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08)
마존현세강림기-1510화(1507/2125)
마존현세강림기 61권 (18화)
4장 특정하다 (3)
“여하튼 여기는 건물만 봐도 쫄린 다니까요.”
박규연이 MK의 사옥을 보며 너 스레를 떨었다.
“사옥만 번지르르한 거지.”
“대표 얼굴도 번지르르하던데.”
“쯧.”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하광식이 혀를 차자, 박규연이 입을 살짝 내밀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느껴 진다구요.’
강남 한가운데에 서 있는 이 커 다란 건물은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 든다. 그들이 지금부터 만나야 할 사람이 이 건물의 소유주라는 걸 생 각하면 더더욱 말이다.
“어디 대표라는 놈들 한두 명 만 나?”
“그 새끼들은 이름만 대표지 결국 은 월급쟁이 아닙니까. 그런데 강진
호는 정말 소유주라구요. 그게 어디 같습니까? 법인 지분 구조 확인 안 하셨어요?”
“상장하면 금방이야.”
“네. 상장하면 떼돈도 벌겠죠.” 하광식은 대꾸하지 않고 MK의 본사를 향해 걸어갔다.
‘상장이나 할 수 있으려나.’
이 불투명하기 짝이 없는 회사가 상장될 리 없다. 상장을 하려면 내 부 구조를 낱낱이 밝혀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난리가 날 것이다.
아니면 이 프렌차이즈 사업 자체 가 그 일련의 세탁을 위한 과정일지
도 모르고.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강진호 에 관련된 일은 도무지 좋게 볼 수 없는 하광식이었다.
“들어가자.”
“예.”
하광식도 살짝 긴장한 얼굴로 MK의 사옥에 진입했다.
“무슨 일로 방문하셨습니까?”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경비가 그들 의 앞을 가로막는다. 그 광경을 보 며 하광식이 살짝 눈을 가늘게 떴 다.
상대방이 그들을 가로막았다고 이
런 얼굴을 하는 게 아니다. 기본적 으로 기업이란 수많은 이들이 오가 는 곳일 수밖에 없다. 평범한 기업 이라면 하루에도 수십 명의 외부인 이 드나드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얼굴만 보고 바로 외부인 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앞을 막는다 는 건, 이곳에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폐쇄적인지를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아, 안녕하십니까. 제일경제에서 나왔습니다. 오늘 대표님과 인터뷰 를 하기로 되어 있어서 방문했습니 다.”
박규연이 기자증을 내밀자 경비가 기자증을 받아 들고는 사진의 얼굴 과 박규연의 얼굴을 확인한다.
“이쪽 분은?”
“뭐 해요, 선배? 기자증 드려요.”
하광식이 살짝 짜증 난다는 얼굴 로 기자증을 꺼내려 할 때였다.
“거기 기자분들 이쪽으로 모셔!”
“아, 실장님?”
경비가 이현수를 발견하고는 재빨 리 고개를 숙였다.
“ 이쪽으로.”
경비의 자세가 한껏 낮아진 것을
본 하광식이 미묘한 시선으로 이현 수를 바라보았다.
‘그리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
데……
딱 봐도 덩치가 곰을 찜 쪄 먹게 생긴 경비다. 이런 이들은 아무리 예의와 격식을 갖춘다고는 해도 기 본적으로 자신의 남성성에 대한 미 묘한 자부심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이들에게 쉽사리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다는 뜻이다. 설사 사회적으로 훨씬 높은 지위에 있는 이들이라고 해도.
하광식은 그 사회적으로의 굴복과
개인적으로의 굴복을 구분할 수 있 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경비의 태도는 누가 봐도 직위로 인한 굴복 이 아니었다.
다시 말하자면, 저 평범해 보이는 사내가 이 우락부락한 경비를 완전 히 쥐고 흔들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광식이 이현수를 보며 살짝 눈 을 좁혔다.
‘평범하다…… 아니, 평범하지 않 다. 미묘하군.’
딱 봐도 날카로운 이현수의 인상 을 확인한 하광식이 사람 좋은 미소 를 지으며 이현수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아, 예. 기자님들, 어서 오십시 오.”
이현수가 빙그레 웃으며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맞잡은 하 광식이 살짝 손을 강하게 잡으며 말 했다.
