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52)
마존현세강림기-1454화(1451/2125)
마존현세강림기 59권 (11화)
3장 돌입하다 (1)
“시답지 않은 짓을.”
필이 불쾌한 기색을 감주치 못하 고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바라보았 다. 익숙한 관저로 향하는 길이 기 분 탓인지 무척이나 거슬려 보였다.
“그들의 의도를 받아주셔도 괜찮 겠습니까? 굉장히 자신이 있어 보이
던데 말입니다.”
“그래봤자지.”
필이 미간을 좁혔다.
‘애초에 이 시대에 무학이라니, 말이나 되는 소린가.’
이게 무슨 중세 시대에 멀린이 마법 쓰는 것도 아니고, 드라마에나 나와야 할 내용을 현실로 끌고 온다 는 게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생각 인가.
심지어 드라마에 나오는 마법사나 기人}, 심지어 용조차도 현대로 와버 리면 기관총의 밥이 될 것이다. 그 런데 그런 이들을 전략적으로 육성
하여 군대로 활용한다?
‘대체 이 계획을 입안한 놈이 누 군지, 얼굴이라도 보고 싶군.’
벌써 수십 년 전에 있던 일이고, 당시만 해도 특급 기밀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보니, 어디서부터 시작된 계획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계획이 어떻게 시작되었느냐가 아니라 아직 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막대한 비용을 소모하면서 말이다.
‘그 돈이면 최소 다섯 개 사단은 더 유지할 수 있다.’
그것도 기계화사단으로 말이다.
안 그래도 최근 과도한 국방비 지출로 말이 나오는 상황인데, 그런 곳에서 쓸데없는 비용을 들이고 있 는 게 거슬리지 않을 수 없는 필이 었다.
“저들은 자신들을 너무 과도하게 믿고 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 차관님.”
“총 앞에서는 모든 게 평등하지. 인간이 아무리 단련한다고 해도 몸 을 쇠로 만들 수 있겠는가. 그 쇠로 만든 갑옷마저 뚫어버린 게 현대의 화기란 말이야. 그런데 이제 와 시 대를 역행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가.”
상식이라는 게 있다.
쏟아지는 히어로 영화에서도 히어 로들이 미군과 맞서 싸우는 장면 같 은 건 나오지 않는다.
관객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천만에.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 화기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 지, 미군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아 는 이들은 아무리 영화라고 한들 미 군이 패배하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 는 것이다.
그래. 외계인이라도 쳐들어오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평범한 이들조차도 그리 생각하는 데, 군사 전문가라는 것들이 저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고 있다 니.
“내년 예산은 점성술로 배정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좋은 점괘가 나와 야 할 텐데.”
“타로 카드를 추천드리죠.”
“그것도 나쁘지 않지.”
필이 시트에 등을 기대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헛짓거리도 적당히 해야지.’
이런 일이 이전에 없던 건 아니
다. 미국은 가능한 실험이라면 일단 해보는 국가니까.
몇 십년 전에는 초능력자 부대를 양성해 보겠답시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멀쩡한 사람들을 싸그리 폐인 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했고, 공간 이동 실험을 하겠다고 멀쩡한 함선 을 날려 먹은 경우도 허다했다.
이 일 역시 그런 시절의 잔재일 뿐이다.
아직 인간이 과학을 완전히 신뢰 하지 못하던 시절.
과학만으로는 세상의 이치를 설명 할 수 없다고 믿던 시절.
그 비이성의 잔재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 필을 참지 못하게 만들 고 있었다.
“차라리 잘됐네. 이 기회에 싹 쓸 어버리면 되겠지. 안 그래도 군부에 쓸데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 하던 참이었네.”
“도움이 안 되는 자들이죠.”
“그렇지.”
필이 묘한 눈으로 밖을 바라보았 다.
“대통령 각하께서 좀 더 이성적이 셨다면, 굳이 여기까지 가지 않아도 될 일이었건만……
필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이해는 한다.
사람이란 때로는 이치에 맞지 않 는 것을 믿고 싶어지는 법이니까.
“각하계서도 그들을 신뢰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한데?”
