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85)
마존현세강림기-1487화(1484/2125)
마존현세강림기 60권 (19화)
4장 개업하다 (4)
“아으, 긴장돼 죽겠네.”
조성호가 달달거리는 얼굴로 자신 의 가게를 바라보았다.
준비는 완벽하게 끝났다.
인테리어는 더없이 깔끔하게 되었 고, 주방의 구성도 완벽하다. 온갖 종류의 메뉴를 완벽하게 만들어낼
수 있도록 교육을 수료했고, 이틀간 에 걸쳐 시뮬레이션도 마쳤다.
유니폼도 갖춰 입었고, 가게는 파 리가 미끌어질 정도로 완벽하게 청 소가 되어 있다.
당연하지.
조성호는 이래 봬도 무인 출신이 다. 가진바 체력과 집요함은 평범한 이들을 아득하게 뛰어넘는다. 그런 이가 마음먹고 청소를 하면 헌집도 새집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준비됐어요?”
“예, 점장님!”
그리고 본사와 동시에 고르고 뽑
은 알바생들도 교육을 끝내고 출격 을 준비하고 있다.
“후우우우우.”
그럼에도 조성호의 마음에서는 긴 장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그 양반은 왜 괜히 그런 이야기를 해서는.’
며칠 전, 이현수에게서 들은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이 업 소에서 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 라 총회를 은퇴하는 이들의 삶을 어 떻게 지원할지가 결정된다는 말.
조성호는 그 말이 단순히 방식을 결정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고 있었다.
그들이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총회는 은퇴자나 탈퇴자 에 대한 지원을 끊어버릴지도 모른 다.
‘그건 안 되지.’
절대로 안 된다.
단순히 총회에서 지원을 받고 싶 은 게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총회와의 관계가 단절되는 게 두려 운 것이다.
조성호는 이미 그런 삶을 잠시 살아보지 않았던가.
평생을 총회에서 살아오던 이가
총회를 떠났을 때 느끼는 그 무력 감, 세상 어디와도 연결되어 있지 못한 것 같은 소외감, 그 무엇보다 이제는 낯선 세상에서 홀로 서야 한 다는 두려움.
그 어느 것 하나 느끼고 싶지 않 고,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그 말인즉슨, 조성호를 비롯한 가 맹점주들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작합시다!”
“예!”
알바생들이 앞쪽으로 나가 가게 문을 열었다.
‘존댓말, 존댓말.’
조성호가 낮게 중얼거렸다.
알바생들은 그보다 한참 어린 나 이지만, 카페에서는 알바생들을 존 중하는 의미로 존댓말을 권장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나이에 관계없이 사람의 인격을 존중한다는 아주 좋 은 취지로 보이겠지만…….
“존댓말 써, 이 새끼들아! 니들은 반말하는 순간 사람 아래로 보고 이 상한 아재 드립이나 치고, 장난친다 고 사람 기분 나쁘게 만드는 것들이
잖아! 알바생을 윗사람처럼 생각하 고 모시란 말이야! 가게 망하는 꼴 보기 싫으면!”
사실은 총회에 깊이 박혀 있는 상명하복의 꼰대 문화를 강제로 뽑 아내기 위한 조치에 가까웠다.
의외로 이 조치는 별 저항 없이 받아들여졌다. 자기 자신은 자기가 가장 잘 안다고, 점주들 모두가 자 신이 그런 성향이 있다는 것을 인정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미소, 미소!’
“매장에 CCTV 설치했다. 그거 본사에서 체킹할 거다. 인상 쓰는 새끼, 짜증 내는 새끼는 5분 대기조 가 출동해서 뒷골목으로 끌려갈 줄 알아라!”
인권 침해가 아니냐는 항의가 있 긴 했지만, 이현수는 ‘너희한테 인 권이 어딨어? 뭔 개소리야?’라는 말 로 모두의 불만은 찍어 눌렀다.
하기야.
인권도 먹고살 만해야 챙기는 거 지.
‘인권 없어도 되니까 장사나 좀
잘됐으면 좋겠다.’
회주님이 그들을 위해서 많은 것 을 해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카페에 번 돈 전부를 투자한 건 점 주들도 마찬가지다.
총회에 자산 관리라는 개념이 생 기고, 번 돈을 저축할 수 있게 된 건 강진호가 총회의 전권을 잡은 이 후부터다. 아무리 받는 돈이 많았다 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돈을 모아 봐야 얼마나 모았겠는가.
이 가게가 망하면 조성호는 빈털 터리가 된다.
절대 그것만은 사양이었다.
그런데…….
“손님이 왜 안 오지? 오픈했는 데……. 오픈 마크 제대로 걸었어 요?”
“예. 바꿔놨어요.”
“그런데 왜 손님이 안 오시지?” 까득.
조성호가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 다.
