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04)
마존현세강림기-1506화(1503/2125)
마존현세강림기 61권 (14화)
3장 밝혀내다 (4)
“서종구 씨.”
“•…”네?”
고개를 돌린 서종구는 그의 뒤에 서 있는, 건장한 체격의 두 사람을 보며 몸을 홈칫 떨었다.
“……죄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 비권을 행사……
무슨 죄라는 부분과 뒤에 고지되 는 미란다 원칙은 제대로 들리지 않 았다. 낯선 단어라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그 부분을 홀 려 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서종구는 자신이 제대로 듣지 못한 부분을 되물을 수 없었 다.
순식간에 달려든 자들이 그를 바 닥에 강제로 엎드리게 만들고는 손 목에 수갑을 채웠기 때문이다.
“아, 아니! 이게!”
“조용히 해!”
뒷목을 솥뚜껑 같은 손이 짓누른
다. 감히 반항을 생각하지도 못하게 만드는 우악스러움이었다.
“왜, 왜 이러시는 거예요?”
“자세한 건 서에 가서 이야기합시 다. 순순히 따라오세요.”
서종구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 다.
‘설마 그거 때문에?’
잘은 몰라도 지금 자신에게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만은 확 실하게 알 수 있었다.
“누구 사주를 받으신거예요?”
“똑바로 말씀하세요.”
“저기요.”
책상 앞에 앉은 형사를 보며 서 종구가 살짝 떨리는 눈으로 말했다.
“저는 지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거든요. 진짜 저한테 왜 이러 시는 거예요?”
“하, 이 사람 보게?”
그의 앞에 앉은 형사가 피식 웃 더니 모니터를 그쪽으로 돌렸다.
“여기. 이거 서종구 씨 아닙니 까?”
CCTV 안에서는 그가 점원에서 뜨거운 커피를 던지는 장면이 고스 란히 찍혀 있었다.
“저……
“발땜해 봐야 소용없어요. 이미 동선 파악 끝났고, 서종구 씨가 집 으로 들어가는 장면까지 다 확보했 으니까요. 얼굴도 너무 선명하게 나 와서 누가 봐도 서종구 씨 맞거든 요?”
서종구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예. 저 맞습니다.”
“인정하시네. 그럼 여기서 커피
사람한테 던진 것도 인정하시죠?”
“아니, 그건 저쪽이 너무 사람을 화나게 해서……
“서종구 씨.”
형사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이거 상해죄라는 건 알고 계시 죠? 뜨거운 물은 흉기로 취급됩니 다. 사람 머리 쪽에 이걸 집어 던졌 다는 건, 타인에게 상해를 입힐 마 음이 있었다는 뜻이죠. 쉽게 끝날 일 같아요?”
서종구가 입을 꾹 다물었다. 형사가 그 기색을 살짝 살피더니
가만히 입을 열었다.
“누가 시켰어요?”
“시, 시키긴 누가 시켜요?”
“서종구 씨, 통장에 최근 거액이 입금되었던데, 서종구 씨가 직접 현 금으로 넣은 거죠?”
“그 돈 어디서 났어요?”
“아, 아니! 제가 벌어 넣은 돈까 지 어떻게 벌었는지 다 밝혀야 합니 까?”
형사가 고개를 내저었다.
“자꾸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 시면 서종구 씨도 좋을 게 없습니
다. 요즘은 이런 식으로는 못 빠져 나가요. 범죄 사실을 부인하는 것과 인정하는 것에 형량 차이가 얼마나 나는 줄 알아요?”
형사가 목소리를 점점 고조시켰 다.
“잡혔을 경우 어떻게 하라는 지시 까지 다 받은 것 같은데, 그거 서종 구 씨한테 진짜 유리한 일 같습니 까? 저 돈이라도 챙기면 이득이죠. 그런데 그 돈, 과연 남아 있을까 요?”
“••••••네?”
서종구의 눈이 흔들렸다.
“저 현금이 위법한 행위로 벌어들 인 돈이라는 게 확인되면, 서종구 씨 통장에서 회수됩니다. 그럼 서종 구 씨는 돈 한 푼 못 벌고 징역만 사는 거예요.”
“지, 징역이요?”
서종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아아, 앉으세요. 제가 말실수를 했네요. 이게 징역까지 갈 일인지는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니죠. 그건 검 사님이나 판사님이 판단하실 일이 고, 저는 그냥 경험상 그렇게 보인 다는 거죠, 경험상.”
“혀, 형사님, 이게 징역까지 살 일인가요?”
“아니, 이 사람이 장난하나!”
