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54)
마존현세강림기-1456화(1453/2125)
마존현세강림기 59권 (13화)
3장 돌입하다 (3)
“장난 아닌데요.”
이현수가 손에 든 스마트패드를 강진호에게 내밀었다.
강진호가 패드에 보이는 적의 진 지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이거, 어떻게 찍는 거지?”
“드론이요. 하나 구입했습니다. 필
요할 것 같아서요.”
강진호가 뚱한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봤다.
가끔 한 번씩 보면 이현수는 더 없는 천재 같기도 하고, 더없는 바 보 같기도 하다. 그리고 만들어내는 결과물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유용 하고, 어떻게 보면 아무 짝에도 쓸 모가 없다.
“이게 안 걸리나?”
“초소형이라 괜찮을 겁니다. 미군 놈들 레이더가 굉장히 고품질이기는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튜닝도 좀
했거든요.”
미군의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튜닝이 가능한 기술력이라…….
이현수가 테러리스트가 되었다면 전 세계적으로 수배를 받는 굉장한 범죄자가 되지 않았을까?
‘아니, 아니지. 생각해 보면 처음 부터 그랬지.’
영남회의 이인자이던 시절부터 애 초에 이현수는 테러리스트와 별로 다를 게 없는 사람이었다.
요즘은 자꾸 그 사실을 잊는 강 진호다.
“여하튼 대단……
“그럴 리가 없지요.”
위긴스가 피식 웃으며 초를 쳤다.
“빤히 알고 있을 겁니다. 그냥 격 추를 안 하는 것뿐이지요.”
“왜?”
“글쎄요. 강자의 아량일 수도 있 고, 아직 개전을 안 했으니 선제공 격을 자제하는 것일 수도 있고……. 여하튼 시각적으로도 구분할 수 있 는 드론을 근거리에서 놓칠 리는 없 을 겁니다.”
강진호가 뚱한 얼굴로 이현수를 돌아봤다.
하지만 이현수는 그런 강진호의 반응을 무시하고는 화면을 가리키며 호들갑을 떨어 댔다.
“탱크 보이십니까, 탱크?”
“와! 이 새끼들, 자주포까지 끌고 왔네. 무슨 전쟁하나? 기계화 사단 하나가 통째로 온 것 같은데요?”
이현수가 화면을 보다가 고개를 슬쩍 돌려 윌리를 바라본다. 윌 리 가 살짝 어색한 얼굴을 했다.
“방어 병력을 지정하는 건 전적으 로 저쪽의 일이라……
“무능력하시네, 진짜.”
“그래도 예상보다 병력이 줄지 않 았습니까?”
“참 많이도 줄었네요. 좋으시겠습 니다.”
윌리가 어색하게 웃었다.
사단이 하나인지 둘인지가 그리 와닿지 않는다. 어차피 피육으로 이 루어진 사람의 몸으로 저 강철 괴물 들에게 달려들어야 하는 것은 똑같 으니까.
전차 한 대와 열 대를 상대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열 대와 스무 대의 차이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법이다.
“저쪽에서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 니까, 회주님?”
눈으로 저 병력을 보고도 마음을 바꾸지 않겠냐는 말이다.
여기까지 상황을 만들어놓고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일견 놀리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닌 모양이군.’
윌리의 표정도 질려 있었다.
머리로만 생각하던 사단 병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대책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저 말도 안 되는 병 력에 사람이 맨몸으로 뛰어든다?
‘장난이 아니군.’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그 광경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에는 어마어마 한 차이가 있었다. 사단 병력들이 각 부대에 나뉘어 있는 것과 이리 한곳에 모여 방열되어 있는 것의 차 이도 컸다.
반면 강진호는?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살과 뼈로 이루어진 인간일 뿐이다. 저 화력을 정말 사람의 몸으로 감당할 수 있을 까?
‘괜한 짓을 하는 게 아닐까?’
이미 계산을 다 끝낸 일이지만,
이쯤 되니 자신들의 계산이 정말 옳 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지 않 을 수 없었다.
그런 윌리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 는지, 강진호는 태연하게 담배를 꺼 내 물고는 불을 붙였다.
“후……
짧게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호 가 멀리 보이는 미군의 진영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그럼 이제 가면 되나?”