“……점장님, 오픈한 지 1분도 안 됐어요.”
“1분이면 한참 지났잖아요. 그런 데 왜 손님이 안 오시죠? 저 앞에 저리 많이 지나가시는데? 나가서 판
촉이라도 해야 하나?”
알바생들이 답도 없다는 얼굴로 조성호를 바라봤다.
물론 오픈하는 사람의 심정이야 왜 짐작이 안 가겠냐마는, 그래도 정도가 있지 않은가.
“문을 열어놔 볼까? 오픈 마크만 보고는 열었는지 모를 수도 있잖아 요.”
“……다 알아요.”
“아니면 커피 좀 내려볼까? 커피 향이 풍기면 사람이 들어올 것도 같 은데.”
“점장님, 일단 침착하고 좀 앉으 세요.”
“끄으으응.”
조성호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예전에 총회에서 진급을 위해서 심사를 받을 때도 이리 긴장되지는 않았다. 그때는 다음이 있다고 생각 했지만, 지금은 다음이 없다.
‘CF는 며칠 더 있어야 방영된다 고 했는데……
그때까지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심장 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다.
그때 였다.
짤랑!
차임벨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서 오세요!”
조성호가 힘차게 인사를 했다.
손님이 부담스러워할 수 있으니 인사는 너무 크지 않게 정확하고 선 명한 발음으로 하라고 교육을 받았 지만, 손님이 오자 너무 반가워서인 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진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두명의 남자였다.
둘 중 덩치가 큰 남자가 인상을 쓰며 말한다.
“아니, 인마. 아침 댓바람부터 사
람 끌고 나오더니, 하자는 게 겨우 커피 먹는 거냐? 기껏 기름 써서 픽업했더니.”
“커피 좋잖아.”
“너, 커피도 별로 안 좋아하잖아.”
“왜? 나 커피 좋아해.”
“별……
덩치가 큰 남자가 저벅저벅 걸어 서 카운터로 온다.
“여기 아아 하나 주시구요, 너는 뭐 먹을 건데?”
« o.”
…•
조금 덩치가 작은 남자가 살짝 웃으며 말한다.
“사장님, 블루베리 요거트 스무디 주세요. 너도 스무디 먹어.”
“스무디는 뭔 스무디야? 나 아아 먹는다니까.”
“그럼 아아 먹고, 스무디도 먹어.”
“……이게 정신이 나갔나? 너, 아 침 댓바람부터 왜 그래?”
“먹어, 먹어. 내가 살게. 그리고 사장님, 여기 혹시 단체 주문되나 요?”
조성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 단체요? 예. 물론 가능하죠.”
“그럼 한 20잔도 포장될까요?”
“네. 당연히 가능합니다.”
“그럼 저희가 이따 갈 때쯤 말씀 드릴 테니까, 블루베리 요거트 스무 디로 20잔 포장해 주세요.”
“……야, 너희 집 언제부터 블루 베리 농사 지었냐?”
“농사는 무슨. 사장님, 되죠?”
“예! 그러겠습니다, 손님!”
조성호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뭐지? 천사인가?
남자의 등에서 새하얀 날개가 보 이는 것 같다. 세상에 오픈 첫 손님 이 이런 천사님이라…… 어?
조성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 제가 낯이 익은 것 같아
서 그러는데, 혹시 박유민 선수 아 니세요?”
“아••••••
사내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맞아요. 얘가 박유민이에요.”
“아, 역시 그러시네요! 그럼 제가 한 잔은 서비스로 드릴 테니까 사인 한 장 받을 수 있을까요?”
“네. 사인은 당연히 해드릴게요. 그런데 서비스는 안 주셔도 돼요. 돈 내고 먹을게요.”
“아닙니다. 제가 드리고 싶어서 드리는 건데요.”
“진짜 안 돼요. 나중에 들키면 혼
나거든요. 그냥 돈 내고 먹을게요. 그게 제가 마음이 편해요.”
“아, 그러시면……
조성호가 박유민이 내민 카드를 받아 결제를 했다.
“진동벨 여기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진동벨을 챙긴 박유민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인테리어 예쁘다.”
“이게 안 하던 짓을 하네?”
박유민의 건너편에 앉은 주영기가 피식 웃었다.
“예쁘긴 뭐가 예쁘냐? 자고로 인
테리어라는 건 좀 올드한 맛으로 살 짝 컨트리 삘이 나게.”
“영기야.”
“응?”
“확장하는 지점은 절대로 네가 인 테리어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 어.”
“이건 친구로서 하는 충고야. 진 지하게 들어.”
“……나쁜 새끼.”
주영기가 억울하다는 눈으로 주위 를 돌아보았다. 그냥 허옇고 꺼멓구 만, 뭐가 이쁘다는 건지.
“어?”
주영기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박유민을 돌아본다.
