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95)
마존현세강림기-1497화(1494/2125)
마존현세강림기 61권 (5화)
1장 이어가다 (5)
“끄으으응.”
성주찬이 앓는 소리를 내며 걸음 을 재촉했다.
‘차를 한 대 사든가 해야지.’
이것도 총회에 적웅한 덕분에 벌 어진 일이다. 총회에서는 딱히 차가 필요하지 않다 보니 나이가 이미 서
른이 넘었는데도 아직 면허가 없다.
총회를 나가게 되면 면허부터 따 겠다고 다짐했는데, 급하게 가게를 인수하게 되면서 결국 없던 일이 되 고 말았다.
평소처럼 출근할 때는 딱히 불편 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오늘처럼 다 른 곳에 들러야 할 때는 무척이나 불편하다.
‘고역이지.’
마음만 먹는다면 고속도로 위의 차보다 빠를 수는 없어도, 이 도심 속에서 움직이는 차들보다는 빨리 달릴 자신이 있다. 하지만 성주찬은
치밀어 오르는 욕구를 꾹꾹 내리눌 렀다.
그는 더 이상 무인이 아니니까.
스스로 무인의 길을 걷지 않기로 한 이상, 이제는 내력이 아닌 이 두 다리의 근력으로 걸을 수밖에 없다. 때로는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나도 지킬 건 지켜야지.’
총회는 그들을 위해 많은 것을 해주고 있다. 그런데 성주찬이 겨우 이런 불편함도 감수하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일을 위해 강진호와 MK가 얼
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지 성주찬 도 잘 알고 있다. 물론 다행히 시작 은 성공적이지만, 그건 결과론일 뿐 이다.
조금만 삐끗했어도 투자한 돈을 모조리 날릴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강진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들 을 위해 이만한 돈을 쓴 것이다.
그러니 뼈가 부서지도록 일해야 지.
다만…….
“빌어먹을, 두 번 다시 재교육은 안 받을 거야.”
성주찬이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눈이 반쯤 돌아가 버린 이현수에 게 재교육을 받는 건 살아 생전 다 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안 그래도 종회의 마귀라 불리는 놈의 면전에다 매장 관리를 잘못한 놈들을 던져 놓으니, 이름은 재교육 인데 실제로는 지옥 불구덩이에서 뒹구는 것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다.
도대체 왜 카페 운영에 대한 재 교육을 받으면서 바닥을 마르고 닳 도록 굴러야 하는가.
“끄으웅.”
하지만 지은 죄가 있어서인지 아 무도 반항을 하지 못했다.
사실 이제 개업한 지 일주일도 안 된 매장의 관리가 제대로 안 된 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 다.
‘나도 마찬가지고.’
매뉴얼에는 반드시 수동 그라인더 를 쓰게 되어 있다. 몰리는 손님을 감당하지 못해서 잠깐 예전에 쓰던 자동 그라인더를 쓴 것뿐인데…….
‘그걸 어떻게 커피를 먹어보고 알 지? 귀신같은 양반.’
강진호의 미각이 대단한 건지, 아 니면 커피에 대한 집착이 대단한 건 지 모르겠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 이 있다면, 재교육을 받는 이들의 수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았다는 점 이다.
‘다들 뭐 하나씩 저질렀겠지. 병 신 같은 새끼들.’
물론 그 안에 포함되는 성주찬이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강진호는 그날 하루 동안 수도권 에 있는 매장을 전부 도는 기염을 토했다. 강진호의 차가 근처에 접근 했다면 점주들이 알아챌 수도 있었 겠지만…….
‘설마 그걸 자전거를 타고 돌 줄
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여하튼 대단한 사람이라니까.”
성주찬이 고개를 내저으며 매장으 로 향했다. 그러고는 문을 열고 안 으로 들어갔다.
“좋은 아침. 아니, 점심이라고 해 야 하나?”
어쨌거나 재교육도 받았겠다. 오 늘도 열심히…..
“어?”
성주찬의 시선이 매장 가운데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로 고정됐다.
“늦어! 인마!”
헐?
아니, 방 이사님?
“……커피 한 잔 드시겠습니까?” 방진훈이 손을 내저었다.
“됐어. 나는 회주님이랑은 다르게 커피가 영 안 맞더라고. 카페인지 뭔지 애들은 좋아하는데, 나는 영 발길이 안 가.”