“……저쪽에서 준비를 완료한 시 간부터 개시하기로 했으니, 원칙적 으로는 딱히 이쪽의 상황을 전할 필
요는 없습니다. 회주님이 원하시는 시기에 언제든 돌입이 가능합니다.”
“그렇군.”
강진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럼 다녀오지.”
“••••••예?”
강진호는 별다른 말 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 광경을 보며 윌리가 눈 을 크게 떴다.
지금 산책이라도 가는 건가?
저 병력들을 직접 상대하지 않는 윌리도 오금이 저릴 정도인데, 강진 호는 딱히 압박을 받지 않는 모양이
었다. 담배 한 대를 입에 꼬나물고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보 니 말이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로드.”
“ 음?”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다.
“왜?”
“보아하니 이번 일은 로드와 저들 의 싸움이 아니라 우리와 저들의 싸 움인 것 같습니다만?”
위긴스가 동의를 구하는 얼굴로 윌리를 바라봤다. 그러자 윌리가 얼 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원칙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아무
래도 비공식이긴 하지만, 문서가 남 는 일인데 개인과 군의 싸움은 모양 새가 영 좋지 않기도 하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는 있 지만, 그리 중요하지는 않은 것들이 다.
“그렇다면 저희도 뭔가를 해야 하 지 않겠습니까?”
“ 흐음?”
강진호가 새삼스럽다는 얼굴로 위 긴스를 바라보았다.
“굳이?”
“필요의 문제라기보다는 기회의 문제입니다. 이럴 때가 아니면 해볼
수 없는 것들이 있어서요. 저들이 무인을 상대하는 것도 처음이겠지 만, 저희가 저만한 군을 상대해 보 는 것 역시 처음 아니겠습니까?”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냥 저기다 마법를 써 갈겨보고 싶다는 것 아닌가?”
“정확합니다.”
위긴스는 굳이 부정하지 않고 빙 그레 옷었다.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마법사로서의 연구열인지,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의 문제인지는 모르겠 지만…….
‘나쁠 건 없지.’
경험은 언제나 도움이 되는 요소 다. 얻어낼 것이 있다면 모조리 얻 어내는 게 좋다.
“하고 싶은 대로 해.”
“감사합니다, 로드. 그럼.”
위긴스가 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메시지를 보냈다.
‘응‘?’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뒤쪽에서 커다란 밴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하차!”
멈춰 선 밴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린다. 내린 이들은 강진호에게도 꽤나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위긴스가 한국에서 데려온 마법 병단들이 밴에서 하차하여 쭉 도열 했다.
“……대기시켜 뒀나?”
“세상 모든 일에는 준비성이 필요 한 법이죠. 혹시 몰라서 대기하라고 해뒀습니다.”
강진호가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 였다.
여하튼 위긴스도 보통 사람이 아 니다.
“자, 어디……
위긴스의 시선이 먼 곳의 미군들 에게로 향했다.
‘사정거리 내겠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이곳을 타격할 수 있다. 하지만 저들은 그 저 기다리는 것을 택했다. 멀리 보 이는 적에게 포격을 해 상황을 단번 에 끝내 버리는 것은 재미가 없다는 뜻이겠지.
그 오만함이 뭐랄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기껍다. 덕분 에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볼 수 있으 니까.
“자주포의 사거리가 어느 정도 지?”
이현수가 깔끔하게 대답했다.
“탄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는 20km. 특수탄을 사용하면 40km 이상도 타격할 수 있습니다.”
“……그거 참 굉장하군.”
“기본 사거리면 서울에서 안양 정 도는 때릴 수 있고, 특수탄을 쓴다 면 용인까지 타격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서…… 눈으로 적이 보이는 거 리에 있는 우리 정도는 언제든 쓸어 버릴 수 있다는 뜻이죠.”
이현수가 과장되게 손을 벌렸다.
“쾅, 하고.”
새삼 현대 화기가 얼마나 말이 되지 않는 무기들인지를 실감하는 위긴스였다.
‘그렇다면 개활지…… 아니, 아니 지. 냉정하게 봤을 때는 원거리에서 맞붙는 순간, 대항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겠군.’
