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79)
마존현세강림기-1481화(1478/2125)
마존현세강림기 60권 (13화)
3장 기여하다 (3)
회장실에는 강진호와 이사들, 그 리고 이현주가 들어와 있었다.
강진호는 회의실에 들어온 이들의 면면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고 말았다.
‘좀비 영화라도 찍나?’
모두 눈 밑이 시커멓고, 피부가
아주 박살이 나 있다. 누가 보면 MK가 사람을 혹사시키는 회사라고 생각할 것이 아닌가.
경영에 대해서는 영 관심이 가지 않아 신경을 덜 쓰지만, 그래도 직 원 복지에는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 는 강진호인지라 누군가가 그런 오 해를 할까 봐 꺼려진다.
이미지는 둘째 치고, 억울하니까.
“영양제라도 좀 먹지.”
“몸이 아파서 이런 게 아닌지 라……
“그래 보이긴 한다만.”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너무 과하게 긴장하는 것 아닌 가?”
황민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과하게 일해서 문제죠. 보통은 어떤 일을 진행하면 실행 당일 전까 지 이것저것 점검하느라 눈코 뜰 새 없어야 하는데, 지금은 할 수 있는 건 다 해버려서 달달거리는 것 말고 는 할 게 없습니다.”
확실히 그것도 문제였다.
“그래서 준비는 끝났나.”
“아니요!”
이현주가 눈을 부라렸다.
“내일 회장님이 CF 촬영을 해주
셔야 합니다!”
어, 그게 내일이었나?
왜 나는 들은 기억이 없지?
“이번 일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회장님도 함께해 주십시오!”
“안 그래도 그 일 말인데……
“예!”
강진호가 슬쩍 이현주의 눈치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에는 나는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 굳이 나까지 촬영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차라리 최 이사 혼자 찍는 게……
“회장님.”
이현주가 얼음장 같은 기세로 강 진호를 노려보았다.
그 기세를 보아하니 이현주가 이 중걸의 손녀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만큼이나 사람 살 떨리게 하는 기세였다.
“전에 약속하셨잖습니까.”
“어…… 음, 약속을 안 지키겠다 는 게 아니라…… 그, 합리적으로 생각해 볼 때……
“회장님.”
이현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회장님 에 대해서 아주 잘 파악하고 있습니 다.”
“ 으응?”
안경을 한 손으로 살짝 치켜올린 이현주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회장님에게는 별다른 매 력이 없습니다.”
“응?”
“패션 센스도 꽝이고, 유머 감각 도 별로고, 같이 있어서 재미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적이지 도 않고……
뭐지?
전쟁 선포인가?
“성격은 극도로 나쁜 편인데다가, 인내심이 부족해서 일이 조금만 늦 어져도 사람을 재촉해 대고, 티끌만 큼 피해를 보면 그걸 못 참아서 어 떻게든 보복을 하시는 분이죠.”
이사들과 황민수 사장의 시선이 강진호에게로 향했다.
‘그런 사람이었어?’라는 눈빛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문제는 저 인격 모독에 가까운 막말 중 강진호가 반박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이 사
실이다.
“따져 보면 최 이사님이 대체 왜 회장님 같은 남자를 골랐는지 의문 이죠. 아무리 눈이 낮다고는 하지 만……
더 이상은 참지 못한 강진호가 준엄한 질책을 했다.
“너는?”
이현주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렇게 눈이 높아서 고른 남자가 이현수냐는 의미다. 순간, 반박할 말 이 사라진 이현주가 주먹을 꽉 움켜
쥐었다.
하지만 그 분노는 강진호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르게여. 즈가 왜 그른 걸 골라 가즈그.”
“……이 부러지겠다.”
괜히 미안하네.
순간, 살기를 뿜어낸 이현주가 한 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여하튼 CF에서는 그런 성격이 안 나옵니다. 그냥 얼굴만 나오죠. 그리고 회장님의 얼굴은 그 모든 성 격을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로 괜찮 습니다. 얼굴만요, 얼굴만.”
뒤에 두 단어는 굳이 안 붙여도 될 것 같은데.
“입 열면 깨지만, CF에서는 입 열 일 없도록 해뒀습니다. 정지 사 진처럼 그냥 가만히만 계시면 되니 까, 불만 없이 다녀오십시오! 사운 이 걸린 일입니다!”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많았죠!”
