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58)
마존현세강림기-1460화(1457/2125)
마존현세강림기 59권 (17화)
4장 농락하다 (2)
“갈겨!”
이제는 발포 명령이 딱히 필요하 지 않았다.
이보다 명확하게 적의 존재를 인 식할 방법이 또 있을 리 없으니까.
전방으로 치고 들어와 전차를 발 로 차 날려 버리는 이가 적이 아니
라면 대체 뭐란 말인가.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절로 방아쇠가 당겨진다.
명령이 없는 건 아니다. 입으로 떨어진 명령보다 더 확실한 명령이 존재하니까.
바로 공포.
상식을 벗어난 상황에 처한 이들 에게 가공할 공포가 밀려든다.
콰아아아아아앙!
보라.
육중하다는 말도 무색하게 만들 만 큼 거대한 전차가 하늘로 치솟는다.
물론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이
상한 광경은 아니다. 전차보다 몇 배는 더 무거운 비행기도 잘만 하늘 을 날아다니는 세상이니까.
하지만 그건 그저 이론일 뿐이다.
절대 하늘을 날 수 없다고 생각 한 물건이 걷어찬 축구공처럼 튀어 오르는 광경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뭐라 말할 수 없는 괴이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쿠우우우우우웅!
그 전차가 바닥에 떨어지며, 어린 아이가 던진 미니어처 장난감처럼 구르는 모습은 누구도 익숙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순 간 깨달았다.
어쩌면 지금 저 강진호라는 자는 작은 모형 장난감들을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일지도 모른다. 끔찍한 사 실은…… 그렇다면 이곳에 있는 이 들은 그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사람 형상의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빌어먹을!’
누구라도 그런 취급을 받고 싶지 는 않을 것이다.
“갈겨! 빌어먹을, 갈기라고!”
“죽여 버려!”
악에 받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고함이라기보다는 차라 리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가 말이다.
콰아아아아앙!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강진호가 서 있던 곳이 폭염에 휩싸인다.
아무리 지진에 끔찍한 피해를 입 었다고 하지만, 그들은 미 제15기갑 사단. 무너진 진형을 다시 잡고, 적 을 타격하는 과정이 물 흐르듯 이어 졌다.
“회복된 전차는 앞쪽으로 밀어 넣 어! 장갑차! 장갑차는! 전차 앞쪽에
바리게이트 쳐주란 말이야!”
평소 같았으면 점령전에나 의미가 있었을 장갑차가 지금은 한 대가 아 쉬운 필수 전력으로 돌변했다.
상대가 달라지니 전술의 개념도 급변하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보병을 보호하고 선두에 서야 할 전 차들이 지금은 장갑차들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명령을 내리면서도 레지는 황당함 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고기 방패라니!’
저 육중한 기계에 고기 방패라는 말을 쓰는 게 과연 올바른가 하는
의문은 있지만, 지금 이 상황에는 그 이상 적절한 말이 없었다.
어차피 장갑차는 강진호를 어찌하 지 못한다.
일반 보병에게야 막대한 위력을 발휘할 화기를 두르고 있지만, 전차 마저도 걷어차 날려 버리는 미친놈 에게 기관총이 먹힐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결국 장갑차가 할 수 있는 일이 라고는 전차 대신 걷어차여 날아가 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전차 가 한 번이라도 더 포격할 수 있는 기회를 벌어주는 것뿐이다.
‘빌어먹을, 거리를 너무 좁혀줬 어.’
민간인을 사격할 수 없다느니, 한 사람을 공격하는 게 웃기다느니…….
조금 전, 그런 말을 늘어놓던 자 신의 입을 면도날로 난자해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처음부터 그가 상대하는 자가 평 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말을 이미 수 도 없이 듣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그 말을 그냥 경고 정도로 흘려버린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거리가 있을 때 자주포로 날려 버려야 했어.’
하지만 아직은 늦지 않았다.
“자주포 다섯 문 복구했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사단장님!”
레지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지금 전차에 실려 있는 포탄은 대전차 공격을 위한 대전차철갑탄들 이다. 타격 범위가 좁은 대신 명중 했을 때는 확실한 위력을 보장한다.
