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7)
마존현세강림기-147화(147/2125)
마존현세강림기 6권 (22화)
5장 몰아넣다 (2)
기록한다. 잊지 않기 위해서.
돌이켜 보면 학철이도 처음에는 광증을 보인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저 과도한 불안에 시달렸을 뿐 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 수록 김학철은 미쳐 갔다.
나 역시 그렇지 않을까?
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나도 미쳐 갈 것이다.
하루하루…….
기록하는 이유는 내가 미쳐가지 않기 위해서, 오늘의 감정과 오늘의 기분이 내일의 감정과 내일의 기분 과 다를까 봐서다.
아무리 내가 서서히 미쳐 간다고 해도 오늘의 기록을 돌아보면 정신을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믿으니 까.
오늘 밤도 놈은 나를 찾아올 것이다.
어제 확신했다.
그놈은 나를 죽일 생각이 없다. 적어도 지금은.
죽이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언제든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악마 같은 새끼의 능력이라면 나를 죽이고 시체조차 남기지 않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놈이 나를 죽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즐기기 위해서.
어제 놈의 눈을 보고 확신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알량한 정의감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내가 반성하고 말고는 그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는 나를 반성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눈에 거슬린 나를 그저 괴롭히고 싶은 것뿐이니 까.
그는 내게 말했다.
우리는 동류라고.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의 말이 맞다.
그는 내게 말했다. 그는 그저 몸을 잡아두었을 뿐이지만, 나는 사람의 정신을 잡아두었다고.
반항할 수 있음에도 반항하지 못 하게 조금씩 몰아가며 그 과정을 즐 기는게 나라고.
낮은 그의 목소리가 나를 몰아갈 때, 나는 느낄 수밖에 없었다.
주영기가, 그리고 그동안 나를 악 마인 양 바라보던 이들이 느낀 심정 이 이런 것이었겠지.
그리고 그놈은 내 몸을 으스러뜨 렸다.
육체의 뼈 하나하나가 부서지는 것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감내 해야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눈뜨고 살아서 지옥을 보는 것이다.
오늘 밤 그놈은 또 찾아온다. 그
전에 대책을 찾아야 한다.
그가 말한 대로라면 내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일주일.
그 시간 안에 답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나 역시 김학철과 같은 꼴이 될 것이다.
결코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기록한다.
하루가 지나면 이 기록을 다시 볼 것이다. 다시 보고, 다시 봐서 결코 온전한 정신을 놓지 않을 것이다.
일주일을 참아내거나 일주일 내로 해결책을 찾아낸다면 나의 승리다.
이틀째.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일주일.
그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그저 기다리기만 해도 눈 깜빡할 사이에 홀러가 버리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너무도 길고 길어서 참아낼 수가 없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빌면서도 어김없이 찾아올 밤이 너무도 두려 워 시간이 흐르지 않기를 빌게 된다.
나는 아직 제정신이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남들의 눈에는 미친 꼴로 보이겠지.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경기를 일으켰다.
상엽이 놈이 이상한 눈으로 나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포대장도 나를 찾아와 무슨 일이냐고 묻고 있다.
무슨 일이냐고?
말하면 아는 건가?
말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 해나 할 수 있나?
학철이는 이런 고독과 싸웠구나.
나는 지금 분명히 나를 찾아오는
악마와 싸우고 있는데, 다른 이들은 그저 나를 미쳐가는 놈쯤으로 생각 한다. 그 시선이 너무도 견디기 힘 들다.
이대로는 버틸 수 없다. 대책을 세워야 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적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오늘도 강진호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놈에게 무슨 짓을 하려 한다 느낀 3분대원들이 나를가로막았다.
미친놈들.
그놈들은 자신들이 악마를 비호하 고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을까?
밤이다.
잠들 수가 없다.
두렵다.
삼 일째.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이곳에서도망쳐야 한다.
내심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가 아무리 나를 잔혹하게 고 문한다 하더라도 나는 정신력이 남 다르다고 자부하고 있었으니까.
지금은?
왜 전시에 변절자가 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악마 새끼가 고문을
한다면 독립투사나 민주화 투사는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차라리 그들은 낫다.
불 것이 있고 밝혀야 할 비밀이 있으니까. 그것만 이야기한다면 고 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아니다. 그는 내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내가 조금씩 망가져가는 모습을 흥미롭 다는 듯이 바라볼 뿐이다.
그게 나를 미치게 한다.
내 상태를 본 포대장이 이번에는
빠르게 입실을 결정했다.
사 일 후다, 사 일.
단 하루를 버티는데도 심장이 오 그라들고 있는데, 사 일이라고?
사 일?
그 시간이면 나는 죽고 없어, 이 개새끼들아.
아버지에게 다짜고짜 나를 이곳에 서 빼내라고 소리쳤다. 그 꼰대는 이유를 물었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나더러 미쳤다고 하겠지. 정신 차리 라고.
언제나 그랬으니까.
별것 아닌 일은 쉽게 해결해 주지
만, 정말 막상 필요할 때는 단 한번도 제대로 된도움을 준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무엇을 바랄 것인가.
이해는 바라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곳에서도망 치는 것이다.
바로 이곳에서!
강진호가 제아무리 날고 기는 인간이라고 해도 이곳밖까지 나를 쫓 아오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나는 아직 제정신이다, 나는.
사 일째.
세수를 하다가 구토를 했다.
어질함을 참기 위해서 머리를 짚 었더니,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빠졌다.
나는 죽어가고 있다.
죽어가고.
밤이 오는 것이 너무 두렵다.
그 악마는 나를 짓누른다.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영혼이 찢어지는 것 같다.
차라리 고문을 받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 순간은 되레 두 려움에 떨지 않아도 되니까.
