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73)
마존현세강림기-1475화(1472/2125)
마존현세강림기 60권 (7화)
2장 논의하다 (2)
몇 번의 주먹질을 내지르고, 언성 을 두어 번 높인 끝에 일단 장민의 ‘이 일은 다음에 다시 논의하겠습니 다’라는 대답을 이끌어낸 강진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모님도 안 하는 결혼 독촉을 설마 회사에서 받게 될 줄이야.
강진호가 한숨을 푹푹 내쉬며 장 민을 바라보았다.
그에게 있어서 장민은 꽤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사람이다. 장민 은 강진호에게 있어서 이견의 여지 가 없는 아랫사람이지만, 또한 이견 의 여지가 없는 연장자다.
연장자의 기준이 일찍 태어난 사 람이라면 강진호가 장민보다 연장자 임을 주장해 볼 여지가 있겠지만, 만약 더 오래 살아온 사람의 개념이 라면 세 번의 삶을 살아온 강진호조 차 장민에게는 비길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강진호라도
장민의 말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 었다.
더구나 장민은 다 무너져 가는 마교를 움켜잡고 강진호가 오기 전 까지 그 모진 세월을 버텨온 이가 아니던가.
강진호가 그런 장민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 었다.
‘성격만 좀 어른 같았어도……
강진호가 이를 갈았다.
여하튼 이놈의 회의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총회의 윗대가리 중에는 멀쩡한 인간을 찾아보기가
너무 힘들다.
“일단 일본에서 얻어낼 수입이 생 각보다 늘었다는 건 고무적인 일입 니다.”
이현수가 상황을 정리했다.
“장로님, 정말 고생이 많으셨습니 다.”
장민이 팔짱을 끼며 대수롭지 않 다는 듯 말했다.
“매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지.”
다른 상화에서 이런 자세와 말이 나왔다면 우러러볼 사람도 꽤 있을 지 모르겠지만, 한 눈에 시퍼렇게 멍이 든 사람이 저런 말을 한다고
멋져 보일 리가 있겠는가.
다들 흘러나오는 한숨을 억지로 밀어 넣을 뿐이었다.
“영감, 제발 나잇값 좀 해라.”
“네놈도 좀 얻어맞아 볼 테냐?” 바토르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저런 영감 하나 어쩌지를 못해서……
홍왕에게도 두려움 없이 맞서던 바토르다. 그러다 보니 장민과는 심 심하면 대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진호에게 마공을 전수받아 과거와 는 비할 바 없이 강해진 바토르임에 도 아직까지도 장민을 이기지 못하
고 있었다.
이유?
간단하다. 바토르가 강해지는 만 큼 장민 역시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 다.
장민은 마교의 쇠락기에 교에 입 문했다. 그런 후, 한평생 내내 교가 약해지는 것만을 지켜보았다. 그 끔 찍한 세월을 이겨내고 모든 교도들 을 지배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진 장 민이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장민에게는 보고 배울 윗사람도 없고, 기준으로 잡을 강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
지 홀로 실전되어 버린 마공을 배우 고 연구하며 지금의 무위를 쌓아 올 린 것이다.
그런 장민이 강진호를 만났다.
강진호는 말 그대로 마공의 보고 (寶庫).
걸어 다니는 마공 사전 같은 사 람이다. 일반적인 마교도들에게는 가장 마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 마공 을 고르고 개량하여 전수할 수밖에 없지만, 장민은 아니다. 그는 이미 웬만큼은 마성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니까.
덕분에 강진호는 장민에게만큼은
부담 없이 높은 수준의 마공을 전수 했고, 덕분에 장민은 지금 이 순간 도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었다.
바토르의 성장 속도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뭐냐, 그 눈은?”
장민이 눈을 부라렸다.
“……그만큼 늙었으면 이제 물러 날 때도 되지 않았나?”
“끌끌끌, 어린놈이 욕심만 많구나. 내가 살아온 세월을 감안한다면, 네 놈이 나와 손이라도 섞을 수 있는 것을 대단하다 여겨야지.”
말은 맞는 말인데…….
