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66)
마존현세강림기-1468화(1465/2125)
마존현세강림기 59권 (25화)
5장 종결짓다 (5)
“네?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 어요?”
한은솔의 얼굴에 의혹이 떠올랐 다.
[미스 최와 함께 일해보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네? 정말요?”
한은솔이 멍청하게 되묻고 말았 다.
저쪽도 한가한 사람들이 아니다. 굳이 여기로 전화를 해서 장난칠 이 유가 없다. 알고는 있지만, 너무 놀 라워 되묻고 만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한은솔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그럼 그렇지,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지.’
급하게 대본을 찾다 보니 최연하 에게 딱 맞는 배역을 찾을 수가 없 었다. 그래서 대충 이건 되겠다 싶 은 배역에 밀어 넣은 게 최선이었
다.
아마 배역을 바꾸자는 말이 나오 겠지.
문제는 그 바뀐 배역이 최연하의 마음에 드느냐의 문제다.
‘아니, 내 마음에 드느냐의 문제 겠지.’
최연하는 완전히 신인의 자세로 임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실제로 도 그럴 사람이다. 완전한 단역이라 얼굴만 한 번 나오고 만다고 해도 거절할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한은솔은 그걸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래도 최연하라고.’
평소에야 최연하에게 잔소리를 해 대는 한은솔이지만, 그건 둘이 있을 때의 이야기다. 까도 한은솔이 까야 한다. 다른 이들이 최연하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절대 받아줄 수 없는 한은솔이 다.
“그 조건이라는 게 뭡니까?”
[배역을 바꾸고 싶습니다.]‘그렇겠지.’
여기까지는 예상한 대로 나왔다. 그럼…….
“실례지만, 어떤 배역으로 바꿀 계획이신지?”
[기본적으로 저희 쪽에서 판단하 기에 최연하 씨가 응시한 배역은 최 연하 씨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디션 영 상을 본 작가진과 감독의 회의 결 과, 차라리 새로운 배역을 하나 만 드는 게 낫다는 말이 나왔습니다.]“예?”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새로운 배역?
시작은 맞아떨어졌는데, 결과가 조금 달라지고 있다. 한은솔이 가만 히 휴대폰의 아랫부분을 손으로 막 고는 최연하를 향해 작게 속삭였다.
“새 배역 만들어준다는데요?”
“응? 왜?”
“글쎄요……
“왜 그러는 건지 물어봐.”
한은솔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례지만, 그런 판단을 하신 이 유가 뭔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사실 오디션에 응시 하신 연기만으로는 대단한 인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인상을 받 은 건 그다음입니다.]
“네? 그다음요?”
[예. 즉흥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 한 최연하 씨가 짜중을 내며 오디션
장을 박차고 나가는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스텝 중에 한국 인이 있어서 확인해 보니, 과거 몇 몇 배역 중에 그런 스타일의 연기를 한 적이 있더군요. 영상을 확인해 보고 굉장히 큰 신선함을 느꼈습니 다.]
어, 그러니까…….
이거, 오디션은 개판쳤는데, 그 개판 친 다음에 사람이 빡쳐 하는 모습이 쩔었다는 소리 아닌가.
뭐 이런 일이 다 있지?
“이, 이해가 조금 어려운데요?”
[어려울 것 없습니다. 이게 우리 가 찾던 스타일이니까요. 여전히 할 리우드에서 동양인 여성은 스테레오 타입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새로 운 스타일을 찾아 시도해 보는 건 당연한 일이죠.]악녀라는 거네, 악녀.
‘그거라면 기가 막히게 잘할 수 있지.’
평소 하는 짓의 반만 스크린에서 보여줘도 메소드 연기로 화제가 될 것이다. 잘하면 어디서 연기상 하나 정도는 않게 탈 수 있을지도 모른 다.
‘와, 이게 이렇게 되네?’
생각지도 못하게 굴러 들어온 행 운에 한은솔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 다.
“혹시 비중은 어떻게 됩니까?”
[주연급으로는 힘이 듭니다. 하지 만 분량은 세 손가락 안에 들 거라 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정확한 건 수정된 각본이 나와봐야 알겠지 만 말이죠.]
