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57)
마존현세강림기-1459화(1456/2125)
마존현세강림기 59권 (16화)
4장 농락하다 (1)
콰아아아아아앙!
현대 전차가 발포하는 120mm포의 포격은 인간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 는 속도가 아니다.
대부분은 발사하는 그 순간 솟아 오르는 폭연을 눈으로 볼 뿐이고, 먼 거리를 타격하는 자주포의 경우
나 쏘는 순간 먼 하늘을 날아가는 작은 점 같은 포탄을 겨우 포착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건 보통 사람의 경우일 뿐.
강진호는 자신에게 날아드는 포탄 을 정확하게 보고 있었다.
그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 다.
‘재미있군.’
한 번쯤은 더 겪어보고 싶었다.
일전에 북한에서 쏟아지는 포격에 얻어맞았을 때는 워낙에 정신이 없 어서 제대로 대웅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아무리 강진호라고 하더라도 머리 위에서 가공할 속도로 떨어지는 포 격은 생전 처음 겪어보는 유형의 공 격이었다. 아무리 강진호라고 한들 겪어보지 않은 공격에 항상 최선의 대처를 할 수는 없다.
그것도 기나긴 추격전과 전투로 육체가 극도로 상해 있는 상태라면 더더욱.
하지만 완벽한 컨디션을 되찾은 지금은 날아드는 포탄도 달리 보였 다.
강진호가 손을 뻗어 바닥에 꽂아
둔 적루와 청루를 회수했다. 그러고 는 느긋하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
휘이이이잉!
그의 바로 옆으로 포탄이 스쳐 지나간다.
평범한 이 같으면 그 풍압만으로 뼈가 부러지고 살이 터져 나가겠지 만, 강진호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였다.
현대 병기는 더없이 강하다.
하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강진호가 파악한 첫 번째 단점이 바로 이것.
쏘아진 포탄은 방향을 바꾸지 않
고 날아간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포탄의 궤도를 수정할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 일반인들 간 의 전쟁에서는 얼마나 더 빠르고 강 하게 포탄을 날리느냐가 관건일 뿐, 직선적 궤도를 그린다는 것은 문제 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무인을 상대로 할 때는 다르다.
날아오는 포탄을 눈으로 보고 피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무인에게는 포탄은 그저 빠르기만 한 단선적인 공격에 지나지 않는다. 겨우 두어
걸음 이동하는 것만으로 공격의 범 위에서 깔끔하게 벗어나 버릴 수 있 다.
특히나 이런 소수의 포격은 말이 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강진호가 지나온 곳에서 땅이 터 져 나가며 폭음이 진동한다. 사막의 대지가 부서지며 사방으로 돌과 모 래가 비산했다.
하지만 강진호는 딱히 서두를 것 없이 느긋하게 걸어 나갈 뿐이었다.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담배
연기가 폭연과 뒤섞이기 시작한다.
“오폭
레지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럴 리가.
한 문 정도는 오폭을 할 수도 있 다. 일단 지금 그들은 지진의 여파 로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니까. 하지 만 세 문이 동시에 오폭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나 그 오폭이 모두 한 곳에 떨어진다는 건 더더욱 불가능한 일 이다.
‘그럼 피했다고?’
전차의 포격을 보고 피했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레지가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는 곧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도 태연한 태도.
바로 등 뒤로 전차의 포격이 떨 어졌음에도 느긋하게 이쪽으로 걸어 오는 강진호의 모습이, 이 모든 일 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확신케 한다.
그제야 상대를 인간이라 생각하지 말라던 필의 말을 이해한 레지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 르겠지만!’
레지의 두 눈에 살기가 어렸다.
‘곤죽으로 만들어주지!’
“이차 포격! 바로 이어가! 표적의 생사를 확인하지 않고 화력을 쏟아 붓는다!”
“예!”
“다른 포들도 복구되는 대로 포격 을 개시해라! 먼지로 만들어 버려!”
“예!”
부관의 우렁찬 대답이 바로 이어 진 포격의 굉음에 묻혔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사막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진동은 조금 전의 지 진과는 달랐다.
포격과 포격이 이어지며 만들어진 전장의 진동이다. 이 진동을 느낄 때마다 레지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실감했다.
압도적인 화력으로 상대를 짓뭉갠 다.
