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94)
마존현세강림기-1496화(1493/2125)
마존현세강림기 61권 (4화)
1장 이어가다 (4)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박유민과 보조를 맞추느라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나아가고 있음 에도 강진호는 무척이나 시원한 감 각을 느끼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이 감각을 너무 오래 잊고 살았
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금동이가 부서진 이 후…… 금동이가…….
“ 어?”
금동이가 왜 부서졌더라?
아, 그때 터널…….
“이현수가 부쉈네.”
새삼 뭔가 울컥 치밀어 오른다.
생각해 보면 이현수는 얼마나 대 단한 인간인가.
자기가 부순 자전거를 강진호의 카드로 다시 사면서 생색을 내다니, 인간이 양심이 없어도 정도가 있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분노가 크게
일지 않는다.
그의 발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 는 페달의 감각이 강진호의 기분을 은근슬쩍 밀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 다.
“자전거 엄청 오랜만에 타보는 것 같아.”
“그러네.”
“옛날에는 내가 네 뒤에 탔는데.” 강진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박유민도 나름 안정된 자세로 자 전거를 타고 있었다. 한쪽 다리가 짧아 페달을 굴리기 쉽지 않을 텐데
저리 능숙하게 타는 걸 보면, 보이 지 않는 곳에서 꽤 열심히 연습을 한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기분이 좋 아진다.
“아, 바람 분다.”
조금 차가운 감이 있는 바람이 강진호와 박유민을 스치고 지나갔 다.
자전거를 타는 와중에 맞는 역풍 은 사람을 힘들게 하기 마련이지만, 강진호는 이 바람을 맞는 게 좋았 다. 슬쩍 자전거를 틀어 박유민의 앞을 막아준 강진호가 묵직하게 페
달을 굴려 앞으로 나간다.
‘시원하군.’
뭔가 조금 풀리는 기분이다.
차를 타고 달릴 때보다 빠르지는 않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이 느껴 진다.
강진호가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박유민이 그의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다. 이대로 즐기는 것도 나쁘지 는…..
“진호야!”
“응?”
“얼른 가!”
“••••••웅?”
박유민이 웃으며 손짓한다.
“나도 너랑 같이 달리자고 온 거 아냐. 너는 너대로 돌아. 나는 나대 로 돌 테니까.”
“뭔 소리야? 같이 달려야지.”
“됐어. 그럼 너는 찝찝하고, 나는 힘들어. 나는 나대로 천천히 놀다 갈 테니까, 너는 얼른 새 자전거로 달려봐야지.”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여하튼 이래서 박유민이라니까.’
언제나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 각하는 사람이다. 때로는 미련스러 울 만큼 말이다.
“빨리 가. 내가 불편해.”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아마 저 자기가 불편하다는 말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닐 것이다. 박 유민은 정말 그런 타입이니까.
강진호가 슬쩍 뒤를 돌아보며 말 했다.
“보육원에서 볼까?”
“됐어. 나 오늘 연습실 나가봐야 돼. 얼른 집에 가. 옷도 챙겨 왔잖 아.”
“알았어. 그럼 다음에 한잔하자.”
“술? 콜라?”
“……이왕이면 후자가 좋긴 하 지.”
박유민이 킥킥대며 웃었다. 강진 호가 그런 박유민에게 손을 흔들고 는 페달을 꾹 밟았다.
촤아아아아악!
자전거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앞으 로 달려 나간다.
“우와아……
박유민이 그 광경을 보고는 입을 쩌억 벌렸다.
강진호야 이제 무슨 일을 해도 놀랍지 않은 사람이지만, 설마 저 강진호의 힘을 버티는 자전거가 있
을 줄이야.
박유민이 씨익 웃었다.
“신났네, 아주.”
박유민은 자신의 친구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저 즐겁기를 바랐다.
스쳐 지나간다.
주변의 광경이 강진호의 시야를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바람이 강 진호의 몸을 때리고, 옷이 찢어질 듯 펄럭인다.
‘나쁘지 않아.’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취미라……
확실히 사람에게는 휴식이 필요하 다. 최근 한동안은 너무 앞만 보고 달렸으니까.
휴식을 취하러 간 미국에서마저 전투를 치르고, 일에 파묻혀 있다 돌아온 느낌이다. 그리고 한국에 돌 아와서도 전혀 쉬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일에 관련된 모든 걸 잊고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있으 니, 텅 비어버린 곳에 무언가가 채 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뭐랄까…….
