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89)
마존현세강림기-1491화(1488/2125)
마존현세강림기 60권 (23화)
5장 이어지다 (3)
“카페나 갈까?”
“할 짓 없으면 만나자는 소리를 하지 말든가. 카페는 무슨 카페야?”
한미진이 눈을 찌푸렸다.
카페는 음료를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 할 짓이 없을 때 일단 들어 가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자면, 카페는 굳이 시간을 내 들를 만한 곳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또 카페 이야기가 나오니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좀 특별한 것 없어?”
“특별할 게 뭐 있어, 다 똑같은 거지.”
“됐다, 말을 말자.”
바랄 걸 바라야지.
한숨을 쉬며 뭔가를 말하려던 한 미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기 뭐지?”
“뭘 2”
“저 앞에 사람들 모여 있잖아.”
“뭔 행사나 그런 거 하겠지. 쿠폰 이라도 나눠 주나?”
특별할 것은 없다. 이곳은 온갖 업체들의 경연장. 손님을 끌어모으 기 위해서 온갖 이벤트들이 수시로 벌어지는 곳이니까.
특별한 상품이 발매되거나 지점 세일 같은 게 벌어지면 인파로 몸살 을 앓는 건 심심하면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아?”
“ 뭐가?”
“보통 그런 거 하면 앞으로 사람 들이 슬슬 밀고 들어가잖아. 그런데
저기는 뭔가…… 여하튼 좀 이상한 데?”
말로 표현하기는 애매하지만, 마 치 저곳만 시간이 살짝 멈춘 느낌이 다.
도로 위로 쌩쌩 달리고 있는 차 들, 그리고 그 뒤쪽으로 지나가는 이들은 평범한 세상을 보여주고 있 건만, 저곳은 마치 무성영화의 한 장면 같다.
‘뭘 보고 있는 거지?’
“가 보자.”
“아,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저길 왜 굳이 가‘?”
“아! 좀 가보자고!”
“쯧.”
한미진이 남자 친구의 팔을 잡아 끌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 다. 그러고는 위쪽의 간판을 보며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카페 루오고(Caffe Luogo).
‘루오고가 무슨 뜻이지?’
일단 영어는 아닌 모양이다. 하기 야 뜻이 뭔지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어차피 지금 생기는 카페들이야 그 럴싸한 외국어를 적당히 붙여놓을 뿐인데.
문제는 그 카페의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는 점이었다.
혹시나 오픈 기념으로 기념품이라 도 나눠 주는가 싶어서 카페의 앞쪽 으로 다가간 한미진이 미간을 찌푸 렸다.
“뭘 주는 것 같지는 않은데.”
“어? 어?”
하지만 그의 남자 친구는 반응이 달랐다. 그녀와 달리 키가 커서인지 앞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보이는 모양이다.
“뭐야? 뭔 행사라도 해?”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저, 저 카페 안에……
“응?”
“저기 저……
그녀의 남자 친구가 믿기지 않는 다는 투로 말했다.
“최연하 같은데?”
“응?”
한미진이 피식 웃고 말았다.
“최연하가 할 짓 없나, 이 시간에 여기서 커피 먹고 있게?”
“아냐. 진짜야! 그러니까 사람들 이 이렇게 몰려 있지.”
어?
듣고 보니 그런데?
“그럼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다 최연하 보려고 모인 거란 말이 야?”
“그런 것 같은데?”
“ O ”
M.
한미진이 눈을 찌푸렸다.
‘이래서 한국 사람들이란……
연예인을 직접 눈앞에서 보면 신 기하기야 하겠지. 하지만 사람이 카 페에 앉아 있다는 건 쉬겠다는 뜻 아닌가. 아무리 연예인을 봐서 좋다 지만, 이리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이 우르르 몰려드는 건 에티켓이 아 니다.
적당히 보고 지나쳐 줄 줄도 알
아야지.
“사람들도 참 할 짓 없네. 그거 본다고 이러고 있고.”
“야, 그게 아닌 모양이야.”
“응?”
“남자랑 앉아 있어. 저 사람이 그 최연하 남자 친구인 모양인데? 둘이 마주 앉아서 대화하고 있어.”
“ 뭐?”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
최연하의 남자 친구!
얼마 전, 매스컴에서 화제가 된 사람이다.
그 간첩 혐의인가 뭔가를 받았다
가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풀려난 사 람.
