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67)
마존현세강림기-1469화(1466/2125)
마존현세강림기 60권 (1화)
1장 돌아가다 ⑴
강진호의 이마에 살짝 식은땀이 맺혔다.
건너편에 앉아 있는 최연하의 우 울함이 하늘을 뚫고, 땅을 짓누른다.
그리고 평소라면 그런 최연하를 위로해야 할 한은솔은 더한 얼굴을 한 채 포크로 접시를 긁어 대고 있
었다.
‘나라 잃은 김구도 아니고……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우울해 할 수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그래서 못하게 될 것 같다구요?”
“네.”
최연하 대신 한은솔이 대답을 했 다.
“일정을 아무리 맞춰봐도 맞아떨 어지지가 않습니다.”
한은솔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진짜 아쉬워요. 정말 좋은 기횐 데, 아무리 해봐도 중국 드라마 촬 영이랑 일정이 너무 겹쳐요.”
“그럼 안 되는 겁니까?”
“……같은 중국이라면 할 수 있 죠. 같은 미국이라도 할 수 있고. 그런데 미국에서 하나, 중국에서 하 나는 무리예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이동하는 걸로 시간 다 잡아먹거든 요.”
한은솔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촬영이라는 건 내내 이어 지는 게 아니다. 그날 촬영하는 신 에 따라서 일주일 동안 놀기도 하 고, 연 삼 일 철야도 감수해야 하는 게 촬영이다.
그렇기에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
면 동시에 두세 작품에 출현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거리였다.
“중국에서 미국 오는 데만 열두 시간씩 걸릴 텐데, 그리고 공항 가 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가는 데만 열 다섯 시간 이상 걸려요. 한 번 왕복 하는 데 30시간이 걸린다는 건 데……
최연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찌어찌 일정이야 맞출 수 있다 고 쳐도 장시간 비행이라는 게 체력 을 워낙에 잡아먹는 일이거든요. 가 끔씩 탈 때는 모르는데, 비행기에서
살 정도면 반 죽는다고 봐야죠. 일 정 감안하면 일주일에 두 번씩은 왔 다 갔다 해야 하는데.”
무리다.
“내가 요즘 체력이 조금 좋아지기 는 했는데, 그래도 이건 어려워요. 어찌어찌 일정 조율해서 가능하게 만든다고 해도 체력 때문에 연기에 지장 생길 게 빤하니까.”
한은솔이 슬쩍 최연하를 보며 말 했다.
“누나, 그럼 차라리 중국 쪽을 포 기하는 게……
“미쳤니?”
최연하가 눈을 부라렸다.
“야, 이게 기회의 문제가 아니야. 이건 신뢰의 문제지. 계약하고 촬영 일정까지 다 잡아놓은 걸, 더 좋은 배역 생겼다고 계약 파기하면 누가 나를 믿고 써주겠어.”
“……너무 아쉬우니까 그렇죠.”
“안 돼. 그건 그래도 나랑 같이하 겠다고 해준 스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할리우드고 나발이고, 그걸 안 하면 안 했지, 선 계약 파기하는 짓은 난 못해.”
한은솔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맞다.
한은솔도 지금 최연하가 하는 말 이 정론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리 고 최연하의 성격상 절대 계약을 파 기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 다.
아무리 지옥 같은 계약이라도 일 단 계약을 하면 어떻게든 완수하는 사람이 최연하다. 대기실을 폭파시 키는 일은 있어도 촬영장에서 볼멘 소리를 하는 경우는 잘 없는 사람이 최연하 아닌가.
그럼에도 이런 말을 꺼낸 것은 이 기회가 너무 아쉽기 때문이다.
‘분량 쩔었는데.’
한국 배우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이만한 비중을 맡은 일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배역이었다.
그런데 그 좋은 기회를 일정 때 문에 포기해야 한다니.
“됐어.”
최연하가 깔끔하게 말하고는 스테 이크를 나이프로 썰어 대기 시작했 다.
“사는 게 그렇다. 좋은 일이 있으 면 나쁜 일도 있고, 얻어 걸리는 게 있으면 놓치는 것도 있는 거지. 기 회는 다음에 또 오겠지. 이번에는 아쉽다로 끝내자.”
“……예.”
한은솔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바라보았다.
‘안 넘어갈 것 같은데.’
지금 이 순간에 고기를 씹어 대 는 최연하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한 은솔이 최연하의 입장이었으면 방에 틀어박혀서 밖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위긴 스가 미묘한 얼굴로 물었다.
