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65)
마존현세강림기-1467화(1464/2125)
마존현세강림기 59권 (24화)
5장 종결짓다 (4)
“ 나를?”
“예.”
강진호가 살짝 고개를 꺾었다.
“왜?”
“왜라고 하시면…… 딱히 대답할 말이 없기는 하다.
“윗분의 의중을 제가 알 수는 없
습니다. 개인적인 호기심일지도 모 르고, 아니면 다른 할 말이 있는 건 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계약의 조건인가?”
“그건 아닙니다만.”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럼 사양하지.”
“그렇습니까?”
강진호가 소파에 등을 기대고는 천천히 담배를 빨아들였다.
“후우.”
짧게 담배 연기를 내뿜은 강진호 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만나도 딱히 할 말이 없을 테니
까.”
“아, 그렇다고 만남을 사양할 생 각은 없어.”
“예‘?”
“만나고 싶으면 오라고 해.”
만나지 않겠다는 소리다.
저 말을 레이놀드가 윗선에 전할 수는 없으니까.
“……어려운 걸로 하겠습니다.”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윗사람 눈치를 보는 것은 한국이 나 이곳이나 별 차이가 없는 모양이
다.
그때, 이현수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현수가 휴대폰을 집어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이현수가 밖으로 다 시 나왔다.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답니다.”
“그래?”
“네. 장난친 건 없다네요.”
레이놀드의 얼굴이 살짝 떨렸다.
아무리 그래도 당사자 앞에서 저 런 말을 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은 가! 망할 무인 놈들 같으니!
살아생전 이런 취급을 받아본 적
없는지라 속에서 울컥하는 뭔가가 치솟아 오른다. 하지만 그 감정은 강진호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빠 르게 그 자취를 감췄다.
‘그럴 수도 있지.’
이분들이 언제 이런 협상을 해봤 다고 지킬 걸 다 지키겠는가. 국가 간의 계약에도 이보다 더한 일이 종 종 벌어지는데, 이 정도쯤이야.
순식간에 스스로 납득해 버린 레 이놀드가 빙그레 웃으면서 계약서를 살짝 밀었다.
“사인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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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호가 마지막으로 이현수를 돌 아본다. 그러자 이현수가 깊게 고개 를 끄덕였다.
“웃기는 일이기는 해.”
이렇게 복잡한 계약은 생전 처음 본다.
본래 계약서를 만든다. 그리고 그 계약서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벌어 지는 일을 표기한 계약서를 작성하 고, 두 번째 계약서에서 언급한 계 약이 첫 번째 계약서를 가리킨다는 협의서를 다시 작성한다.
이게 법리적으로 뭐가 어떻게 돌 아가는 건지 강진호가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 는 일을 법적으로 보장하려다 보니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 이다.
“이런 계약서가 왜 필요한지 모르 겠군.”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말하자, 레 이놀드가 살짝 미소 띤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세상 모든 것에는 중거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회주님께서도 저희가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곤란하시잖습 니까.”
“내가 곤란할 게 있나?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너희가 곤란해지는 거지.”
언뜻 들으면 너희가 얻어가는 게 더 많다는 뜻으로 들린다.
하지만 레이놀드는 지금 이 말이 그 뜻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건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 을 시에는 법리적인 문제를 다툴 것 도 없이 자력으로 보복을 하겠다는 뜻이다.
레이놀드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 다.
“책임자가 누구지?”
“대통령은 아니겠지. 그렇지 않 나? 오 년, 아니, 십 년마다 자리가 바뀌는 사람이 이런 일을 책임질 수 있을 리가 없을 테니.”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이 현수.”
“예, 회주님!”
“조건 추가해. 책임자의 인적 사 항과 사진.”
“예!”
이현수가 바로 계약서에 항목을 추가해 출력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 을 바라보는 레이놀드의 눈이 파르
르 떨렸다.
“ 이상한가?”
“……아닙니다.”