바토르가 영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럼••••••
말이 쓸데없는 곳으로 샌다고 생 각한 강진호가 두 사람의 말을 잘라 버렸다.
“일본은 이걸로 된 건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기는 합 니다. 원래 체제라는 것은 세우기도 어렵지만, 유지하는 게 더 힘든 법 이니까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지금 까지처럼 막대한 전력이 요구되지는 않을 겁니다.”
이현수가 살짝 고민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마염들은 당장 복귀시켜도 괜찮 을 것이고, 마교의 장로들도 절반 정도는 총회로 복귀시키고 싶습니 다. 그리고 남은 장로들도 시간을 들여 총회의 인원으로 대체해야겠 죠.”
좋게 말하면 마교도들을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다는 뜻이지만, 나쁘 게 말하자면 마교의 장로들과 마염 들이 이룩한 것을 총회가 날로 먹겠 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의 숨은 의미를 모 두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장민은 별
다른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마 존’이 점령한 땅에서 제대로 돈을 거둬들이고, 확실한 마존의 영역으 로 만드는 것이다. 누가 관리하고 돈을 걷느냐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장민, 그런가?”
“예, 마존이시여. 그들은 감히 대 항하지 못할 것입니다.”
장민이 살짝 고민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항하는 이들에게 그들의 처지 를 제대로 알려주었습니다. 조직적 으로 저항하는 이들은 모두 궤멸되
었습니다. 혹여 숨어들어 반역을 노 리는 자들이 있다고 해도 최소 몇 년간은 준동하지 못할 것입니다.”
“또 과하게 저지른 모양이군.”
“온당한 벌을 주었을 뿐입니다.” 그랬겠지.
문제는 마교의 기준으로 온당한 벌이라는 것은 평범한 이들의 기준 으로는 과하다 못해 기겁할 노릇이 라는 점이겠지.
“……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민을 탓 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그걸 감 안하고 장민을 보낸 거니까.
사실 강진호가 일본 무인계를 점 령할 생각이 있던 건 아니잖은가. 그냥 쳐들어오니까 맞서 싸운 것뿐 이고, 시비를 걸었으니 대장을 죽였 을 뿐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겸사겸사 일본과의 전쟁에서 입은 피해를 복 구하는 과정일 뿐이었다. 만약 저들 이 먼저 나서서 막대한 배상을 약속 했다면, 강진호는 일본에 쳐…….
아니, 솔직하게 쳐들어가긴 했겠 지! 솔직하게!
하지만 좀 더 온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 모든 사태의 책
임은 저들이 져야 한다.
“일본 정부는?”
“딱히 반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위대를 동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 니 한동안은 관망하겠죠. 만약 수탈 이 심해진다 싶으면 야쿠자들을 직 접 검거하여 돈줄을 끊으려 할 테지 만, 그게 그리 쉽지 않을 겁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야쿠자들은 일본 정계에 막대한 돈을 후원하고 있다. 국가를 위한다면 그 후원금을 밀어 내고 야쿠자들을 섬멸해야겠지만, 글쎄…….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가능했다면 야쿠자라는 이름이 고 유명사가 되어 타국에 퍼질 지경이 되었겠는가. 몇 십 년 동안 야쿠자 가 사회 문제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방치해 온 일본이다.
어느 나라든 나라의 명운보다 자 신의 주머니가 중요한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이들이 아직 존재하 는 이상 대대적인 야쿠자의 섬멸은 불가능할 게 분명하다.
그리고 설사 그들이 독한 마음으 로 섬멸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야쿠 자가 사라진 자리는 새로운 이들이 채우기 마련. 총회는 기다렸다가 그
들을 다시 포섭하면 된다.
‘한 나라의 무인계가 완전히 무너 지면 이렇게 되는군.’
대놓고 다른 나라의 무인들이 파 고들어서 암흑계를 휘어잡는데도 국 가에서는 나설 수가 없다. 군대를 움직일 명분이 없고, 경찰들로는 무 인들을 상대할 수가 없다.
그러니 대항할 방법이 없는 것이 다.
시간이 흐른다면 다른 방법을 생 각해 낼지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총 회가 원하는 대로 흘러갈 것이다.
