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6)
마존현세강림기-146화(146/2125)
마존현세강림기 6권 (21화)
5장 몰아넣다 (1)
“으아아아아아아악!”
노수봉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벌 떡 일으켰다.
놀란 분대원들이 노수봉을 돌아보 았다.
익숙한 느낌.
그 광경을 보고 얼굴이 파랗게 질
려 버린 분대원도 있었다.
이상엽이 그런 사람이었다.
“괘, 괜찮으십니까?”
이상엽은 자신의 물음이 헛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핏기가신 얼굴.
비처럼 홀러내리는 땀.
혼란스레 움직이는 눈동자와 절로 덜덜 떨리고 있는 아랫입술.
절대 괜찮은 사람의 모습이 아니 었다.
“의무 부릅니까?”
입으로는 빤한 말을 하고 있지만, 이상엽도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노수봉의 모습이 김학철이 이상해진 초기의 상태와 별반 다르 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 말을 입으로 꺼 낼 수는 없었다.
주영기와 김학철.
노수봉까지 이상이 생긴다면 그들의 분대에서만 세 명이 문제가 발생 하는 것이다.
당장 오늘부터 부대로 감사가 뜰게 빤한데, 노수봉까지 이상해져 버 린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노수봉 병장님?”
노수봉이 초점 없는 눈으로 이상 엽을 돌아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 덕였다.
“……괜찮아.”
“정말 괜찮으십니까?”
“무, 물 좀……
이상엽이 눈짓을 하자 김도형이 빠르게 일어나 물을 뜨러 나갔다.
이상엽은 앉은 채 얼굴을 주무르는 노수봉을 보며 불안한 예감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곧 노수봉은 김도형이가지고 온 물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소리 나게 컵을 탁, 내려놓고는 비척거리며 자
리에서 일어났다.
“……상엽아.”
“상병 이상엽.”
“당직사관한테 나 몸이 안 좋아서 아침점호 빠진다고 보고해라.”
“예.”
노수봉은 그 말을 남기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노수봉이 빠져나간 생활관에는 싸 늘한 정적이 감돌았다. 누구도 선뜻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조금 전 에 울려 퍼진 그 비명이 앞으로 벌 어질 일에 대한 불길한 전조같이 느 껴졌다.
“이게 뭔 일입니까?”
김도형의 말에 이상엽도 고개를 젓고 말았다.
“……스트레스가 쌓였으니 악몽도 꿀 수 있는 거지.”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
“하필 오늘이니까 그런 거 아니겠 냐.”
“노수봉 병장님 얼굴 보셨습니까?”
김도형이 질린 얼굴로 입을 열자 이상엽이 떨떠름한 얼굴로 만류했다.
“그만해라.”
“노수봉 병장님도 담력이라면 알 아주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렇게 질 린 건 처음 봤습니다.”
“알았으니 그만해.”
“진짜 무슨 귀신이라도 있는 것 아닙니……
“그만하라고, 이 새끼야!”
이상엽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지르고 말았다.
“이 씨발, 나이 처먹은 새끼가 귀 신 타령 하고 싶냐? 안 그래도 분 대 분위기 씹창인데! 왜? 나서서 굿 이라도 하지! 일 더 터지라고!”
“……죄송합니다.”
김도형이 고개를 푹 숙이자 이상 엽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리 질러서 미안하다. 얼른 점 호 준비해라.”
“예.”
이상엽은 모포를 개기 시작하는 김도형을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찰칵, 찰칵.
손이 떨려 라이터를 켜기가 힘들 었다.
노수봉은 몇 번이고 애를 쓰다가 결국 라이터를 잡아 바닥에 집어 던졌다.
퍽!
라이터 깨지는 소리가 음산하다.
차가운 산 공기가 밀려 내려오고 있었다.
노수봉은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았다. 덜덜 떨리고 있는 손이 그의 심정을 말해주고 있 었다.
“어떻게 해야……
왜 김학철의 말을 좀 더 주의 깊게 듣지 않았을까?