‘현대전의 꽃은 역시나 포병이지.’ 다른 사단장들이 들으면 반박하려 애쓰겠지만, 어차피 현대전이란 포 병과 공군이 박살 내놓은 곳을 보병 이 점령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눈치와 혹시 모를 민
간인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포병의 가치는 몇 배는 더 올라간 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앙 !
그리고 그 가치를 지금 저자도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실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 지. 그 가치를 실감하는 순간, 산목 숨이 아닐 테니까.
레지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 다.
주머니에 든 담배를 꾹 잡은 레
지가 아쉬운 얼굴로 손을 뗐다. 전 투 중에 담배를 피우는 건 금지된 일이다. 영화에서라면 로망이 되겠 지만, 실전에서는 군법을 어기는 짓 일 뿐.
‘괜히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여줘 서 사람 피 말리게 하는군.’
레지가 완전히 여유를 되찾았다. 콰아아아아앙!
쾅! 쾅!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눈앞 전체가 흙먼지 로 뒤덮인다. 흙먼지가 너무 자욱하 게 일어나 사막의 모래폭풍이라도 보는 것 같다.
저 안에서 살아남는다?
글쎄.
벼락을 열댓 번 맞고도 살아날 정도의 운이라면 포격과 포격의 틈 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 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과 대항할 의지는 완전히 상실한 뒤일 것이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이이이이이!”
레지의 명령에 커다란 복창이 뒤 따랐다.
연신 화력을 쏘아내던 전차들이 사격을 멈춘다. 포신에서 새하얀 연
기가 담배 연기처럼 치솟아 올랐다.
그 대신에 전차들이 담배를 피워 주는 것 같다는 생각에 레지가 쓴웃 음을 머금었다.
“연기가 걷히기를 기다렸다가 적 의 상태를 확인한다.”
“찾을 수 있겠습니까? 먼지 하나 안 남았을 것 같은데요?”
“노력은 해봐야지.”
될 수 있으면 살점이라도 찾아내 고 싶다. 단신으로 기계화 사단과 맞서 싸우려 한 이의 무덤을 만들어 주고, 신병이 들어올 때마다 방문하 게 만들고 싶은 기분이다.
“빌어먹을, 괜히 여기에 와서는.”
이 말도 안 되는 짓거리 때문에 입은 피해가 너무 크다. 하필 이곳 에 지진이 일어날 줄 누가 알았겠는 가. 궤도가 끊어지고 뒤집힌 전차와 자주포들을 정비하려면 시간이 한 참…….
“……사령관님?”
“무슨 일인가?”
“저, 저기……
“ 음?”
부관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다. 그 얼굴을 본 레지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나서 보았다.
하늘을 뒤덮을 듯 일어나 거대한 먼지구름.
차라리 모래폭풍에 가까운 그 먼 지구름 사이로 시커먼 무언가가 보 인다.
한참을 바라본 끝에야 레지는 그 게 사람의 형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 소음 가득한 환경에서, 이 거 리를 격하고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레지의 귀에는 발자국 소리가 똑똑히 들렸 다.
이윽고…….
먼지구름 사이를 뚫고 한 사람이 걸어 나온다.
헝클어진 머리.
먼지투성이의 몸.
하지만…….
그 몸에는 작은 생채기 하나 나 있지 않았다.
살짝 찡그린 얼굴로 머리의 먼지 를 털어낸 자가 손에 든 담배를 입
에 물고는 천천히 빨아들인다.
“후우우우우우.”
그런 뒤, 깊숙이 내뱉고는 담배를 바닥에 내던진다.
턱. 턱.
그의 양손이 비정상적으로 긴 장 검을 움켜잡았다.
“인사는 잘 받았어.”
선명한 목소리.
어느 나라의 언어인지 알 수 없 는 말이지만, 왠지 저 말뜻이 뭔지 는 알 것 같다.
레지의 눈에 사내의 입꼬리가 말 려 올라가는 것이 보인다.
적.
적임에 분명한 자다.
그런 이가 접근해 오고 있음에도 레지는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 지 못했다. 이 비현실적이기 짝이 없는 상황이 그의 냉정함을 앗아간 다.
하지만 딱히 실수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가 대웅하든 대웅하지 못하든, 결과는 같을 테니까.
