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84)
마존현세강림기-1486화(1483/2125)
마존현세강림기 60권 (18화)
4장 개업하다 (3)
“다녀왔습니다.”
강진호가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될 수 있으면 어떤 일이 있어도 집에 들어가는 순간만큼은 최대한 웃는 낯을 하려 애쓰는 강진호지만, 오늘은 영 좋은 얼굴이 나오지 않았
다.
‘끔찍하게 피곤하네.’
강진호가 육체적으로 피로를 느끼 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혹사에 가깝게 육체를 굴려도 대 부분의 경우는 잠깐의 휴식만으로 완전에 가까울 정도로 회복되어 버 리니까.
하지만 정신적인 피로를 말하자 면, 평범한 이들에 비해서 내성이 조금 높을 뿐이다.
다시 말해 오늘처럼 정신적으로 완전히 혹사당한 날에는 강진호조차 피로의 여파를 벗어날 수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건 다시는 안 해야지.’ 강진호가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최연하에게 존경심이 생길 정도 다. 그조차 녹초가 되어버리는 촬영 을 최연하는 어떻게 그리 담담하게 해버리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촬영 막바지 즈음에는 강진호가 오히려 최연하보다 더 맥이 빠질 정 도였지 않은가.
확실히 사람에게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따로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강진호였다.
“왔니?”
“예.”
백현정이 안쓰러운 얼굴로 강진호 를 바라봤다.
“내 새끼 얼굴이 반쪽이 됐네.”
“밖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 아뇨. 오늘 CF 촬영했는데, 그게 좀 힘들어서.”
“CF? 네가?”
그 순간이었다.
다다다다다다다다 !
마룻바닥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강은영이 전력으로 강진호를 향해 질주해 왔다.
“오라비! 오라비! CF 찍었어?”
“어.”
“오라비가 왜 CF를 찍어? 이번에 오픈한다는 그거 때문에?”
“어.”
강은영의 얼굴이 마귀처럼 일그러 졌다.
“아니! 댁이 내 오라빈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뭐가?”
강은영의 눈이 불을 뿜었다.
“오라비가 하는 사업인데, 당연히 내가 모델 해야지! 왜 CF를 오라비 가 찍어! 내가 찍어야지!”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 라보았다.
대체…….
남매란…….
무엇인가.
수십 년을 살아왔지만, 아직도 알 수가 없다. 대관절 피가 이어진 여 자 인간이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신이 여동생이라는 존재를 사람의 속을 긁기 위해 창조했다면,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네가 그걸 왜 찍어?”
“오라비, 몰라?”
“..뭘?”
강은영이 콧김을 뿜었다.
“내가 TV CF는 해본 적이 없단 말이야! 오라비가 동생 안 챙기면 누가 챙겨! 이러다가 내 팬들 다 떨 어져 나가면 오라비가 책임질 거 야‘?”
“그걸 왜 내가……
말을 하다 말고 강진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아니, 말을 말아야지, 말을.
“몰라. 내가 찍을 거니까, 얼른 촬영 일정 다시 잡아.”
“오늘 다 찍었다니까.”
“CF 한 번 하고 말 것도 아니잖 아! 다음 CF는 내가 해줄게. 얼마나 착해. 미리 찍은 거 버리라고도 안 하지, 그렇다고 내가 뭐 출연료를 달라 그러나. 내가 공짜로 출연해 준다니까? 다른 데 같았으면 고맙다 고 버선발로 튀어 나……
쫘아아아아악!
강은영이 몸을 오징어처럼 뒤틀었 다.
“아••••••악!”
백현정이 도끼눈을 뜨고 강은영의 등짝을 후려쳤다.
“이건 대체 뭐 어떻게 생겨 먹어
가지고 집에서 드러누워 놀다가 일 하고 돌아온 오빠를 못 괴롭혀서 안 달이야! 저리 안 가?”
“엄마, 내가 지금 오빠 도와주려 고 하는 거잖아!”
“나도 지금 네 오빠를 돕고 있다. 등짝에 불나기 싫으면 얌전히 네 자 리로 돌아가. 소파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
“체!”
강은영이 코웃음을 쳤지만, 그래 도 더 얻어맞고 싶지는 않다는 듯 얌전히 소파로 향했다.