눈으로 보이지 않는 거리라고 해 도 저들은 상관없다. 보나마나 위성 의 지원을 받아 상대의 위치를 파악 할 테니까. 원거리에서는 좌표를 받 아 포를 갈겨 대고, 40km라는 보병
이 하루 종일 행군해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를 좁히고 나면 전차 부대 가 대기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마법 부대는 기계 화 사단에게는 쥐약이라는 소리로 군.”
일단은 눈으로 포착해야 마법을 갈길 수 있는 마법 부대의 특성상, 자주포를 상대한다면 좋은 사격 표 적지가 될 뿐이다. 실제로 둘이 맞 붙는 상황이야 잘 없겠지만.
‘그러니 더욱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어쩌면 기계화 사단을 상대로 마
법을 써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도 모르니까.
위긴스가 슬며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진영을 갖춰라.”
“예!”
강진호와 이현수가 한 발 물러서 서 흥미롭다는 얼굴로 위긴스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위긴스의 뒤편으로 마법 부대가 정렬한다.
그러자 위긴스가 고개를 돌렸다.
“넌 뭐 하는 거냐?”
“……저두요?”
“그럼 네가 여기서 따로 할 게 있 나?”
위긴스의 고개가 삐딱해졌다.
“제 필요할 때는 마법을 배우고, 저 귀찮을 때는 로드의 옆에 찰싹 붙어서 사무직인 척하는군. 박쥐도 저렇지는 않을 텐데.”
“에이, 저는 상황 분석해야죠. 제 가 힘이 빠져 버리면 누가 나중에 보고서 쓰고 분석하겠습니까?”
“저저!”
위긴스가 영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윌리는 현타가 온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군대 견학이라도 오셨나.’
지상 최강이라 불리는 미군을 상 대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 중 그 어디에서도 긴장감이라는 걸 찾아볼 수가 없다.
“그 보고서, 내가 꼭 받아보지.”
“걱정 마십시오, 완벽하게 써 드 릴 테니까요. 녹화도 하고 있고.”
위긴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다 말년에 저런 놈을 제자로 받아서는.
체념한 위긴스가 몸을 돌렸다. 사 실 이현수가 있고 없고에 차이는 거 의 없다. 그저 저놈만 노는 꼴을 보 기 싫었을 뿐이다.
“시작한다.”
위긴스가 눈을 빛냈다.
지시가 떨어지자 위긴스의 뒤쪽에 위치한 이들이 캐스팅을 시작했다. 그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빛 을 내뿜더니, 위긴스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 흐음?”
강진호가 재미있다는 듯 그 광경 을 바라보았다.
“아, 회주님은 이걸 처음 보시 죠?”
“저런 게 가능한가?”
“애초에 그걸 바탕으로 육성된 애 들이니까요. 파장이 다른 이들이야 어렵겠지만, 파장을 맞출 수만 있다 면 가능합니다.”
‘동문들이 서로 기운을 전달해 주 는 개념인가?’
마기는 워낙에 개개인에 따라 다른 면이 많아서 어렵지만, 정파 쪽에서 는 간간이 볼 수 있던 일이다. 그게 마법에도 적용된다는 게 놀라울 뿐.
“타격이 가능할까?”
강진호가 순수한 의문을 품었다.
마법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원소를 활용하는 것에 가깝다. 불을 불러내 고, 벼락을 쏘고, 바람을 날린다.
하지만 딱 봐도 저 육중한 쇳덩어리 들에 그런 게 통할 것 같지는 않다. 화 염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완전히 달궈 버리지 못한다면, 불이 피운다 해도 내 부의 사람이 상할 것 같지는 않다.
벼락이나 바람은 더더욱 피해를 줄 수 없을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결과가 빤한 일이 아닌가.
‘위긴스니 생각이 있겠지.’
등 뒤에서 밀려온 마나를 받은 위긴스가 천천히 캐스팅에 들어간 다. 그의 손이 지나간 허공에 빛의 궤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의 손이 멈췄을 때, 허 공에 무척이나 복잡하고 괴이한 형 태를 갖춘 마법진이 생겨났다.
“자, 어디…… 감당할 수 있을지 볼까?”
마법진이 거대한 빛을 뿜어내며 바닥으로 내려간다. 스르륵, 바닥에 스며든 마법진을 보며 위긴스가 낮 게 속삭이듯 말했다.
“뒤흔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