악몽이라는 것이, 강박이라는 것이 그리 같은 시간에 주기적으로 찾
아올 수는 없는 건데 말이다.
그가 밤새 김학철을 지켜보기로 한 날에도 깜빡 잠이 들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되었다.
이미 그가 찾아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다.
‘정체가 뭐지?’
노수봉이 그림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검은 무언가를 뭉쳐 놓은 듯한 기 괴한 육체.
어떻게 세상에 그런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
다.
‘아니야.’
이렇게 해서는 그의 정체를 알아 낼 수 없다.
열쇠는 이미 그의 곁에 있다. 아니, 있었다.
김학철이 하던 말이 미친놈의 광 증이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그의 말을 되짚어보면 될 것이다.
범인이 악마가 아니라면…. 아
니, 악마라 해도!
그는 이 포대 안에 있을 것이다. 포대 안에 있는 사람 중 자신과 김학철에게 원한이 있을 만한 사람?
너무 많아서 특정 지을 수가 없다.
하지만…….
노수봉의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강진호.”
씹어뱉듯 쏟아낸 말이었다.
주영기의 노트를 찾아냈음에도 굳 이 그것을 불태운 행동과 그 이후에도 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은 점.
그리고…….
악몽에서 깨어난 김학철이 강진호 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어서 죽이려 고 했던 일을 떠올리면 모든 아귀가
딱 맞아떨어진다.
다만, 한가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대체 어젯밤 그의 앞에 나타났던 모습은 뭐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를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그 능력은 또 무엇이고.
‘이해하려 하지 마.’
노수봉은 알고 있었다.
이것은 이성의 영역으로 이해하려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분 석하려고 한다 해도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현상,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포대에 자신을 노리는 자가 있고, 그자는 알 수 없는 능력을가졌다.
그럼 이제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림자를 상대로?
노수봉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 했다.
그림자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 성을 유지하기 힘들 만큼의 공포가 몰려온다.
검은 형태에 붉은 눈빛을 띤 채 자신을 하나하나 부숴 나가던.
말 그대로 자신의 영혼을 분쇄시 키는 듯하던 그 모습을 떠올리면 심
장이 터질 것 같고, 전신에 한기가 몰려오는 기분이었다.
‘ 일주일이라고?’
“ 흐흐흐흐.
노수봉은 웃고 말았다.
일주일이라니.
단 하루 만으로도 이렇게 지옥 같은데, 일주일이나 더 그 짓을 겪어야 한단 말인가.
“아, 안 돼.”
노수봉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겁을 먹어 커진 눈으로 생활관을가만히 응시하던 노수봉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5생활관을 향해 다가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는 태연했다.
마치 자신은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아닌가?’
노수봉은 순간 자신의 판단에의 심을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이 나 강진호는 태연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해 보이는 눈매.
지금 자신을 바라보는 저 눈매가
어제 자신의 육체를 찢어놓았던 그 악마와 동일인이라는 것을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강진호.”
“상병 강진호.”
노수봉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니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 습니다.”
“진짜 아니……지? 아닌 거지?”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말씀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주시 면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지금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몰라서 대답하기가 힘듭니다.”
노수봉의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너, 그 노트.”
“노트 말씀이십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노트를 말씀하시는 건지 모 르겠습니다.”
노수봉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성태호.”
“ 예?”
“자리 좀 비켜줘.”
성태호가 마뜩찮다는 눈으로 노수 봉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선임이라 고는 하지만, 저런 얼굴을 한 사람이 자신의 분대원과 독대를 하게 두 기는 껄끄럽지 않겠는가.
“잠깐이면 된다.”
“예.”
“……다른 애들 못 나오게 잠시만 막아줘.”
“ 예.”
성태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 에서 일어났다. 건물 안으로 향하던 성태호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강
진호가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겠지.’
아무리 악질로 이름 높은 노수봉 이라고 하더라도 강진호를 건드리지는 못할 것이다.
성태호의 모습이 사라지자 노수봉 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
“예.”