“이번 역할을 맡는 게 많이 중요
합니까?”
“……너무 당연한 걸 물으셔서 뭐 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요.”
한은솔의 말에 위긴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아니, 아니. 그런 쪽이 아니 라…… 사업 쪽으로 말입니다.”
“어……
한은솔이 머뭇거렸다.
대답은 최연하에게서 나왔다.
“중요하죠.”
냅킨으로 입을 닦은 최연하가 와 인을 한 잔 입에 머금더니, 눈을 찌
푸렸다.
“아니, 여기는 만날 술 먹이네. 은솔아, 사이다 좀 시켜라!”
“콜라도.”
강진호가 재빨리 끼어들자, 최연 하가 한 번 눈을 흘기고는 입을 열 었다.
“제가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 있 기는 하지만, 흥행만 한다면 좋은 기회가 됐을 거예요. 일단은 할리우 드 쪽으로 선이 하나 생기는 거니까 요. 일단 우리 쪽에 이쁜 애들도 많 고, 슬슬 남자 배우들도 계약하는 중이라서 그쪽에서 원하는 배역들을
밀어볼 수 있거든요.”
“단순히 배역의 문제가 아니라 사 업의 문제라는 말씀이시군요.”
“네. 일단은 돈 단위가 다르니까 요. 한국에서 톱스타가 받는 돈은 미국에서 일반적인 배우들이 받는 돈에도 못 미치죠. 적당한 조역이라 도 하나 따내며 걔들이 한국에서 1 년 동안 죽어라고 굴러서 버는 것보 다 수입이 높을걸요? 그러다가 잘되 면 대박 터지는 거죠.”
“ 흐음••••••
위긴스가 미묘한 미소를 머금으며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어떻습니까, 로드?”
“음?”
“사업적인 문제라면 우리가 지원 을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저번에 이사님이 말씀하셨다시피, 이건 이 사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MK의 문제니까요.”
“음, 그렇긴 한데……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제트기라도 태우자는 건가?”
“농담이 심하신군요. 게이트입니 다.”
“응?”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미국과 중국을 게이트로 연결해 버리면 됩니다. 이번에 미국에 설치 되는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겠죠. 세 곳을 하나로 엮는 것 정도는 별 로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유럽 쪽 은 마스터의 허가가 필요하니 조금 어렵겠지만 말입니다.”
“어……
그래도 되나?
“미국에서 그걸 허가한다고?”
“안 될 것도 없지요. 애초에 이번 에 한 계약에 MK가 미국에서 벌이 는 사업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내용 이 들어가 있을 겁니다.”
“……거기 그게 왜 들어가 있지?”
MK가 미국에서 사업할 일이 뭐 가 있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조항 이 들어가 있단 말인가.
“제가 넣었는데요?”
강진호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 다.
아!
그런 걸 넣을 사람은 저놈밖에 없지.
이현수가 와인을 꿀꺽꿀꺽 맥주처 럼 들이켜고는 탁 내려놓았다.
“회주님, 안 드시면 그 와인 저
좀……
강진호가 입도 대지 않은 자신의 와인 잔을 슬며시 밀고는 말을 이었 다.
“그래서 그런 조항을 넣어뒀다 고‘?”
“네. 세상일은 모르는 것 아닙니 까? 그 계약이 일이 년짜리도 아니 고, 십 년 뒤쯤에는 미국에서 사업 할 일이 있을 수도 있다 싶어서 넣 어뒀습니다. 이렇게 뺄•리 활용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요.”
한 번씩 느낀다.
저놈은 정말 대단한 놈이다.
“그쪽에서도 딱히 대단한 조항이 아니니 드잡이질하고 싶지 않았겠 죠. 그리고 그 조항이 없어도 큰 문 제가 아닙니다. 그냥 게이트 좀 쓰 겠다는데, 그게 뭔 문젭니까. 출입국 사무소를 따로 설치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국경 문제 아닌가?”
“테러리스트도 아닌데요, 뭐.”
“으으음.”
강진호가 낮은 신음을 내고는 고 개를 끄덕였다.
쉽게 생각한다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비자 문제나 출입국 심사에 대한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 이 걸리지만…… 그런 것들은 알아 서 처리해 줄 훌륭한 실무진이 눈앞 에 있지 않은가.
“미국은 그렇다 치고, 중국은?”
