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87)
마존현세강림기-1489화(1486/2125)
마존현세강림기 60권 (21화)
5장 이어지다 ⑴
“여하튼 고맙다.”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주영기들이 빨리 연락을 해준 덕 분에 문제가 더 커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이 안 간다.
‘내가 사업을 말아먹을 뻔했네.’
강진호 역시 첫인상이라는 게 얼 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이번에 개업한 카페의 첫인상이 그런 덩치들만 우글우글하는 곳으로 잡힌다면, 정말 끔찍한 꼴이 났을 것이다.
만회할 기회야 왜 없겠냐마는, 애 초에 만회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 아침부터 거긴 왜 갔어?”
[내가 갔냐? 아오! 박유민, 그 새 끼가 아침부터 할 일 있다고 사람을 불러내서……. 야, 내가 노냐? 놀 아? 어제도 밤 10시까지 장사하고
좀 쉬어보려고 했더니. 내가 내 가 게 팽개쳐 놓고 남의 가게 매상 올 려주고 있어야 하냐?]
왜 나한테 화를 내니.
박유민이 그런 건데.
[여하튼 그 새끼 오지랖은 알아줘 야 돼. 내가 아는 인간 중에 오지랖 으로는 두 번째다.]“첫 번째는 누군데?”
[몰라서 묻냐, 새끼야?]강진호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그렇지. 내가 물으면 안 되지.
[여하튼 간에 처리 잘해. 우리는 이제 갈 거니까. 나도 장사 준비해야 돼.]
“고맙다.”
[별소리 다 하네, 새끼.]전화가 끊기자 강진호는 피식 웃 음을 터뜨렸다.
‘이상한 기분이네.’
간만에 욕을 바가지로 처먹었지 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이제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를 조심스레 대 하는 것이 너무 당연해져 가는 와중 에 주영기와 대화를 하니 이상하게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마 이게 친구라는 거겠지.
친구는 가족과도 다르고, 직장 동
료와도 다르다. 피로 이어진 사이도 아니고, 서로의 배경을 보지도 않는 다. 그저 마음이 맞는다는 것만으로 함께할 수 있는 사이다.
강진호는 새삼 자신이 최근 친구 들에게 꽤 무심했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미국으로 가 박유민의 경기 를 보고 오기는 했지만, 그래봐야 박유민을 실제로 마주한 순간은 채 30분이 되지 않는다. 바쁘다는 핑계 로 면피될 일이 아니다.
‘얼굴 한 번 봐야겠네.’
박유민이 새 시즌에 들어가기 전 에 자리를 한 번 해야겠다고 생각하
는 강진호였다.
“그건 그렇고……
강진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실장이 잘하려나 모르겠네.”
역시 이건 이현수가 아니라 이현 주와 상의해야 했을 일인지도 모르 겠다.
RRRRR.
그때, 강진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뭐 해요?]“회사에 있어요.”
[어느 회사.]“총회요.”
[정신이 있어요? 없어요?]“네?”
휴대폰 너머로 최연하의 살짝 상 기된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늘이 어떤 날인데 거기서 그러 고 있어요? 빨리 서울로 올라와요.]오늘이 어떤 날인지는 모르겠지 만, 왠지 거부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회사로 가면 되나요?”
[아뇨. 강남으로 오세요.]“네‘?”
강진호의 얼굴이 멍해졌다.
“네, 안녕히 가세요!”
이연실이 살짝 고개를 들고는 매 장에서 나가는 손님을 바라보았다.
“오늘 무슨 날인가?”
아까 전부터 자꾸 이상한 손님들 이 방문하고 있다.
그리고…….
“저……
지금도 매장 안으로 험상궂게 생 긴 덩치 하나가 슬금슬금 들어온다.
하지만 이연실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오늘 처음이라면 당황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만 이런 손님이 다섯 명째다.
“예. 혹시 어색하지 않게 카페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옷을 원하시나 요‘?”
“헐, 어떻게?”
“어떻게라……
그것참, 저도 궁금하네요. 제가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을까요?
“비슷한 분들이 벌써 몇 번 다녀 가서요.”
“어, 그럼 안 되는데. 나도 늦으 면 안 되는데……
이연실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 제가 혹시 몰라서 말씀드리 는 건데요……
“네?”
