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80)
마존현세강림기-1482화(1479/2125)
마존현세강림기 60권 (14화)
3장 기여하다 (4)
“다시.”
임여진의 얼굴이 살짝 하얗게 떴 다.
“어, 언니, 충분히 잘된 것 같은 데요?”
“다시.”
임여진은 거울에 비치는 최연하의 얼굴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하라고!’
거울에는 여신의 모습이 비쳐지고 있었다.
최연하는 굳이 화장을 하지 않아 도 아름답다. 하지만 카메라에 노출 될 때는 화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예뻐 보이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니라 촬영의 특성 때 문이다. CF나 영화를 찍는 배우들, 그리고 무대에 서는 가수들은 필연 적으로 조명에 노출된다.
강렬하기 짝이 없는 조명을 정면 으로 받으면 색감이 살아나고 조금 더 아름다워 보이는 효과가 있지만, 윤곽선이 희미해지는 단점도 있다.
그 윤곽을 잡아주는 게 바로 메 이크업이다.
평소 최연하는 메이크업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니, 사실 딱 히 신경을 쓸 필요도 없다. 윤곽만 잡아주면 얼굴이 알아서 일하니까.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는 다르게 거울에 비친 얼굴에 영 만족하지 못 하는 모양이었다.
“여기 보여?”
“네?”
“여기.”
최연하가 자신의 오른쪽 눈 아래 를 가리켰다.
“여기 자글자글한 거 안 보여?”
언니, 자글자글의 뜻이 뭔지 모르 시는 것 같은데요……. 그건 매끈매 끈이라고 불러야 되는 곳이에요. 국 어를 아프리카에서 배우셨나…….
“여기가 매끈하지 않잖아! 나이가 보여, 나이가!”
“……언니, 그…… 제가 보기엔 괜찮아 보이는데요.”
설사 괜찮지 않아도 그렇다.
주름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소관 이 아니다. 그건 대한민국의 훌륭하 신 피부과 의사와 성형외과 의사들 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시술의 문제를 커버로 해결하라고 하다니, 이게 무슨 횡포란 말인가.
“언니, 충분히 어려 보여요. 지금 언니를 보고 서른 다 된 여자라고 누가 생각하겠어요?”
“뭐?”
아, 실수.
“동안이란 말이죠, 동안! 언니 같 은 동안이 또 있겠어요?”
임여진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리터칭했다. 하지만 최연하의 반응 은 영 좋지 않았다.
“동안은 얼어 죽을. 진짜 안 늙은 것들도 있는데.”
“예?”
최연하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 다.
‘아니, 그놈들은 무슨 불로초라도 처먹고 다니나.’
총회를 보고 한 가지 느낀 건, 그 사람들이 도무지 제 나이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강진호?
강진호야 이해한다. 강진호는 실 제로 어리니까. 머릿속에 뭐가 들어 가 있든 간에 몸은 창창한 20대 중 반이니 당연히 어려 보이겠지.
하지만 이현수는 최연하보다 나이 가 훨씬 많은데도 또래로밖에 보이 지 않는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제 겨우 50대 초입으로…… 아 니, 솔직히 그 수염과 헤어스타일이 아니면 40대 초입으로도 보일 만한 위긴스의 실제 나이를 듣고는 얼마 나 놀랐던가.
‘밥에 방부제를 타서 먹나?’
최연하도 나름 동안으로는 자신이 있는 사람이고, 그런 평가를 듣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쨌든 최연하는 세월과 함께 늙어가는 사람에 불과 하다. 저들처럼 세월을 역행하는 건 최연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비법을 알려 달라고 해야지.’
성형을 하면 시간을 어느 정도 잡을 수는 있겠지만, 최연하는 성형 을 좋아하지 않는다. 인공미를 거부 한다든가, 지금 얼굴에 자신이 있다 든가 하는 속 편한 소리를 늘어놓고 싶지는 않다.
이뻐질 수만 있다면 그게 별건가.
문제는 최연하는 얼굴에 칼이 닿 는 걸 버틸 용기가 없다는 점이다.
‘무서워서 주사도 못 맞는데……
그리고 몸은 늙어가는데도 얼굴만 붙들고 있는 것과 노화 자체를 늦추 는 게 같을 수는 없다. 어떻게든 강 진호를 닦달해 비법을 알아내야겠다 는 생각을 하며 최연하가 거울을 노 려보았다.
“더 안 된다, 이거지?”
“네, 언니. 그냥 기분 탓인 것 같 은데……
눈 아래를 대패로 밀어도 이보다 더 반듯해지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임여진이 최연하의 눈치를 슬 쩍 살폈다.