“이상할 것 없어. 책임은 사람이 지는 거니까. 나는 피해를 돈이나 다른 것으로 보상받는 걸 그리 선호 하지 않아. 특히나 국가에 관련된 일은 말이야. 너희가 잘못한 걸 세 금으로 보상한다면, 그 책임은 국민 이 지는 거잖아. 그렇지 않나?”
레이놀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책임이란 건 자신의 고통으로 지 는 거지. 그게 책임이란 거야.”
이현수가 새 계약서를 뽑아 기존 계약서 뒤에 추가하자, 강진호가 가 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받을 건가?”
“……물론입니다.”
어떤 조건이 추가되더라도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가서 이야기해. 이건 종이 조각 에 불과하다고. 법이니 계약이니 그 런 건 허울에 불과하지. 이건 거래 야. 서로가 약속한 것이 어긋날 시 에 나는 반드시 그 책임을 묻는다.”
그리고 그 책임을 질 사람의 인 적 사항이 거래 조건에 추가되었다.
‘이 거래가 지켜지지 않을 리는 없겠군.’
모든 사람에게 목숨이란 귀중한 거니까.
돈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목 숨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특히나 이미 충분한 돈과 충분한 권력을 가 진 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사인하지.”
“예.”
레이놀드가 서명란에 사인을 마쳤 다. 강진호 역시 자신의 서명란에 간단하게 사인을 남겼다. 사인이 끝 나자 이현수가 나서서 뒤처리를 한
다. 세 부를 사인해 한 부씩은 나눠 가지고, 남은 한 부는 따로 보관을 한다.
“감사드립니다, 회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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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따로 당부의 말씀 몇 가지 를 드려도 되겠습니까?”
“이제 와?”
레이놀드가 빙그레 웃었다.
“몇 마디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 었지만, 계약 전에 말씀을 드리면 저희가 조건을 강화하는 것 같은 느 낌이라 계약부터 하고 싶었습니다. 이건 말 그대로 부탁입니다.”
“좋겠지.”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레이 놀드를 바라본다.
레이놀드가 살짝 뜸을 들이고는 입을 열었다.
“저희가 이 모든 조건을 제한 없 이 수용한 이유는 회주님께 바라는 게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으로 파견 될 SOB의 교육을 제대로 해주십시 오.”
“이미 말했을 텐데.”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심드렁하게 대답하려던 강진호가 레이놀드의 눈을 보고는 입을 닫았
다.
“ 최선?”
“예. 지금 있는 방식을 유지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회주님이 생각 하시는 최선의 방책을 시행해 주십 시오. 설사 희생이 있어도 괜찮습니 다.”
“희생이라……
강진호의 눈이 살짝 좁아졌다.
“남의 목숨을 가지고 함부로 지껄 이는군. 그건 네가 판단할 일이 아 니야.”
“아니요. 제가 한 판단이 아닙니 다. 지금부터 한국으로 넘어가게 될
SOB는 그런 조건으로 지원을 받을 테니까요.”
그럼 말이 조금 다르다.
“그들은 병사이자 군인입니다. 하 지만 무인이기도 하죠. 목숨을 걸고 서라도 강해지고 싶다는 이라면 회 주님이 생각하시는 무인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강진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 다.
확실히 그건 강진호의 지론과 일 치한다.
“어려울 텐데.”
“탈락자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 니다. 저희 쪽에서 보충하겠습니다.”
강진호가 턱을 긁었다.
‘최선이라……
이자는 지금 강진호의 ‘최선’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
“후회할 수도 있어.”
“후회할 일은 없습니다.”
“나는 경고했다.”
이쯤 되자 레이놀드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희생은 좀 줄이는 방식으
로……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고려해 보지.”
“감사합니다.”
레이놀드가 깊이 고개를 숙였다.
계약에 조건을 추가하는 것도 나 쁘지 않다. 하지만 그래서는 강진호 의 진심을 끌어낼 수 없다.
