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06)
마존현세강림기-1508화(1505/2125)
마존현세강림기 61권 (16화)
4장 특정하다 (1)
[지난 목요일 경기도의 한 카페에 서 벌어진 일입니다. 카운터로 다가 간 남성이 점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가 점원에게 뜨거운 커피를 끼얹습 니다.]CCTV 화면이 확대되며 손에 든 커피를 집어 던지는 모습이 선명하
게 재생된다.
[화가 난 점원이 카운터 밖으로 나오자, 이번에는 점원을 다짜고짜 폭행하기 시작합니다. 점원이 남성 을 제압하고 매장 밖으로 끌어냅니 다.]
화면 안에서 CCTV의 영상이 반 복 재생되기 시작했다. 특히나 커피 를 사람에게 끼얹는 자극적인 모습 이 몇 번이고 다시 나온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갑질 영상 중 하나입니다. 하 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 다. 비슷한 시기에 이러한 갑질 행
위가 동일한 프렌차이즈 매장에서 동시에 벌어졌습니다.]
화면이 다른 CCTV로 전환된다. 이번에도 매장에서 손님이 난동을 부리는 모습이 선명하게 송출되었 다. 커피를 끼얹는 모습 역시 비슷 하게 연출되었다.
[경찰은 이 일련의 행위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파악해 조사를 벌 였고, 그에 따라 이 일련의 행위를 사주한 이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 습니다』화면이 전환되며 경찰서 안에서 웃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이가
나온다. 그에게 들이밀어진 여러 개 의 마이크가 많은 기자들이 그곳에 모여들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 다.
[왜 이런 일을 벌였습니까?] [……죄송합니다. 저는 그냥,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해 서…….] [이런 일을 사주한 사람이 누구입 니까?] [저는 그냥 인터넷으로…….]화면이 다시 전환되며 경찰서를 배경으로 기자가 서 있는 모습이 나 오기 시작한다.
마이크를 든 기자가 심각한 얼굴 로 입을 열었다.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들은 인터 넷 고액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과정 에서 이러한 일들을 지시받았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이에 경찰은 이 들에게 이러한 일을 의뢰한 이들의 행적을 뒤쫓는 중이며, 빠른 시간 내에 교사범들을 잡아들이겠다는 입 장입니다. 한편, 이 사건을 접한 재 계 인사들은 새로이 화제가 되는 프 렌차이즈 업종의 기세를 꺾기 위해 서 누군가 의도적으로…….]“빌어먹을!”
콰아앙!
명패가 날아가 TV를 후려쳤다. TV 상단에 금이 쩌적 가면서 화면 의 색이 변하고 소리가 사라졌다.
“일 처리를 대체 어떻게 하는 거 야, 이 새끼들아!”
“죄송합니다, 사장님!”
사내가 소리를 치자 주변에 있던 이들이 일제히 몸을 낮췄다.
얼굴을 일그러뜨린 사내가 손에 잡히는 걸 모조리 집어 던지기 시작 했다.
“뭐 하나 똑바로 하는 게 없어! 이 개 같은! 이러니 내가 너희를 믿
고 일할 수 있겠냔 소리야! 어?”
“죄, 죄송합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이 멍청한 새끼들아! 어떻게 일을 벌인 지 일 주일도 안 돼서 이런 사태가 터져! 얼마나 일을 멍청하게 진행했으면 이런 일이 터지냐고!”
정명철.
지금 화를 내고 있는 이의 이름 이다.
평소에도 성격이 포악하기로 유명 한 그가 진심으로 화를 내자, 주변 을 채우고 있던 이들은 숨도 쉬지 못하고 고개를 아래로 처박았다.
옆쪽에 서 있던 이가 마른침을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말씀드리기 송구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고 해도 회사에는 직 접적인 피해가 없을 겁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정말입니다. 아무리 조사를 해도 뒤쪽에 우리가 있다는 건 절대 밝힐 수 없을 겁니다. 그만큼 신중을 기 했습니다.”
정명철의 안색이 조금 평온해졌 다.
“ 진짜야‘?”
“예. 그 점에 가장 중점을 뒀습니
다. 일이 이렇게 된 것도, 어떤 일 이 벌어져도 우리 쪽에서 손올 썼다 는 걸 알지 못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두다 보니 디테일함이 떨어져서 그 렇습니다.”