최근 들어서 갑자기 성격이 좋아 진 최연하라고는 하지만, 사람은 그 리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다. 특히 나 사람의 본성이 바뀌었다는 이야 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의 최연하도 언제 어떤 이유로 폭발해서 이곳을 뒤집어놓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임여진이 식은땀을 흘리며 최연하 의 표정을 주시했다. 그때, 최연하의 입이 살짝 열렸다.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임여진의 몸에서 힘이 쪽 빠져나 갔다.
“수고했어.”
최연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임여 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수고는요! 언니, 오늘 메이크업 이 정말 잘돼서 저도 기분 좋아요.”
“그래. 너, 퇴근해?”
“아뇨. 촬영 중간중간 리터칭해야 하니까 남아야죠.”
“아, 그렇구나. 그래, 알았어.”
최연하가 임여진을 향해 싱긋 웃 어주고는 촬영장으로 향했다. 컨테 이너에서 나오자 밝은 햇살이 최연
하를 내리쬐었다.
“후우.”
그녀의 눈에 깔끔하게 인테리어된 카페가 들어온다. 카페 안에는 이미 촬영진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새로 개업하는 카페에 대한 광고 인 만큼, 매장에서 촬영하기로 한 것이다.
콩닥대는 가슴을 느낀 최연하가 살짝 당황한 얼굴을 했다.
물론 촬영을 할 때마다 긴장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촬 영에 익숙한 이라고 해도 촬영이 편 해서는 안 된다. 카메라 앞에서 긴
장하지 않는 연기자는 연기를 할 자 격이 없다.
언제나 신인 같은 마음으로 최선 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촬영 에 임하는 최연하의 지론이었다.
하지만 지금 느끼고 있는 긴장감 은 그런 류의 긴장감과는 조금 달랐 다.
최연하가 카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 최연하 씨, 오늘 최고시네 요!”
“정말 예쁘세요.”
최연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칭찬에 화답했다.
“감사합니다.”
진심인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하 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칭찬은 언 제 들어도 기분 좋은 일이다.
살짝 심호흡을 한 최연하가 몸을 돌려 한쪽 테이블로 향했다. 그녀의 눈에 그 테이블에 앉아 있는 한 남 자가 들어온다.
“아••••••
최연하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검은 슬렉스에 하얀 셔츠.
말 그대로 베이직 중에 베이직이
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남자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메이크업한 얼굴과 깔끔하게 정리 해 올린 머리, 거기에 탄탄한 몸은 정석이 왜 정석인지 알게 해주었다.
‘170km 짜리 돌직구라는 느낌이 네.’
변화구도, 완급 조절도, 심지어 컨트롤도 딱히 필요 없다.
지옥에서 온 좌완 파이어볼러가 한가운데에 직구를 쑤셔 박는 다. 하지만 그 직구가 너무 빨라서 손도 댈 수 없다.
지금의 강진호는 그런 느낌이었
다.
최연하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살 짝 찌푸렸다.
‘파운데이션 좀 두껍게 발라 달라 고 할 걸 그랬나?’
얼굴이 좀 빨개졌을 것 같다. 하 기야 아무리 파운데이션을 바른다고 해도 빨개진 귀를 감출 수는 없겠 지.
“여, 여기 시원한 물 있을까요?”
“바로 가져다 드릴게요.”
“네. 감사해요.”
냉수 먹고 속 차려야지, 냉수 먹
고.
“크흠! 흠!”
최연하가 크게 헛기침을 하고는 슬며시 강진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자 강진호가 최연하를 보며 어색하게 웃는다.
“왔어요?”
“오, 오지, 그럼 가요?”
“네?”
“아…… 아니에요.”
뭘 되는대로 지껄이는 거야!
최연하가 당황하여 손부채질을 했 다.
‘미쳤지, 미쳤어. 이쯤 됐으면 콩 깍지가 벗겨질 만도 한데……
옷이 날개라더니.
아니, 메이크업…… 아니, 헤어스 타일인가?
여하튼!
평소처럼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에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다니던 강진 호가 아니었다. 이전에도 몇 번 이 런 모습을 본 적이 있어서 나름 익 숙해졌을 거라 생각했건만, 아무래 도 이 모습에는 아직 면역이 생기지 않은 모양이다.
최연하가 붉어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 슬쩍 밖을 바라보았다.
“몸이 안 좋아요?”
“네? 왜요?”
“얼굴이 빨간데.”
이 새끼는 언제쯤 눈치가 생기려 나?
어떻게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부 터 지금까지 저렇게 초지일관하게 눈치가 없을 수가 있지?
