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63)
마존현세강림기-1465화(1462/2125)
마존현세강림기 59권 (22화)
5장 종결짓다 (2)
“됐습니까?”
의문이 있다.
모든 일을 처리한 것은 강진호다. 그런데 왜 강진호가 아니라 이현수 가 저리 의기양양한 태도로 나오는 걸까?
레이놀드는 살짝 경련하려는 안면 근육을 필사적으로 짓눌렀다.
“그……
뭔가 말을 해야 한다는 건 알겠 지만,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 르겠다.
“그러니까……
그의 얼굴에 화염과 매연으로 가 득한 사막이 보인다. 이제 화염은 진화되어 가고 있지만, 시커먼 연기 는 마치 화산이라도 분출한 것처럼 하늘을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종종 쓰이는 ‘전쟁터 같다’라는 표현이 여기에 걸맞다. 아니, 어쩌면
걸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곳은 말 그대로 전쟁터였으니까.
그 참상을 바라보는 레이놀드의 기분은 그리 좋지 못했다.
이런 결과를 가장 기대한 것은 분명 그였으나, 저 참상의 배경이 된 이들이 그의 조국을 지키는 군대 라는 것을 생각하면 웃을 수가 없 다.
그리고 그 웃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낸 이가 지금 그들 쪽으로 걸 어오고 있다.
강진호가 태연한 걸음으로 레이놀 드가 있는 쪽으로 다가온다. 마치
산책이라도 하는 것 같은 그 발걸음 이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짙은 위화감을 만들어냈다.
“후……
레이놀드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 다.
강진호의 뒤로 보이는 참상은 그 가 원한 바가 아니다. 그가 원한 것 은 강진호가 저 방어선을 ‘돌파’하 여 차관의 목을 손에 틀어쥐는 것이 었다.
분명 결과는 같다.
하지만 그가 생각한 과정과 강진 호가 생각한 과정은 하늘과 땅만큼
의 차이가 있었다. 그는 강진호가 기계화 사단의 방어선을 피해낼 거 라 생각했지만, 강진호는 그 방어선 을 말 그대로 뚫어냈다.
설마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 더라면, 레이놀드 역시 이 훈련이라 는 이름으로 가려진 내기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을 것이다.
저벅저벅.
느긋하게 걸어온 강진호가 레이놀 드를 바라본다.
“더?”
“아, 아닙니다!”
레이놀드가 화들짝 놀라 대답했
다.
더라니.
대체 여기서 뭘 더 하겠단 말인 가.
“돌아가지.”
“……바로 헬기를 준비하겠습니 다.”
레이놀드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것이 사왕인가.’
이미 H27에서 강진호의 힘은 충 분히 드러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강진호의 모습을 보면 그건 착 각에 불과하다. 더 두려운 것은 오 늘 보여준 모습조차 강진호의 전력
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강진호 의 모습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회주님, 하나 여쭤도 되겠습니 까?”
강진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레이놀 드를 돌아본다.
“말해.”
“……회주님이 전력을 다한다면, 어느 정도의 병력을 상대하실 수 있 습니까?”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너는 군인이 아니로군.”
“예? 아니, 저는……
레이놀드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 도 하다. 그는 분명 군인이라 불릴 수 있는 사람이지만, 평범한 군인의 길을 밟지는 않았으니까.
“의미가 없는 질문이야.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지.”
“너희는 화력이라는 걸 너무 중요 하게 생각해. 거대한 미사일 기지를 비무장한 이들이 운영하고 있으면, 그게 화력이 대단한 건가? 거기에 총 든 사람 하나만 난입해도 모두가 죽겠지. 그럼 강한 건 미사일인가,
총인가?”
대답할 수 없는 물음이었다.
“화력을 고민하기 전에 방식을 고 민하는 게 나을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힐끔 돌려 박살 이 난 15사단을 바라본다.
그다지 우쭐할 일도 아니다.
거리를 더 벌려서 저들이 포격부 터 시작하고 항공 지원까지 받았다 면, 아마 오늘 강진호는 여기서 뼈 를 묻을 각오를 했어야 할 것이다.
저들의 방심과 무인에 대한 몰이 해가 이런 상황을 낳았다.
