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56)
마존현세강림기-1458화(1455/2125)
마존현세강림기 59권 (15화)
3장 돌입하다 (5)
찰칵.
강진호가 담배를 입에 물고는 불 을 붙였다.
연기를 뿜어낸 그가 묘한 시선으 로 위긴스를 돌아봤다.
“적당히 시험이나 해본다더니……
“생각보다 잘 먹혔을 뿐입니다.”
마나를 과도하게 사용한 덕분인 지, 위긴스의 안색은 그새 꽤 창백 해져 있었다.
살짝 가쁜 숨을 몰아쉰 위긴스가 박살이 나버린 기계화사단의 진형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 효과가 있겠군요.”
“으 ”
“ 다만••••••
위긴스가 턱을 긁었다.
‘실전에서 써먹는 건 요원한 일이 겠군.’
우선 이 어마어마한 사거리의 차 이를 어찌하기가 힘들다. 마법이라
는 건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는 곳을 좌표로 삼아 발현한다.
그러나 인간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생 각만 해도 까마득한 거리에서 포격 을 날려 대는 자주포에 대항하는 건 불가능하다.
굳이 미사일이나 다연장을 논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다만…….
“성공했을 때의 메리트는 확실합 니다. 저대로는 사격이 불가능하겠 죠.”
요으 99
三5三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본적으로 화포는 어느 정도의 기울기에는 대항할 수 있다. 포가 조금 삐뚤어지더라도 자체적으로 포 신을 기울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저리 뒤엉켜 버린 상황에서는 사격 이 불가능하다.
깊이 생각한 끝에 나온 대책인지, 그게 아니면 순간의 기지인지는 몰 라도, 대항이 거의 불가능한 기계화 사단에 대한 대처법 하나 정도는 손 에 넣은 것이다.
“접근이 가능하다면 말이지.”
“그게 문제죠.”
위긴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저들이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선공을 자제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저들과 전쟁을 벌였다면, 여 기까지 접근하기도 전에 모조리 핏 덩어리가 되어버렸겠지.
아니, 핏덩어리라도 남길 수 있다 면 다행이지.
“일단 공격이 성공만 하면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그걸로 됐 습니다. 어떻게 공격하느냐에 대해 서는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하겠군 요.”
“끝났나?”
“예, 로드. 저는 이걸로 충분합니 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는 얼굴로 살짝 퉁명스레 말했다.
“설거지는 취향이 아닌데 말이 야.”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그런 말씀 을 하십니까? 거실에 수세미 날아오 는 꼴 보고 싶지 않으시면, 익숙해 지셔야 합니다.”
“……그럴지도.”
뭔가 떠올렸다는 듯 가볍게 웃어 버린 강진호가 이내 고개를 내저었
다.
“그럼 다녀오지.”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무리 흔들 어놨다지만, 저들의 화력은 더없이 막강합니다.”
“그렇겠지.”
강진호가 살짝 심드렁하게 말했 다.
“다녀올게.”
“……예, 로드.”
강진호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현수가 슬그머니 위긴스의 옆으 로 다가와 말했다.
“ 괜찮을까요?”
“글쎄다.”
위긴스가 머리를 살짝 긁었다.
‘이건 영 예측하기가 힘들군.’ 비교라는 건 애초에 비슷한 조건 에서 해야 한다. 코끼리와 고래를 비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둘 다 결국 사람을 죽이기 위해 발전해 왔다고는 해도, 군의 화력과 무학 중 어떤 것이 더 강한지 비교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워낙에 변수가 많으니까.
“아무리 로드라고 해도 쉽지 않으 시겠지.”
“그럴까요?”
이현수의 말에 위긴스가 슬쩍 고 개를 돌렸다.
“네 생각은 다른 모양이군.”
“이미 한 번 봐버려서요.”
“그들과는 비교할 수 없지.”
“아, 그건 물론이죠. 그런데……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였다.
“이건 누가 더 강하냐의 문제가 아니라서요. 따라잡을 수 있느냐의 문제죠.”
“ 으음?”
“그리고 보세요.”
이현수가 턱짓으로 걸어 나가는
강진호를 가리켰다.