“그렇다 해도 이전 정권들이 꾸준 히 진행해 온 사안을 마음대로 뒤엎 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옳고 그 른가를 따질 수 없는 사안이지 않습 니까. 반드시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겁니다.”
“대놓고는 아니더라도 말인가?”
“그렇습니다.”
“흐음.”
필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 군. 과연 일리가 있어.”
“그러니 이번 일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번 일을 잘 해결한 다면, 저희는 각하께 그 말도 안 되 는 짓거리를 공식적으로 그만두게 할 수 있는 명분을 드릴 수 있습니 다.”
“추가적으로 막대한 예산을 아낄 수 있겠지.”
“국가적 이득이죠.”
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보좌관의 전화가 울렸다. 굳은 얼굴로 전화를 받은 보좌관이 한참 동안 뭔가를 논의하다가 한 손 으로 수화기를 가리고 장관을 향해 물었다.
“이틀 뒤가 괜찮으시냐고 묻습니 다.”
“마음대로 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럼 이틀 뒤에 네 바다 쪽에서 진행하는 걸로 하겠습 니다.”
“흐음.”
보좌관이 통화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필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멍청한 놈들.’
배팅이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을 건 배팅은 반드시 실 패한다. 애초에 상황이 그렇게까지 몰리지 않는다면 도박에 모든 것을 걸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내기가 시작되었다는 것 자체가 저들이 이 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사실을 역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정확한 사항은 매신저로 보내겠 답니다. 일단 간략하게는 전에 말한 대로 이쪽에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저쪽에서 뚫는 식이 될 것 같습니
다.”
“자네가 알아서 하게.”
“예, 차관님.”
필이 미소를 지었다.
“몇몇 사람이 미군의 방어선을 뚫 는다고?”
물론 가능하겠지.
외계인쯤 된다면 말이다.
필이 낮게 웃으며 차창 밖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이런 식입니다.”
레이놀드가 책상 위에 상황판을 펼쳤다. 중앙의 한 점을 중심으로 좌우로 뭔가 우르르 도열해 있다.
“……이게 뭔데?”
“예상 배치도입니다. 4개 사단이 동원되는 것이라 가정하고 만든 배 치도이니, 감안해 주십시오.”
강진호가 살짝 눈을 찌푸렸다.
“그럼 이게 전차고, 이게 자주포, 그리고 이건 기관포 진지, 보병…… 흐음, 관측은 어디에 위치하는 거 지?”
레이놀드가 살짝 고개를 들어 강 진호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 놀람이
어려 있었다.
“이해하시는 겁니까?”
“이해 못할 이유라도?”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 자 이현수가 레이놀드를 향해 나직 하게 중얼거렸다.
“2년간 군인으로 복무하셨습니 다.”
“허어? 세상에, 그러셨군요.”
레이놀드의 격한 반웅에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강진호는 레이놀드가 미국인이라 는 걸 간과했다.
한국에서는 사지 멀쩡한 청년이라 면 당연히 군대를 다녀와야 하지만, 이곳은 미국이다. 미국에서 군인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일종일 뿐이 다.
“한국 남자는 다들 기본적으로 군 복무 경험이 있습니다.”
“그랬죠. 제가 그걸 잠시 잊었습 니다. 그럼 병과는?”
“……포병 입니다.”
뭔가 아련하게 과거 군대의 기억 이 강진호의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것 같다.
“아하, 그래서 관측도 아시는 거
군요. 관측은……
레이놀드가 뭔가를 설명하려고 하 자, 이현수가 다시 레이놀드의 옆구 리를 쿡쿡 찔렀다.
“ 예?”
“……사병으로 복무하셔서 아시는 게 없습니다. 그냥 아는 단어를 말 하시는 거니까, 일반인을 상대한다 고 생각하고 넘어가시죠.”
저거, 때릴까?
뭔가 욱하기는 하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니기에 강진호도 그저 침묵 했다. 게다가 괜히 여기서 아는 척 을 더 했다가는 신난 레이놀드에게
붙들려 몇 시간 동안 전략을 들어야 할 것 같다.
그건 절대 사양이었다.
“크흠.”
레이놀드가 낮게 헛기침을 했다.
