마찬가지네. 물론 SOB 도 분명 자랑스러운 미군의 일원이 지. 하지만 SOB가 화력으로 미군과 싸운다는 건 상식에 맞지 않은 일 아닌가.”
레이놀드가 입을 닫았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할 말
은 너무도 많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필 버튼.
국방부 차관.
장관이 아니라 차관이라는 것에서 그의 파워를 의심할 이가 있을지 모 르지만, 적어도 SOB와 무인계에 관 련된 일에 관한 한에는 장관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 이가 바로 필 버튼이 다.
애초에 이 일은 국가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대 선 결과에 따라서 휙휙 바뀌고 목이 잘려 나가는 장관이 맡을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차관님.”
레이놀드가 깊은 한숨을 쉬며 말 했다.
“여러 번 말씀드렸다시피, 저들의 힘을 얕보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 다. 솔직히 저는 왜 이런 지루한 회 의를 계속 반복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뭐라고 했나?”
“결국은 증명하면 되는 일 아닙니 까?”
필 버튼이 미간을 좁혔다.
“자네는 자네의 직무를 잊어버린
모양이로군. 자네가 누구라고 생각 하는가.”
“미 국방성……
“아니!”
필 버튼이 깔끔하게 레이놀드의 말을 잘랐다.
“자네는 공무원일세. 국가의 세금 으로 연봉을 받는 사람이라는 뜻이 지. 그런 공무원들이 가장 주의해야 하는 일이 뭔지 아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쓸데없이 돈을 낭비하지 않는 걸 세. 자네가 벌어 자네가 쓰는 거라 면 그 돈으로 카지노를 가든 마약을
사든 알아서 하게. 하지만 이 일은 아니지. 이 일에는 국가의 세금이 쓰인단 말일세.”
“자네가 말한 상황을 만들려면 최 소 2개 사단은 동원해야 하네. 2개 사단을 동원하고, 그들이 실전처럼 화력을 쏟아부으면 돈이 얼마나 드 는지 아는가? 차라리 총알 대신 달 러를 말아 뿌려 대는 게 더 적게 돈이 들 걸세.”
레이놀드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 다.
말은 맞는 말이다.
군대는 돈 먹는 하마나 다름없다. 특히나 제대로 화력을 쏟아붓는다면 그 부대를 운용하기 위한 일 년 치 예산을 한순간에 날리는 것도 어렵 지 않다.
“그 모든 일은 그저 자네들이 주 장하는 일을 증명하기 위해 시행해 보자고? 좋네, 그래보■지. 그런데 그 일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셈인가? 그 책임은 누가 지지? 그 때 가서 ‘하하, 이거 생각처럼 안 되는군요’ 하고 입을 다물 셈인가?”
신랄한 필 버튼의 말에 레이놀드 가 이를 갈았다.
“책임은 져야겠지요.”
“어떻게?”
“옷을 벗겠습니다.”
“자네는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 하는군. 자네 하나 옷 벗는다고 해 결될 일 같은가, 대령?”
“SOB 전체를 걸게.”
레이놀드의 눈이 흔들렸다.
“차관님, 그건……
“애초부터 나는 SOB의 존재 자 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 물론 군 의 다양성을 늘리고 전략의 가짓수 를 채운다는 의미에서라면 찬성하
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잖은가. 자네들은 SOB를 키운다는 것에 홀 려 대전제를 잃었어! 중요한 것은 미군이 강해지는 것이네! SOB가 강 해지는 게 아니라!”
“저는!”
레이놀드가 단호한 눈으로 필을 바라보았다.
“SOB가 강해지는 것이 미군이 강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렇기에 이 일로 모든 것을 증명하려 고 하는 겁니다.”
“그래줄 이유가 없지.”
“사실은 겁이 나시는 것 아닙니
까?”
“……뭐라 했는가?”
레이놀드가 피식 웃었다.
“군을 운용하는 데는 크게 돈이 들지 않습니다. 화력을 쏟아부어야 돈이 들지요. 이 일을 진행하는 데 돈이 크게 든다는 말은, 다시 말해 2개 사단을 동원하고도 한 사람을 막는 데 막대한 화력을 퍼부어야 한 다는 말이 아닙니까?”
“거꾸로 말하자면, 그만큼이나 인 정하고 계시다는 뜻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필의 눈에 노기가 차올랐다.
“그렇게나 자신이 있단 말이지?”
“물론입니다.”
“좋아, 진행하지. 대신 똑똑히 알 아두게. 만약 이번 일로 그대들이 무인들의 효용성을 증명하지 못한다 면,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SOB 를 해체시켜 버릴 걸세. 자네뿐 아 니라 모두가 실업자가 될 테니, 애 초에 직업교육이라도 받아두도록.”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차관님.” 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장소와 시간을 정해 통보하게. 원하는 대로 해주지.”
그가 몸을 홱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가자, 레이놀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판은 깔았다.’
이제는 증명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