이 사내는 서류에 적힌 글귀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강진호를 움직이고 싶다면 직접 고개를 숙이 고 부탁을 해야 한다.
강진호에게 긍정적인 대답을 들은
레이놀드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 다.
하지만 이현수와 위긴스는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생각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현수의 위긴스의 말에 레이놀드 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말해봐야 모르겠지.’
해주고 싶은 말은 너무 많지만, 아무리 말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 다. 평범한 사람이 강진호의 수련 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까.
만약 여기 마염들이 있어서 레이 놀드의 말을 들었다면, 배를 잡고 바닥을 굴렀을 것이다. 제 손으로 제 부하들을 지옥으로 밀어 넣는 사 람을 보며 어찌 웃지 않을 수가 있 겠는가.
물론 강진호가 마염들을 대하는 만큼 저들에게 심혈을 기울일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겪어보면 아시겠죠.”
이현수가 마지막 희망의 여지를 남겨주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 나중에 말을 바꾸지 못하는 건 아니니까, 쓸데없이 자존심 내세우 지 말고 안 되겠다 싶으면 바로 이 야기하십시오.”
위긴스도 열심히 맞장구를 쳤다.
“그렇다네. 사람이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이지. 시간을 두고 천천 히 해 나가야지.”
레이놀드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레이놀드를 보며 두 사람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렇게 계약이 마무리되자 레이놀 드가 계약서를 준비해 온 가방에 넣 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은 거래를 해주셔서 감사합니 다. 이 거래로 총회와 미국 간의 우 호가 더욱 깊어졌다고 생각하겠습니 다.”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레이놀 드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음에 또 보지.”
“그때는 사적으로 뵙고 싶습니다. 좋은 와인 바가 있는데, 함께 방문
하고 싶군요. 나중에 한 번 들러주 십시오.”
“그러지.”
레이놀드가 빙그레 미소를 짓고는 몸을 돌렸다. 표정은 더없이 여유롭 지만, 그의 등은 땀으로 축축이 젖 어 있었다.
레이놀드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 가자, 강진호가 소파에 앉아 담배를 빼 물었다.
찰칵.
불을 붙인 강진호가 연기를 내뿜 었다.
‘끝이로군.’
시간상으로는 그리 길지 않은 방 문이지만,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여하튼 이걸로 미국의 일정은 모두 마무리가 되었다.
“회주님.”
“음?”
“미국 놈들을 어쩌실 겁니까? 제 대로 훈련시키실 겁니까?”
“그래야겠지?”
이현수가 피식 옷었다.
“사람이 제 무덤 파는 걸 모르네 요. 그렇게 꺼내주려고 했는데 자꾸 제 발로 들어가는 걸 뭐 어쩌겠습니 까?”
“그러게 말이야.”
강진호도 쓴웃음을 머금었다.
아마 저들은 강진호가 키운 이들 을 바탕으로 새로운 교육 체계를 만 들려 들 것이다. 하지만 그게 가능 할 리가 없다. 강진호의 방식은 누 군가 모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강진호의 의해 키워진 이들이 활 약을 하고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할 수록, 강진호의 영향력은 높아지고, 총회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아질 것 이다.
“좋은 거래였지.”
“정말 좋은 거래죠.”
마주 웃는 강진호와 이현수를 보 며 위긴스가 피식 웃었다.
‘뼛골까지 빼 먹는군.’
미국과의 계약에서 이렇게까지 이 득을 본 이들이 역사적으로 몇이나 있겠는가.
압도적인 우위와 무인들에 대한 몰이해가 이런 상황을 낳았다. 시기 도 적절하게 겹쳤고 말이다.
“이제 집에 가자.”
강진호가 조금 지쳤다는 듯 말한 다.
“김치찌개가 필요해.”
“아, 그건 정말 동감입니다.”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위긴스 를 보며 이현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누가 한국인인지 모르겠단 말이 야.’
미국 방문이 끝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