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82)
마존현세강림기-1484화(1481/2125)
마존현세강림기 60권 (16화)
4장 개업하다 ⑴
녹초가 되어버린 강진호가 의자에 축 늘어졌다.
물론 강진호가 이럴 정도니, 다른 이들의 상태야 굳이 말할 필요도 없 을 것이다.
“……죽을 것 같다.”
“……이제는 화면도 잘 안 보여.”
스탭들이 다들 입으로 영혼을 흘 려 대고 있었다. 마치 좀비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촬영장에서 단 한 사 람만이 여전히 생기발랄하게 움직이 고 있었다.
“한 번만! 딱 한 테이크만 더 가 봅시다!”
“……감독님, 이러다 사람 잡습니 다.”
“촬영감독님, 딱 한 번만 더 가보 자구요! 모르시겠습니까? 이거, 터 집니다! 뭐가 터져도 제대로 터진다 구요!”
박강성의 두 눈이 불을 뿜었다.
촬영감독이 그 기세에 눌려 움찔 했다.
“아니…… 아는데, 내가 알긴 아 는데요. 감독님, 그래도 이게……
촬영감독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 다.
‘이래서 감독이란 새끼들은.’
몇 테이크를 더 찍는 게 뭔 의미 가 있겠는가. 지금까지 이렇게 추가 로 촬영한 장면이 더 쓰이는 걸 본 적이 없다. 죽어라고 추가 촬영을 해놓고 앞부분에 촬영한 컷으로 확 정하고 작업 들어가는 꼴을 어디 한 두 번 봤는가.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 다. 스탭들이 지치는 만큼 배우들도 지치기 마련이고, 지칠 때 찍은 컷 이 그 이전에 찍은 컷보다 예쁘게 빠질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걸 빤히 알면서도 미련 을 버리지 못하는 게 감독이라는 족 속들이다.
“아니, 감독님. 지금까지 나온 것 만으로도 충분하잖습니까. 보정 없 는 화면만 봐도 눈 호강하는 수준인 데, 이걸 굳이 더 찍을 필요가 있습 니까?”
“충분하죠, 당연히 충분하죠. 그런
데 이번 촬영은 충분한 걸로 안 됩 니다! 저는 이걸로 커리어에 방점을 찍을 거란 말입니다! 촬영감독님,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감독님, 정신 좀 차리세요. 해 졌잖아요.”
“어?”
박강성이 떨리는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노을도 지고 어 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아, 안 되는데……
이번 CF의 배경은 오후다. 오후 를 배경으로 하는 컷과 밤을 배경으 로 하는 컷이 같을 수는 없다. 창밖
이 어두워지면 색감부터 조명까지 모든 걸 바꿔야 한다.
박상성이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 다.
“안 되는데, 진짜 안 되는데. 딱 세 컷만 더 해보면 되는데……
‘이 새끼, 한 컷이라더니.’
촬영감독이 고개를 내저었다.
“원래 모두가 만족할 만한 장면은 천 컷을 찍어도 안 나오는 법입니 다. 이제 그만 타협하시죠.”
“하아••••••
박강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예. 감독님, 잘 생각……
“내일 아침에 추가 촬영을 하는 걸로!”
그만해, 이 미친놈아!
내일 오전에 추가 촬영을 하자는 감독의 제안은 스탭들의 간절한 눈 빛을 받은 최연하가 텀블러를 움켜 잡고서야 기각되었다. 더 주장했다 가는 그 텀블러가 자신의 머리에 꽂 힐 것이라는 걸 깨달은 감독이 눈물 을 머금고 추가 촬영을 포기하고 말 았다.
웬만하면 추가 촬영을 피하지 않
는 최연하지만, 이번만은 참을 수가 없었다.
‘아니, 뭐, 다양하게 찍기라도 하 면말도 안 하지.’
이번 촬영의 컨셉은 아주 간단하 다.
최연하와 강진호가 앞에 커피를 놓고 마주 앉아 그저 서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고는 살짝 어색한 둣 옷거나, 괜스레 시선을 돌리거나 하는 장면 을 여과 없이 보여주다가 카메라가 멀어지며 카페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게 전체적인 컨셉이었다.
그런데 이걸 백 번이 넘게 찍어 대서 달라질 게 대체 뭐가 있는가. 미묘한 감정의 변화도 어느 정도지.
‘마지막쯤에는 저 얼굴이 잘생겨 보이지도 않았어.’
얼마나 지쳤으면.
얼마나 많이 봤으면.