“각본 수정은 그럼……
[그건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미스터 한. 새로운 배역이라고는 하 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존에 있
던 배역을 여성으로 바꾸고 대사와 행동을 수정하는 정도니까요. 기존 각본에서는 비중이 상당한 배역입니 다.]
“아, 그럼 문제가 없겠네요.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기존 각본에 서 어떤 배역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개인 대본을 따로 보내 드리죠. 수정이 끝나지 않은 각본이라는 점 을 감안하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 럼 답변은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 요?]“각본 보고 나서 바로 연락드리겠
습니다.”
[감사합니다. 서로에게 좋은 기회 가 되었으면 좋겠군요.]“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한은솔이 진이 빠진 다는 듯 소파로 무너졌다.
“뭐래? 뭐래? 왜 하자는 건데?”
하지만 아직 난관은 끝이 나지 않았다.
‘누나가 빡쳐 하는 모습이 표독스 러워서 악녀로 쓰기 딱 좋아 보여서 요.’
……라고 있는 그대로 말을 한 다?
에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 는데요. 그동안은 동양인 여성이 너 무 스트레오 타입으로 소모되어서 이번에는 좀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 고 싶었나 봐요. 그러던 중에 누나 오디션 본 거 보고는 발탁했대요.”
“……그렇게 개발새발로 연기했는 데?”
“그, 그 정도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누나 기준이 너무 높은 거죠. 애초에 이게 뭐 예술 영화도 아니고, 블록버스터인데 연기가 뭐
가 중요하겠어요.”
“하기야 내가 같은 배우로서도 보 기에 불편한 애들 많더라.”
“그렇다니까요.”
한은솔의 등으로 땀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런데 내가 발음이 영 안 좋았 던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데?”
“하.하.하. 동양인이 영어 못하는 게 이상할 게 없죠. 오히려 그게 자 연스럽지 않을까요?”
“생각해 보면 그렇긴 한데……
한은솔이 살짝 의심스러워하는 최 연하의 시선을 슬쩍 외면했다.
‘좋은 일이 생겨도 문제라니까.’
세상에는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게 있다. 조금만 사실을 비틀면 모두가 행복해지는데, 굳이 진실을 말해서 찝찝함을 남길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쪽 사람들도 미리 입단속해 둬 야겠네.’
여하튼.
계기가 뭐가 되었든 할리우드 영 화에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은 고무 적인 일이다. 그동안은 겨우 중국에 나 얼굴을 들이밀었지만, 사실 해외 진출의 진정한 목적은 역시나 미국 아니겠는가.
돈은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세계적인 배우라는 타이틀을 손에 넣는 것! 이건 명예 의 문제였다.
물론 한국 작품으로도 얼마든지 세계 시장에 나설 수 있다. 이제는 한국 영화가 해외에서 상을 받는 게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최연하 역시 꾸준히 작품성이 있는 영화에 출현 하고 있었으니, 이대로만 가도 언젠 가는 세계 시장에 얼굴을 들이밀 날 이 올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지도가 아 니라 상품성이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남는 건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연기파 타이틀이 아니라 팔리는 배우가 되 는 것.
‘누나는 생각이 조금 다른 것 같 지만.’
그것도 좋은 일이다.
배우는 작품성과 연기력에 치중하 고, 매니저는 상품성에 치중하는 것.
어쩌면 이게 가장 이상적인 형태 일 수도 있다.
“기존 배역 하나를 동양 여자로 수정할 계획인 모양이더라구요. 배 역 신이 표시되어 있는 개인 대본을
보내주기로 했어요. 받으면 바로 출 력해서 확인하죠.”
“그래?”
최연하의 어깨에 살짝 힘이 들어 간다.
“그럼 할리우드 애들이 기존 배역 을 바꿀 정도로 내가 마음에 들었다 는 이야기네?”
“그, 그렇죠.”
틀린 말은 아니다. 저건 백 프로 맞는 말이었다. 물론 최연하가 생각 하는 방향성과 그들 생각하는 방향 성에 조금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 지만, 그건 사소한 문제니까.