“중국도 어려울 게 없습니다. 중 국 정부와 우리가 동맹 관계이니까 요.”
아, 그러네.
그랬지.
“어차피 명목상의 동맹이고, 그놈 들이나 우리나 서로 망하라고 고사
를 지내는 관계지만, 어쨌건 동맹은 동맹입니다. 동맹국이 빠른 지원을 위해서 길 닦는다는데, 지들이 무슨 명분으로 막겠습니까? 그리고 실제 로 거기 오가는 것도 최연하 씬데 요, 뭐.”
위긴스가 맞장구를 쳤다.
“양쪽에 사람만 적당히 배치해 두 면 별달리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 쪽도 그 정도 인력 은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마 서로 지원하려 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그 인력은 원탁에서 받아오고 싶습니다 만.”
“왜요?”
“노는 꼴은 못 보지. 원탁에는 돈 만 주면 되거든. 그놈들은 아직 더 배워야 돼.”
이현수가 떨떠름한 눈으로 위긴스 를 바라보았다.
‘아니, 이 양반…… 예전에는 좀 합리적인 서양 스타일 아니었던가?’
사람이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더 니, 이제는 완전히 대학원생을 굴려 대는 교수가 따로 없다. 그것도 한 국인 교수.
“여하튼 그럼 문제는 하나뿐이죠.
그 게이트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드 는 돈을 과연 이번 일로 뽑아낼 수 있는가.”
“돈은 딱히……
“내가 받는 돈, 회사가 다 가져가 도 돼요.”
뭔가 대화가 나오려는 시점에 최 연하가 단호하게 선언을 해버렸다.
“대체 뭔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데, 그래서 일단은 이 걸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거죠?”
“가능합니다.”
“그럼 내 출연료 회사로 다 넣을 게요. 그 돈으로 해결되죠?”
인으..99
M..•
위긴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최연하의 출현료가 얼마인지 그가 어찌 알겠는가.
하지만 뭐…….
“돈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MK나 총회나 돈이 부족한 곳이 아니니까 요. 지금 말하는 돈이라는 건 결국 그만한 지원을 할 가치가 있느냐의 문제겠죠. 사업적으로.”
“뽑게 만들어 드릴게요.”
최연하의 눈이 불타올랐다.
“보니까 MK 내에서도 우리 엔터 부서를 그냥 안고 가는 부서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던데, 제가 캐시카우가 뭔지 제대로 보여 드리죠.”
“그렇게까지는 바라지 않았습니다 만……
“내가 바라는 거예요.”
“아, 네.”
위긴스가 쓴웃음을 머금고 강진호 를 돌아보았다. 최종 결정은 강진호 의 몫이다.
“난이도는?”
“산책 삼아 다녀올 정도면 충분합 니다. 이제는 저를 도와줄 놈들도 있어서 설치는 하루면 충분하니까
요.”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과 게이트를 열어두는 건 의 미가 있는 일이지.”
그동안 중국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바다를 헤엄쳐 건너고 북한을 뚫어 야만 했던 강진호다. 중국에 게이트 를 만든다는 것은 위기 시 즉각 게 이트를 통해 병력을 밀어 넣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굳이 그 병력으로 뭘 하지 않아 도 게이트가 파괴되지 않도록 지키 고 침투시킨 병력의 후퇴로만 만들 어줘도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만들어둔 걸 사용하는 건 별 어 려움이 없을 테고.”
“물론입니다.”
“해보지.”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최연하 개인을 위해서 총회에서 지원을 할 생각은 없다. 그건 선을 넘는 일이다. 하지만 MK의 문제라 면, 그리고 위긴스와 이현수가 먼저 저리 나온다면 말이 달라진다.
‘ 고맙군.’
그 행동에 강진호에 대한 배려가 숨어 있다는 걸 모를 수가 없다. 강 진호가 마음 속으로나마 그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런데 그 게이트니 뭐니 하는 게 뭐예요?”
위긴스가 빙그레 웃었다.
“내일 알게 되실 겁니다. 한국으 로 돌아가는데 쓸 테니까요.”
“비행기 타는 거 아니에요?”
“더 재밌는 게 있죠.”
위긴스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감사의 인사는 안 하셔도……
“여하튼 고마워요, 진호 씨.”
어, 안 해도 되긴 한데……. 안 해도 되는 걸 거기다 하니까
기분이 이상하네.
뭔가 재주 부리는 곰이 된 것 같 아 서글퍼진 위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