뭐, 그렇게 나왔다고 해도 나름의 대비책은 있었지만.
‘하나는 확실해졌군.’
무인은 군대를 이길 수 없다.
강진호는 저들을 이길 수 있었지 만, 총회는 저들을 이길 수 없을 것 이다. 강진호가 가진 압도적인 스피 드를 총회는 가지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 해서 총회가 약하 다는 뜻은 아니다.
상대가 삼왕계라 하더라도 마찬가 지다. 화경에 이르지 못한 무인은 저 화력을 감당할 수 없다. 저 육중 한 장갑을 뚫고 전차를 부술 수 있
는 무인의 수도 얼마 되지 않는다.
삼왕계나 총회가 저들에 대해 우 위를 잡을 수 있는 이유는 사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강진호와 다른 삼왕들.
그들이 존재하는 한, 군은 쉽게 무인들을 건드리려 하지 않는다. 어 떤 군대라도 결국 명령을 내릴 이는 존재하는 법이고, 사왕은 명령을 내 린 자의 목을 따버릴 능력이 있으니 까.
하지만 사왕이 사라진 뒤에는?
‘당해낼 수 없겠지.’
사왕의 존재는 이레귤러다.
강진호가 죽은 뒤에 총회에서 강 진호의 경지에 이를 이가 또 나올 까?
홍왕이 죽은 뒤에 홍왕계에서 홍 왕의 자리를 이을 이가 나오겠는가?
무리다.
그만한 경지는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다.
압도적인 재능과 말도 안 되는 노력, 거기에 천운까지 합쳐져야 겨 우 닿을까 말까 한 경지다. 다른 두 왕을 직접 보지 못해 정확하게 판단 할 수는 없지만, 만약 그들이 홍왕 의 경지에 올랐다면 지금 이 세상은
이례적일 정도로 강자가 출현한 세 상이다.
어느 시대에 태어나도 세상을 제 패했을 무인이 동시에 네 명이나 존 재한다.
그들의 존재가 이 세상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공멸하거나 수명을 이기지 못하고 죽게 된다면, 무인계 는 더 이상 발전하는 군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숭리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확정되어 버린 무인계의 미래를 본 것 같아 조금
안타까운 기분이다.
‘변하겠지. 아니, 변해야겠지.’
하지만 강진호는 딱히 비관적이 되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가 살아온 세상의 무인 과 지금의 무인들도 다르긴 마찬가 지다. 세상이 변하면 인간은 그곳에 적웅한다. 무인들 역시 변한 세상에 적응해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것 이다.
자신이 죽은 뒤까지 걱정할 정도 로 강진호는 오지랖이 넓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지금 그의 삶이니까.
강진호가 힐끔 레이놀드를 바라보
았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레이놀드 의 모습을 보니, 계획대로 잘 홀러 간 모양이다.
“……저는 무인이 이리 강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 그건……
이현수가 입을 열려 하자, 강진호 가 슬쩍 눈치를 준다.
그 눈빛만으로 강진호의 의도를 짐작한 이현수가 옅은 미소를 지었 다.
여하튼 눈치 하나는 비상하다니 까.
“회주님 하나만을 보고 감탄하실 건 없습니다. 지금 총회에서도 회주 님의 후계자가 될 만한 이들이 쉬지 않고 수련 중이니까요.”
그럴 일 없다.
강진호도 알고, 이현수도 안다. 지나가던 총회 회원 아무나 붙들고 그런 말을 하면, 그 자리에서 배를 잡고 삼 일 밤낮을 뒹굴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때때로 거짓을 능 숙하게 말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나 이득이 걸렸을 때는 말이다.
“그리고 회주님이 아니더라도 위 긴스 님이나 장민 장로님 정도라면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었을 겁니 다.”
위긴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 내가?’
비슷하기야 하겠지.
때리는 쪽과 처 맞는 쪽이 반대 로 돼서 그렇지.
위긴스는 저 화력을 감당할 자신 이 없다. 그의 방어막은 전차의 화 력을 다섯 방도 버티지 못할 것이 다. 있는 마나를 모조리 쥐어짜 막 아내다가 몸에 바람구멍이 뚫리겠 지.