실제로는 자전거를 탄다는 사실보
다는 그저 일상적으로 하던 생각들 에서 벗어났다는 점이 더 크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실감하게 되는군.’
스스로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아 마 강진호도 부담을 느끼고 있던 모 양이다. 오늘 갑자기 이 모든 것들 이 몰려온 이유는 카페의 성공적인 시작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일들 이 모두 끝났기 때문이겠지.
아직 공장을 안정화시키는 일이 남았지만, 오늘 저녁부터 새로운 인 력이 교육을 마치고 투입되면 완벽
하지는 않아도 대충은 안정화가 될 것이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총회의 숙원 사업 하나가 끝났다.
그럼 다음은?
‘생각하지 말자.’
강진호가 살짝 눈을 감았다 뜬다.
가야 할 길이 아직 남았다는 건 알고 있다. 이제는 예전처럼 까마득 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 직은 해야 할 일이 많다. 그의 세상 은 아직 안전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조금쯤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
그동안 너무 쉴 새 없이 달려왔 으니 말이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강진호에게 휴식을 강조하고, 또 강요해 왔지만, 강진호 스스로 휴식의 필요성을 실 감한 건 이번이 처음이나 마찬가지 였다.
그렇다면…….
‘제대로 쉬어줘야지!’
강진호가 페달을 꾹꾹 밟는다. 굳 이 힘을 주체하지 않아도 이 자전거 는 내력을 싣지 않은 강진호의 힘 정도는 버텨주고 있다.
덕분에 밟으면 밟는 대로 쏘아지
듯 앞으로 튀어 나간다.
“좋군!”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오랜만에 뭔가 제대로 달리는 느 낌이 들었다.
통짜 생고무로 만들어진 타이어가 바닥을 끌어안듯 잡아주고, 속이 비 지 않은 프레임이 충격을 묵직하게 버텨낸다.
주위의 풍경들이 강진호를 과격하 게 스쳐 지나가고, 풍압이 몸을 말 그대로 후려쳤다.
“정말 서울 한 바퀴 돌아볼까?”
아니지!
강진호가 씨익 웃으며 핸들을 틀 었다.
성주찬이 손님으로 가득 찬 홀을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거참.”
손님이 가득 찼다면 당연히 좋아 해야 할 일이건만, 성주찬은 기묘한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해도 손님이 없더니.’
물론 손님이 아주 없던 것은 아
니다. 하지만 겨우 본전치기에 불과 할 정도의 돈을 벌었을 뿐이다. 가 게에 들어간 비용을 매출에서 제하 고 나면 최저임금도 남지 않는다.
내야 할 세금까지 생각하면 차라 리 가게를 폐업하고 아르바이트를 뛰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인테리어를 바꾸고 가게 이름을 바꿔 단 것만으로 손님이 끊 이지 않고 들어온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
커피 맛도 달라졌고, 메뉴도 바뀌 었다. 그리고 공간을 좀 더 효율적
으로 쓰게 되었고, 시스템이나 응대 체계도 바뀌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마케팅이라는 게 이렇게 쩌는 거 였구나.’
강진호와 최연하가 한 번 다녀간 뒤, 매출이 두 배로 뛰었다. 그리고 CF가 방영되자 거기서 또 두 배로 뛴다.
성주찬이 이미 한 번 카페를 운 영해 본 경험이 없었다면, 카페라는 게 원래 쉽게 쉽게 돈 버는 곳이라 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다른 점주들은 그리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왠지 억울하네.’
그놈들도 매장에 파리 날리는 꼴 을 한 번 봐야 하는데!
이 더러운 놈들은 그의 매장을 뻔질나게 드나들다가 자기들이 개업 을 하자마자 거짓말처럼 발길을 뚝 끊었다.
지방에 사는 놈들이야 그렇다 치 고, 옆 동네 놈들까지 모조리 발길 을 끊은 건 너무하지 않은가.
물론 자기 매장이 바쁘고 자기 사는 게 바쁘니 이해할 수 있는 일 이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그렇
지가 않았다.
“매정한 것들.”
성주찬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여기요.”
“아, 죄송합니다!”
성주찬이 잡념을 털어내고는 재빨 리 카운터로 향했다.
“주문하시 겠습니까?”
“아메리카노. 아이스로 두잔요.”
“네, 감사합니다. 포인트 적립하실 건가요?”
능숙하게 주문을 받은 성주찬이 계산을 하고 진동 벨을 넘겨주었다. 그가 주문을 받기 무섭게 아르바이
트생들이 커피를 뽑아내기 시작한 다.