“아, 그러시면 냉수라도?”
방진훈이 슬쩍 고개를 돌려 메뉴 판을 바라보았다.
“거, 뭐 달달한 거 없냐? 많이 달 달한 거.”
“……스무디라도 한 잔 드릴까 요?”
“그런 건 한 입 빨면 끝이잖아. 빙수 있냐, 빙수? 딸기 들어간 거.”
거, 취향 한 번 확고하시네.
카운터로 돌아가 재빨리 빙수를 만들어낸 성주찬이 자신이 마실 커 피 한 잔을 뽑아 방진훈의 건너편에 앉았다.
방진훈이 그가 뽑아온 커피를 보 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야, 너는 카페하는 사람이 커피 가 넘어가냐?”
“……회장님이 커피 맛 안 달라지 게 하루에 세 잔 이상은 먹으라십니 다.”
“거참, 그 양반은.”
방진훈이 피식 웃고 만다.
“뭘 하든 간에 그런 식이네.”
“동감입니다.”
이 말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크게 공감하는 성주찬이었다.
“그런데……
“ 음?”
“그냥 빙수나 드시려고 오신 건 아니죠?”
방진훈이 피식 웃었다.
“맞아, 인마. 빙수 먹으러 왔어.”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이 방진훈이 빙수를 입안으로 퍼 넣기 시작했다. 커다란 그릇에 담긴 빙수 가 순식간에 동이 난다.
“먹을 만하네.”
빈 빙수 그릇에 숟가락을 던져 넣은 방진훈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뭐, 딱히 대단한 용건이 있어서 온 건 아니고, 그냥 어떻게 하고 있 나 한 반 들러봤다.”
매장을 둘러본 방진훈이 성주찬에 게 시선을 고정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 거든.”
그의 목소리에 살짝 씁쓸함이 묻 어났다.
“예전에 네가 나를 찾아왔지. 기 억나냐?”
“예. 기억납니다.”
성주찬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과의 전쟁을 앞두고 방진훈은 총회를 탈퇴할 사람을 찾았다. 그때, 성주찬은 결국 총회를 탈퇴하는 쪽 을 택했다.
목숨을 걸고 서로 죽인다는 무거 움을 도저히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그때 내가 했던 말은 기억하고 있냐?”
“예. 기억합니다. 제가 잘못된 게 아니라고 하셨죠.”
“그랬지.”
조금은 소란스러운 카페 안에서 둘의 목소리가 묻혀갔다.
“나는 말이야.”
방진훈이 껄끄럽다는 듯이 머리를 긁는다.
“그것만으로 내가 할 걸 다 했다 고 생각했다. 총회를 나가는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게 내 최선이 라고 생각했지. 잘난 듯이 지껄였지
만…… 나도 몰랐던 거야. 결국 총 회를 나간 이들도 어떻게든 살아간 다는 걸 말이야. 그 뒤는 나와 상관 없다고 생각했지.”
성주찬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게 사실 아닙니까.”
“……사실이라고?”
“예.”
성주찬이 살짝 망설이다가 입을 연다.
“퇴사한 사람을 회사가 신경 쓸 필요 없듯이, 총회를 떠난 사람을 총회가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거죠. 선택은 본인이 한 거니까요.”
“그렇지, 그렇게 생각했지.”
방진훈이 고개를 내젓는다.
“그런데 안 그런 사람도 있잖아. 그렇지?”
강진호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방진훈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지 만, 성주찬은 딱히 방진훈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건 그냥 회주님이 이상 한 거 아닙니까?”
“음?”
“어떤 사람이 그런 데까지 신경을 씁니까? 저는 이사님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사님이 정상 적인 거고, 회주님이 쓸데없이 오지 랖이 넓은 거죠.”
방진훈이 피식 웃고 말았다.
어쩌면 성주찬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강진호는 자신이 하는 일에 조금 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언제나 새로 운 일을 벌이는 사람이니까. 어쩌면 이번 일도 그 ‘새로운 일’에 끼워 맞출 적당한 일을 찾다가 얻어걸린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방진훈만은 웃고 넘길 수가 없다.
왜냐면 이 일은 애초에 방진훈이 해야 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말이다……
방진훈이 성주찬을 빤히 바라보다 가 조금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
“별로 쓸모가 없는 사람이야.”