형사가 목소리를 확 키웠다. 그 기세에 서종구가 움찔했다.
“사람 얼굴에 뜨거운 커피 퍼붓 고, 그것도 모자라서 나온 사람 주 먹으로 후려 패놓고! 그럼 뭐, 벌금 이나 받고 끝날 줄 알았어요?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다리가 후들거린다.
징역이라니.
서종구는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벌금이
나 내고 끝난다고 들었는데.
“지금이라도 다 인정하고, 누가 시켰는지 이야기하면 정상참작됩니 다. 그런데 서종구 씨, 그거 아세 요?”
“예?”
“정상참작도 선착순이라는 거. 다 른 조사받는 사람이 먼저 이야기해 버리면 서종구 씨가 말해봐야 소용 이 없어요. 이미 밝혀진 사실이거든 요. 그럼 서종구 씨는 죄 고스란히 다 받는 거예요. 아마 범죄 사실 부 인으로 가중처벌도 들어갈 수 있을 걸요? 어디 보자, 이게 가중되면 대
체 몇 년이지?”
“가중이요?”
서종구가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자, 잠시만요. 저 말고도 조사받 는 사람이 또 있다는 뜻인가요?”
“이 사람, 진짜 아무것도 모르나.”
형사가 피식 웃었다.
“이봐요, 서종구 씨. 서종구 씨랑 정확하게 같은 짓을 하다가 잡혀온 사람이 여섯 명이에요. 이것들은 사 람을 쓸 거면 레퍼토리라도 좀 바꾸 든가. 커피 던지고 사람 때리는 걸 여섯 명이나 똑같이 하는 건 너무
식상하지 않아요?”
“됐어요. 긴말할 것 없고…… 형사가 손에 들고 있던 파일을 책상 위에 던졌다.
“그러니까 서종구 씨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시비가 붙어서 싸웠다, 이거죠?”
“……예.”
“그럼 뭐, 긴말할 것 없네. 일단 유치장에 들어가 있으면 됩니다. 더 조사할 것도 없는 사항이니까. 가족 들한테 연락은 하셨죠? 이마 못해도 조사 끝날 때까진 구치소 신세 져야
할 테니까, 미리미리 연락하세요.”
“저, 저 집에 못 돌아가나요?”
“이 사람이 장난하나.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네.”
형사가 고개를 내저었다.
“됐습니다. 나중에 또 조사할 테 니까, 그때 뵙죠. 이쪽으로 오세요.”
자신의 팔을 움켜잡고 경찰서 한 구석에 마련되어 있는 유치장으로 끌고 가는 경찰을 보며 서종구가 넋 을 놓았다.
‘이게 왜 이렇게 됐지?’
사람에게 커피를 던졌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통과된다는 말은 생전
들어본 적도 없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이 일이 서종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고 있었 다.
‘그럼 정말 징역이라도 사는 건 가?’
징역까지야 그렇다 치자.
그 돈까지 모조리 회수가 된다 면?
그럼 서종구는 말 그대로 돈 한 푼 벌지 못하고 징역만 사는 것이 다.
“자, 잠깐만요, 형사님!”
“시간 끌지 마세요. 나 바쁜 사람
이에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형사가 슬쩍 고개를 돌린다. 서종 구의 팔을 잡고 있는 그의 손에서 힘이 살짝 풀렸다.
“제, 제가 다 말하면 징역은 안 살 수 있나요?”
“그거야……
형사가 피식 웃는다.
“서종구 씨가 얼마나 협조적인가 에 따라서 다르겠죠.”
서종구가 눈을 질끈 감았다.
더 고민해 볼 여지가 있을지 모 른다. 하지만 지금 그와 같이 조사
를 받고 있는 이가 정말 그렇게 많 다면, 그 고민의 시간이 되레 서종 구의 목을 조일 것이다.
“……말하겠습니다.”
“그래요?”
형사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럼 다시 가서 앉읍시다. 배고 프지 않아요? 설렁탕이라도 하나 시 켜 드릴까?”
그 설렁탕을 코로 먹어야 되냐는 농담은 차마 하지 못한 서종구였다.
“……다 불었다구요?”
“여섯 명 다.”
“하루 만에?”
“말했잖아.”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대한민국 경찰들이 무능한 게 아 니라니까. 제대로 뭐가 걸렸다 싶으 면 못하는 게 없는 사람들이야.”
“아니, 그럼 진즉에 그렇게 좀 일 하지.”
“거참, 그게 경찰 잘못이 아니라 니까 그러네.”