“여하튼 이런 식으로 배치가 될 겁니다. 회주님께서 동료들을 대동 하시고 이걸 뚫어주시면 됩니다.”
이현수가 배치도를 가만히 바라보 다가 피식 웃고 만다.
“이걸요?”
“예.”
“이걸?”
“……예.”
이현수가 목을 좌우로 꺾었다.
“거, 악감정 있으면 말로 하시지, 이런식으로 차도살인지계를 쓰시 네.”
“아니! 이걸 사람이 뚫는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이걸 할 수 이으면 우리가 왜 이러고 삽니까? 날아서 달에도 가겠네! 사람이 양심이 있어 야지. 뭐요? 4개 사단? 사단으로 처 맞아보셨나!”
“……진정하십시오.”
“제가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강진호가 이현수의 어깨를 꾹 잡
아 눌렀다.
그러자 이현수가 부글부글 끓는다 는 얼굴로 자리에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레이놀드의 얼 굴을 한 번 쏘아보는 걸 잊지 않았 다.
“아니, 이 새끼들은 양심도 없나? 1개 사단만 동원해도 과하다는 소리 가 나올 텐데, 뭐? 4개 사단? 미군 4개 사단이면 나라 하나 점령하고도 남을 병력인데, 이걸 다 동원한다 고?”
“일단은 가정입니다.”
물론 가정이지.
실제로는 5개 사단까지 동원될 확률이 있으니까. 하지만 레이놀드 는 굳이 이 말을 지금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다가는 이현수가 달려들의 그 의 목을 물어뜯어 버릴 것 같으니 까.
“흐음.”
강진호가 배치도를 가만히 보다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찰칵.
담배를 문 강진호가 천천히 연기 를 내뿜고는 중앙을 웅시했다.
“여기에 그 차관이라는 자가 있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벙커를 구축할 건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여기까지 뚫고 들어가 그 차관을 죽이면 된다?”
“……실제로 죽이시면 안 됩니 다.”
“부상은?”
“그 정도는……
레이놀드가 마른침을 삼켰다.
“물어보기 죄송스럽습니다만, 이 조건이라면 가능하시 겠습니까?”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 가능하겠냐고?”
“역시나 어렵……
“3초도 안 걸려.”
“••••••예?”
강진호가 심드렁한 얼굴로 조형도 의 바깥 부분을 찍었다. 그러고는 중앙의 점을 향해 천천히 선을 그었 다.
“거리가 대충 5km 정도인가?”
“그렇습니다.”
“나라면 이 거리에서 저격이 가능 하다.”
“벙커째 날려 버리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아. 굳이 뚫을 필요도 없
지.”
“헐, 그러네요.”
이현수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호의 능력을 감안한다면, 마 기를 내뿜어 원거리에서 건물 하나 날리는 건 일도 아니다. 그동안 언 제나 공격이 아니라 방어하는 입장 에서 싸우다 보니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진지를 갖춘 이들을 공격 하는 건, 제대로 된 지원도 없이 칼 두자루를 들고 몰려오는 무인들을 상대하는 것에는 비할 수도 없이 쉬
운 일이다.
일단 방법을 선택할 수라도 있으 니까.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의미가 없겠지.”
레이놀드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이 일은 저들에게 무인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려주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원거리에서 펑! 하고 터져 나간다면 차라리 미사일을 쓰면 되 지 않느냐는 말이 나올 것이다.
“걱정할 것 없어. 나도 그런 방법 을 쓸 생각은 없으니까. 전략은 간
단하다.”
“예. 경청하겠습니다.”
강진호가 조금 전 그은 선을 똑 같이 다시 그었다.
레이놀드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
“회주님, 그 방법은……
“이 라인을 따라……
“••••••예?”
“혼자 들어간다.”
레이놀드의 눈이 격하게 흔들렸 다.
저길?
저 병력 밀집구역을?
“주, 중앙 돌파요?”
기겁을 하여 돌아보는 레이놀드와 시선을 마주친 강진호가 입꼬리를 씨익 말아 올렸다.
“그래야 의미가 있지 않나?”
강진호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본 레이놀드의 피가 차갑게 식기 시 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