“아, 아니. 이사님, 그게 대체 무 슨 말씀이십니까?”
“사실이 그래.”
방진훈이 손을 뻗어 성주찬의 앞 에 놓인 커피를 들고는 쭉 들이켰 다.
탁.
커피 잔을 테이블에 올려둔 방진
훈이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예전에는 아니었겠지. 하지만 까 놓고 말해서 지금 총회에 내가 없다 고 총회가 망하기야 하겠냐? 딱히 달라지는 것도 없을걸?”
방진훈의 말에 성주찬이 입을 다 물었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솔 직히 그게 거짓말이라는 것은 성주 찬도 알고, 방진훈도 안다.
방진훈의 말은 시니컬할지는 몰라 도 거의 진실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내가 총회인으로서 자
부심을 가진 건…… 내가 총회의 성 골이라는 거였어. 회주님이나 뭐, 이 현수나 다른 이사진도 모두 밖에서 온 사람들이잖아.”
“그렇죠.”
방진훈이 좌우를 한 번 돌아보더 니 눈을 찌푸렸다.
“여기 흡연실 없냐?”
“아, 여긴 없습니다.”
“……나가자. 한 대 피워야겠다.”
“담배 끊으신 것 아니었습니까?”
“두 달에 한 대 정도는 피워, 이 새끼야. 사방이 다 흡연잔데 아주 안 피우는 게 말이나 되냐.”
방진훈이 피식피식 웃고는 밖으로 나간다. 성주찬도 말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찰칵.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가 담배를 문 방진훈이 깊게 담배 연기를 뿜어 내고는 눈을 찌푸렸다.
“이걸 왜 피우는지 모르겠다니까. 쓰기만 한 걸.”
“그럼 피우지 마십시오.”
“시끄러워, 인마.”
방진훈이 다시 담배를 물고 깊숙 이 빨아들인다.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아,
그렇지.”
방진훈이 쓴웃음을 머금으며 말을 잇는다.
“성골. 그래, 그 망할 놈의 성골. 그게 참 웃긴 말이지. 이게 신라 시 대도 아니고, 출신이 뭐 중요하다고.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 속에 박혀 있 더라. 다른 사람들은 다들 밖에서 왔으니 결국에는 목적만 중요하지. 총회 놈들을 돌보지는 않을 거다. 내가 챙겨야 한다. 내가 어떻게든 이사진에 들러붙어서 애들 먹고살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방진훈의 입에서 담배 연기가 홀
러나왔다.
“개소리였던 거지.”
“……이사님.”
“막상 애들 월급 올린 건 그렇게 좆같아 한 이현수고, 애들 명함 만 들어준 건 내가 그렇게 패 죽이려 한 이중걸이 손녀딸이고…… 회에서 나간 애들 직업 만들어서 돈 벌게 해준 건 회주님이고.”
고개를 든 방진훈이 성주찬을 똑 바로 바라본다.
“나는 한 게 없더라고.”
그 목소리가 너무도 씁쓸하게 들
렸다.
“주둥아리만 산 거지. 정말 뭔가 를 하고 싶었다면 입으로만 나댈 게 아니라 발로 뛰고 움직였어야 하는 건데, 나는 그냥 편한 자리에만 앉 아서 입만 살았던 거야.”
“이사님, 저희는 아무도 그리 생 각하지 않습니다.”
“더 웃긴 걸 이야기해 줄까?”
“••••••예?”
방진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막상 회주님은 니들을 어떻게든 잘살게 하려고 이런 일까지 하는데, 나는 회주님이 오시고 나서 한 게
애들 무공 만들어서 배우게 한 것밖 에 없다. 내가 우려한 일을 내가 하 고 있고, 내가 해야 했던 일은 회주 님이 하고 있는 거지. 무슨 말인지 알겠냐?”
성주찬이 입을 다물었다.
함부로 위로를 할 생각도 들지 않는다. 방진훈의 표정이 너무 씁쓸 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와봤어.”
“그냥 니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어서 말이야. 걱정하지 마, 새끼 야. 망하라고 고사 지낸 거 아니니
까. 나는 정말 너희가 잘됐으면 좋 겠다.”
방진훈의 말에 성주찬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성주찬이 살짝 망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