육체의 고통보다 정신의 공포가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기도 그랬을까?
그래서 자살을 한 걸까? 편해지겠지.
적어도 죽어버린다면 오늘 밤에 그 악마를 다시 만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 손톱 밑에 바늘을 박아 넣고는 광소를 터뜨리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오늘도.
나는 오늘도 그 악마를 만난다.
오늘도…..
노트를 작성하는도중에 내 어깨 에 손을 올린 상엽이를 나도 모르게 덮쳐서 물어뜯었다.
왜 그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등 뒤에서 소곤거리를 좋 아하는 그 악마 새끼 때문이겠지. 등 뒤에서 어깨에 손이 올라오는 순간, 죽는다는 공포심이 들었다.
그래.
인정하자, 인정해야 한다.
나는 미쳐가고 있다.
하루하루 나는 미쳐가고, 그리고 죽어간다.
오늘 밤이 되면 좀 더 미치게 되 겠지.
아니.
나는 미치지 않아. 미칠 수 없어.
내가 미쳐서 김학철 꼴이 될 바에야 차라리 내가 그놈을 죽이겠다. 죽여 버리면 되겠지.
죽이지 않으면 죽으니까, 죽이지 않으면 죽으니까…….
그런데 죽는게 나쁜 건가?
죽으면 편해지는데, 왜 죽는게 나쁘지?
아니.
정신 차리자, 노수봉.
이렇게 죽으면 그저 개죽음이 될 뿐이다.
도망칠게 아니라 물어뜯어야지. 그 악마 새끼의 심장에 칼을 박아 넣어야 한다.
오 일째.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인간이 자신의 뼈를 긁어내는 소 리를 들을 수 있을까?
어젯밤에 들었던 그 소리가 오늘 하루 종일 내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사각거리는 소리.
귓속에 벌레라도 들어간 듯이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사 각, 사각, 사각.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소리가…….
취사장에서 칼을 홈쳐 강진호를 찌르려고 했다.
죽여 버리려고 했다. 막아선 놈들 때문에 결국 죽이지는 못했다.
정말일까?
정말 죽이지 못한 걸까?
칼을 들고 강진호의 등으로 다가
갔을 때,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두 려움이 었다.
만약 내가 강진호를 죽였는데도 그 악마가 다시 찾아온다면 어떻게 하지?
강진호를 죄 없이 죽일까 봐 두려 운게 아니다.
내가 두려운 것은 그 악마가 강진호가 아니었을 때는 그가 찾아오는 것을 더 이상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너무도 두렵다.
사각, 사각.
귓가에서 뼈를 긁어내는 소리가
들려온다.
안다.
난 이미 미쳤다.
굳이 납득할 필요도 없다. 귀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거울만 보더라도 알 수 있으니까.
거울 안에 괴물이 있다.
내가 아니다. 저건 내가 아니야.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과 반쯤 빠져 버린 머리카락, 그리고 퀭하게 들어간 눈두덩이.
사람의 몰골이 아니다. 거울을 부 숴 버리고서야 지독한 증오심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달아나야 해.
그 악마에게서도망쳐야 한다.
이제 오 일이 지났다. 이틀만 버 티면 자유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달아난다.
도망친다.
나는 알고 있으니까.
그가 나와 동류라면 결코 약속 같은 것을 중요시하지 않을 것이다. 되레 약속을 하고 그것을 어기면서 절망할 나를 보고 웃고 즐기겠지.
내가 살아남을 방법은 오로지 하 나, 이곳에서 벗어나 그가 나를 찾 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숨어드는 것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절대 나를 놓 아주지 않을 테니까.
그는….
그는.
더없이 악마 같고, 더없이 잔인하다.
벗어나야 한다, 여기서.
벗어나야 해.
도망쳐야 해.
살고 싶어.
나는 살고 싶다.
살고 싶다.
해가 지고 있다.
해가 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발작을 일으켰다. 배 속에 든 것들이 제 멋대로 밖으로 뿜어져 나오고, 눈물 과 콧물이 멈추지 않았다.
무섭다. 나는 무섭다.
나는 그 악마를 다시 만나야 한다는게 너무 무섭다.
왜 김학철이 목을 맸는지 알 것 같았다.
고통스러워서가 아니다.
너무 무서워서.
밤이 찾아오고 조금 있으면 그놈을 다시 만나야 한다는게, 그 악마의 노리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너
무 두려워서 참을 수 없던 거다.
너무도 두려워서, 너무도…….
육 일째.
휴가를 나간다.
아버지가 백방으로 손을 쓴 끝에 드디어 휴가를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곳 에서.
그 악마 놈의 손에서 벗어난다.
나는…….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그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가 영원히 숨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 곳.
아무도, 아무도…….
아무도 없는 어떤 곳.
세상의 끝에 숨어버려 다시는 나를 찾아올 수 없게 할 것이다.
그걸 위해서는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다.
강진호는 천천히 노트를 덮었다.
그의 눈에 연병장을 빠져나가는 검은 세단이 들어왔다. 강진호는 무 감정한 눈으로 세단을 바라보고 있 다가 노트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화르르륵.
그의 손에 들린 노트가 천천히 불 타올랐다.
주영기의 노트도, 노수봉의 노트도…… 세상에 남길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의미는 다를 것이다.
주영기의 노트는 그들이 법이라는 말랑한 테두리 안에서 심판 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에 없앴다. 하지 만 노수봉의 노트를 없앤 이유는 전혀 다르다.
노수봉의 노트는 이제 쓸모가 없을 테니까.
목적을 잃은 물건은 존재할가치
가 없다.
노수봉이 읽어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노트라면, 오늘 밤 이후로는 더 이상 그가치가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읽지 못하게 될 테니 까.
강진호는 손끝에 채워진 재를 털 어내며가만히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