“산책 나가시네요, 산책.”
위긴스가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라봤다.
터덜터덜 걸어 나가는 강진호의 등에서는 긴장이라는 것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강진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위긴스가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렸 다.
“세상에서 제일 믿음직한 등이로 군.”
저벅저벅.
한 사람이 사막을 걸어온다.
등 뒤로 내리쬐는 태양이 긴 그 림자를 만들어낸다.
지진으로 모든 것이 뒤엎어져 정 신을 차릴 수 없는 와중에도 그 광 경은 이상하게도 선명히 들어온다.
레지는 그 광경을 보며 기이한 위화감을 느꼈다.
이상하지.
얼마 되지 않는 거리다.
하지만 저자가 걸어오는 곳과 지 금 그가 있는 곳이 마치 다른 세상
처럼 느껴진다.
저벅저벅.
느릿한 걸음.
지진으로 박살이 나 괴성이 난무 하는 이곳과, 고요하기만 한 저곳의 차이가 레지에게 극심한 위화감을 불러일으켰다.
‘뭐지?’
그의 시선이 걸어오는 이에게로 향했다.
아직은 너무 멀어서 얼굴을 알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사단장님?”
그의 옆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던
부관이 살짝 당황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접근하고 있는 저자를 어떻 게 대웅해야 하냐는 뜻이다.
하지만 레지 역시 딱히 방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접근하는 이의 의도가 결코 좋은 곳에 있지 않다는 것 정도는 모를 수가 없다.
이 사막을 홀로 걸을 정도로 정 신 나간 인간이 있을 리도 없고, 저 자가 걸어오는 방향이 조금 전 빛을 내뿜은 이들이 있던 곳이라는 것까 지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적이라는 거겠지.’
거기까지는 이해한다, 거기까지는. 문제는 그다음이다.
아무리 지진으로 엉망이 되어버렸 다고는 하지만, 이곳에 주둔하고 있 는 건 미 육군의 기계화 사단이다. 단 한 개의 사단 병력만으로도 약소 국 하나는 깔끔하게 초토화시키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대체 저자는 무슨 생각 인가.
“공격합니까?”
부관의 재촉에도 레지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가 아무리 군인이고 적에게는 일말의 자비조자 보이지 않는 사람 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다.
생각해 보라.
단 한 사람에게 포격을 가할 수 있겠는가.
민간인인지 군인인지 구분도 가지 않는 상대에게 자주포를 쏘아대고 전차의 포구를 겨눌 수 있겠냐는 말 이다.
‘정신 나간 짓이지.’
그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대기해.”
“사단장님, 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 다. 그러니 대기해!”
“……예.”
레지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눈에 박살이 나버린 사단의 진영이 들어온다. 이런 상태에서 공 격을 받는다면 피해가 기하급수적으 로 커질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레 지는 발포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건 단순한 아집이 아니다. 그리고 멍청한 것도 아니다.
미 육군 사단장으로서의 최소한의 자긍심이었다.
‘아무리 상황이 급박하다 해도 비 무장의 민간인을 상대로 선공을 할 수는 없다.’
군인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 한다.
하지만 진정한 군인이라면 국민뿐 아니라 민간인 모두를 지킬 수 있어 야 한다. 적어도 레지 머서는 그렇 게 생각했다.
지금 발포 명령을 내리는 것은 그의 신념에 위배되는 짓이다. 그의 수하들도 이런 그를 이해해 줄 것이 다.
“적이 먼저 공격하기 전에는 절대
공격하지 마라! 우리는 제15기갑사 단이다!”
단호한 그 목소리에 부관들이 냉 정함을 되찾았다.
‘흥분했어.’
‘겨우 한 명을 상대로 이 무슨 멍 청한 짓을.’
상대가 인간이 아니라 외계인이라 고 하더라도 이 병력을 상대로 싸울 수는 없다. 순간적으로 찾아온 정체 불명의 지진 때문에 너무 날카로워 진 게 문제…….
그때 였다.
저벅저벅.
느긋하게 걸어오던 상대가 사단을 불과 이백여 미터 앞두고 멈춰 섰 다.