하지만 자주포에 실려 있는 탄들 은 인마 살상용 고폭탄이다.
한 번 타격을 하면 직경 30m 범 위를 초토화시켜 버린다. 사람을 상 대로 한다면 이보다 효율적인 공격 법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하나.
‘빌어먹을, 저 새끼가!’
검을 들고 싸우는 강진호다. 당연 히 그와 아군의 거리가 15미터 이 상 벌어질 일이 없다. 공격을 가하 면 아군이 고스란히 그 충격을 뒤집 어쓰게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현대의 자주포는 사거 리를 늘리기 위해서 여러 가지 기능 이 더해져 있다. 원거리에서 곡사로 포격을 가하는 데는 최적화가 되어 있지만, 근거리 직사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물론 직사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 만, 레지의 긴 군 생활에서도 자주 포로 직사를 실제로 갈겨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계산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발포한다. 탄은 고폭탄. 방식 은 직사. 목표는 표적이 아니라 표 적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 사격 통 제관의 명에 따라 TOT를 시행한 다.”
“아군 전차와 장갑차가 범위 안에 들어갑니다.”
“그러니 고폭탄으로 갈긴다지 않
나!”
“시행하겠습니다!”
레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아군의 피해를 감수하고 포격을 하는 것은 포병의 가장 큰 수치 중 하나다.
포병이란 기본적으로 정찰과 관측 을 통해 적을 먼저 발견하고 아군 보병에게 접근하기 전에 사살하는 것이 목적인 병과. 스스로의 오판으 로 아군의 면전에 포격을 가해야 하 는 레지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 을 만큼 참담했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레지가 명령을 내리는 와중에도 포격이 이어졌다. 장갑차들은 앞으 로 이동하며 기관총을 갈겨 댄다. 정확하게 포착만 된다면 인간 따위 야 1초 만에 먼지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화력이 한 곳으로 집중된 다.
레지가 입술을 깨물었다.
‘모자라!’
적이 얼마나 상식을 벗어나는지는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레지는 포탄의 소모량을 줄이기 위해서 적에게 기회를 주는 멍청이 가 아니었다. ‘해치웠나?’ 따위의 소 리는 절대 그의 입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오늘 적재해 온 포탄이 모두 소 모되는 한이 있더라도 모조리 퍼부 어 단 하나의 결과만을 만들어낼 것 이다.
“쏴! 계속 쏴라!”
“뒤쪽에서 대기하던 예비 사단의 병력이 지원에 나서는 중입니다. 1 분 내에 전장에 도착하여 배치가 완 료될 것이라고 보고가 들어왔습니
다.”
“진형을 갖추는 대로 사격 통제관 의 명령을 배제하고 자율적으로 발 포한다. 좌표는 무시하고, 시각 정보 로 자체 사격하라고 해!”
“예!”
레지의 눈에 핏발이 섰다.
그가 내리고 있는 일련의 명령은 군사 교범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만약 이 전투에 관한 보고서가 위로 올라간다면, 당장 목이 잘려도 이상 하지 않다.
하지만 레지는 이게 최선이라 생 각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과정이 아니 라 결과다. 고리타분한 군사 교범을 일일이 지키다가는 저 미지수의 적 에게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물론 그런 레지의 판단은 현명했 다. 그가 만약 일일이 절차를 지키 려 했다면 화력은 반도 나오지 않았 을 것이고,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강진호를 막아냈다는 의미는 되지 못했다.
파아아아아앙!
쏟아지는 굉음 사이로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온다.
카가가가가각!
카가각!
금속과 금속이 제멋대로 비벼지는 듯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오며 앞쪽 에서 포격을 가하던 전차 두 대가 반으로 갈라졌다.
그러더니…….
콰아아아아앙!
이번에는 내연기관 쪽이 잘려 나 갔는지 순식간에 커다란 폭발을 일 으킨다.
“뭐, 뭐야!”
“위쪽입니다!”
레지의 고개가 홱 올라갔다.
한 사람이 작렬하는 사막의 태양 을 등지며 하강하는 모습이 그의 눈 에 똑똑히 들어온다.
‘ 언제?’
대체 언제 저기로 치솟아 올랐단 말인가.