최연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쨌든 그녀나 강진호나 정말 최 선을 다했다. 특히나 강진호는 거의 넋이 나가서 의자에 반쯤 파묻혀 있 었다.
“……일어나 봐요, 진호 씨. 이제 끝났어요.”
“ 진짜요……?”
“네. 끝났으니까 힘 좀 내봐요.” 강진호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다.
“이렇게 격렬하게 씻고 싶다는 생 각이 든 적은 정말 오랜만인데.”
“우는소리 하지 마세요.”
“아니, 그게 아니라……
강진호가 허리를 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CF 촬영이 이렇게 힘들 거라고 는 생각 못했습니다. 진짜 힘들게 일하시네요.”
“힘들게요?”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제가 뭘 힘들게 일을 해요? 놀 고먹는 거지.”
“네?”
“세상에는 이보다 백배는 어려운 일을 하면서 돈은 백분의 일도 벌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해요. 그런 데 어딜 감히 힘들다는 말을 해요?”
그도 맞는 말이다.
강진호는 새삼스러운 얼굴로 최연 하를 바라보았다.
한 번씩 보면 최연하는 굳이 투 정 부릴 필요가 없는 곳에는 과도하
게 투정을 부리는데, 투정을 부려도 될 만한 곳에서는 과도하게 엄격한 측면이 있었다.
기본적인 행동 패턴이 평범한 사 람들과는 조금 다르다고나 할까.
‘하기야.’
강진호가 그걸 지적할 자격은 없 지만 말이다.
“여하튼 이제 이건 끝난 거죠?”
“네. 이제 내일 이미지 촬영만 하 면 된다네요.”
아, 그것도 있었지.
“이미지는 다른 감독님이랑 작업
해요. 스탭도 다 바뀔 거구요. 그러 니까 우는소리 하지 말고, 집에 가 서 푹 쉬고 내일 완전히 충전해서 나오세요.”
강진호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사진 촬영은 좀 낫겠죠?”
“훨씬 낫죠. 훨씬 편하구요.”
“그나마 다행이네요.”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고는 한 가지 사실을 뼈저리 게 실감했다.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 는구나.’
사람은 각자 잘하는 게 있는 법
이다. 그리고 강진호는 그 잘하는 게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는 사람이 다.
누군가와 싸우는 건 자신이 있지 만, 이런 일을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았다.
“잘 빠졌으면 좋겠네요.”
“예. 정말이요.”
강진호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이렇게 고생했으니 정말 결과가 좋았으면 싶다.
‘애들은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을 알까?’
괜스레 쓴웃음이 나는 강진호였
다.
“거……
성주찬의 눈가가 경련을 일으켰 다.
이해한다.
불안하겠지.
오픈이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왔 는데 왜 불안하지 않겠는가. 사람이 라면 불안할 수밖에 없지.
성주찬 역시 겪어보지 않았던가.
선배가 하던 카페를 인수하여 새
로 오픈할 때, 그 떨리던 마음이 아 직 생생하다.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는 불안함은 그 어떤 말로도 쉽사리 위로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해는 하는데…….
“아니! 불안하면 불안한 거지, 그 불안을 왜 남의 카페에 와서 풀고 있냐고! 아직 개업도 안 했는데!”
카페 안에 꽉 들어찬 인간들을 보며 성주찬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재개장하려 준비 중인 카페다. 아직 개시도 하 지 않은 카페에 새로 카페를 여는 점주들이 모두 몰려와 자리를 축내
고 있다.
“거, 너무하네. 지방에서 올라왔는 데. 야! 부산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줄이나 아 냐‘?”
“누가 오라 그랬냐, 이 미친놈들 아!”
성주천이 버럭질을 해 대자, 다들 불만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저 새끼, 저거 안 되겠네.”
“사람이 불안해서 같이 이야기 좀 하겠다는데, 그걸 못 참아서 저러네, 저거.”
“냅 둬라. 지는 배부르다, 이거
지.”
성주천의 귀에서 새하얀 김이 뿜 어지기 시작했다.
‘주님, 이 새끼들을 죽이고 제가 지옥 가겠습니다.’
정말 생각 같아서는 다들 믹서기 에 넣어서 갈아버리고 싶다.
카페를 하면 진상 손님을 조심하 라고 하는데, 어쩐지 성주찬은 진상 으로 느껴지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 그가 받은 손님들이 다들 좋은 사람 들인가 싶었는데, 이제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 미친놈들이랑 지내다 보니 웬
만한 진상질은 진상으로 느껴지지도 않는 것이다.
“야, 너무 그러지 마라. 오죽하면 이러겠냐.”