최연하가 그 사람을 옹호하다가 쌍욕을 먹고, 나중에는 남자 친구를 끝까지 믿고 위기를 돌파한 의리녀 로 이미지 세탁을 하지 않았던가!
‘보고 싶다.’
대체 어떤 남자인지 꼭 보고 싶 었다.
“오빠! 나, 나 좀 들어줘! 나도 볼래!”
“내가? 너를?”
“웅! 나 좀 들어줘 봐.”
“그러니까, 내가 너를?”
“……이 새끼가?”
전쟁은 시작되었다.
강진호가 부드럽게 웃는 낯으로 가만히 말을 건넸다.
“죽을 것 같은데요.”
최연하가 더없이 온화한 어투로 대답했다.
“나도 마찬가지니까, 조금 참아 요.”
“으음.”
최연하는 강진호를 이해했다.
사람들의 시선에 나름 익숙한 최 연하도 지금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
분인데, 기본적으로 사람의 시선을 꺼려하는 강진호는 오죽하겠는가.
“진호 씨.”
“네?”
“남의 돈 벌어먹는 데 쉬운 일은 없어요. 진호 씨가 정말 여기가 잘 되길 바란다면, 이 악물고 참아요.”
“……그러겠습니다.”
강진호의 눈이 단호해졌다.
물론 지금도 그를 힐끔힐끔 바라 보는 시선이 매우, 무척, 굉장히 부 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걸 참 음으로써 매출을 1%라도 올릴 수 있다면 참아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정말 도움이 되나 요?”
“입소문은 무서운 거예요.”
최연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확하게 이게 도움이 된다고 확 신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죠. 이건 저 희도 큰 걸 걸고 하는 일이잖아요.”
“그렇죠.”
“그럼 지푸라기라도 잡아야죠. 일 단은…… 일단은 여기라도 꽉 찼잖 아요.”
그랬다.
강진호는 우글우글 사람이 몰려
있는 카운터를 보며 살짝 입가를 뒤 틀었다.
최연하와 강진호를 보기 위해 자 리는 이미 가득 찼고, 지금도 끊임 없이 사람이 들어와 커피를 주문하 는 중이다.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 는 동안이라도 최연하와 강진호를 볼 수 있으니까.
둘 중 하나만 왔다면 이런 사태 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공개 데이트잖아.’
‘봐달라는 거 아냐?’
‘쟤들 뭐 기삿거리라도 만드나?’
이 시간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대놓고 두 사람이 앉아 있다 는 것은, ‘우리는 너희 시선은 신경 쓰지 않아’라는 선언이나 다름없고, 사람들은 그 선언에 충실히 호응해 주었다.
덕분에 점장만 반 죽어났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 아메리 카노!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 아 메리 카노!
“요거트 프라페요. 그리고 마끼아 또도 아이스로.”
“네. 주문받았……습니다.”
아니, 왜 손 많이 가는 것만!
이 동네 사람들은 아메리카노를 안 먹나?
나름 다른 용건으로 가게를 채우 는 것이 미안해서 비싼 메뉴를 시키 는 사람들이지만, 지금 점장은 돈을 버는 것보다 몰려오는 주문을 처리 하는 게 더 문제였다.
강진호가 그 광경을 가만히 보다 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이제 충분할 것 같은데?”
“그럼 가야죠.”
“이제 집에 가나요?”
“ 아뇨.”
최연하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제 홍대 가야지. 오늘만 네 군 데는 더 돌아야 해요.”
어쩌면 이 여자는 진즉부터 장사 를 했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 는 강진호였다.
“다녀……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강진호가 녹초가 되어 늘어졌다.
“오라비, 오늘 뭔 짓 하고 다닌
거야? SNS에 난리가 났던데?”
“ 뭐가?”
“오늘 뭐, 공개 연애 선언인가 뭔 가 하고 다녔다며? 사람 많은 데는 다 찾아가서 커피 마셨다며?”
어떻게 그게 하루 만에 퍼지지?
새삼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의 힘 을 실감하는 강진호였다. 소문이 퍼 지려면 최소한 삼 일은 필요할 거라 생각했는데, 고작 반나절 만에 집에 서 놀고 있던 강은영이 알게 되다니.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며 강 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반웅은 어때?”
“응원 반, 욕 반. 오라비 욕 많이 먹던데? 배부르겠어?”
“……왜 욕을 해‘?”
