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83)
마존현세강림기-1485화(1482/2125)
마존현세강림기 60권 (17화)
4장 개업하다 (2)
“주목해라, 잉여 새끼들아.”
“주모오오오오옥!”
문을 박차고 들어온 이현수가 두 눈을 부라린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현수는 총회의 실장이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이 제 총회와는 관련 없는 MK의 점주
들이다. 이들이 이현수에게 굽실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무도 그 부분을 지적하 지 않았다.
언제나 상식은 멀고 주먹은…… 아니, 상식은 멀고 꼬장은 가까운 법이니까.
이현수가 카페 안에 앉아 있는 이들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개업 며칠 안 남았지?”
“예, 실장님!”
“너희, 오늘 회주님이 CF 촬영한 거 알고 있냐?”
성주찬이 슬그머니 물었다.
“CF 찍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 거…… 이사님이 찍으시는 거 아니 었습니까?”
“회주님도 찍으셨다.”
이현수가 거듭 눈을 부라렸다.
“너희, 회주님이 얼굴 팔리는 거 에 노이로제 있는 거 아냐, 모르 냐?”
“알고 있습니다!”
“그래, 이 새끼들아. 오죽하면 자 기 휴대폰에 셀카 한 장 없는 분이 시다.”
어…….
그건 개념이 조금 다른 것 같습 니다만?
“그런데 그런 분이 니들 먹여 살 려보겠다고 CF까지 찍으셨다. 그럼 너희는 어떻게 해야 하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니, 그런 건 필요 없어.”
이현수가 딱 잘라 말했다.
“열심히 하겠다느니, 노력한다느 니 이딴 개소리 지껄이면 가만 안 둔다. 너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결과를 내야 해. 내일부터 너희는 인간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저런 말을 하면 농 담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현수가 저런 말을 입에 올리면 농담 으로 들리지 않는다.
“너희가 뭘 해야 한다고?”
“커피를 팔아야 합니다.”
“그런 정신 상태로는 망한다고, 이 새끼들아!”
이현수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커피 파는 건 알바도 해, 알바 도! 지금 구직 사이트에 글 하나만 올려도 니들 대신 커피 팔겠다는 사 람이 스무 명씩 온다! 니들은 명색 이 점장이잖아, 이 새끼들아!”
성주찬이 빙그레 웃었다.
‘어쩌라고.’
도무지 비위를 맞출 수가 없는 사람이다.
“너희는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자존심을 파는 거야. 손님이 와서 얼굴에 침을 뱉어도 웃으면서 상대 해야 돼.”
“아니, 침은 좀……
“아니면 피 좀 홀릴래?”
“그거 뭐, 닦으면 그만이죠.”
“그렇지. 침 맞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이현수가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으
로 모두를 돌아보았다.
“제군들, 제군들은 단순히 본인들 의 삶만 책임지는 게 아니다. 이 카 페 모델이 어떻게 정착되느냐에 따 라서 앞으로 총회에서 은퇴할 이들 이 어떻게 사느냐가 달려 있다. 이 거, 진짜 중요한 일이야.”
성주찬의 얼굴이 살짝 심각해졌 다.
거기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번에 총회에서 대량의 탈퇴자가 나오면서 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서 시작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데 지금 하는 말을 들어보면, 단순
히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도 지속적으로 총회를 나온 이들을 먹여 살릴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뜻 아닌가.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농담 아닌 것 같은데?
이현수가 모두를 돌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너희가 생각하기에 이 일을 하면 서 제일 걱정했던 게 뭔 것 같으 냐?”
“장사가 안 되는 겁니다.”
“투자금 회수가 안 되는 거요.”
“가게가 망하는 겁니다.”
여러 가지 의견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다. 하지만 이현수는 고개를 젓기만 했다.
“아니야.”
답지 않게 진지한 얼굴을 한 이 현수가 자리에 앉은 하나하나를 똑 똑히 보며 말했다.
“내가 진짜, 그리고 회주님이 진 짜 걱정한 건…… 돈이 안 벌리거나 가게가 망하는 게 아니라 너희가 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거다.”
“그게 그거 아닙니까?”
