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05)
마존현세강림기-1507화(1504/2125)
마존현세강림기 61권 (15화)
3장 밝혀내다 (5)
“……이걸 진짜 다 터뜨리라구 요?”
“그래.”
박규연이 눈을 끔뻑였다.
“어…… 부장님? 이걸 진짜요?”
“그렇다니까.”
박규연이 자신의 손에 들린 취재
파일을 바라보았다. 아니, 이건 취재 파일이라기보다는 공문, 혹은 보도 자료라고 불러야 할 물건이다.
‘아니, 이게 경제 문제기는 한 데……
형사 사건은 기본적으로 그의 파 트가 아니라 다른 파트에서 맡는 게 기본이지만, 이 건은 경제지에서 다 뤄도 아무 문제가 없다.
사건에 휘말린 이들이 한국의 기 업들이 니까.
하지만 문제는…….
“이거, 왠지 싸다 만 느낌인 데…… 이대로 보도를 해요?”
“진행 중인 모양이야.”
“허어?”
박규연이 다시 한 번 보도자료를 확인했다.
기본적으로 기사라는 건 두 종류 로 나뉘게 된다. 하나는 모든 사건 이 완전히 끝난 후에 보도하는 완결 형식의 기사고, 다른 하나는 사건의 진행을 중간 중간 계속 보도하는 진 행 형식의 기사.
전자는 소소하게 지면을 채우는 용도고, 후자는 화제를 끌어모으는 형식이다.
하지만 박규연이 봤을 때, 이 기
사는 후자라고 하기에는 화제성이 부족했다. 작정하고 때리지 않는 이 상은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다.
“요즘 갑질이 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갑질로 화제가 될까요?”
“그런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기 사 작성이나 해.”
박규연이 살짝 미간을 좁혔다. 보도자료처럼 뿌려진 기삿거리, 그리고 부장의 영 관심 없는 태도.
‘이거, 기획이네.’
그렇다면 이건 누군가 만들어 뿌 리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작품의
주체는…….
‘경찰청이라……
보도자료 자체는 경찰청에서 나왔 지만, 박규연은 이 일이 꼭 경찰청 에서 주무르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경찰이라는 건 말하자면 공공의 손 같은 것. 힘 있는 자라면 누구라 도 주무를 수 있고, 누구라도 마음 대로 휘두를 수 있다.
중요한 건 이 경찰청 뒤에 누가 있느냐 하는 것이겠지만…….
박규연이 입맛을 다셨다.
‘이건 팔 일도 아니네.’
이런 사소한 사건 하나하나까지 다 쫓아다닐 수는 없다. 그의 몸은 열 개가 아니니까. 기자로서 살아가 기 위해 중요한 것은 사건의 냄새를 맡는 촉과 쫓아야 할 일과 쫓지 말 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판단력이다.
“또, 또 어느 깜찍한 새끼들이 이 런 병신 짓을 저질렀을까나.”
“그냥 적당히 밟아주려 한 거겠 지. 그러던 와중에 밟힌 놈들이 꿈 틀한 거고.”
“그런데 희한하네요. 경찰청에서 직접 보도자료 뿌릴 정도면 대기업 급은 되어야 할 텐데, 대체 누가 뒷
배를 봐주기에 이런 듣도 보도 못한 프렌차이 즈를……
그 순간, 박규연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어‘?”
“••••••왜?”
“어? 씨발, 여기 MK 거예요?”
“뭐?”
MK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뒤쪽에 서 시간을 죽이고 있던 이가 자리에 서 벌떡 일어났다.
“MK?”
박규연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 다.
“아니, 뭐, 사료 떨어지는 소리라 도 들으셨어요? 그렇게 벌떡 일어나 시게?”
“이 새끼가 누굴 개로 아나?”
성큼성큼 걸어온 하광식이 박규연 의 뒤통수를 한 번 후려갈기고는 그 의 손에 들린 보도자료를 뻬앗아 들 었다.
“아주 별 지랄을 다 하시네.”
“누구요?”
“누구긴 누구야, 저 신비로우신 MK 대표님이시지.”
하광식이 피식 웃었다.
“프렌차이즈로 돈 쓸어 모으시는
것 같더니만, 별일을 다 겪으시는구 만.”
“선배는 알고 계셨어요, 이 양반 카페 프렌차이즈 하는 거?”
“TV만 틀면 그 얼굴이 질리도록 나오는데, 무슨 수로 모를 수가 있 냐! 아주 개같이 잘생겼드만. 징그 러워 뒈지겠다.”
“오, 호감도가 좀 올라가신 것 같 은데?”
“입으로는 말을 싸는 거야. 똥을 싸는 게 아니라, 새끼야!”
하광식이 박규연을 한 번 후려칠 듯 손을 들고는 다시 보도자료를 읽
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병신들은 뭘 믿고 MK를 건드리지?”