사람이 말도 안 되는 높이까지 뛰어올랐다는 건 이제 놀랍지도 않 다. 레지를 당황시킨 것은 그 높이 로 뛰어오른 사람의 존재가 아니라, 그가 저곳까지 이동하는 것을 이곳 의 누구도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게 가능한가?
아무리 흙먼지로 뒤덮여 있다 해 도 사단의 모든 병력이 저자를 주시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중 누구 도 알아챌 수 없게 이동한다는 게 말이나…….
“쏴! 쏴! 허공이다! 피할 수 없 다! 기관총으로 갈겨 버려!”
머리가 채 정리되기도 전에 레지 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아무래도 좋다.
저자는 지금 허공에 몸을 띄우고 있다. 새가 아니라 사람인 이상 지 금부터 자유낙하를 시작할 것이다. 그곳에 화망을 집중해 버린다면, 인
간인 이상 버텨낼 도리가 없다!
“잡았……
하지만 그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허공에서 낙하하던 강진호가 갑자 기 가속하기 시작한다.
“뭐!”
레지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 다.
허공에서 가속한다고?
허공에서?
“미친!”
세상에는 물리학이라는 게 있다. 세상 그 어떤 것들도 물리학의 법칙
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연료를 가지 고 분사하지 않는 이상은 허공에서 가속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날개가 달린 것도 아닌 이가 대 체 어떻게 허공에서 그 속도를 높일 수 있단 말인가.
놀람은 크고, 이해는 어려웠지만, 그 결과는 간단했다.
레지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발포된 탄환들이 강진호가 있던 허 공을 허무하게 지나간다.
쿠웅!
그러고 나서 강진호의 몸이 떨어 져 내린 곳은…….
“……아, 안 돼!”
장갑차와 전차 뒤.
다연장과 자주포가 위치한 곳이었 다.
그 순간, 레지는 보았다.
진형의 가장 취약한 곳, 근거리의 적을 상대로는 어떤 대항조차 할 수 없는 자주포들의 진지에 떨어진 강 진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는 것 을 말이다.
그의 고개가 살짝 돌아간다.
움찔.
강진호와 시선이 마주친 레지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
다.
위협이 될 수 없는 거리.
하지만 그 거리는 레지에게 어떤 안도감도 주지 못했다. 레지를 바라 보며 희게 웃은 강진호가 양손에 든 검을 좌우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마, 막아아아아아아아!”
촤아아아아아아악 !
검끝에 어린 검은 기운이 마치 허공에 커다란 붓을 휘두르는 것처 럼 아름다운 검은 선을 그려냈다. 멀리서 본다면 새하얀 사막 위에 아 름다운 수묵화가 그려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그림은 결코 아름다울 수 없었다.
파아아아아앙!
귀를 찢어내는 소음과 함께 강진 호의 주변에 위치한 자주포들의 포 문이 동시에 허공으로 치솟았다.
“아••••••
레지의 눈이 멍해졌다.
현실감이 사라진다. 이건 전투라 기보다는 차라리 뮤지컬의 한 장면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레지는 보았다.
자주포 진영의 한쪽 끝에 배치된
다연장에 장착된 미사일들이 반으로 잘려 나가는 장면을, 그리고 잘려 나간 미사일들이 불타오르기 시작하 는 장면을 말이다.
“아, 안••••••
그의 머리는 너무도 명확하게 이 다음에 이어질 장면을 인식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벌어질 참사를 막아내기에 그는 너무도 무력했다.
콰콰콰콰콰!
다연장이 불을 뿜어내기 시작한 다. 미사일들이 제멋대로 불이 붙어 포신을 뚫고 나온다. 제대로 사격되 지 못한 미사일들이 허공에서 어지
러운 선을 그리다가 이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폭발이 터진다.
마치 잘못 격발된 불꽃놀이 화약 이 주변을 휩쓸어 버리는 것처럼 불 이 붙은 다연장은 적이 아닌 아군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콰아아아앙!
불과 폭연, 그리고 폭음과 비명이 난무하는 아비규환 속에서…….
비릿하게 웃는 강진호의 미소가 레지의 눈에 틀어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