그제야 강진호는 강은영에게서 해
방되어 현관을 벗어날 수 있었다.
“힘들지?”
“괜찮아요.”
“사업이란 게 그런 거라더라. 망 해도 혼자 망하면 걱정이라도 없는 데,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줄 수 있 다는 게 얼마나 큰 부담인데.”
딱히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않은 강진호인지라 뭔가 조금 민망하다.
“너희 아버지도 지금 잠도 못 주 무신다.”
“왜요?”
“왜긴 왜야, 그놈의 커피 때문이
지. 아직 퇴근도 안 하셨다. 가게 문 닫고도 밤새도록 이거 볶아보고 저거 볶아보고 하시는 모양이야.”
“그런 건 옛날에 다 하신 줄 알았 는데.”
“그 양반 속을 누가 알겠어. 뭐라 더라? 그…… 커피 공장 있잖니.”
“예.”
공장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한 크기이기는 하지만.
여하튼 이번에 오픈하는 카페에서 소모되는 원두는 모두 강유환이 전 담하는 커피 공장에서 공급한다. 완 전 자동화 대신 무인 수동화를 이룬
최첨단(?) 공장이다.
“아무래도 소량으로 볶는 거랑 대 량으로 볶는 데 차이가 있다고 대량 으로 볶기 좋은 원두 배합을 찾을 거라는데, 나는 도통 모르겠다. 어차 피 커피 맛이 그게 그건데.”
“아버지가 미각이 좋으시니까요.”
“미각이 좋으면 뭐 해! 사람이 무 딘데!”
강진호가 가만히 입을 닫았다. 그 렇다고 할 수도 없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이럴 때는 입을 꾹 닫고 있는 게 최선이다.
아니면 화제를 살짝 돌릴 만한 걸…….
“아버지가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렇긴 하지.”
통했다!
강진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백현정이 조금은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나이가 들어서 빤히 하던 일만 하는 것보다는 저게 나아 보이기는 해. 그런데 너무 과해서 건강이라도 해칠까 걱정이 좀 되네.”
“죄송해요, 저 때문에.”
“그런 말은 아니야. 집에서 굴러
다니는 것 보다는 백배는 낫지.” 백현정이 그 말을 하면서 시선을 홱 돌렸다.
칼날 같은 시선을 받은 강은영이 움찔하고는 몸을 슬그머니 돌렸다.
“여하튼 진호야.”
“예.”
“우리도 열심히 도울 테니까, 너 무 혼자 하려고 하지 마. 네 아빠도 그렇고, 네 동생도 그렇고…… 다 너한테 어떻게 한 번 도움이 되어볼 까 싶어서 저러는 거니까.”
아버지는 그렇겠죠.
근데 은영이가요?
어머니, 딸에 대한 사랑이 너무 과하신 것 아닌가요?
“뭐?”
“……아니요.”
강진호가 조용히 시선을 내리깔았 다.
그가 아무리 밖에서는 총회의 회 주고, 정부도 꺼려하는 사람이고, 미 국과 협상하는 사람이라지만, 집에 들어오면 온갖 사고나 치고 다니는 어린 아들에 불과했다.
구치소에 들어갔다가 출소하고 두 부나 뜯어 먹은 게 불과 얼마 전이 다. 그러니 집에서는 찍소리도 내기
힘들다.
“엄마는 많은 거 안 바라.”
“네.”
“그냥 나 죽을 때, 한쪽에는 네가 내 손 잡아주고, 다른 쪽에서는 은 영이가 내 손 잡아주면 그걸로 충분 해.”
“아버지는요?”
“지가 알아서 하겠지.”
“……네.”
백현정이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거밖에 바라는 게 없다. 굳이 하나만 더 바라자면, 너희가 결혼을 했으면 좋겠고.”
바라는 게 조금 있으시네.
“이왕이면 그 손 잡는 와중에 손 자랑 손녀가 올망졸망 뛰어다니는 것도 좋고.”
바라는 게 많으시네.
“거기에 추가로 외손자랑 외손녀 도 있으면 좋겠지만.”
바라는 게 너 ~ 어무 많으시네.