뭔가 한숨이 막 새어 나오는 최 연하였지만…… 그 와중에도 잘생겼 다. 미친.
“오, 오늘 좀 멋있네요.”
“그래요? 저는 어색해서.”
강진호가 손을 들어 목의 단추를 하나 풀었다.
‘헐 ~ 뭐야, 이 인간?’
유혹하나?
아니, 이게 그럴 리가 없는데.
자신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어 떤 파급력을 가지는지 모르는 강진 호라 저럴 수 있는 것이다.
보라.
‘아주 눈이 하트 모양이 될 기세 네.’
촬영장의 여자 스탭들이 아까부터 강진호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이해한다, 이해해.
최연하나 여기 있는 스탭들이나 잘생긴 남자는 원 없이 보는 사람들
이다. 특히나 CF는 연기력이고 나 발이고 일단 비주얼로 반은 먹고 들 어가는 세상 아닌가.
당연히 눈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강진호는 그렇게 눈이 높 아진 스텝들마저 반쯤 홀려놓고 있 었다.
‘묘하단 말이야.’
얼굴로만 따지면 강진호에 필적할 이들이 없는 건 아니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최연하가 아는 연기자들 중 에서도 강진호와 비슷한 급이 몇은 된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강진호에게서
는 눈을 뗄 수가 없다.
‘이걸 야성미라고 하나?’
표현이 좀 맞아떨어지지 않는 느 낌인데…….
여하튼 강진호에게는 뭔가 정제되 지 않은 느낌이 있다. 업계에서 만 나는 잘생긴 미남들이 온실 속에서 온갖 영양제를 맞고 큰 화초라면, 강진호는 길바닥에서 자란 들풀이 다.
그 묘한 매력이 사람을 끌어…….
‘개뿔이! 그냥 잘생겼구만.’
눈독 들이지 마, 이년들아. 내 거 야.
최연하가 살짝 사나운 눈으로 주 위를 돌아보•자, 그 눈빛의 의미를 알아챈 이들이 가만히 시선을 내리 깐다.
최연하가 대놓고 공개 연애를 선 언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 겠는가. 그리고 이곳에 있는 스탭들 은 그 공개 연애의 대상이 강진호라 는 걸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러니 대놓고 성질을 부려도 할 말이 없을 수밖에.
“잘할 수 있겠어요?”
“……모르겠습니다.”
강진호가 습관적으로 머리를 긁으
려 했다.
“손! 손!”
“아••••••
머리를 리젠트로 고정했다는 걸 떠올린 강진호가 입맛을 다시며 손 을 내렸다.
“옷도 불편하고, 머리도 불편하 고.”
“다들 그렇게 살아요.”
“영 안 맞는 짓을 하는 것 같아 서.”
“강진호 씨.”
“네?”
“남들은 그렇게라도 해서 이미지
좋게 만들려고 애써요. 부모가 주신 좋은 얼굴로 편하게 산 거니까, 불 평불만하지 말아요. 다른 남자들이 들으면 욕해요.”
“……네.”
강진호가 시무룩한 얼굴을 했다.
‘부모가 주신 건 아닌데.’
강진호는 원래 그렇게 잘생긴 편 은 아니었다. 다만, 무공이란 것은 경지가 높아질수록 육체의 밸런스를 맞추기 마련이고, 강진호는 워낙 어 린 나이에 상숭에 경지에 오르다 보 니 얼굴마저 과도하게 밸런스가 맞 아떨어진 것뿐이다.
뭐, 그런 걸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으니까.
“크으,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 에요.”
감독이 너스레를 떨며 다가온다.
“준비되셨으면 이제 디렉팅 한 번 하고 시작해 볼까 하는데, 어떻습니 까?”
“네. 저는 괜찮아요.”
“아, 저도.”
“아…… 준비가 되셨습니까! 그럼 제가 간단하게 연기에 대해서 설명 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연신 굽실대며 최대한 낮은 자세
를 취하는 감독이었다. 최연하의 촬 영장에서야 흔하게 벌어지는 모습이 지만, 문제는 그 굽실의 방향이 최 연하가 아니라 강진호라는 점이었 다.
스탭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감독님 왜 저러시니? 신인 남자 배우는 거의 쥐 잡듯이 하는 분인 데, 최연하 씨 남친이라 그러나?”
“에이, 감독님이 그런 것 신경 쓰 는 것 봤어?”
“못 봤지. 그러니 이상하다고 하 잖아.”
“이상할 것 없어. 저 사람, 광고
주래.”
“응? 누구?”
“저 사람.”
모여 있던 이들의 시선이 강진호 에게로 향했다.
어?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