“그러게요. 뭐가 이상하다 싶더 니.”
하광식이 피식 웃었다.
“벌집을 건드려 놨네.”
切尺에 대해서 하광식보다 잘 아 는 기자도 흔치 않을 것이다. 하광 식은 MK가 제대로 활동을 시작하 기도 전부터 그 뒤를 파온 사람이니 까.
그런 하광식이 판단하기에 MK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건드려서는
안 될 곳 중 하나였다.
도무지 그 뒤에 뭐가 있는지 짐 작조차 가지 않는 곳. 그게 바로 하 광식이 판단하는 MK였다.
“전에 김명찬 총리랑 틀어져서 위 쪽이랑 사이가 나빠졌을 거라 생각 했는데, 이러는 거 보면 꼭 그렇지 만도 않은 모양이죠?”
“권력이라는 게 그런 거야. 지들 끼리 삐쳐서 싸우다가도 서로 돈 된 다 싶으면 다시 하하호호 하는 게 권력이고, 저런 놈들의 생리지.”
하광식이 비릿하게 웃었다.
“불쌍한 건 아무것도 모르고 MK
를 건드린 놈들이지. 누구일 것 같 냐?”
“경쟁사겠죠.”
“……아주 고맙다, 나는 아주 생 각도 못하는 걸 알려줘서.”
박규연이 피식 웃었다.
“어디, 카페 프렌차이즈 하는 회 사가 한둘입니까? 대기업부터 중소 기업까지 할 짓 없으면 다 달려드는 시장인데, 이 중에서 범인을 어떻게 찾습니까. 이런 짓 하는 데 큰돈 드 는 것도 아니고.”
“누구도 될 수 있다는 말이지.”
“딱 그거죠.”
하광식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 는 보도자료를 다시 박규연에게 넘 겼다.
“기사 써.”
“……선배가 안 하시구요?”
“내가 뭐 이런 것까지 할 짬밥이 냐?”
“그래도 MK 관련이면 떨어진 쓰 레기까지 주워 드시는 분이잖아요.”
하광식이 살짝 인상을 썼다.
“내가 씨발 그 새끼들 더러운 짓 하는 거 캐려고 이 짓 하는 거 아 냐! 근데 이건 그 새끼들이 억울하 게 처 맞은 거잖아.”
“크으, 저 칼 같은 정직함 보소.”
“닥쳐, 이 새끼야!”
하광식이 한 번 짜증을 내고는 몸을 홱 돌렸다.
그가 거친 걸음으로 밖으로 나가 자, 부장이 허, 웃고는 물었다.
“저 새끼 왜 저러냐?”
“MK 이야기만 나오면 저럽니다. 거, 그런 거 있잖습니까. 손 못 대 는 걸 만났을 때 느끼는 거.”
“……그건 3년 차 내로 다 졸업 하는 거 아니었냐? 저 새끼는 경력 이 몇 년인데 아직 신입처럼 굴어?”
“원래 우리 선배가 좀 순수한 면
이 있잖아요.”
“순수하면 마누라가 안 도망갔 지.”
“……듣는 데서는 뼈 때리지 마십 시오.”
“내가 설마.”
부장의 너스레를 들으며 박규연이 살짝 고개를 돌렸다.
“에이, 진짜.”
그러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하광식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배우현 부장이 피 식 웃고 말았다.
“사귀어라, 사귀어. 이 새끼들아.”
찰칵.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 하 광식이 깊게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쯧.”
뭔가 목에 걸린 듯이 답답한 느 낌이다.
“저 새끼들, 진짜……
박규연이 그런 하광식에게 다가와 자신도 담배를 꺼내 물었다.
“거, 선배. 적당히 좀 하십쇼.”
“뭘 7”
“파려면 제대로 파보든가, 아니면 손 확실하게 털든가. 이거도 저거도
아니고, 그게 뭐 하는 겁니까?” 하광식이 확 얼굴을 일그러뜨렸 다.
“내가 알아서 해, 인마.”
“알아서 못하니까 이러는 거 아닙 니까. 솔직히 말씀해 보십쇼. 선배, 의욕 꺾였죠?”
대답하지 못하는 하광식을 보며 박규연이 피식 웃었다.
“그렇죠. 그럴 줄 알았지. 선배는 저 강진호 새끼가 존나 나쁜 놈에다 가 뒤가 엄청 구린 놈일 줄 알았는 데, 알고 보니 그 새끼가 정권에 희
생자가 될 뻔한데다가 이제는 엄한 놈한테까지 처 맞고 있으니까 기분 이 이상한 거죠?”
“소설을 써라, 새끼야.”
“아니면 뭔데요?”