강진호는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그, 그때 그 노트……. 그 노트 왜 태웠냐? 그 노트.”
노수봉의 말이 떨려 나왔다.
“그게 궁금하십니까?”
“나는…… 나는 네가 내게…… 내게 어떤 대가를 요구할 거라고 새,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 대가도 요구 하지 않더군. 왜? 왜지? 그럼 그 노 트를 왜 태운 거냐? 왜?”
노수봉의 얼굴이 광기로 물들어간다.
강진호의 모습이 어젯밤 ‘그’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왜냐고! 왜! 왜 태웠지? 왜?” 강진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는 거지 만……
“저는 노수봉 병장님이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노수봉의 눈이 혼들렸다.
“네가 태웠잖아! 그 노트! 영기 노트!”
“누구한테 그런 말을 들으셨습니까?”
“학철이가 그랬어! 김학철이!”
“죄송합니다만, 아마 김학철 상병 이 뭔가 착각한 모양입니다. 저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무슨 노트를 말씀하시는 건지는 모르겠지 만, 저는 영기와 관련된 물건을 손 에 넣은 적도 없고, 태운 적도 없습
니다.”
노수봉이 얼척 없다는 듯 강진호를 노려보았다.
“그럼 그게 다 거짓말이라고?”
“나중에 김학철 상병에게 물어보 면 되지 않겠습니까?”
“흐, 흐흐흐..
김학철에게 물어보라니.
의식을 차리고 나고도 제정신을 찾지 못하고 있는 김학철이다. 죽지 않았다 뿐이지, 이제 정신병자가 되 어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런 김학철에게 물어보라고?
“그리고……
강진호가가만히 입을 열었다.
“지금 이런 걸 물어보실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뭐?”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실텐데 요?”
그 말을 끝으로 강진호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 미소.
형태는 다르지만, 그 미소가 너무도 익숙하다.
노수봉은 그 섬뜩한 느낌에 전신 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강진호의 미소를 본 그의 몸이 정신보다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노수봉이 괴성을 지르며 강진호에게 달려들었다. 강진호의 목을 잡으 며 덮쳐 누른 노수봉이 고함을 질렀다.
“이 개새끼야! 죽어! 죽어어어 엇!”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면서 성 태호와 다른 이들이 밖으로 뛰어나 와 노수봉을 잡아끌었다.
“아 씨발, 진짜!”
성태호가 욕지기를 내뱉었다.
“왜 이러십니까! 정신 차리십시오!”
“놔! 놔봐! 놔! 저 새끼! 내가 저 새끼 죽여야 한다고! 내가! 으아아 아아아아!”
3분대원들이 노수봉을 잡아 억누 르자, 성태호는 노수봉에게서 손을 떼고 강진호에게 다가갔다.
“ 괜찮냐?”
“예.”
“……아니, 씨발. 진짜 왜 저러신데? 저 양반도 그렇고, 학철이도 그 렇고. 너 1분대에 뭔 짓 했냐?”
“제가 뭐라도 한 것 같습니까?”
“그러니까 하는 말이다. 이해를
못하겠네, 진짜.”
성태호는 입에 거품까지 문 채 발 악을 하고 있는 노수봉을 힐끗 쳐다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조금 전까지는 멀쩡해 보였는데, 왜 갑자기 저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진짜 뭐가 있나?”
강제로 끌려오다시피 생활관으로 돌아온 노수봉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그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 흐흐흐.
노수봉은 웃어버렸다.
저 반응 역시 익숙하다. 처음 김 학철이 광증을 보이기 시작했을 때, 다른 이들이 보였던 반응이다.
그들의 눈에 자신도 미쳐가기 시 작했다는 뜻이리라.
“써야 돼.”
노수봉이 뭔가에 홀린 듯 관물대를 열고 펜과 노트를 꺼냈다.
미칠지도 모른다.
오늘과 내일의 자신이 다를지도 모른다. 그러니 기록해야 한다.
더 미치지 않도록.
노수봉은 굳게 펜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