‘이러다 진짜 부자 되겠네.’
물론 가맹비로 낸 돈을 회수하려 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이다. 버는 돈이 많으면 재료비도 느는 법이고, 추가로 고용한 아르바 이트생에 대한 인건비도 있으니, 눈 에 보이는 것처럼 큰돈이 들어오지 는 않겠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네 배는 넘게 버는 것 같은데……
어쩌면 더 될지도 모른다.
성주찬은 새삼 강진호에게 감사하
는 마음을 가졌다.
“진짜 대단한 사람이야……
총회를 나간 이들에게 먹고살 길 을 마련해 준다는,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여 결국에는 해내고 말았다.
물론 총회를 나온 이들이 모두 이 업계에 뛰어든 건 아니지만, 일 단 카페가 성공한 이상 이차, 삼차 프렌차이즈도 시도할 수 있을 것이 다.
그럼 나중에는 총회 출신들이 안 정적으로 돈을 벌며 사회에 녹아들 수 있게 된다.
꿈만 같던 이 상황이 정말 이루 어졌다. 뭔가 감개가 무량하다.
성주찬은 안다.
총회를 나온 이들이 사회에 적응 하느라 얼마나 큰 고통을 겪는지 말 이다. 당장 그만 해도 하루에도 몇 번씩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싶지 않 았던가.
그 힘든 상황에서 이 카페 루오 고는 총회인들을 평범한 사회에서 살아가게 해주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게 분명하다.
성주찬이 자꾸만 새어 나오는 웃 음을 어찌하지 못하던 그때였다.
앞쪽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안 으로 들어온다.
“어서 오…… 회장님?”
성주찬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 졌다.
안으로 들어온 이가 다름 아닌 강진호였기 때문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들어오자마자 다짜고짜 주문을 하 는 강진호를 보며, 성주찬이 다급하 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 지금 준비하겠습니다!”
성주찬이 부리나케 로스팅 기계로 뛰려고 하자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
다.
“ 계산.”
“제, 제가 어떻게 돈을……
“계산해.”
강진호가 카드를 넘겨주자, 성주찬 이 마른침을 삼키고는 카드를 긁었다.
‘아, 살 떨려 미치겠네.’
회장에게 돈을 받고 커피를 파는 것도 미칠 노릇인데, 이 사람은 단순 한 MK의 회장이 아니라는 게 문제 다. 얼마 전까지 그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던 총회의 회주가 아닌가.
‘아니, 갑자기 왜 오신 거래?’
왔다 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
데!
성주찬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커 피를 뽑았다. 그러고는 재빨리 커피 를 챙겨 강진호에게 내밀었다.
“여, 여기 있습니다.”
강진호가 성주찬이 내민 커피를 받아 들고는 그 자리에서 빨대롤 꽂 아 쪽 빨아들인다.
성주찬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흐 O O 으 ”
—– W •
강진호가 한 모금 마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카운터 위에 탁, 올려 놓는다.
그러고는 미간을 좁힌다.
“원두 언제 갈았어?”
“예? 아…… 아까……
“커피야 자동으로 뽑을 수밖에 없 다지만, 원두는 그라인더로 즉각즉 각 갈라고 했을 텐데?”
“그, 그렇습니다.”
“언제 갈았어?”
“사실은 미리 갈아둔 게 아니라, 전에 쓰던 자동 그라인더를……
강진호가 빙그레 웃었다.
“그래?”
“……시, 시정하겠습니다.”
“아냐. 괜찮아.”
강진호가 느긋하게 휴대폰에 뭔가 를 입력했다.
“넌 재교육.”
“재교육 담당은 이현수다.”
“히 익!”
“수고해.”
강진호가 빙글 몸을 돌렸다. 하지 만 이내 아차 하고는 다시 고개를 슬쩍 돌렸다.
“아, 그리고……
“••••••예?”
“다른 매장에 말하지 마라. 오늘
내로 서울 매장은 다 돌아볼 생각이 니까. 너도 다른 애들이 빠져나가는 건 보기 싫겠지?”
성주찬의 눈에 독기가 어렸다.
“……죽으려면 같이 죽어야죠.”
“좋은 자세야.”
강진호가 성주찬을 향해 한 번 옷어주고는 매장을 나섰다.
성주찬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진짜 못 당하겠다니까.’
되도록 많은 놈들이 재교육에 걸 리기를 바라는 성주찬이었다. 그래 야 좀 덜 억울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