“응‘?”
이현주가 무시무시한 눈으로 강진 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많은 시간을 중국 간다고 날
려 먹고, 미국 간다고 또 날려 먹 고, 한 달 중에 삼 일 출근하는 일 이 계속되지만 않았어도 다른 방법 이 있었겠죠!”
“••••••할게.”
아, 한다고.
사람 그렇게 칼로 푹푹 찌르지 말라고.
이현주의 말에 이사진들이 뚱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봤다.
생각해 보면 일은 자기가 벌여놓 고 출근도 거의 안 한 사람이 강진 호다. 심지어 자기 아버지까지 일에 끌어다 놓고!
“물론 회장님이 굳이 일일이 사업 에 관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회장 이 해야 할 일은 방향을 잡고 그 방향이 옳은지를 확인하는 거지, 디 테일을 잡을 필요는 없죠.”
이현주에게 쉴 새 없이 얻어맞는 강진호가 보기 안타까웠는지 황민수 가 강진호를 거들고 나섰다.
“그, 그렇죠.”
황민수가 빙그레 옷으며 말을 덧 붙였다.
“하지만 최소한의 관심은 보여주 셔야 일하는 사람들이 힘이 나는 법 입니다.”
“……네.”
강진호가 소파에 파묻혔다.
“그럼 내일 촬영하시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회장님의 상태를 고려 하여 정말 말 그대로 목석처럼 서 있는 배역으로 해달라고 했으니까 요. 앉아서 커피나 드시면 됩니다.”
“그건 잘할 수 있을 것 같군.”
아무리 강진호가 연기에 소질이 없 다지만, 그 정도야 별문제가 있겠는가.
“편집 끝나는 대로 대대적으로 광 고 들어갈 겁니다. 원래는 벌써 편 집이 끝나서 방영 일정 확정받아 두
고 기다려야 하는 건데……
까드득.
이현주가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 다. 그 초조함에 강진호마저 전염되 는 느낌이었다. 아까부터 자꾸 화장 실에 가고 싶다.
“가맹점주들은?”
그래도 말을 돌릴 화제를 찾아서 다행이었다.
“교육은 완벽합니다. 가맹점주들 의 특성상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할 확률이 조금 높다는 것 빼고는 다 괜찮습니다.”
“그게 제일 문제 아닌가?”
“괜찮습니다. 수틀리면 죽여 버린 다고 했으니까요.”
강진호가 멍한 눈으로 바라보자, 이현주가 피식 웃는다.
“농담이에요.”
“그럼 그렇지.”
“실제로는 더 심하죠. 자기들끼리 감시하고 있으니까요.”
“예?”
이현주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게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인데, 가맹점주들끼리 서로 안면이 있다 보니까…… 서비스 잘못해서 나쁜
소문이 나게 하는 지점은 찾아가서
사장 죽여 버릴 거라네요.”
어? 어, 그럴 수 있지. 그렇지.
서로 동기니까. 이제는 동기라기 보다는 친구 관계고.
“이제는 지들끼리 커뮤니티 만들 어서 청소하는 거, 자기들 자체적으 로 인테리어 추가한 것 인증을 올리 면서 자랑 배틀도 붙었더라구요.”
“••••••왜?”
“요즘 애들은 그러고 놀아요.” 너는 요즘 애가 아닌 것처럼 말 하는구나.
강진호가 도무지 모르겠다는 얼굴 을 했다.
“여하튼 지금까지는 그게 도움이 되고 있으니까 그냥 내버려 둘 생각 입니다.”
“으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의욕이 있어 보여서 좋다.
“그런 농담이라도 해주니 좋네.”
“농담이요?”
이현주가 고개를 갸웃했다.
“회장님, 아니, 회주님. 애들이 총 회에서 나왔다고 평범한 사람 된 것 처럼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쟤들은
정말 자기 먹고사는 데 지장 주는 놈은 다리 밑에다 매달아 버릴 놈들 입니다.”
“일반인은 못 건드려서 참는 거지 만, 지들끼리면 그런 기준도 필요 없죠. 아마 수십 명이 몰려가서 곤 죽을 만들어 버릴걸요?”
강진호의 이마에서 살짝 땀이 배 어났다.
하기야 생각해 보면 정말 그러고 도 남을 놈들이다.