레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
‘도발? 아니면……
상대의 의도를 짐작할 수가 없다. 이백 미터라면 포격은 물론, 소총의 사거리가 닿는 곳이다. 훈련된 병사 라면 굳이 조준경도 필요 없이 머리 통을 날려 버릴 수 있을 것이다.
군대를 상대로 그 거리에서 멈춘 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군대를 전혀 모르는 이인가?’
하지만 레지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우우우웅.
뭔가 미약한 기계음 같은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사내가 양팔을 좌우 로 뻗는다. 그러자 그의 양팔이 물 결치는 허공 안으로 쑥 들어갔다.
“뭐‘?”
생전 처음 보는 괴사에 레지가 두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놀람도 잠시.
사내가 손을 밀어 넣은 공간에서 기다란 무언가가 뽑혀 나오는 걸 본 레지가 얼굴을 굳혔다.
‘ 칼?’
군대의 앞에서 칼을 집어 든다?
“저……
그때 였다.
“빌어먹을! 강진호!”
그의 뒤에서 당혹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관?’
아직도 밖에 있었나?
“사단장, 저자를 당장 주살하게!”
“……무슨 소립니까?”
“저자가 이번 훈련의 목표일세! 저자를 막지 못하면 모든 것이 끝장 이란 말일세!”
레지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필을
돌아보았다.
“한 사람을 상대로 싸우라는 말입 니까?”
“빌어먹을, 저자를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란 말일세! 당장 공격하 게! 저기 지금 검을 뽑아 든 게 보 이지 않는가!”
필이 이를 갈았다.
물론 그는 무인대론자다.
그는 현대 병기와 미군이 무인을 압도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똑같은 인력과 자금을 투입한다면, 전자가 후자에 비해 압도적인 아웃 풋을 낼 거라 확신한다.
하지만 그건 이들이 저자를 제대 로 상대했을 때 증명되는 것이다.
강진호가 지금까지 이룬 업적들을 생각한다면, 저자는 절대 경시해서 는 안 되는 자다. 실력으로 붙으면 당연히 이길 자를 경시하다가 기습 에 당해 패하는, 그런 추한 그림은 절대 사양이다.
“당장 전투 태세를 갖추게, 사단 장! 지금까지 이룩해 온 모든 경력 을 한순간에 쓰레기통에 처박고 싶 지 않다면 말일세!”
그 말을 남긴 필이 전력으로 달 려 벙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레지가 영 이해를 못하겠다는 얼 굴로 필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 다.
‘저자를 상대하라고?’
레지가 멍한 눈으로 가만히 서 있는 자를 바라보았다.
검을 든 자가 가만히 검을 바닥 에 꽂는다. 그러더니 주머니에 손을 넣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내 새하얀 담배 연기가 그의 머리 위로 뿜어지기 시작한다.
“이••••••
레지가 얼굴을 굳혔다.
저건 명백한 도발이다.
“다들 정신이 나갔군!”
필도, 저 미친놈도 이해할 수 없 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레지는 정신 나간 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민간인이 아니라 이거지?’
상대가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이 상,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다. 그가 존중하는 것은 민간인이지, 적군이 아니다. 적군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자비가 아니라 포탄뿐이니까.
“대령!”
“예, 사단장님!”
“가용한 전차는?”
“3문 복구 완료됐습니다!”
“좋아. 저 빌어먹을 놈에게 포를 먹여줘라!”
“발포합니까?”
“사후세계라는 게 있었으면 좋겠 군. 그럼 자기가 얼마나 멍청한 짓 을 하다 뒈졌는지 알 테니까. 영혼 이란 게 없으면 자기가 죽는지도 모 를 것 아닌가.”
“편안한 죽음을 안겨주겠습니다.”
“명령 기다릴 것 없다. 준비되는 대로 갈겨 버려!”
“예!”
즉시 명령이 하달된다.
빠른 보고 체계와 즉각적인 명령 하달 체계.
그 효과는 극명했다. 레지의 말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내 커다란 기계음과 함께 앞쪽 전차들 의 포문이 돌아간다.
그러고는!
“쏴라!”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전장의 폭음이 사막을 뒤덮기 시 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