“취재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응한 건 아니니까요. 그리 고 취재가 아니고 인터뷰죠.”
너희는 지금 MK를 캐러 온 것이 아니라 강진호의 입장을 전하러 온 것뿐이라는 의미다. 하광식의 눈썹 이 살짝 꿈틀했다.
“아차차, 말실수를 했습니다. 죄송 합니다.”
“에이, 죄송할 것까지야. 이쪽으로 오시죠.”
이현수가 버튼을 누르고는 엘리베 이터 안으로 그들을 안내한다. 두말 없이 엘리베이터에 오른 하광식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입 을 열었다.
“대표님이 걱정이 많겠습니다.”
“말도 못합니다. 밥도 잘 못 드시 죠. 워낙 가맹점주에 대한 애정이 넘치시는 분이라.”
“하하, 밥을 못 드시는구나.”
하광식이 웃고 말았다.
‘이거, 웃긴 놈이네.’
보통 인터뷰라고는 해도 기자를 마주한 사람은 살짝 긴장하기 마련 이다. 그런데 이 이현수라는 자는 긴장은커녕 그들을 가지고 놀 기세 로 농담을 해 댄다.
‘명함 한 장 안 주고 말이야.’
명함을 교환해야 할 타이밍에 은 근슬쩍 엘리베이터를 열어버렸다.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그렇지. 이래야 MK지.’
하광식이 미소를 지었다.
들어와 보니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여긴 절대 정상적인 회사가 아니다. 그리고 이놈들도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다.
냄새가 난다.
지독할 정도의 구린내가 이 이현 수라는 놈에게서 풀풀 풍기고 있었 다.
아마 강진호는 몇 배는 더 하겠 지.
띵.
엘리베이터가 최상층에 도착하면 서 문이 열렸다.
“ 이쪽으로.”
“예.”
이현수의 안내를 받아 두 사람이 회장실로 향하는 복도를 걸었다.
복도는 현대식으로 그저 심플하게 꾸며져 있었다. 어찌 보면 조금 삭 막하기까지 한 디자인이다.
‘허세가 있는 스타일은 아니 고……
보통의 회장들은 자신이 있는 곳 까지 도달하는 복도마저 화려하게 꾸미기를 좋아한다. 그런데서 자신 의 권위가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다.
사실 그리 틀린 말도 아니고.
하지만 강진호는 그런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는 모양이었다.
회장실 앞에 도착한 이현수가 문 을 노크했다.
“회장님, 기자분들을 모셔왔습니 다.”
“들어오시라고 해.”
“예.”
안에서 들려온 낮은 목소리에 하 광식이 살짝 주먹을 쥐었다 폈다.
‘ 강진호.’
초면은 아니다. 일전에 MK의 개 업식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으니 까. 하지만 그때의 하광식은 강진호 라는 사람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
했다.
지금도 잘 안다고는 할 수 없지 만, 지금 아는 것의 십분의 일도 모 르던 시절이다. 그러니 느낌이 다를 수밖에.
‘애송이 재벌 2세인 줄 알았는데, 설마 이런 거물이었을 줄이야.’
문이 열린다.
하광식이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회장실 안을 바라보았다.
처음 느낀 감각은 ‘삭막하다’였다.
하지만 그 삭막함은 곧 다른 느 낌으로 대체되었다.
안쪽의 책상에서 강진호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삭막함이 ‘묵직함’으 로 바뀌어 버렸다.
깔끔한 진남색 슈트를 입고 머리 를 단정히 빗어 올린 강진호가 느릿 한 걸음으로 하광식을 향해 다가왔 다.
하광식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무런 감정적인 교류가 없는 사 람.
따지고 보면 그저 타인에 불과한 이가 다가오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 나?
하광식이 입을 다물었다.
압도적인 존재감.
마치 이 방 안이 강진호 하나로 꽉 차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수 많은 거물들을 보아온 하광식도 이 런 기분을 느끼는 건 난생 처음이었 다.
박규연 역시 강진호의 존재감에 위압된 듯 움찔움찔 몸을 떨어 댔 다.
하광식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강 진호가 살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강진호입니다.”
“아…… 아! 아, 예! 하광식입니
하광식이 자신도 모르게 강진호의 손을 맞잡았다. 우선은 명함부터 내 미는 게 예의겠지만, 지금 하광식의 머리에는 그런 절차가 남아 있지 않 았다.