“그럼 이거 일정을 어떻게 해야 하지?”
“아직 확답 안 했어요. 일단 대본 보고요.”
“대본 보고 이상한 역이면 거절할 거야?”
“••••••어?”
아니지.
이걸 어떻게 거절하나.
남들은 어떻게든 배역 하나 따보 려고 난리를 치는데, 저쪽에서 알아 서 배역 만들어준다는데 그걸 걷어 찬다?
“그건 아니죠……
“이건 받아야지. 그런데 대신에 조건 하나 더 걸어.”
“어떤 조건요?”
“출현료 안 받아도 되니까, 대본 수정할 권한 달라고 해. 이상한 대 사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등신 한국 인으로 영화 나갈 생각 없어. 수정 된 각본 안 보고 계약하면 그럴 수 도 있으니까.”
“아••••••
한은솔이 아차 싶어 고개를 끄덕 였다.
‘내가 이런 사소한 걸 놓치다니.’
한국에서 이런 제안을 받았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거절했을 것이다. 굳이 최연하가 아직 각본도 완성되 지 않은 영화의 출현을 결정할 필요 가 없으니까.
하지만 할리우드라는 말에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최연하가 흥분하지 않기를 바랐건 만, 실제로 흥분하고 있던 건 한은 솔이 었다.
‘반성해야지.’
“제가 조금 성급했네요. 그건 제 가 다시 한 번 확인해 볼게요.”
“꼭 확인해.”
최연하가 눈을 찌푸렸다.
해외 영화에서 동양인의 이미지가 좋지 않게 나오는 영화가 꽤 있다. 배역이 나쁜 역할인 것과 동양인이 나쁘게 나오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지들 영화 지들이 만든다는데 거 기다가 바른 소리 늘어놓을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내가 거기 한 팔 거 들 수는 없잖아.”
“예, 누나. 그런데 출현료는 받으 셔야 돼요.”
“각본만 이쁘게 해주면 무료로 출 현할 생각도 있어.”
“아니요. 그러시면 안 돼요. 그럼
누나 다음에 할리우드 가는 애들은 다들 싸게 쓸 수 있다는 소문이 돈 다구요.”
“어…… 어? 그것도 그러네.”
이번에는 최연하가 아차하는 얼굴 을 했다.
최연하야 영화 한두 편 정도 돈 안 받고 출현해도 문제가 없다. 하 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 다. 열정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 만, 누군가의 열정 때문에 다른 이 들이 열정을 강요받는다면, 그 열정 은 바른 열정이라 할 수 없다.
“어렵다.”
“그러네요.”
두 사람이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다 는 게 어디야.”
“솔직히 아직도 잘 안 믿깁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 했는데……. 아니, 이건 너무 급작스 러운데.”
“그렇지?”
아직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주체 할 수가 없었다.
“거 봐.”
“뭐가요?”
“진호 씨 따라 다니면 알아서 콩 고물이 떨어진다니까?”
“……이번에 회장님이 하신 건 아 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요?”
“왜 없어? 우리를 미국으로 데리 고 왔잖아.”
어, 그게 맞는 말이긴 한데?
생각해 보면 틀린 부분은 없다. 강진호가 아니었다면 미국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미국에 오지 않았더 라면 오디션을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이런 행운도 없었겠지.
아직은 완전히 결정 난 건 아니
지만, 적어도 이런 협상이라도 해볼 수 있는게 강진호 덕이라는 건
‘거참, 미묘하네.’
덕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하지만 한은솔이 어떻게 생각하든 최연하는 이 모든 것이 강진호 덕이 라고 굳게 믿고 있는 눈이었다.
‘저것도 병이지.’
피식 웃던 한은솔이 뭔가를 떠올 렸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어? 잠시만요, 누나.”
“왜?”
“……확인 한 번 해봐야겠어요.
이거 비중이 늘어나면 촬영 기간이 당겨지고 길어질 텐데…… 일정이 맞는지요.”
“응?”
최연하가 멍한 얼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