“가시는 곳이 다들 비슷한가요?”
“그렇습니다.”
“그럼 비슷한 옷을 입어도 괜찮나 요?”
덩치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잠시만요.”
덩치가 휴대폰을 빼 들고 밖으로 나간다. 그러고는 한참 통화를 하더 니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비슷하면 안 된답니다.”
“……그렇겠죠.”
이연실의 고뇌가 깊어졌다.
‘이건 뭐, 미션 임파서블도 아니 고.’
아무리 여기가 옷가게라 널린 게 옷이라지만…….
‘비슷비슷한 덩치를 가지고 비슷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한 사람들의 코디를 모두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 럽게, 그러면서도 서로 다르게 해야 한단 말이지.’
문제는 이 양반들이 덩치가 워낙 우락부락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힐 수 있는 옷도 굉장히 한정된다는 점
이다.
이건 새로운 도전이었다.
“후우, 손님.”
“예?”
“일단은 몇 벌 입어보시죠. 저도 손님이 입으신 것을 봐야 감이 설 것 같거든요.”
“많이 갈아입어야 하나요?”
“……일단은 탈의실로!”
“네.”
탈의실로 향하는 덩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상부가 원망스럽다.
“너 미쳤어?”
“나야 뭐 돈 준다니까 상관없지 만…… 기껏 돈 줘서 동생 불러내더 니, 오는 곳이 카페야?”
“……한 가지 부탁해도 되냐?”
“뭐?”
“입 좀 열지 마라. 짜증 나거든.”
“나도 너랑 마주 앉아 있기 싫거 든?”
공혁준이 허벅지를 움켜쥐었다.
‘죽을 것 같다.’
지금 그가 앉아 있는 곳은 이번 에 새로 개업한 MK 카페의 지점이 었다. 원래는 총회의 회원들과 자리 를 채울 생각이었지만, 오전에 긴급 명령이 떨어졌다.
— 시커먼 것들끼리 같이 앉지 말고, 멀쩡하게 차려입고 여자를 데 려가라! 가족, 친지, 친구, 아르바이 트! 뭐든 좋다. 일단 여자를 데려 가!
심지어 엄마도 괜찮단다.
그 외에 ‘멀쩡하게 차려입고’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느라 한바탕 소 란이 있었지만, 그건 어찌어찌 해결 이 됐다. 문제는 바로 ‘여자’라는 부 분이었다.
공혁준도 이해한다.
시커먼…… 아니, 남자가 시커멓 다는 게 아니라 총회의 남자들은 정 말 시커맸으니까.
여하튼 딱 보기에도 위압적인 총 회의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어봐야 좋은 그림은 안 나오겠지.
커플인 척 위장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총회의 남자들은 대한민국의 혼인률을 극도로 떨어뜨 리는 주범이자, 여자 인간과의 관계 가 극도로 경색되어 있는 인간관계 파멸자들이라는 점이었다.
여자 친구?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그건 환상 속의 동물이다. 공혁준 은 결혼이라든가 여자 친구라는 개 념이 사회가 만들어낸 환상임을 믿 어 의심치 않았다.
어쨌거나 일단 어떻게든 여자 사 람을 건너편에 앉혀야 하는데. 딱히 아는 여자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였
다. 덕분에 공혁준은 자신의 집에 서식하는 XX 염색체의 생물이 여 자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 다.
그래서 당당히 가서 말했다.
“같이 카페 좀 가자.”
그러고 나서 돌아온 말은 너무도 빤한 것이었다.
“처 돌았어? 꺼져!”
아, 그렇지. 그럴 수밖에.
덕분에 공혁준은 저 망할 생명체 에게 카페를 같이 가주는 대가로 거 금 20만 원을 약속할 수밖에 없었 다.
‘차라리 돈을 바닥에 버리는 게 낫지.’
저런 것(?)한테 돈까지 바치면서 같이 카페에 와야 하다니, 이게 무 슨 벌칙 게임도 아니고.
“그런데 여기 괜찮다.”
“……그러냐?”
“칙칙한 너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데?”
“부탁이 있다니까.”
“뭐? 입 좀 다물라고?”
“어. 제발.”
“나 데리고 온 게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 아냐? 입 다물고 폰 해도 돼‘?”