“먼 곳까지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 니다. 제가 찾아갔어야 하는 건데, 일이 조금 바빠서.”
“아닙니다. 대…… 회장님? 아,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할지……
강진호가 이현수를 살짝 돌아보았 다. 그러자 이현수가 난처한 얼굴을 했다.
“회장님이라고 하시죠.”
워낙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 회 사다 보니 아직 호칭이 애매한 면이 있었다. 정확하게는 강진호가 회장 이라 불리는 게 맞지만, 강진호 스 스로 그 호칭을 매우 싫어하는 게 문제였다.
‘좀 늙어 보이긴 하지.’
하지만 회주님, 사실 속은 많이 늙으셨지 않습니까.
“……대표라고 불러주십시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말에 고민 하던 하광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대표님이라고 부르겠습니
다. 대표님,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할 시간이 빠듯 하셨을 텐데.”
박규연이 미묘한 표정으로 하광식 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저거, 웃긴 양반이네.’
만나기 전에는 심심하면 마른 오 징어처럼 사람을 씹어 대더니, 막상 만난 자리에서는 극존칭이 절로 나 온다.
‘하긴 이해한다.’
박규연이라고 해도 저 강진호를 상대로 편한 말투를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지금도 강진호의 손짓 하
나 시선 하나에 움찔하고 있는 박규 연이었으니까.
‘진짜 거물이네.’
가지고 있는 지위와는 관계가 없 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으로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알게 된 다. 재력이나 권력, 그런 것과는 관 계없이 그저 큰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말이다.
적어도 박규연이 생각하기에 강진 호는 그런 부류였다.
“앉으시죠.”
“예, 감사합니다.”
강진호가 자리를 가리키자 하광식 과 박규연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강진호가 자연스럽게 그들의 건너편 에 앉았다.
하광식이 마른침을 삼켰다.
‘돌겠군.’
강진호가 상석을 지나 그들의 건 너편에 앉는 게 이렇게 어색할 수가 없다. 이 사람은 카페에 가도 상석 을 마련해 따로 앉혀야 자연스러울 것 같지 않은가.
“인터뷰를 하신다구요?”
“예? 아…… 예. 이번 카페 루오 고에 벌어진 영업방해 건 때문에 찾
아뵈었습니다.”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재미있네요. 기사가 그렇게 나가 도 저를 인터뷰하겠다는 사람은 없 었는데.”
“아…… 저희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만, 다행히 회장님께서 응해주셔서. 보통 이런 경우는 거절 하거든요. 담당자 인터뷰로 충분하 다고.”
강진호의 시선이 천천히 옆으로 돌아간다.
그의 시선을 받은 이현수가 고개 를 돌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살짝 불편한 침음성을 흘린 강진 호가 시선을 바로 하고는 미소를 지 었다.
“저희가 실례한 것은 아닌지
“괜찮습니다. 인터뷰가 그리 어려 운 것도 아니고.”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기자 앞에 서 할 말은 아니었다.
“그럼 시작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바지런하게 녹음기와 카메라를 준비한다. 그러고는 미리 준비해 온 질문 목록을 확인하기 시
작했다.
“아, 잠시만요.”
“네?”
하광식이 살짝 미간을 좁히고 이 현수를 바라보았다.
인터뷰를 하는 이들은 이럴때 묻지 말아야 할 질문을 정하곤 한 다. 미리 말하면 인터뷰 자체가 무 산될까 봐 꼭 자리가 만들어지고 나 서야 질문은 막아서는 것이다.
그럼 알맹이 없는 인터뷰가 되고 만다.
‘빌어먹을, 그럼 그렇……
“일면에다가 사진 크게 박아주시
겠다는 약속은 절대 잊으시면 안 됩
니다!”
어?
그거?
이현수가 더없이 심각하게 말했 다.
“오늘 아침에 미용실도 다녀왔단 말입니다. 꼭 예쁘게 찍어서 실어주 십시오.”
하광식이 멍한 얼굴로 고개를 돌 렸다.
살짝 볼이 붉어진 듯한 강진호가
주먹으로 입을 가리고 낮게 헛기침 올 했다.
‘ 진짜.’
하광식이 한숨을 내쉰다.
‘알다가도 모르겠네, 이 새끼들.’