“장사를 못하는 건 상관없다. 어 차피 니들한테 그런 것까지 안 바
라. 그래서 점주로 초딩이 앉아도 운영이 되게끔 시스템을 갖추고 있 다.”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우리가 걱정한 건 너희의 인내심 이다.”
“••••••예?”
이현수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먹고사는 일 중에 쉬운 게 없다. 총회만큼 힘든 곳이 어디 있겠냐고 생각하겠지만, 바깥에서 하는 일들 은 몸은 그보다 덜 힘들어도 마음은 더 상하는 일들이야. 너희는 지금까 지 실력만 키우면 그만이었지. 자존
심을 팔아가며 고개 숙일 필요가 없 었어. 하지만 이제는 그러게 될 거 야.”
“말도 안 되는 걸 요구받고, 상식 적으로 내가 옳은데도 고개를 숙여 야 하고, 분명 내가 옳은 일을 한 것 같은데 피해는 내가 입고……. 그런 불합리한 일들이 세상에는 널 려 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그 불합리를 어떻게든 참고 버티며 살아간다.”
“그거 잘못된 것 아닙니까?”
“당연히 잘못됐지.”
이현수가 싸늘하게 일갈했다.
“그런데 그게 뭐? 잘못되면 뭘 어쩔 건데? 네가 세상을 바꿀 수 있어?”
현실을 이야기한다는 건 언제나 뼈아픈 일이다. 하지만 이현수는 이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 다.
“나는 아무래도 괜찮아. 나는 너 희한테 큰 기대 안 했어. 이 일 시 작하고 한 것도 내가 아니고, 나는 그냥 회주님이 시키는 대로 일만 했 을 뿐이야. 하지만!”
모두가 이현수의 말에 집중했다.
“회주님은 아니지.”
“솔직히 사정 다 아는 사람한테 니들 점주 시키고 프렌차이즈 해보 자고 하면, 하겠다는 사람 단 한 명 도 없을 거다. 돈이 썩어나도 그런 짓은 안 해. 그리고 니들이 먹고살 길이 왜 없냐? 나가서 공사판이라도 가면 1둥 일꾼 아냐?”
“……그렇죠.”
“그건 끝내주게 할 수 있지.”
“어이, 김씨. 입 좀 다물어.”
이현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회주님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야. 총회에서 단련한 몸이 있 으니 육체노동으로 먹고살 수는 있 다. 하지만 육체노동밖에 할 게 없 는 건 아니잖아. 너희도 평범한 이 들이 할 수 있는 건 뭐든 할 수 있 다는 거지. 아마 회주님은 그걸 증 명하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이현수가 살짝 씁쓸한 얼굴을 했 다.
이현수조차 그런 생각은 하지 못 했다.
총회에서 벗어나 버린 사람을 그
가 신경 쓸 이유가 없었으니까. 총 회라는 레일에서 탈선한 이들은 더 이상 그의 소관이 아니다. 사고만 치지 않으면 굳이 관심을 가질 이유 가 없었다.
그도 내쳐지는 사람의 기분을 누 구보다 잘 알면서도 총회에서 나간 이들의 삶을 돌볼 생각은 하지 못했 다.
하지만 이현수는 이건 자신의 잘 못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주님이 이상한 거지.’
총회는 결국 무인의 집단.
그리고 무인들의 삶의 방식은 약
육강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패배한 자를 돌보는 무인 따위는 없다.
더 강해지는 것을 포기하고 총회 에서 나간다는 건 어쩌면 무인들에 게는 패배보다 더한 수치다. 패배자 도 돌보지 않는 총회가 포기한 자를 돌볼 이유가 있었겠는가.
그건 강진호 역시 마찬가지다.
강진호는 강해지려는 노력을 게을 리하는 자를 경멸한다.
재미있는 건 강진호는 레일 위에 서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는 손을 뻗 을 생각을 하지 않지만, 레일에서
내려온 자에게는 손을 뻗는다는 것 이다.
‘무인이 아니라서 그런가?’
이들은 스스로 무인이 되기를 포 기한 자들, 더 이상 무인이라 부를 수 없는 이들이다.
어쩌면 강진호의 기준은 무인들에 게만 과도하게 엄격한 것인지도 모 르겠다.
여하튼.