“끄으으으으응.”
공혁준이 머리를 벅벅 긁는다. 그 의 시선이 주변을 훑었다.
‘아수라장이네.’
겉에서 보기에는 멀쩡할 것이다. 카페 전면 유리창을 통해 안쪽을 보 면 두런두런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 는 모습으로 보일 테니까.
하지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막 상 안쪽에서 바라본 광경은 아비규 환이 따로 없었다.
데면데면하던 여동생이나 누나와 앉아서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하는 총회의 회원들…….
아니, 차라리 재들은 낫지.
‘진짜 엄마랑 온 애들이 있네.’
저건 지옥불에 제 발로 걸어 들 어가는 길이다.
애초에 총회의 회원이라는 놈들은 무력을 위해서 인생을 포기한 것들 이다. 그런 것들이 제대로 된 인간 일 수 없다.
생각해 보라.
이 카페 사업 역시 강진호 회주 님이 멀쩡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 는 사회 부적응자 놈들을 어떻게든 사람 구실하면서 먹고살게 만들어보 겠다고 시작한 것 아니던가.
무공을 못 쓰면 손에 몇 억을 들 고 있어도 순식간에 까먹고 인생 나 락으로 빠지는 한심한 것들이 총회 놈들이다. 그런 놈들이 부모와 관계 가 좋을 수 있겠는가.
공혁준의 눈에 잔소리가 기관총처 럼 틀어박히는 것이 보인다. 평소라 면 적당히 둘러대고 자리를 빠져나
갔을 것들이 오늘은 어찌할 도리 없 이 있는 그대로 잔소리를 얻어맞고 있다.
‘힘내라.’
그도 처지가 딱히 좋은 건 아니 지만, 적어도 엄마랑 같이 온 쟤들 보다는 낫겠지.
“오빠 친구들 많이 왔네.”
“근데 안 어울리게 무슨 강남이 야?”
“내가 오고 싶어 온 거 아냐.”
집이 성남인데 왜 강남으로 배정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덕
분에 오랜만에 강남 땅 구경할 일이 생겼다.
“여기 잘될 것 같냐?”
“모르지. 커피는 맛있는데, 어디 카페가 커피 맛으로 되나. 인테리어 도 좋아야 하고, 입소문도 좀 나야 하고……. 그런데 내 기준으로는 괜 찮은데? 집이나 회사 근처에 있으면 자주 올 것 같아.”
“그래?”
공혁준이 안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MK에서 한다기에 혹여나 말아먹 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합격점은 받는 모양이다. 그의 는•이 라는 건 아무 의미가 없지만, 여동 생이 저리 평가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손님들이 꽤 들어오고 있다. 아무래도 안쪽을 채워 넣는 전략이 웬만큼은 성공한 모양이다.
‘가공할 동원력 같으니.’
오늘 공혁준은 카페 다섯 곳을 돌아야 한다.
이현수는 그들에게 시간별로 코스 를 일일이 짜주는 기염을 토했다. 적어도 오늘 하루 동안은 총회의 회 원들이 이 카페 자리의 절반은 채울
것이다.
“자리 꽉 찼다 싶으면 어설프게 버티고 있지 말고 빨리 기어 나가. 그리고 눈치 보다가 손님 빠지면 다 시 들어가란 말이야!”
‘악마가 따로 없지.’
하지만 별다른 불만은 없었다. 이 게 총회가 돈 벌자고 하는 짓이 아 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이다.
총회의 힘겨운 수련을 버티지 못 하고 총회를 그만둬도 어떻게든 그
들의 살길을 마련해 주려 애쓴다는 뜻이니까. 눈으로 이런 걸 보게 되 면 충성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현수는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 은 것 같지만.
그때 였다.
짤랑.
카페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안 으로 들어온다.
공혁준의 눈이 개구리처럼 툭 튀 어 나왔다.
남자 하나, 여자 하나.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다.
카페에 연인이 들어오는 게 뭐 특별할 게 있겠냐마는, 문제는 지금 들어온 사람들이 평범한 연인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회, 회…… 회주…… 회주님?” 아니, 형이 여기서 왜 나와?
카페 안으로 들어온 강진호와 최 연하를 본 공혁준이 그 자리에서 얼 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