“야, 여기가 혹시 진호가 한다는 그 카페냐?”
쨍그랑!
주영기와 박유민이 동시에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얼음 장처럼 굳어버린 조성호가 손을 덜 덜 떨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아…… 아! 죄송합니다. 제 가…… 아…… 죄송……
조성호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한다.
‘방금 뭐라 그런 거지? 진호?’
에이, 잘못 들었겠지.
조성호에게서 시선을 뗀 두 사람 이 태연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이 새끼, 왜 안 하던 짓을 하나 했더니…… 여기가 진호 카페 지점 중에 하나구나.”
“여기가 제일 가깝더라고.”
“야, 매상 올려주는 것도 좋은데, 그걸 꼭 아침 댓바람부터 해야 하 냐? 아침에 올려주나 저녁에 올려주 나 그게 뭐가 다르다고.”
“기분이 다르지. 내가 이 가게 첫
손님이다 생각하면 기분 좋잖아.”
주영기가 피식 웃었다.
여하튼 이놈은 사람이 너무 좋아 문제다. 혹시라도 장사가 안 될까 봐 이날만 기다렸을 게 빤하다.
“어차피 이리된 거, 강진호 그 새 끼 불러봐.”
쨍그랑!
두 사람의 고개가 다시 주방 쪽 으로 돌아갔다.
“점장님, 혹시 컵에 뭔 문제라도 있어요?”
“아,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컵 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시정하
겠습니다!”
“군대도 아니고, 시정은 왜 붙어 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 니다, 죄송합니다.”
주영기와 박유민이 조금 이상하다 는 눈으로 조성호를 바라본다.
하지만 조성호는 지금 미칠 노릇 이었다.
그 새끼?
지금 강진호, 그 새끼라고 한 건 가?
너무 충격적인 말이라 머릿 속에
서도 재생을 거부하고 있었다.
세상에, 강진호와 그 단어가 함께 조합될 수 있는 단어였다니.
‘천사가 온 줄 알았더니, 악마가 왔어.’
그러고 보니 예전에 회주님의 친 구가 프로게이머라는 말을 들어본 것도 같다. 그런데 설마 그 프로게 이머가 박유민이었을 줄이야.
‘꼬투리 잡히면 죽는다!’
저분들은 높으신 분들이다.
사회적 지위고 나발이고, 회주님 이랑 친하면 높으신 분들이지.
그 이현수 실장도 결국은 회주님
의 권위 하나로 자기보다 몇 십 배 는 센 애들 다 후드려 까고 다니는 데, 부하 직원도 아니고, 친구란다.
조성호는 중세 시대 노예가 황제 의 친인척을 배알하는 심정으로 영 혼을 다해 스무디를 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짤랑.
“아이고오, 여기 새로 오픈했다는 데에에에에.”
문이 열리며 일련의 남자들이 안 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건들건들 거리는 자세가 조폭이 따로 없다.
조성호의 눈이 흔들린다.
물론 조폭이 들어와서는 아니다. 아무리 조성호가 내공을 못 쓰는 입 장이라지만, 태생이 무인. 조폭 같은 것들은 트럭으로 몰려와도 발가락 하나로 상대할 수 있다.
조성호가 놀란 이유는 지금 안으 로 들어오는 이들이 조폭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이, 조 사장님. 장사는 좀 되 시나?”
건들건들 안으로 들어오는 이들은 그가 아주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바로 총회의 회원, 예전 그의 동 료들이다.
그는 저 건들거림을 이해했다. 충 분히 이해한다. 저것들은 원래 저러 니까. 아무도 없는 곳이었다면 우선 반가움부터 표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그 건들거 림을 영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이가 있었다.
“뭐야? 왜 카페에 아침부터 깡패 새끼들이 기어 들어와? 뒈질라고.”
“뭐?”
자리에 앉아 있던 주영기가 일어 나 인상을 쓰자, 안으로 들어오던 총회의 회원들이 일제히 주영기를 노려봤다.
“아니, 저 새끼가?”
“뭐야, 저건? 정작 지가 깡패처럼 생겨 가지고?”
“너, 처맞고 싶냐?”
히이이이이익!
“하하하하하하!”
조성호가 커다랗게 웃으면서 카운 터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러고는 안 으로 들어오는 총회 회원들의 머리 채를 움켜잡고 밖으로 끌어내기 시 작했다.
“아, 아야! 너 미쳤냐? 왜 이래?”
“하하하하하! 손님들, 나가서 말 씀하시죠.”
“아니, 미쳤냐고! 왜 이러냐고!”
“제발 아무 말 하지 말고 따라 나 와라. 제발.”
이 미친놈들아, 내가 너희 살리려 고 이러는 거야!
아니, 왜 오픈부터 이 지랄이냐! 오픈부터!
조성호의 소리 없는 절규가 가게 를 가득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