“보셨잖습니까, 지진으로 뒤혼들
어 버리는 걸.”
아니, 그건 조건이 다 맞아야
레이놀드가 살짝 경직된 얼굴로 위긴스를 돌아본다.
“크, 크흠.”
위긴스가 입가에 주먹을 가져다 대고는 크게 헛기침을 했다. 얼굴은 연기자지만, 연기는 연기자가 아닌 지라 이럴 때는 그냥 입 다물고 있 는 척이나 하는 게 낫다.
“이번 전투의 결과는 상부에 그대 로 보고될 것입니다. 그럼 상부도 빠르게 결정을 하겠죠.”
레이놀드는 완벽하게 결론을 내렸 다.
이건 남는 장사다.
저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준 다고 해도 관계를 맺고 SOB를 강 화할 수 있다면, 그 정도 대가야 얼 마든지 지불할 수 있다. SOB들이 저 강진호의 반에반이라도 되는 전 력을 갖춘다면, 그 누구도 SOB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돌아가는 대로……
“자자, 그렇게 서두르지 마시고.”
이현수가 슬그머니 레이놀드를 잡 아끈다. 레이놀드가 의혹에 찬 눈으
로 이현수를 돌아보았다.
“••••••왜‘?”
“계산은 똑바로 하셔야죠.”
“예?”
이현수가 야바위를 까기 시작했 다.
“전의 조건은 저희 회주님의 수고 비가 포함되지 않은 계약 아닙니 까.”
“그냥 계약하는 것과 직접 시연을 다 하고, 낱낱이 까발려 주고 하는 계약이 같을 수는 없는 법이죠.”
“그, 그럼?”
“몇 가지를 추가하고 싶은데
이현수가 한 눈으로 윙크를 한다.
“대화 좀 하시죠.”
레이놀드의 입에서 단내가 나기 시작했다.
동양에서는 강진호를 악마라고 부 른다는데, 레이놀드가 보기에 진짜 악마는 따로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로 끌려가 강제로 협상을 하고 있는 레이놀드를 보며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고생하는군.”
“아귀에게 물렸으니, 대가를 치러 야죠.”
강진호가 복구에 한창인 15사단 을 바라보았다.
“어떠셨습니까?”
“……내 눈으로 종말을 본 느낌이 야.”
“그 기분 알 것 같습니다.”
위긴스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무인계가 점 차 세상의 외진 곳으로 밀려나는 모 습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그렇기에 지금 강진호가 어떤 심정인지 잘 이
해할 수 있었다.
“장민이 고생 많았겠군.”
“그럴 겁니다. 누구보다 많은 것 을 보신 분이니까요.”
왠지 장민에게 좀 더 잘해줘야겠 다는 생각이 드는 강진호였다. 항상 생각만 하고 지키지는 못하지만 말 이다.
“그럼 끝난 건가.”
“더는 할 일이 없습니다. 이제 계 약서에 사인하는 일만 남았을 뿐이 지요. 다만……
위긴스가 슬쩍 이현수 쪽을 돌아 본다.
“그 계약서가 아직 완성이 안 된 것 같군요.”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저 멀리 그들을 태워 갈 헬기가 다가오는 게 보인다.
“나름 의미는 있는 여행이었어.”
“여행인지 출장인지가 애매해지기 는 했지만 말입니다. 어떠십니까? 미국을 조금 더 즐겨보시겠습니까?”
“아니.”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 아무래도 나 는 미국이나 유럽과는 맞지 않는 것
같군. 한국으로 돌아가야겠어.”
“그럼 새로운 게이트를 시험해 볼 수 있겠군요.”
“완성됐나?”
“시험 가동만 해보면 됩니다. 워 낙 먼 거리를 뚫는 게이트라 이것저 것 준비할 것이 많아 시간이 조금은 더 걸립니다.”
“흐 »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행기를 딱히 싫어하는 것은 아 니지만, 이왕이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좋다. 강제로 금연을 당하는 것도 꽤 불편하고 말이다.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은 사막을 바라보며 강진호의 눈이 깊게 가라 앉았다.
“돌아가자, 한국으로.”
강진호의 나직한 목소리가 시끄러 운 헬기 소리에 가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