“그럼 이제 일본은 안정화가 되었
다고 봐도 되겠군.”
“그렇습니다.”
“그럼 끝난 건가?”
“아, 그건 아닙니다.”
이현수가 손을 내저었다.
“일본을 복속시킨 건 단순히 야쿠 자 놈들에게 상납금이나 받아먹자고 한 건 아닙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MK의 이름으로 사업을 할 생각입 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준비를 하 고 있습니다만, 이건 확실해지면 따 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영 찝찝한 눈으로 장민
을 바라보았다.
“장민은 한국으로 복귀하도록.”
“마존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안 그래도 이제 슬슬 교도들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있는 참이라, 제가 복귀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던 중입니 다. 삼 일 내로 교도들의 정신을 재 무장해 두겠습니다.”
또 곡소리 나겠네.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교도나 수련생을 말 그대로 쥐 잡듯이 잡아버리는 건 마교의 전통 이나 다름없다. 하기야 그 전통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를 생각하
면 강진호가 할 말이 없지.
‘이상한 전통을 남겨 버렸어.’
마염들이 들었으면 ‘그게 회주님 이 할 말입니까?’를 외치며 피를 토 했겠지만, 다행히 이곳에는 이명한 이 없었다.
“그럼 그 부분은 이 실장이 신경 을 쓰도록.”
“예, 회주님.”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쪽으로 말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장민이 얼굴을 뚫어버릴 것 같은 시 선으로 강진호를 응시했다.
뭐랄까…….
불만이 있어서 노려보는 시선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그 강렬함은 노려봄에 못지않았다.
강진호가 쓴웃음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일본에서 노고가 많았다.”
“마존이시여, 제 어찌 노고를 논 하겠습니까! 이 모든 것은 오로지 마존과 교의 영광을 위한 일이었습 니다! 마존께 득이 될 수 있다면 제 뼛골이 부서진다 해도 마다치 않을 것입니다!”
그럼 생색이라도 좀 내지 말든가.
저게 언행일치가 안 되는 건지,
아니면 언행일치가 과하게 되는 건 지 순간 헷갈리는 강진호였다.
“여하튼 일본은 이쯤 넘어가 고……
“아, 한 가지 보고가 더 있습니 다.”
“•…”또 뭐‘?”
강진호가 뚱한 얼굴로 묻자 장민 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마염들에 대한 교육도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물론 위대하신 마존께 서 그들을 직접 교육할 때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무위도 굉장 한 상숭을 보였습니다.”
“ 흐음?”
강진호가 슬쩍 장민을 바라보았 다.
그의 얼굴에서 자신감이 엿보인 다.
‘ 과연.’
하기야 강진호는 과거의 친위대들 에게 무공을 주고 몰아치는 정도의 교육을 했을 뿐이지만, 장민은 평생 에 걸쳐 마교도들을 가르쳐 온 이 다.
아마 강진호가 놓친 부분을 알아 채고 교육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이 말을 하는 이유
도 있겠지.
“교에는 안 줘.”
“마공을 익혔습니다만……
“그래도 안 돼.”
“으으음 ”
장민이 무척 아쉽다는 얼굴로 강 진호를 바라본다. 그 모습이 마치 커다란 강아지가 바라보는 모습 같 아서 엄청 끔찍하다.
“……마존이시여, 그들은 교의 적 통을 이은 이들입니다. 단순히 전력 의 문제가 아니라 교의 안정을 위해 서도 필요합니다.”
“원래 총회 놈들이야.”
“소속이야 바뀌기 마련이지요.”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건 그놈들이 오면 정하게 하지.”
“현명한 결단이십니다!”
강진호의 미간이 좁아졌다. 바로 수락한다는 건 이미 마염들의 마음 이 교로 기울었다는 뜻이다. 적어도 장민은 그렇게 믿고 있는 게 분명했 다.
‘어떻게든 되겠지.’
손을 내저어 장민을 달랜 강진호 가 고개를 돌려 위긴스를 바라보았 다.
“일본은 이 정도면 됐고. 위긴스.”
“예, 로드.”
“보고해.”
“예.”
위긴스가 단호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