“그야 오라비가 최연하 언니랑 사 귀니까. 최연하 언니 팬들에게는 공 공의 적이지. 아마 오늘 오라비 사 진 몇 장은 면도날로 갈려 나갔을 걸?”
“요즘 세상에 설마……
“이 사람이 팬심 무시하네. 팬심 보다 무서운 게 없어.”
강진호가 떨떠름한 얼굴을 했다.
하기야 최연하를 정말 좋아하는
팬이 보기에는 강진호가 죽일 놈일 지도 모른다. 단순히 최연하의 마음 을 빼앗았다의 문제가 아니라 최연 하의 앞길을 완전히 박살 낼 뻔한 사람이니까.
“괜찮아. 내일부터 CF 돌 거니까, 그럼 바이럴이라는 걸 알겠지.”
“아냐. 이미 광고인 건 다 알아.”
“•…”그래?”
“당연하지. 오늘 오픈한 같은 카 페를 다섯 군데를 돌았는데, 사람들 이 바보야? 당연히 광고인 건 알 지.”
“……광고인 걸 아는데 욕을 한다
고?”
“세상이 그렇습니다. 그냥 포기하 고 욕 드시죠. 어디 돈 버는 게 쉽 나.”
“그렇긴…… 하네.”
강진호가 체념하고 말았다.
어차피 대중에 얼굴이 노출되면 욕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걸 각오 하지 않았다면,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카메라 앞에 얼굴을 들이 밀어서는 안 된다.
‘이제 다시는 안 해야지.’
이 정도면 할 만큼은 했다. 이제 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RRRRRR.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강진호가 휴대폰을 들어 귓가에 댔다.
“ Q ”
[회장님, 이현주입니다. 오늘 상황 보고드리 겠습니 다.]
“그래.”
[오픈 예상 매출에 세 배를 찍었 습니다.]
“옹?”
세 배? 뜬금없이 뭔 세 배야?
[매출 자체를 보수적으로 예상한 것도 아니고, 나름 높게 잡았는데도 생각보다 매출이 더 나왔습니다. 특
징적인 점은 수도권 쪽 매출이 지방 쪽보다 다섯 배 더 나왔습니다.]
“헐?”
수도권과 지방을 따로 구분한 적 은 없다. 전략도 같고, 지원도 비슷 했다. 그럼에도 수도권 매출이 훨씬 높다는 건, 오직 하나를 의미한다.
[아무래도 회주님이 도실 만한 곳 에 사람들이 미리 진을 치고 기다린 모양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매 출이 높아졌습니다.]“아••••••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이 뻘짓이 나름 효과가
있던 모양이다. 새삼스레 최연하의 수완에 감탄하는 강진호였다.
“다행이네, 효과가 있어서.”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응? 문제?”
[네. 지방 쪽 점주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수도권만 가맹비 낸 게 아닌데, 왜 수도권만 지원해 주냐 고.]
[그래서 말인데, 아무래도 내일 지방 한 번 더 도셔야겠습니다.]
“어?”
[지방 쪽도 방문을 해주셔야 한다
는 가맹점주들의 요청입니다. 무시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힘으로 찍어 누를 수는 있겠지만, 돈이 걸린 문 제다 보니 불만이 큽니다.]
“그, 그렇겠지.”
강진호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 다.
“그런데 이게 나 혼자 하고 싶다 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아무래 도 최 이사 스케줄도 있을 거고.”
[아,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이사님과는 통화를 마 쳤습니다. 이사님은 아예 작정하고 한 삼 일간 지방만 돌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스케줄이 없대?”
[미루신답니다. 매출이 잘 나와서 무척 고무되신 것 같던데요?]아니, 기획사 업무나 잘할 것이 지, 왜 프렌차이즈 업무에 달려들어 서 그걸 해주고 있나? 왜?
[MK는 다 한 가족이랍니다. 이사 인 자기가 몸을 아끼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냐고 하시네요. 저는 살짝 울 뻔했습니다.]아…….
그것참, 감동적인 말이긴 한 데…….
[그래서 말입니다만, 하실 거죠?] [네? 하실 거죠, 회장님?]“••••••할게.”
[감사합니다. 교통편은 이쪽에서 준비하겠습니다. 빨리 돌아야 하니, 헬기 한 대 수배하죠.]아니, 뭘 그렇게까지.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전화가 뚝 끊겼다.
강진호가 끊긴 전화를 가만히 바 라보다가 눈가를 홈쳤다.
‘내가 내 무덤을 팠지.’
후회해 봐야 이미 늦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