“흠……
정명철이 턱을 괴고는 가볍게 고 개를 끄덕였다.
“그건 잘했어.”
“예, 사장님.”
“그럼 경찰 놈들이 우리 쪽을 들 쑤실 일은 없다는 거지? 확신할 수 있어?”
“물론입니다. 조사를 해도 알아낼
수 없을뿐더러, 설사 알아낸다고 하 더라도 그럴 일은 없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먹여둔 돈이 한두 푼 이 아니니까요.”
그제야 정명철이 안색을 완전히 풀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저 새끼들 영업에 재 뿌리겠다는 계획은 완전 히 나가리된 거 아냐?”
다들 입을 닫았다.
“아니, 오히려 이렇게 되면 쟤들
이미지만 좋아지는 거 아냐? 우리 돈 들여서 남 좋은 일만 시킨 거 아니냐고?”
분위기가 다시 살짝 험악해지자, 다들 슬슬 정명철의 눈치를 보았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 일을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정명 철이었으니까.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경쟁 업체 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은 것도, 하 필이면 그들의 사옥 바로 앞에 입점 한 카페 루오고 지점에 손님이 줄을 서는 것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은
이도 바로 정명철이다.
일을 주안하고 시킨 것은 정명철 이지만, 책임은 아래로 내려왔다. 억 울한 일이지만, 또한 당연한 일이다.
사태를 주시하던 김상호 전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장님, 방법은 많습니다.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걸 누가 몰라서 물어?”
정명철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 했다.
“애초에 왜 저게 기사가 되게 내 버려 둔 거야! 씨발, 우리가 기자
새끼들한테 푼 돈이 얼만데? 그 새 끼들은 그걸 받아 처먹고도 저걸 기 사로 내고 있어?”
“……기사를 막으려다 보면 이 일 을 우리가 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그저 관망하는 게……
“머저리 같은 것들이 할 줄 아는 건 없고 매번 관망만 하지! 너희 같 은 놈들한테 월급 주느니, 내가 한 강에 돈을 뿌리고 말지!”
정명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여하튼 이번 일로 회사에 피해
오면 너희는 다 모가지야, 모가지! 그리고 모가지 잘리는 걸로 끝날 거 라고 생각하지 마. 아주 그냥 인천 앞바다에 던져 버릴 테니까!”
사내가 책상을 쾅, 걷어차고는 몸 을 돌려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가 나가자 회의실에 남아 있던 이들이 일제히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이들이 수 군대기 시작한다.
“지금 이게 내버려 두면 된다고 할 상황이 아니잖습니까?”
“기자 놈들이 냄새를 맡고 몰려들
고 있습니다. 아니, 애초에 이 일이 이렇게 언론을 탈 정도로 대단한 일 이 아닌데……
“심부름센터 놈들이 벌써 쫓기고 있답니다. 몇 놈은 벌써 체포된 것 같던데.”
“그럼 이쪽도 걸려드는 것 아닙니 까?”
“그렇게 일을 허술하게 처리하지 는 않았어요. 아무리 파도 안 나올 겁니다.”
“아니, 그건 일반적인 상황이 고……
모두의 얼굴이 무거워졌다.
지금의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모를 이들은 없었다. 원래대로 라면 딱히 조사도 없을 사건이 순식 간에 화제가 되었고, 그 느려 터진 경찰들이 이리 전격적으로 움직이는 일은 웬만해서는 벌어지지 않는다.
뒤에서 컨트롤하는 이가 있다는 뜻이다.
“대체 저 새끼들은 뭐 하는 새끼 들인데……
웅성거리는 이들의 목소리를 뚫고 김상호가 묵직하게 입을 연다.
“위쪽에 연락은 해봤나?”
“긁어 부스럼이라고, 지금 이 상
황에서 어떻게 연락을 합니까? 내가 죄인이요, 자인하는 꼴인데.”
“거참••••••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다음에 나와야 할 말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는 말을 꺼내야 한다.
하지만 서로 눈치를 볼 뿐, 아무 도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 그 꼴을 지켜보던 김상호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악역은 내가 다 하라는 거지?’