“다들 그만큼 이 일에 인생을 걸
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회장님 도 그 짐의 무게를 생각해 주세요. 회장님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일지 모르지만, 이건 더 이상 가 벼운 일이 아니에요. 적어도 수백 명, 어쩌면 그 이상의 인생이 걸려 있습니다.”
강진호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가볍게 생각한 적은 없어.”
“그러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회장 님은 그런 분이시니까요.”
이현주의 눈에 신뢰가 묻어난다.
하지만 그 신뢰의 방향이 문제였
다.
“그러니 내일 촬영에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이사님도 잘 달래주시구 요.”
강진호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 어났다.
“……노력해 볼게.”
“가서 쉬십시오. 내일의 만전을 위해서!”
강진호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는 비틀비틀 회의실을 벗어났다.
“그럼 모두 수고들 해요……
탁.
강진호가 회의실을 나가자 다들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저도 준비가 남아서……
“아, 그래요. 이 실장.”
이현주마저 회의실을 나가자 노태 광이 피식 웃으며 말한다.
“진짜 걸물 아닙니까?”
“이 실장? 나도 그렇게 생각하 네.”
“아니요. 회장님이요.”
“웅?”
황민수가 고개를 돌려 노태광을 바라보았다.
“권위주의 타파니 어쩌니 하는 말
은 수도 없이 들어봤지만, 살면서 저렇게까지 권위를 안 내세우는 사 람은 처음 봤습니다. 이런 장면이 재경에서 나오는 걸 상상하실 수 있 으십니까?”
“••••••못하지.”
일개 실장이 황정후에게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면서 황정후가 해야 할 일을 지정해 준다?
‘말도 안 되지.’
황정후가 역정을 터뜨릴 필요도 없다. 황정후 이전에 이사진들이나 사장단이 뒤집어질 테니까.
재경에서 황정후는 왕이나 다름없
는 존재다. 그리고 왕에게는 사소한 상소조차 격식을 갖춰야 하는 법이 다.
반면에 MK에서 강진호는?
‘그보다 더하지.’
가진 권력을 중심으로 평가하자 면, 강진호는 차라리 황제다. 황민수 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대한민국의 기업에서 황정후 이상의 권한을 가 지고 존중받는 경영자가 있을 거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MK에서 강진호가 가지는 권한은 재경에서의 황정후를 깔끔하 게 뛰어넘고, 그가 받는 존중도 황
정후 이상이다.
말 그대로 황제.
모든 것을 제 마음대로 할 수 있 는 수준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일개 실장에 게 잔소리를 듣고, 시무룩해서 회의 실에서 도망간다.
아이러니하다.
“걸물은 걸물이지.”
사고방식 자체가 평범한 이들과는 다른 것 같다.
권한이나 권력이라는 것은 칼과 같다. 잘못 휘두르면 본인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걸 모두 알지만, 칼을
손에 넣은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그 칼을 칼집에서 꺼내 휘둘러 보고 싶 어 한다.
하지만 강진호에게는 그 칼을 휘 둘러 보려는 욕심이 없다.
그러니 사람들이 강진호를 편히 여기는 것이다. 그 칼이 자신을 해 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으니까.
상황을 지켜보던 최병찬이 가만히 입을 열었다.
“걸물이고 어쩌고 할 일이 아니 라, 오픈 준비나 마저 하십시오. 이 거 제대로 안 되면 그 걸물한테 얻 어맞게 생겼으니까요.”
최병찬이 어깨를 으쓱했다.
“재경에 있을 때 여러 광고를 찍 어봤지만, 솔직히 저만한 마스크는 처음이지 않습니까? 광고 효과는 확 실하겠죠. 인지도가 좀 부족하다는 게 문제지만, 그건 이사님이 커버해 주실 거고.”
“그렇지.”
“그럼 어떻게든 이걸 활용해서 광 고 효과 늘릴 준비나 하는 게 낫습 니다. SNS에 회장님 얼굴 사진을 올리면 경품을 준다든가.”
“……그런 거 해도 될까?”
“일단 저지르고 나면 뭐 어쩌시겠 습니까? 욕 먹는 게 망하는 것 보 다는 낫죠. 일단은 성공부터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최병찬의 말에 황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친구들 불러서 아이디어 좀 들어보지. 뭔가 신기한 게 나올 것 같은 느낌이네.”
“예, 그러죠.”
이 간단한 제안이 강진호에게 어 떤 고통을 불러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임원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