“회주님을 실망시키지 마라.”
모두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나는 실망 같은 거 안 한다. 회
주님도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하시겠 지. 너희가 손님을 패서 경찰서에 잡혀가도, 열 받아서 가게 문을 닫 아버려도, 커피 머신을 부순다고 해 도.”
“에이, 그게 돈이 얼만데. 그건 못 부숩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새끼들아.”
“중요한데.”
이현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하여튼 이것들은 인간이 안 된다.
“괜찮다고 하시겠지. 하지만 괜찮 지 않을 거다. 너희도 모두 알고 있
겠지.”
성주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수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다.
강진호가 하려는 것은 단순히 그 들이 먹고살 길을 마련해 주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총회를 그만두고 나온 이들도, 더 나아가서는 총회의 무인들도 사회에 서 평범한 이들과 문제없이 어울리 며 살아갈 수 있게 만들려는 것이 다.
“그러니까, 내가 부탁한다. 회주님 을 실망시키지 말아다오.”
이현수가 모두를 향해 고개를 숙 였다.
한참 동안 숙인 고개를 들지 않 던 이현수가 깊은 탄식과 함께 고개 를 들었다.
“내가 너희 같은 쓰레기 놈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날이 오다니.”
“와, 말하는 것 좀 봐.”
“나 지금 살짝 감동할 뻔했는데.”
“그럼 그렇지.”
이현수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닥쳐, 이 새끼들아. 애초에 너희 가 손님을 두들겨 패는 게 제일 걱 정이라는 게, 니들이 얼마나 인간
같지 않은 놈들인지를 말해주는 거 다. 니들을 쓰느니 차라리 지금 출 소한 범죄자 놈들을 데려다 쓰는 게 더 안전하지.”
“저희가 무슨 앱니까? 손님을 패 게?”
“그런 거 안 합니다. 저희도 이제 주먹질은 지긋지긋합니다. 그럴 것 같았으면 어떻게든 총회에 붙어 있 었죠. 자르지는 않으니까요.”
그도 맞는 말이다.
이현수가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 다.
“MK도, 총회도 최선을 다해서
너희를 지원할 거다. 그리고 이건 대외적으로 총회가 하는 첫 번째 사 업이야. 총회를 나간 너희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이상하지만, 총회 의 명운이 너희에게 걸려 있다. 아 이러니하지만 말이야.”
이현수의 말에 모두의 얼굴이 조 금 심각해졌다.
그러니까…….
이 프렌차이즈가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총회의 첫 번째 사업 의 성패가 갈리고, 어떻게 운영되느 냐에 따라 앞으로 총회에서 은퇴하 거나 탈퇴하는 이들의 삶이 달라진
다는 이야기다.
‘뭐가 이렇게 심각해?’
‘그러게. 나는 그냥 돈이나 벌자 고 시작한 일인데.’
‘이거, 영 부담되는데.’
모두의 얼굴이 미묘하게 굳는 걸 본 이현수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런 얼굴 안 해도 된다. 사람답 게만 굴면 망하기도 어려울 테니까. 단!”
이현수가 이를 갈아붙였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했는데도 사고 치는 새끼는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 도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어디 마음대로 해봐.”
결국 저런 결론 나올 줄 알았지. 나쁜 새끼.
“오픈 당일에는 아마 너희가 생각 지도 못한 이벤트가 있을 거다.”
“예? 나레이터 모델이라도 불러주 십니까?”
“그런 것보다 더 끝내주는 이벤트 지. 아마 너희도 동료들의 우정에 감격의 눈물을 쏟게 될 거다.”
“진짜 재밌을 거야. 후후후후후.” 이현수가 낮게 웃기 시작하자 괜
스레 불안해지는 다들이었다.
‘이거, 진짜 괜찮을까?’
‘몰라. 근데 이제 와 뭘 어쩌겠 어.’
계약이 파기 가능한지를 물어보지 않은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실장님, 질문 있습니다!”
“뭐?”
“그래서 그 仁도에 키스신 있습니 까?”
“ 나와.”
“키스신 나온다구요?”
“너 나오라고, 새끼야!”
세상에는 농담이 안 먹히는 인간 이 존재한다.
안타깝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