하광식이 담배를 쭉 빨아들였다. 과격하게 폐로 밀어 넣은 하광식이 한숨을 내쉬며 담배연기를 뿜어낸 다.
“그럼 뭐 강진호가 좋은 놈이기라 도 한다는 소리야?”
“하이고, 선배. 뭔 영화 찍습니 까? 세상에 좋은 놈 나쁜 놈이 어 딨습니까? 다 그렇고 그런 놈만 사
는 거지.”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게 딱딱 끊 어지지 않는다는 건 선배도 알잖습 니까. 강진호요? 아, 물론 좋은 놈 은 아니겠죠. 그런데 나쁜 놈이 아 닐 수도 있잖습니까.”
“그럴 일은 없어.”
하광식이 단호하게 말했다.
“견제받지 않는 힘을 손에 넣은 놈은 결국은 나쁜 놈이 될 수밖에 없거든.”
“견제는 충분히 받는 것 같던데 요? 말도 안 되는 죄목으로 구치소
에 질질 끌려간 게 엊그제라구요. 그게 언론사나 이쪽에서 딱히 관심 을 안 가져서 그렇지, 강진호가 마 음만 먹었으면 난리가 나고도 남을 상황이었어요. 이상하게 조용히 묻 혀 버린 거지.”
“그게 묻힌 거냐? 묻은 거지.” 하광식이 피식 옷었다.
그 강진호라는 놈이 그리 순둥순 둥한 놈•이었다면, 그만한 기업의 수 장이 될 수 있었을 리가 없다.
‘김명찬과의 파워 게임에서 이겼 다는 거겠지.’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무리 강진호가 대단하다고 해도 그는 일개 기업의 오너에 불과하고, 김명찬은 대한민국을 쥐고 흔들던 총리다. 그것도 허수아비 총리가 아 니라 최고 권력자의 총애를 받던, 실세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재력은 언제나 권력을 뒤흔들지 만, 권력이 작정하고 재력을 후려치 기 시작하면 당해낼 도리가 없다.
재력이 권력을 이길 수 있었다면 재벌가의 총수들이 걸핏하면 감옥에 서 뜨개질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지 는 않았을 거고, 휠체어를 애마 삼
아 몰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대 최고의 재벌가 오너가 감옥 에서 풀려난 것도 최근의 일이 아니 던가.
당대 최고의 권력자가 자신의 모 든 것을 걸고 매장을 하려 든다면, 아무리 재벌가라도 버틸 도리가 없 다. 그런데 강진호는 그런 상황을 뒤집어 버리고 역으로 김명찬을 지 옥 끝까지 떨어뜨려 버렸다.
진실의 승리?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지.’
이 업계에 있다 보면 알게 된다, 진실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력한지.
진실이 그리 힘이 있었다면 세상 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솔직히 아직도 그 새끼가 어떤 놈인지 모르겠다.”
“대단한 놈인 건 확실해. 뒤가 구 린 것도 확실해. 그런데 정말 모르 겠단 말이야. 그래서 더 신경이 쓰 인다.”
“열녀 나셨네.”
박규연이 피식 웃었다.
“속 긁는 소리나 하려면 들어가 라. 짜중 나니까.”
“선배.”
박규연이 씨익 웃는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 뭘?”
“한 번 보러 가죠, 그 강진호.”
“•…”뭐?”
박규연이 어깨를 으쓱했다.
“어떤 놈인지 잘 모르겠다면서요? 전에 우리가 그놈을 봤을 때는 뭘 몰랐죠. 그러니 강진호가 어떤 놈인 지 알 수가 없었잖아요.”
“그렇지.”
“그럼 지금 보면 좀 다르겠죠. 바로 앞에다 강진호를 두고 선배의 그 감으 로 어떤 놈인지 다시 한 번 파보세요”
“어떻게?”
“하, 이 양반 감 떨어지셨네. 보도 자료 왔잖아요. 그럼 저쪽에서도 당연 히 해명 인터뷰 같은 건 환영하겠죠. 기사 하나 써준다고 하고 대신 대표 와 인터뷰하고 싶다 하면 되잖아요.”
“저쪽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 죠.”
“인마, 그건 주제가 다르잖아.”
“이런 상황 아니면 우리가 무슨 수 로 저 잘난 MK 오너를 단독으로 인 터뷰합니까? 보아하니 일 계속 키울 것 같던데, 상황 더 커져서 바쁘신 몸
되기 전에 빨리 인터뷰 신청해 보죠.”
“합니다?”
하광식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 해봐.”
“오케이. 진짜 진행할 겁니다.”
휘파람을 불며 사무실로 향하는 박규연을 보며 하광식이 낮은 한숨 을 내쉬었다.
‘강진호라……
궁금하다.
지금 하광식이 강진호를 바로 앞 에서 대면하면 대체 어떤 느낌을 받 을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