“그럼 이제 내가 인사할 차례로 군.”
양손에 적루와 청루를 든 강진호
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앞으로 돌 진했다.
“쏴, 쏴라!”
순식간에 정신이 돌아온다.
하지만 강진호가 달려드는 속도는 레지가 정신을 차리는 속도보다 더 빨랐다.
쏘라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강진호가 돌진하여 선두에 진 을 치고 있는 전차를 베어낸다.
파아아아아앗!
‘ 뭐?’
레지의 눈이 일순 황당함으로 물 들었다.
‘ 벤다고?’
검으로? 전차를?
저게 말이나 되는 시도인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만 들어내 전 세계의 비웃음을 받았던 대전차총검술 이후, 냉병기로 전차 를 상대한다는 발상은 완전히 사장 되었다.
아니, 애초에 냉병기 자체가 특수 한 경우가 아니면 전장에 동원되지 않는 시대다. 그런데 저 검으로 전 차를 베겠다고 달려든다?
미치광이가 아니면…….
그 순간이었다.
카아아아아앙!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기괴한 금 속음과 함께 전차의 상부가 허공으 로 치솟는다.
레지가 멍한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 는 것 같다.
‘이건 SF 영화가 아니라고!’
영화 속에서야 광선검으로 기계를 척척 잘라내지만, 현실에서는 철없 는 어린애가 아니고서야 그런 시도 자체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레지의 눈앞에서 그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 었다.
그의 눈에 검을 회수한 강진호의 모습이 똑똑히 들어온다. 대수롭지 않은 일을 했다는 듯 태연한 얼굴을 한 강진호가 천천히 다리를 들어 올 렸다.
그러고는…….
콰아아아앙!
전차를 발로 걷어차 뒤로 날려 버렸다.
“뭐?”
날려?
전차를 차서 날린다고?
레지는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 나올 만큼 놀라 두 눈을 부릅떴다.
“이런 미친!”
M1A2의 중량은 60톤이 넘는다. 상부가 날아갔다는 것을 감안해도 50톤은 가뿐하게 넘을 것이다. 그런 데 그 50톤짜리를 발로 차서 날린 다고?
평범한 인간은 50톤이 아니라 50 kg짜리도 저리 차 날릴 수가 없다.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
하지만 의문을 가질 시간은 없었 다.
그의 사고보다 현실이 더 급박하 게 돌아가기 시작했으니까.
“피해애애애애애애!”
“으아아아아아!”
치솟은 전차가 바닥으로 추락한 다. 60톤짜리 쇳덩어리가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본 이들이 패닉 에 빠져 사방으로 뛰어나갔다.
사람은 피할 수 있지만, 장비는 움직일 수 없는 법.
지진 덕분에 궤도가 끊어진 자주 포 위로 전차가 떨어진다.
콰아아아아앙!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물리력에 자주포가 바닥에서 튕겨 나간다. 좌우로 튕겨 나간 전차와 자주포가 주변의 자주포들을 들이받 고 밀쳐 낸다.
당연하게도 강진호는 거기서 멈추 지 않았다.
파아아아아앗!
또 하나의 전차가 세로로 두 동 강이 난다.
“아••••••
“아아•…”
전차 안에 타고 있던 이들이 벌 어진 틈 사이로 보이는 강진호를 보 며 사시나무 떨 듯 떨었다.
칼로 전차를 잘라 버리는 자다.
그런 이와 얼굴을 마주하는 기분 이 어떻겠는가.
강진호가 차가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턱짓했다.
“내려.”
“당장!”
말이 뇌로 전해지는 순간, 몸이 절 로 움직인다. 전차에 타고 있던 이들 이 비명을 지르며 네발로 달려 갈라 진 전차의 틈 사이로 빠져나온다.
강진호는 그들이 내리자마자 세로 로 갈라진 전차를 걷어찼다.
콰앙!
콰아앙!
반쪽이 난 전차가 축구공처럼 포 진해 있는 전차들에게 날아간다.
터지는 폭음.
쏟아지는 비명.
그리고 순식간에 사막을 뒤덮어 버린 공포.
그그그극.
청루와 적루를 늘어뜨린 강진호가 검으로 바닥을 긁으며 천천히 중앙 을 향해 걸어갔다.
“인사는 끝났어.”
이제 제대로 시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