이현수가 피식 웃고 말았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그냥 경찰의
나태함을 지적하고 끝내도 된다. 하 지만 이현수나 이현주처럼 특정한 집단을 경영하는 이들은 절대 거기 에서 파악을 끝내서는 안 된다.
“폭력범 만나서 뱃대지에 칼 들어 올 거 각오하고 뺑이 치는 사람이랑 음주 단속하는 사람이 같은 월급 받 는데, 누가 열심히 일하고 싶겠어. 그러다 몸 상하면 다 자기 잘못인 데. 그렇게 퇴임하면 누가 챙겨주기 라도 하냐고.”
“그런데 이건 그냥 열심히만 해 도……
“그게 안 그렇다니까. 몸이 부서
져라 일하면 뭐 흐fl. SNS에 홍보 자 료 잘 올린 애가 특진하는 세상인 데.”
이현주가 입을 다물었다.
“애초에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없 으면 사람은 안 움직여. 이 많은 사 람들을 제대로 평가할 시스템을 만 드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고. 세상 일이라는 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 아.”
그리 단순했다면 총회는 이미 홍 왕계를 넘어선 최고의 세력이 되어 있을 것이다. 세상 일이 다 마음 같 지 않아서 그렇지.
“여하튼 그럼 그놈들이 다 불었대 요?”
“한 놈도 빠짐없이 다 불었단다.”
“범인이 누구래요?”
“아직 안 나왔어.”
“네?”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 새끼들도 보통 놈들이 아냐. 그놈들한테 이 일을 의뢰한 놈들이 전부 다 달라.”
“……진짜요?”
이건 이현주도 생각하지 못한 상 황이다.
“보아하니 한두 다리 정도 걸쳐서
심부름센터 같은 데 의뢰를 한 모양 이야. 두어 계단은 더 파고들어야 어느 놈한테서 자금이 나왔고, 누가 본원인지가 나오겠지.”
“그러다 꼬이면요?”
“대한민국 경찰은 유능하다니까.” 이현수가 미소를 지었다.
‘절대 못 도망가지.’
신분은 감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돈은 감출 수 없다. 결국 자금의 흐 름을 따라가다 보면 반드시 결과가 나온다.
“그리고 우리 쪽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고.”
“……개입하지 말라면서요?”
“저런 애들은 못 건드리지. 쟤들 은 정말 핫바리거든. 하루 벌어 하 루 먹고사는 애들. 돈으로 꼬드겨서 일시킨 거에 불과해. 알고 보면 쟤 들도 불쌍해. 노량진에서 4수 하던 애가 생활비 떨어져서 고액 알바 찾 다가 덥석 물었단다. 쟤들이 뭔 죄 가 있어.”
“나쁜 놈이긴 한데……
“그래. 그리 치를 떨 놈은 아니 지. 문제는 쟤들한테 저걸 시킨 놈 들이지.”
이현수가 싱긋 웃었다.
심부름센터라는 곳은 기본적으로 합법적인 일만 해야 하는 곳이지만, 개중에는 이런 더러운 일을 도맡아 서 하는 곳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어둠에 반쯤 발을 들이고 사는 이들을 가장 잘 처리하 는 곳이 바로 총회다.
“일단은 저쪽이 어떻게 일하는지 보고, 마뜩찮다 싶으면 애들 몇 명 풀어야지. 도베르만이 따로 없을 걸‘?”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그럼 시킨 놈을 밝히면 되는 건
가‘?”
“아, 거기까지 안 기다릴 겁니다.”
“음?”
“매출이 지금도 떨어지고 있는 중 인데, 그리 느긋할 수는 없죠. 이 사건 자체는 내일부터 언론에서 때 릴 겁니다. 조직적으로 영업을 방해 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그 범인을 추적하는 중이라고요.”
“그래도 돼?”
“원래 한 번에 빵 터지는 것도 좋 지만, 하나하나 풀어 나가는 맛도 있는 법이죠. 그리고……
이현수가 씨익 웃었다.
“그 새끼들도 쫄깃함 좀 느껴봐야 죠. 언론에서 터지고 경찰이랑 검찰 이 눈이 뻘게서 자길 추적하는 기분 은 웬만한 놈들은 감히 느껴보지도 못할 감각일 테니까요.”
“어떤 새낀지 몰라도 잠은 못 잘 겁니다. 빨리 잡아서 유치장에서 발 뻗고 자게 해줘야죠. 크, 제가 이렇 게 자비롭습니다.”
부처님이 들었으면 쌍욕을 퍼부었 을 말을 태연하게 하는 이현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