아니, 그건 이해한다고!
그건 충분히 이해하고, 나도 위로 해 주고 싶다고!
그런데 왜 남의 오픈도 안 한 가 게에서 이러냐고, 이 답도 없는 것 들아!
“커피 리필 좀!”
“야, 이 미친놈아! 커피 리필을 다섯 잔째 처먹는 놈이 어디에 있 냐! 돈도 안 내놓고.”
“돈을 안 냈으니까 괜찮은 거 아 냐? 어차피 공짜잖아.”
사고방식이 다르다.
성주찬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힘 없는 손으로 커피 잔을 받아 들었 다.
‘제발 빨리 오픈 좀 해주십시오, 제발! 이러다가 제가 먼저 죽겠습니 다.’
그래도 가게를 오픈하고 나면 저 들 가게 관리한다고 여기 와서 죽치 는 일은 좀 줄어들겠지.
“아니, 너희 서비스 교육 안 받았 냐? 회사에서 빡세게 시킨 걸로 아
는데?”
“접객하는 법은 배웠지. 그런 의 미에서 너는 접객의 기본이 안 되어 있어.”
“손님으로 와라, 손님으로!”
성주찬이 가슴을 마구 두드렸다.
“저, 저, 성질머리하고는.”
“쟤는 안 된다니까.”
성주찬이 이를 뿌득뿌득 갈고는 입을 열었다.
“야, 이 새끼들아! 여기서 죽칠 시간 있으면 가게 앞이라도 쓸고, 알바 교육이나 해! 지금 오픈이 며 칠 남았다고 여기 와서 이러고 있
어.”
“다 했어, 인마. 우리가 너 같은 줄 알아?”
성주찬은 이번에 화를 내지 않았 다.
“너희, 이거 다 하는 데 돈이 얼 마나 드는지는 알고 있냐?”
“알지 왜 몰라. 우리가 돈 냈는 데.”
“니들이 낸 돈으로 인테리어비나 나올 것 같아?”
모두가 조용해졌다.
“프렌차이즈를 하면 회사에서도
투자를 해야 하는 건 맞지. 그런데 그건 관리나 연구 개발비를 말하는 거지. 지금 회장님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고 있는 거 아냐? 니들이 생 각하는 만큼 가게 잘 돌아가도 이거 회수하는 데 3년은 더 걸려. 알아?”
“그렇게나? 3년이나 걸려?”
“3년만 걸리면 다행이게!”
성주찬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애초에 이놈들은 운영에 대한 개 념이 너무 안 잡혀 있다. 그나마 개 업 전에 나름 교육을 받아서 가게의 운영에 대한 개념은 잡혔지만, 그 운영을 조금이라도 쉽게 만들어주기
위해 MK가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 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회주님…… 아니, 회장님은 윈윈 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 건 절대 윈윈이 아냐. 회장님이 마 음만 먹으면 이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얼마든지 다른 사업 할 수 있어. 그런데 일부러 니들 먹여 살 리겠다고 이러시는 거다. 아냐?”
“알지 왜 몰라.”
“아는 놈들이 이러냐?”
성주찬이 눈을 부라렸다.
“잘해라. 진짜 잘해라. 서비스 개 판으로 하거나 손님이랑 붙어 싸우
는 새끼 있으면 내가 진짜 뱃대지 쑤셔서 곱창 꺼내 버릴 테니까. 뒈 지려면 혼자 뒈져. 다른 동료들이나 회장님한테 피해 주지 마라. 특히나 회장님한테는 피해 주지 마! 죽인 다, 진짜!”
성주찬의 살벌한 일갈에 앉은 이 들이 슬쩍 눈치를 보았다.
평소 성격이 워낙 좋아서 놀려 먹기 딱 좋은 사람이 성주찬이다. 그러니 다들 이리 성주찬의 카페에 와서 죽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성주천이 저리 핏대를 세워 가며 말하니, 차마 반박을 할 수가
없다.
“걱정하지 마. 우리도 나름 각오 를 하고 시작한 일이니까.”
“잘도 그렇겠다.”
성주찬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니가 배 쑤실 것도 없 어.”
“옹‘?”
“이 실장님이 가만히 있겠냐?”
순간, 성주찬의 뇌리에서 문을 걷 어차고 들어오는 이현수의 모습이 자동 재생됐다.
‘나부터 좀 열심히 해야겠는데.’
죽어도 그 꼴만은 보고 싶지 않
뻐엉!
그 순간, 누군가가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왔다.
저 사람도 양반은 못 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