“그중 하나만 고르라면 너희 둘이 건강한 거야. 엄마 말, 무슨 소린지 알지?”
다치지 말고, 건강 해치지 말라는 소리다.
결국은 그 말을 하기 위해서 이
먼 길을 돌아왔다. 그 마음을 알기 에 강진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엄마는 우리 아들 믿어.”
“네. 그럼 저 좀 씻을게요.”
“그래. 얼른 씻어.”
강진호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샤워를 마친 강진호가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러고 는 침대에 벌렁 드러눕는다.
‘요즘은 자주 이러네.’
뭔가 새삼스럽다.
예전의 강진호는 침대에 잘 눕지 않았다. 잠시 잠을 자는 시간이 아 니면 대부분은 가부좌를 틀고 지냈 다. 운공을 하거나 명상을 하는 것 이 휴식을 대체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침대만 보면 일 단 드러눕고 본다. 강은영이 소파만 보면 드러눕는 것처럼 말이다.
‘굳이 가부좌를 틀지 않아도 운공 을 할 수 있어서 그런가?’
그건 아니다.
예전에도 운공을 위해 굳이 가부
좌를 틀 필요는 없었으니까. 효율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마음만 먹으 면 어떤 자세로도 운공을 할 수 있 었다.
그저 강진호가 달라진 것뿐이다.
예전의 강진호는 현대를 살아가면 서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 무도 자신을 죽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몸은 긴장을 풀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의 수하들이 보면 기겁을 하 겠군.’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마교의 교주였던 그의 잔재는 이 제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 세계로 돌아온 지 십여 년이 지나서야 그는 현대인 강진호라는 자격에 걸맞은 사람이 됐다.
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무던히 도 노력하던 그때와는 다르게 말이 다.
두 번째의 삶을 떠올릴 때마다 강진호는 미묘한 위화감을 느끼고는 한다.
중원에서 살아가는 내내 강진호는 현대의 삶을 그리워했다.
그 그리움의 대부분은 가족에 대
한 것이지만, 가족이 없더라도 현대 의 한국에서의 삶을 그리워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현대인인 강진호에게 있어서 중원 의 삶은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고 통의 연속이었으니까. 하지만 막상 이곳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또 어렴 풋이 중원에서의 삶을 떠올리고는 했다.
평생을 과거의 중원에서 살아온 강진호가 다시 현대에 적응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이방인.
그 말처럼 강진호를 명확하게 설
명할 수 있는 말은 없을 것이다.
강진호는 중원의 이방인이고, 현 대의 이방인이었다.
어느 쪽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삶 이 지금껏 이어져 왔다.
그리고…….
‘ 이제야.’
그 오랜 시간을 노력하고 또 노 력해서야 마침내 이 세상에 완전히 적웅했다는 생각이 든다.
강진호가 미묘한 미소를 머금었 다.
이제 그의 삶은 여기에 있다.
그의 가족이 여기에 있고, 그를
사랑해 주는 사람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강진호가 믿고 함께할 수 있는 동료가 있고, 아무 조건 없이 그를 신뢰해 주는 친구가 있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가.
이제 강진호가 할 것은 단 하나 뿐이다.
‘지켜내는 것.’
강진호가 살짝 눈을 감았다.
그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은 결국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한 일들이다. 그가 아끼는 이들, 그의 삶을 구성 하고 있는 이들의 행복을 그의 손으 로 지켜내는 것.
그것만 해낼 수 있다면, 강진호는 뭐든 할 용의가 있었다.
강진호가 천천히 눈을 떴다.
‘중국의 상황도 곧 정리가 되겠 지.’
어떤 식으로 정리가 되든 그들이 그 이후에 할 일이야 빤하다.
결국 그들은 이곳을 노리고 올 것이다. 강진호가 원하든 원하지 않 든 간에 말이다.
그러니 결국 강진호가 할 것은 하나뿐이다.
‘더 강해진다.’
그도, 총회도.
모든 것을 움켜쥐고 지켜낼 수 있을 만큼.
강진호가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깊고 더 깊은 자신의 내면을 향해 침전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
과거의 적천마존을 뛰어넘어 새로 운 경지로 나아가기 위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는 해낸다.’
강진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피 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