이해 못할 일은 아니지만, 이럴 때마다 짜증이 치미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윗놈이 벌이는 패악질을 감당 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살아남 기 급급한 아랫놈들의 압박마저 버 텨야 한다니.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총 대 맬 사람을 정해둡시다.”
김상호가 먼저 입을 열자, 다른 이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돌았다.
“어느 선에서……
“뭐, 이사진들까지 갈 것 있겠습 니까? 실적 압박에 시달리던 영업부 에서 자체적으로 움직인 걸로 합시 다. 거기 지금 부장 중 제일 나이 많은 이가 누굽니까?”
“나이보다는 영업 3팀이 영 실적 이 안 좋습니다.”
“그럼 영업 3팀장이 총대 메라고 하세요.”
“먹히겠습니까?”
“아, 먹히게 해야지요. 우리가 지 시한 정황이 없는데 어쩌겠습니까. 개인의 일탈로 몰고 가면 한동안은 욕을 먹겠지만, 결국에는 조용해질 겁니다. 어디 그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그럼 한 번 접선해 보겠습니 다.”
김상호가 살짝 눈을 감았다.
접선을 하는 이상 상대에게는 다 른 도리가 없다.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앞으로 승진은 물 건너갈 것 이고, 한직으로만 떠돌다가 강제로 퇴사하게 될 것이다.
결국은 제안을 받아들이는 쪽이 서로에게 이득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물론 서로에게 이득이라는 부분은 착각이겠지만.
“보상은 확실히 한다고 해주세요. 적당히 살고 나오면 챙겨줄 만큼은 챙겨주고.”
“얼마나 부릅니까?”
“그거야 알아서 부르시면 될 일이 지요. 진짜 줄 것도 아닌데.”
“……선금은 좀 필요합니다.”
“그건 고민을 좀 해봅시다. 저쪽 하는 것 봐서.”
“예, 알겠습니다.”
김상호가 손을 들어 눈두덩을 문 질렀다.
‘빌어먹을.’
이 별것 아닌 일이 어쩌다 여기 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어떻게든 이 끔찍한 상황을 해결해 야 한다.
‘저 망종 놈이 입만 처닫고 있어
도 회사가 두 배는 더 잘 굴러갈 텐데.’
능력도 없고, 인성도 없는 놈이 회장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장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온갖 패악 을 부려 댄다. 몇 년 전부터 저 빌 어먹을 놈이 말아먹은 일이 수도 없 다.
김상호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우는소리하지 마라.’
김상호가 받고 있는 높은 연봉은 이런 사건들을 수습하는 대가로 주 어지는 것이다.
“일단은 숨을 좀 죽이고 있어봅시
다. 그런데 영 상황이 좋지 않게 흐 른다면, 힘을 쓸 건 좀 써야지요. 어디 저런 잡것들 때문에 회사가 피 해를 보는 게 말이나 됩니까?”
“맞습니다, 전무님.”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지요.”
열심히 맞장구를 치는 이사들을 보며 김상호가 눈을 찌푸렸다.
‘밥버러지 같은 것들.’
한때는 영민하고 똑똑했을 이들이 다. 그러니 여기까지 올라왔겠지. 하 지만 물은 고이면 썩고, 청정수도 오물 더미에 들어오면 오물이 되는 법.
오로지 보신에만 급급한 사내의 분위기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고 말 았다. 보신을 마다하고 회사를 위해 목소리를 내던 이들은 사내 정치에 밀려 모두 퇴사한 뒤다.
‘나라고 뭐가 다른가.’
김상호가 피식 웃었다.
저들을 비판할 일이 아니다. 김상 호가 바로 그 오물 덩어리의 수장이 었으니까. 누구보다 열심히 정치질 을 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비벼 댄 덕분에 이 자리에 오른 게 아닌가.
“MK 라••••♦•
김상호가 이를 갈았다.
‘이 업계가 얼마나 더러운지 보여 주지.’
하지만 그렇게 결심하면서도 김상 호는 밀려드는 불안함을 못내 지울 수가 없었다.
등 뒤에 누군가가 서 있는 듯한 느낌.
김상호는 연신 고개를 내저으며 그 불안함을 떨쳐 버리려 애썼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그 불안함은 오히려 더 커지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